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김하나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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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물권행동 카라의 일대일 결연 후원 방식을 알리고, 결연 대상 동물들이 지내게 될 카라 더봄센터 건립 및 운영을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장애나 질병이 있어서, 혹은 노령이어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서 입양을 가기 어려운 동물들이 있습니다. 일대일 결연은 월 2만원의 기부금으로 이들의 따뜻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후원 프로그램입니다." 


김하나, 이슬아, 김금희, 최은영, 백수린, 백세희, 이석원, 임진아, 김동영 등 9명의 작가들이 자기와 함께 살았던, 함께 살고 있는, 함께 살지는 않지만 종종 생각하는 동물들에 대해 말한다. 


반려동물과 한 공간에서 생활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작가들이 전하는 동물과의 유대감이나 동물들과 관계 맺으며 느낀 후회, 죄책감, 책임의식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냥 쭉 읽었다. 


언젠가는 내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게 될 수도 있으니까.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봉사활동을 가거나 후원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이 글을 읽어두면 그 동물에게 내가 더 섬세한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가짐으로 말이다. 


최은영 작가님의 글 중에서 계속 눈에 밟히는 부분이 있었다.

🔖(97쪽)일찍이 데카르트는 동물을 '움직이는 기계'라고 말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동물에게는 인간과 같은 이성이 없으므로, 보다 더 나은 작동을 위해 마음껏 때리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어느 날, 길가에서 마부에게 채찍질당하던 말을 보고 니체는 그 말에게 다가가 데카르트를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데카르트의 논리로 돌아가는 세계에서 동물을 다른 방식으로 사고한 니체는 광인으로 이해되었을 것이다. 


21세기에도 데카르트의 방식으로 동물을 대하는 사람이 많다. 니체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건 다행이지만, 그들이 광인 취급 받는 상황은 여전해 보인다. 미친 사람으로 보일 걸 감수하고도 그렇게 나서는 용기, 그런 사랑을 매일 동물 대 동물로서 주고 받는 이들이 존경스럽다.

어느 날, 길가에서 마부에게 채찍질당하던 말을 보고 니체는 그 말에게 다가가 데카르트를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데카르트의 논리로 돌아가는 세계에서 동물을 다른 방식으로 사고한 니체는 광인으로 이해되었을 것이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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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의 채식주의자 - 휘뚜루마뚜루 자유롭게 산다는 것
전범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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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전형적인 엘리트의 삶은 나쁘지 않다. 아니, 꽤 훌륭하다.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고 미래가 보장된 안정성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자체로 독특하지는 않다. (...)지나치게 결정론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55-56쪽)미국에서 소수민족이 되니 한국 민족주의의 이면이 보였고, 다른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도 하나둘 불식되어갔다. 내가 '한국인 이성애자 남성'이라는 정체성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싫었다. 그 울타리를 확장하는 일은 결국 공감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었다. 내가 미국 흑인이나 동성애자나 여성이 될 수는 없지만, 나와 그들이 결국 한 집단의 일원이라는 진리를 상기했다. 인류라는 집단.

전범선은 민사고를 졸업하고 아이비리그에서 유학한 '엘리트'지만 (사회적으로 기대되는)일반적인 엘리트의 길을 따르지 않는다. 사회구조를 공고히 하기보단 균열을 일으키는 활동을 지속한다. 그에게 이런 삶은 '휘뚜루마뚜루' 자유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해방촌의 채식주의자>는 '자유'를 외치는 글로 가득 차 있고 개별자의 자유, 그리고 특히 '모두'의 자유를 강조한다.

🔖(73쪽)자유는 무한한 게 아니라, 타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만큼만 허용한다는 것이 자유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그렇다면 타자의 부자유와 고통에 대해서 내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나의 자유가 소중하다면 타자의 자유도 소중하고, 그렇다면 그들의 해방도 중요하다. (...)여성해방운동, 게이해방운동, 장애해방운동 등 소수자 인권운동은 그래도 당사자들이 연대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비인간 동물은 그러지 못한다. 농장과 동물원과 실험실에 갇힌 동물을 보면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자유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모두가 해방되지 못한 세상에서 나만 자유롭다면, 그 자유란 정당한가?

