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무라 히라쿠와 메이


댄스 댄스 댄스를 읽으면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재미있는 부분이라 큭큭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유키의 엄마인 세계적인 사진작가 메이는 하루키의 아내인 요코 씨이며, 소설 속 메이의 남편이자 소설가로 나오는 마키무라 히라쿠는 자신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마키무라의 소설은 젊은 시절에는 문장도 시점도 신선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당시 신진 사진작가였던 메이와 결혼을 했지만 이후에는 형편없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일본의 문단에서 배척받는 분위기를 감지하던 하루키는 자신을 한 번 돌려 까면서 일본의 고착화된 문단도 아울러 돌려 까버리는 것 같다.


소설 속 마키무라가 제대 후 글을 쓰지 못하게 되자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예리한 청춘소설에서 전위 작가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까고 있는데 아무래도 일본 문단 전체에 깔려있는 관습적인 문학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소설 속 사진작가인 아메는 일상생활은 비록 엉망이지만 냉철한 시선의 사진으로 세상을 사로잡았다고 추켜 세우고 있다. 하루키는 일큐팔사 3권이 나왔을 시기 2010년쯤 인터뷰를 보면 아내인 요코 씨에 대해 ‘태어나서 한 번도 화장이나 파마를 해본 적이 없는 심플한 화이트 셔츠 같은 여자’라고 했다.


요코 씨는 하루키에게 가장 든든한 파트너이자 능력 있는 편집자 노릇을 했다. 원고를 완성하면, 가장 먼저 아내에게 보여주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었고, 아내의 심사를 무사히 통과해야만 담당 편집자에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였다. 요코 씨는 소설 속 메이처럼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하루키의 초기 에세이 속 사진은 아내의 작품이 많다.


첫 사진은 내가 담은 바닷가 사진인데 아마 하루키와 요코 씨가 바닷가를 거닐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댄스 댄스 댄스 속 유키는 정말 하루키가 바라는, 하루키가 원하는 딸의 모습처럼 보인다. 많은 팝을 나눠 들으며 음악에 대해서 딸과 이야기하는 모습. 사진들은 하루키의 모습들입니다.

하루키의 아내, 요코 씨의 얼굴이 드러난 사진은 구글에서도 잘 찾을 수 없다. 젊은 날의 하루키와 같이 있는 요코 씨의 모습은 위에서 하루키가 말한 대로 파마 같은 건 전혀 하지 않고 하루키보다 좀 더 냉철한 모습처럼 보인다. 하루키의 어떤 에세이에서, 편집자가 집으로 와서 차를 내 오는 동안 편집자가 거실에서 요코 씨의 손금을 봐주고 있다면서 구시렁거리는 이야기도 있다. 질투는 우리 인간을 좀 더 생활에 매달리게 한다.


하루키 집, 하니까 유튜버 ‘안협소’에서 하루키의 집을 소개했다. 이 유튜버는 일본에서 활동했던 건축가인데 일본의 이런저런 재미있는 소식을 전한다. 하루키는 구글에서 자신의 집을 검색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의 집을 구글링 할 수 있게 해 놨다.


하루키는 외국을 떠돌며 소설을 쓰다가 50대에 현재 가나가와현 오이소에 정착을 했다. 코로나 이후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곳에서 꾸준하고 글을 적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로나 시기에 어디에도 가지 못했는데 소설 한 편 탁 내주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구글 지도로 검색하면 하루키의 집을 꽤 자세하게 볼 수 있다. 보통 유명인들은 구글맵에서 자신의 집은 나타나지 않게 하는데 하루키는 ‘마이까’같은 마음이다. 하루키의 집으로 올라가는 길, 또는 하루키가 사는 동네는 신작 소설 일인칭 단수의 ‘크림’에 나오는 피아노 연주회가 열리는 동네의 풍경과 아주 흡사하다. 이 ‘크림’이라는 소설이 일본에 출간되고, 또 그 소설이 미국의 뉴요커지에도 실렸는데 한국에는 이쯤에 나와야 하는데 너무 안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 기다리다 ‘그래 크림을 번역해서 책자로 만들어서 개인적으로 소장하자’라고 해서 영차영차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번역해서 책으로 만들어 버렸다.https://brunch.co.kr/@drillmasteer/1160

이렇게 개인적으로 만든 책은 판매가 목적이면 안 된다. 그저 소장해야 한다. 그리고 후에 일인칭 단수가 한국 출판이 되었을 때 ‘크림’을 펼쳐서 우리가 번역한 ‘크림’과 비교를 해보았다.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아서 흡족했던 기억이 있다. 여하튼 하루키의 집으로 올라가는 풍경이 소설 ‘크림’ 속에 나오는 풍경과 흡사하다. 고급 주택들이 양옆으로 꽃처럼 피어있고 그 사이를 기분 좋은, 역시 고급 돌길이 죽 나있다. 고즈넉하고 평온한 느낌의 동네다. 정말이지 어떤 무엇인가에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쓰기에 충분하다는 기분이 든다.


