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들이 예전에 비해서 사람들과 공생을 잘하고 있는 거 같아서 보기 좋은 요즘이다. 내가 다니는 길목에(해안도로까지) 고양이 시체가 일주일에 서너 번은 있었는데 이제는 로드킬을 당한 길냥이들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영차영차 노력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늘어난 고양이가 못 마땅한 사람도 있겠지만 고양이가 사람에게 해코지를 먼저 하는 모습은 본 적은 없다.


길바닥에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잘 알 수는 없지만 어떤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인간의 삶도 길바닥을 떠도는 저 고양이들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매년 이맘때 길냥이들을 보며 드는 생각이지만 이제 느닷없이 추위가 몰아닥칠 텐데 또 이번 겨울은 어떻게 버티려나,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매일 조깅을 하면서 지나치는 길냥이들이 눈에 자주 들어온다. 길냥이들과의 인연을 한데 모아서 한번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참 여러 길냥이들을 스치고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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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을 원래 쳐다보지 않았는데 한 10년 전에 한 길고양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때는 도시락을 열심히 싸다니던 시기였다. 밤에 소주를 한 잔 마시고 대리를 불러 집으로 오고 있었다. 한 새벽 2시 정도 되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공기의 밀도가 다르고 새벽의 운치가 가득한 날이었다. 술도 올라서 창밖으로 보이는 모든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아파트 단지에 다 와서 대리기사분이 도로에 뭐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차를 운전했다. 그래서 이렇게 보니 도로에 고양이들이 모여 있었다. 아파트 단지 밑의 도로는 2차선이다. 가고 오고. 도로의 양옆으로는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그래서 차들이 새벽에 빨리 달리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도 도로 중간에 고양이 몇 마리가 있으니 난감한 일이었다. 차에서 내려 고양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니 어미 고양이가 죽어 있고 새끼 고양이들이 주위에 모여있었다. 아직 새끼 고양이들은 어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모른 채 그저 어미 고양이가 일어나기만을 바라듯이 새끼 고양이들끼리 장난을 치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들은 네 마리였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만화에서나 볼법한 얼굴과 눈망울을 하고 있었다. 나는 주차장까지 차를 넣지 말고 근처에 주차를 시켜달라 하고 계산을 했다. 만약 술에 취하지만 않았어도 나는 어쩌면 그냥 집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이 시간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투덜투덜 거리며 도시락통에서 숟가락을 꺼냈다. 그리고 조깅을 하면서 흘린 땀을 닦느라 들도 다니던 수건도 들고 왔다.


어미 옆으로 가니 아직도 이 어두운 새벽에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새끼들이 옹기종기 모여 낯선 내가 다가가도 어미 옆에 붙어 있었다. 나는 새끼들을 휘휘 저어서 이 위험천만한 도로에서 내 보냈다. 후다다닥 하더니 작은 소리로 ‘왜 그러냐, 인간 놈아’ 같은 말을 하며 주차되어 있는 차들 밑으로 숨었다. 나는 죽은 어미 고양이를 수건으로 돌돌 말아서 들었다. 어미 고양이는 아직 몸이 따뜻했다. 자동차의 바퀴가 그대로 어미의 몸통을 밟고 지나갔는지 입으로 피가 나오고 있었다. 눈은 뜨고 있었다. 돌돌만 어미 고양이를 안고 아파트 단지 뒤의 저수지까지 올라갔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고양이는 저수지로 올라갈수록 몸에 남아있던 온도가 조금씩 빠져나갔다. 그리고 도시락을 퍼먹던 숟가락으로 저수지에 있는 어떤 멋지게 보이는 나무 밑을 열심히 팠다. 술이 되어서 그런지 숟가락으로 팠는데도 잘 파졌다. 열심히 파다 보니 옷이 온통 흙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는 동안 고양이의 온도는 싸늘해졌다. 그제야 고양이를 묻어줬다. 잘 가라, 네 새끼들은 열심히 살아가겠지, 나 같은 놈도 잘 살아가는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날 이후 아파트 근처 고양이들을 보면 그때 그 새끼 고양이가 죽지 않고 이렇게 커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조깅을 하면서 길고양이가 있으면 잠시 멈추어서 보게 되었다. 더운 여름에는 이렇게 더운 날에는 어떻게 더위를 이겨내려나, 추운 날에는 어디에 몸을 욱여넣어서 추위를 견디려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들은 세상에서 어쩌면 가장 나약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런 존재가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세상은 그런 잘 설명할 수 없는 엔트로피, 무질서의 법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암튼 세상은 온통 신기한 것들과 고리 터분한 것들이 혼재되어 있는 것 같다.

핼러윈데이에 동네 사람들이 사랑스러운 길냥이에게 핼러윈 텐트를 만들어줌. 어찌 알고 저 안에 들어가서 포즈를 잡고 있다. 고놈 참. 야옹.


담벼락 위의 고양이처럼. 이 녀석은 마치 오브제처럼 저 마시다가 두고 간 음료를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다.  무슨 맛일까냥. 내가 매일 핥는 내 사타구니의 맛일까냥.


이제 슬슬 겨울을 준비해야지. 고양이들은 느긋하다. 그러다가도 물수제비처럼 재빠른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런 고양이들이 우리 주위, 손 닿을 수 있는 반경 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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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1-11-08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드킬 당한 고양이를 몇번 길 옆 나무잎들 사이로 옮겨준 적이 있어요.
생명이 빠져나간지 얼마되지 않은듯 손으로 전달되던 그 따스한 체온이 왜 그리 낯설고 어색하던지...

교관 2021-11-09 11:21   좋아요 0 | URL
생명이 꺼져가는 모습은 언제나 적응이 어렵고 적응이 안 될 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