전범선은 비건되기를 수행함으로써 자유를 찾아간다. 때로는 "남자가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쓰지" 따위의 말에 부딪치고 가로막히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두부 먹고 힘내서 조금이라도 더 시끄럽게 비거니즘을 떠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하긴, 21세기에 페미도 안 하고 비건도 안 하면 인류와 지구공동체를 위해 사는 사람이라고 말하기 좀 민망하지 않은가(반박은 댓글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졸업과 취준이라는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이런 주제들에 적극 동참하는 걸 미뤄두고 있었는데, 짭페미/짭비건 생활을 청산할 때가 된 것 같다. 나의 경제적 자유만이 아니라 모두의 전방위적 자유를 위해. 좋은 자극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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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걸음마 -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SF소설 네 편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15
이종산 외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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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갈 잃어버린 것도, 눈치 없이 피해만 끼치는 것도, 마냥 불쌍하고 도움만 받는 것도, 모자란 것도 아닌 존재들을 그 자체로 축하하고 기뻐하기 위해

장애와 SF의 만남이 여러 작가의 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앤솔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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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축하해!>
🔖(36-37쪽)잃어버린 기분인데 무얼 어디다 잃어버렸는지 몰라 주머니를 더듬으며 길을 걷는 기분. 리라는 그 기분을 잘 알았다. 듣는 것. 아빠. 그런 것들.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으니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 광장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 속에 서 있으니 양쪽 주머니에 만져지는 것이 하나씩 든 것 같다. 그것들은 태어날 때부터 리라의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리라는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그런 것들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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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걸음마>는 장애 인물 당사자의 심리를 묘사하고, 적극적인 생에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상체는 사람의 얼굴과 팔, 하체는 지느러미로 이루어진 보통의 인어들과 다르게 "괴물 같이 생긴 생선 대가리에 징그러운 다리"(65쪽)를 가진 '나'는 물속에서 헤엄쳐 이동하는 걸 훨씬 어려워 한다. 게다가 자신을 혐오 어린 시선으로 보는 인어들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을 꾹꾹 누르며 살아간다. 학교에서 온갖 무례하고 불편한 상황들을 겪으며 '나'는 자기 존재와 쓸모를 의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평소 취미이자 특기였던 배터리 수집, 부품 조립 스킬을 발휘하여 '걸음마'(현 인류에게는 휠체어 같은 역할을 하는 기계일 것이다)를 발명해낸다. 스스로를 쓸모 없다고 여기던 '나'는 주변의 장애인어와, 다른 행성에 사는 생명체에게까지 도움을 주는 훌륭한 인어로 성장한다.

아쉬운 점: '나'가 걸음마를 발명하며 분위기가 전환되는 부분이 소설 내에서 너무 빠르게 진행되었다. 걸음마 발명 이전엔 심리 묘사가 좋은데 발명 이후엔 '나'의 업적을 늘어놓 데 관심이 쏠린 듯한 느낌이다.

좋았던 점: 1️⃣'나'가 걸음마를 장착하고 수면까지 올라가 푸른 풍경을 목격할 때의 감각적인 묘사가 마음에 든다.🌊 2️⃣한국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챌 만한 요소(세종대왕 동상)가 등장한 지점부터 나(독자)와 작품의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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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래 통신>은 초점화자가 2020년대를 살아가는 비장애인이라 앞의 소설에 비해 좀 더 친숙하고 몰입하기 쉬웠다. '강솔'은 평소 장애를 깊이 생각해보기는 커녕, 그저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시각장애인 '이원'의 파트너가 되는, 철없는 보통의 청소년(?)이다. 강솔은 무의식적으로(그리고 무비판적으로) 장애인이 단지 도움받는 존재라고만 생각했지만, 이원에게 도움 받음으로써 고정관념이 깨지고 이원과 친구가 된다. (사실은 외계인이었던)이원 역시 인간은 전부 별로라는 생각을 수정하고 강솔이 농담처럼 던진 "고래고래 통신"이라는 연구제목을 받아들인다.🐳 혐관이 풀어지는 서사는 역시 유쾌하고 따스하다.

