하루키는 기본적으로 모든 소설에서 창조보다는 진화론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고로 이는 유전자가 이미 정해 놓은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하루키의 거의 모든 소설에서는 유전자가 그렇게 하게끔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것이다. 버닝에서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전자가 종수에게로 이어진다. 그리고 스푸트니크에서 나오는 잭 캐루악도, 윌리암 포크너도, 피츠 제럴드도. 하루키는 자신의 소설을 통해 인간은 근본적으로 유전자의 지배에 놓여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고 너무나 좋아했던 해변의 카프카에서도 다무라 카프카 녀석도 아버지의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받아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유전자라는 건 이미 그렇게 정해 놓은 일이라는 말과 비슷하다.


모든 소설에서 드러내거나 숨겨  놓았지만 결국에는 유전자의 지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인간이라고 말한다. 가장 크게 말하고 있는 소설은 아무래도 일큐팔사다. 일큐팔사를 종교와 이단종교 사이에서 또 다른 세계, 달이 두 개인 세상에서의 일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보다 인간의 근원적인 무의식에 대해서 깊이 있게 들어가 있다. 그 속을 벌리면 당연하지만 유전자가 나오고 자가 복제, 즉 DNA 복제가 나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하루키는 아오마메와 노부인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습니다. 인간은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생활방식의 근본을 지배하고 있는 건 유전자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거기에서 모순이 생기게 됩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미소 지었다. -1권


이 소설에서 공기 번데기와 리틀피플들이 나온다. 이는 나의 DNA 복제를 통해서 또 다른 나를 세상에 내놓는다. 하지만 완전한 ’나’가 되지는 못한다. 유전자는 이어져야 하는 것인데 이를 시스템을 통해 억지로 복제를 하게 되면 공기 번데기와 같은 고치 형태가 된다. 그래서 덴고와 아오마메는 비록 시스템에 부딪혀 부서질지라도 자유의지를 가지고 그에 대항하며 반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게 바로 인간의 무의식에 작용하고 있는 ‘사랑’이다.


이는 서태지의 8번째 트라이앵글 앨범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자가 복제, 유전자, 파괴된 세계, 무의식 그리고 사랑으로 이어지는 노래들이 이어진다. 모아이, 휴먼드림, 줄리엣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한 편의 영화를 보게 된다.


호우 호우의 리틀피플의 원형은 아무래도 티비피플이다. 그 속에서 티비피플들이 호우 호우 소리를 낸다. 이는 일큐팔사의 리틀피플까지 내려온다. 호우 호우 소리는 내는 존재를 또 다른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데 그 소설이 바로 영화 렛 미 인의 원작 소설 ‘렛 더 라이트 원 인’이다. '렛 미 인'은 박소담 주연으로 우리나라 연극도 있다. 무척 재미있다. 렛 미 인이 현대 동화인 것처럼 일큐팔사 역시 현대 어른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노르웨이 숲에 나왔던 재즈 Honeysuckle Rose - Thelonious Monk

https://youtu.be/ol6vgusW9zs <= 클릭


나는 잠자코 셀로니어스 몽크가 연주하는 <허니서클 로즈>를 듣고 있었다. 카페에는 우리 외에 대여섯 명의 손님이 더 있었지만, 술을 마시는 사람은 우리뿐이었다. 향기로운 커피향이 카페 안 가득 오후의 친밀한 공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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