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화장실에 이런 게 붙어있다. 변기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모양이다. 화장실이 금연이라면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하겠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뭐야? 카메라는 무슨 말일까. 화장실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에 괄약근 탄력이 저하가 오는 와중에도 카메라가 있는지 열심히 찾았다. 대소변을 보는 모습을 카메라로 누군가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짜증나는 일이다. 인간은 어째서 배설 같은 것을 하는 존재가 되었을까. 라고 파고 들면 끝도 없고 머리가 아프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담배냄새도 미지근한 맥주처럼 싫어하지만 흡연자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건강과 청결을 위해 금연구역이 늘어가는 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흡연자들을 배려하는 것 또한 소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식사 후 끽연의 기쁨을 맛보면 직장에서 작업능률이 더 오를 것이고, 한 대의 담배를 피우며 연기를 내 뱉는 순간 걱정이 조금이라도 빠져나간다고 생각이 들면 흡연자의 입장에서는 끽연만큼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것 또한 없다. 겨울에 담배 한 대 피우기 위해 10층에서 일하다가 외투를 껴 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서 야외에 서서 오들오들 거리며 끽연을 한다고 생각하면 흡연자들이 참 딱하다

 

금연 장소는 점점 늘어나는데 흡연자들을 위한 장소는 협소하거나 줄어들기만 한다. 그러니 자꾸 화장실 같은 금연 구역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닐까. 흡연 장소도 좁디좁은 공간에 한정시키지 말고 기업체라면 카페만한 공간을 흡연구역으로 만들어 마음껏 끽연의 기쁨을 맛보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전체가 청결하지 못하게 하는 걸 흡연구역만 청결하지 않게 하면 서로서로 괜찮을 것 같다

 

청소년들의 흡연이 아주 많은데 그걸 막을 수는 없다. 예전 한 고등학교에서는 운동장에 흡연구연을 만들었다. 해운대에 가면 대만, 홍콩 관광객들이 많은데 가족단위로 오는 사람들을 보면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할머니, 아버지, 아들이 같이 담배를 피운다. 영화를 봐도 그렇고. 어른에게 술을 배우는 것처럼 어른과 함께 흡연을 하면 땅바닥에 침을 탁 뱉지도 않을 것이며 꽁초를 아무 때나 버리지도 않을 텐데. 가족끼리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만 유난 떠는 것 같고. 하멜이 제주도에 처음 왔을 때 4세부터 여든까지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곰방대가 나오기 전에. 하멜까지 올라가면 또 이야기가 길어지니 넘어가자

 

 

 

 

 

일하는 건물 로비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생겼다. 그래서 오고가는 사람들이 트리에 서서 사진을 찍고 간다. 1층에 카페가 생겼기에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들이 아이들을 트리 옆에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다. 아직 두 살 정도 된 아이들은 아장아장 걸어서 트리 옆에서 반짝이는 전구를 보며 손을 뻗는다. 엄마들은 아이의 사진을 담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따뜻하다

 

그런데 대부분, 아니 몽땅 사진을 찍을 때 아이에게 여길 봐, 카메라를 봐봐, 엄마를 봐야지,라고 한다. 아이는 아직 세상 돌아가는 게 뭐가 뭔지 몰라 반짝이는 전구에 정신과 마음을 온통 빼앗겼는데 엄마는 자꾸 부른다. 아이가 그냥 만지작거리고 전구를 바라보는 모습을 찍어도 예쁠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어째서 꼭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를 봐야 할까. 그것도 두 살 정도 밖에 안 되었는데. 두 살이면 뒤모습만 카메라에 담아도 흐뭇하고 재미있을 텐데. 게다가 카메라를 보며 찍은 사진은 폰에 수두룩하니까 아이가 이렇게 트리에 마음을 빼았긴 모습을 담는 것도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넌, 아이가 없으니까 엄마 마음을 몰라, 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정말 몽땅 그렇게 트리 앞에서 아이에게 주문을 한다. 여길 봐, 엄마를 봐, 카메라를 봐. 엄마의 주문에는 악의는 없다. 이런 악의없는 주문이 아이가 커서도 악의가 없는 강요가 될지도 모른다. 여기에 가면 안돼, 조건 꼭 해야해, 안 돼, 해야만 해. 악의 없는 강요가 아이가 커 가면서 틀어지고 일그러지게 만드는 관념일지도 모른다

 

여기 인스타만 봐도 자연스럽게 찍은 아이의 사진이 많이 있고 또 그런 사진들이 더 예쁜데. 라고 해봐야 엄마 마음을 모르니까 그냥 넘어가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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