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녹스 잭나이프다. 가방에 넣고 다닌 지 15년이 넘었다. 들고 다니면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차키를 꽂은 채로 문을 잠그고 나와서 차문을 딸 때도 쓰이고, 특히 새벽에 불한당을 만났을 때 잭 나이프를 꺼내서 쓱 보여주는 것은 전부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저 과일이나 깎아먹고 또 과일이나 잘라먹는다. 이 잭나이프를 보면 자동적으로 맥가이버가 떠오르고, 당연한 것처럼 맥가이버 음악이 떠오르고, 배한성의 목소리도 떠오른다. 맥가이버 음악은 본격적인 음악이 나오기 직전까지가 정말 좋다, 일단 한 번 볼까.


https://youtu.be/oZDgvA9o2w0


맥가이버가 산길을 뛰어다니며 솔방울을 주워 드럼통에 넣고 적들을 피해 몸을 숨긴다. “물기에 젖지 않은 솔방울은 불에 탔을 때 튀어 오르는 성질이 있지.”라며 맥가이버는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드럼통에서 마찰을 일으켜 불을 붙인다.


그리고 솔방울들이 타면서 총 쏘는 소리를 낸다. 적들이 놀라서 고개를 숙이고 우왕좌왕할 때 맥가이버는 그곳을 빠져나온다. 맥가이버는 물리학 박사다. 피닉스 제단 소속의 첩보원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첩보활동을 하는데 물리학의 지식이 매 번 빛을 발한다.


주머니에서 언제나 잭나이프가 나와서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피닉스 재단 자체가 물리학도 출신의 나이 많은 높은 권력자들이 만든 단체이다. 맥가이버는 첩보활동 이외에 생화학무기를 연구하는 곳에서 홀로 탈출하기도 한다. 물론 그때도 그를 위기에서 빠져나오게 한 것은 빅토리녹스의 잭나이프다.


맥가이버는 007과 닮은 구석이 많지만, 007이 즉흥적이고 좀 더 로맨티시스트에 가깝다면 맥가이버는 역시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물론 여성에게 접근할 때도 은근 과학적이다. 사람들은 빅토리녹스의 잭나이프를 가장 많이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건 빅토리녹스의 손톱깎이다.



일단 비싸지 않다. 무광에 아주 견고하게 생겼는데 예쁘기까지 하다. 이렇게 탁 펼치면 이런 모양이 된다. 이 빅토리 녹스 손톱깎이는 선물로 주기에도 좋다. 받는 사람도 뜻밖의 선물이라 기분이 좋다. 나는 항시 세네 개씩 사놓고 갑작스레 뭔가를 줘야 할 일이 생기면 빅토리녹스 손톱깎이를 선물로 준다.



손톱깎이 중에 이렇게 견고하고 럭셔리하기까지 보이는 물품은 빅토리녹스만 한 게 없다. 여자 친구나 아내에게 이벤트로 뜬금없이 선물을 할 때, 빅토리녹스 손톱깎이를 작은 편지와 함께 핸드백에 살며시 넣어두면 그날 하루는 맛있는 바다거북 수프와 송로버섯이 들어간 기린 스네이크를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든 빅토리녹스 손톱깎이는 프래그머티즘적 물품 중에 단연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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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생활명품
    from 라로의 서랍 2020-08-12 15:35 
    교관 님께서 올리신 빅토리녹스 페이퍼를 보면서 내가 예전에 대한항공을 타고 미국 집에 오면서 남편을 주려고 샀던손톱깎이 생각이 났다. 남편을 위해 산 제품은 Zwilling J.A. Henckels. 면세가로 대강 $50을 10년 전에 주고 샀으니 지금 생각하면 비싸게 주고 샀다는. 비행기 안에서 파는 면세가 가장 저렴하다고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암튼 이번 섬에 갔을 때 손톱을 자르려고 남편의 손톱깎이를 빌려서 쓰면서 교관 님의 글이 생각나서 사진을
 
 
라로 2020-07-2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맥가이버의 광팬이었어요. 어릴 적 밤 늦게 맥가이버 보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왜 그 재밌는 것이 밤늦게 하냐고요.ㅠㅠ),,암튼 얼마전에 맥가이버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보는데,,,예전같은 재미는 별로 없네요. ^^;;; 그래도 향수는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더군요.
어쨌든 저는 007보다는 인디아나 존스와 비교하곤 했는데...ㅎㅎㅎㅎ
아! 그리고 저 빅토리녹스 손톱깎이 디자인을 고대로 흉내내서 파는 것을 비행기타고 미국에 오다 면세품으로 샀었는데,,빅토리눅스가 원조군요!! 너무 오래라 브랜드가 가물가물한데 아마 브라운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남편이 사용하고 있는데 확인해보고 다시 댓글 수정하든지 할게요.ㅋ

교관 2020-07-21 12:30   좋아요 0 | URL
맥가이버의 팬으로 더 반갑네요 ㅎㅎ. 저도 얼마전에 블루문특급을 봤는데 글쎄;;; ㅎㅎ 빅토리녹스 손톱깎이는 발견하셨어요? ㅎㅎ 좋은 손톱깎이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하네요

라로 2020-07-22 12:10   좋아요 0 | URL
브라운 회사 제품인지 알았더니 Zwilling J.A. Henckels 것이네요. ㅎㅎㅎㅎ암튼 디자인이 많이 비슷해요.

교관 2020-07-23 12:02   좋아요 0 | URL
이 회사제품들을 검색해 봤어요. 와 이 회사는 주방용 칼을 주로 만드는군요.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저도 식칼세트를 가지고 있어서 꽤 호기심이 갑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