댄스 댄스 댄스 한국판이 출간되었을 때 한국 독자들에게, 소설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은 어떤 말이라도 좋으니 영어나 일어로 써서 문학사상으로 보내달라고 했을 만큼 하루키는 한국 독자, 특히 자신의 소설을 읽는 젊은 한국 독자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하루키의 장편 소설 선 인세가 지금은 30억 정도라고 한다. 계약을 하고 수입해서 번역하기 전에 하루키에게 지급하는 계약금이 30억 정도인데, 예전에, 2013년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당겨 올 때 선인세 16억 정도로 계약을 하려 했는데 판권을 못 가져왔다고 한다. 나는 계약금이 백만 원인데(웃음) 30억이라는 건, 아니 16억이라는 건 그저 저 머나먼 행성의 이름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세계의 온 나라에 하루키의 소설이 번역이 되어 출간되어 있으니 어마어마한 수입이 있을 것이다. 그것에 비해 사는 저택은 작지는 않지만 아주 크지도 않다. 하루키의 저택에는 수입만큼 어마어마한 레코드판이 있다. 몇 면장이라고 한다. 아주 쓸데없는 이야기지만 하루키만큼 엘피판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이 문화 평론가 김갑수 선생인데,, 쓸데없는 말이었다.

하루키의 저택에 있는 작업실 겸 음악실의 모습은 한 번 앉으면 나오기 싫을 만큼 하루키 음악에 대한 집요가 엿 보인다. 하루키는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사랑은 소중합니다”라고 했다. 일큐팔사에서 덴고와 아오마메도 사랑의 소중함을 말한다. 사랑이 없는, 또는 그 관계가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그런 종교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매킨토시를 좋아하는 하루키는 오래전 에세이에서 맥을 쓰는 것에 대해서 글을 적었다.

하루키 집의 문패 [시나몬 잉크 자료실]


하루키의 저택은 외벽에 나무로 이루어져 있는 3층짜리 건물이다. 저택 문패에는 이렇게 ‘시나몬 잉크 자료실 <무라카미>’라고 쓰여있다. 하루키라고 하지 않고 무라카미라고 쓴 이유를 생각해보면 마지막으로 나온 에세이 ‘고양이를 버리다’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안에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성과 이름에 관한 부분이 있다. 어떻든 이런 곳에서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으며 일을 하니까 코로나에서도 안심하며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구글맵으로 저택의 사진만 보고 무작정 오이소로 찾아가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올바른 일인지 그렇지 않은 일인지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데 방해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직 한국에 나오지 않은 에세이


그리고 이 책, 아직 우리나라에는 나오지 않은 이 에세이에 지금 살고 있는 오이소에 대해서 적은 글이 있다. 그리고 사는 동네에서 자주 들리는 과자가게나 재즈 바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하루키가 들린 그곳을 따라서 하루키의 팬들이 맵에 표시를 잘해두었다고 한다.


하루키가 사는 동네는 고급스러운 주택가지만 저 앞에는 바다다. 그래서 하루키가 들리는 가게들은 바다에서 아주 가깝다. 몹시 예쁘고, 아기자기하며 카페나 재즈 바의 경우는 또 상당히 프로스럽다. 하루키 덕분에 오이소의 이런 가게들도 꽤 장사가 잘 되는 모양이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끝나고 사람들이 많이 찾았으면 좋겠네.


마지막으로 달리기를 좋아하는 하루키는 매일 달린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는데, 동네 주민들은 하루키가 달리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한다. 그러니까 하루키를 만나려면 근처에 숙소를 잡아서 일주일 정도 머문다고 생각하고 하루키가 달리는 시간에 맞춰 동네를 달리다 보면 마주칠지도 모른다.



밑으로는 하루키 작업실 내부의 모습이다. 이 모습은 올해 초 와세다 대학에서 만든 하루키 도서관에 그대로 재현을 해놨다.https://brunch.co.kr/@drillmasteer/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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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2-02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16억, 30억! 정말 딴나라 사람 얘기군요.
전 하루키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닌데
(말은 이렇게 해도 묘하게 빠져드는 것도 사실이죠.ㅋ)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건 하루키의 이런 생활인 것 같습니다.
검소하고, 소박하고 자신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 건 정말 본 받을만
한 것 같습니다. 1Q84 2, 3권을 읽어야 하는데...ㅠ

교관님은 정말 하루키를 좋아하시는군요!^^

교관 2022-02-03 10:52   좋아요 1 | URL
아휴 하루키 진짜 좋아하는 팬들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걸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