🔖(114쪽)"내가 다시 지구로 오면 우리는 인류와 대화하지 않을 거야. 인류가 우리에게 얼마나 적대적인지 충분히 봤거든. 우리는 고래들과 대화할 거야. 고래들은 똑똑하고 상냥해. 자기를 죽이려 드는 인간을 구해주기도 하고."
🔖(132쪽)이원은 씩 웃었다. "지금까지 지구인이 한 모든 작명 중에 가장 맘에 든다. 너 통신국장 시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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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
우등과 열등, 정상과 비정상, 비장애와 장애 나누기 대신 경계 흩뜨리기, 꿈꾸듯이 기억하기, 춤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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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체이스 퍼디 지음, 윤동준 옮김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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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년차 (짭)비건이다. 밥약속을 잡을 때 비건 식당을 고려해주는 친구도 있고, 고기 대신 초밥을 먹는 건 어떻냐며 물어봐주는 친구도 있어서 잘 살아가고 있다. 채식주의자로 살면 외식하기가 불편할 거라는 통념(?)과는 다르게, 내 문제는 집 밖이 아니라 집 안에서 발생한다.
논비건 부모님과 함께 살며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네가 고기를 안 먹어서 그렇게 맥아리가 없는 거야”, “우유를 먹어야 칼슘도 섭취하고 좋지”, “그 유별난 짓 언제까지 하나 보자” 같은 말들이다. 음 근데 난 채식하기 전부터 비실비실했는데… 아무튼,
내가 채식을 시작하게 된 건, 윤리적으로 더 노력하며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업의 굴레 아래에서는 동물들이 전혀 존중받지 못하기에, 내가 육식을 중단함으로써 그(가축)들이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러운 생애를 보내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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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으로는 풀리지 않는 의구심이 있었다. 인간이 정말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며 살 수밖에 없도록 설계되었다면, 비건으로 사는 게 정말 ‘옳은’ 삶인가? 그냥 죄책감을 덜기 위한 행동에 불과하지 않은가? 가족들과 불화하면서까지 신념을 지키는 게 옳은 일인가?
이런 물음들에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은 꽤나 합리적인 답을 제시한다. 세포배양육(cell-cultured meat)을 먹는다면 ‘동물을 죽이지 않으면서도 고기를 계속 섭취하고’ 심지어 환경오염을 줄일 수도 있다.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는 큰 결심 없이도 동물들과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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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은 조시 테트릭이 그의 회사 ‘저스트’에서 어떻게 세포배양육 사업을 시작하고 진행해왔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식물성 달걀 대체품인 저스트에그를 판매하는 그 ‘저스트’가 맞다.)
세포배양육을 만드는 데는 기본적으로 ①세포 ②배양액 ③바이오리액터가 필요하다. 실험실/공장에서 바이오리액터에 동물의 세포와 배양액을 채운 뒤, 세포가 복제되고 뭉쳐져서 일정 크기와 무게에 도달할 때까지 잘 관리해주면 세포배양육이 완성된다. 실제 동물에서 채취한 세포로 만들기 때문에 성분이 육고기와 같다. 이게 말로 써놓으니까 간단해 보이는데, 세포를 길러내기 위한 영양분이 가득한 ‘배양액’을 만들기가 어려워서 아직도 생산비용이 많이 든다고 한다.
그래도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비용이 감소하고 세포배양육의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을 찾아가고 있다. 2013년에는 500g을 생산하는 데 120만 달러나 들었지만 2020년에는 50달러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 동네 마트에서는 한우 230g을 14,000원대에 팔던데 어림잡아 500g에 25달러 정도 되는 셈이다.) 가격이 더 낮아진다면 나도 세포배양육을 사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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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점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아직은 실제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세포배양육을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세포배양육 자체를 탐탁지 않아하는 부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특히 미국의 축산업자들이 세포배양육을 ‘고기’라고 부르기를 거부하고, 고기의 정의를 “전통적 방법으로 길러낸 동물의 살코기”로 좁혀달라며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전통적’ 목축업 시스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리고 몇몇 주요 육류산업 단체 대표들이 세포배양육을 단지 “기득권에 대한 위협”으로만 여긴다며 지적한다. 19세기 ‘마가린’이 탄압당했던 역사를 떠올리며, 세포배양육 역시 ‘재래식으로 생산한 고기’에 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방식이 흥미롭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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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은 “고기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세포배양육을 시장경제 체제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독자가 스스로 생각해보게끔 한다. 새삼스럽지만 나는 시민이자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채식을 실천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기업(특히 스타트업)의 관점으로 채식, 육식, 세포배양육에 대해 생각해보고 시야를 넓힐 수 있어서 좋았다. 채식에 정답이 없고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엇갈리는 만큼 세포배양육에 대한 반응도 다양할 텐데, 다른 독자들이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을 읽고 남긴 리뷰를 더 찾아보고 싶다.

※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판 엘런은 철저한 실용주의자였다. 세포배양육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낸 주된 목적은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 P32

"전 세계를 비건화하려는 실현 불가능한 시도보다는 오히려 자본주의의 상층부에서부터 변화해나가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벤처투자가 커트 올브라이트는 말한다. - P166

미국 역사를 살펴보면 새로운 식품이 도입될 때 이런 드라마가 자주 나타난다. 그와 같은 전략을 식별해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항상 기득권 집단이 공개적으로 신제품을 폄하함으로써 가치를 깎아내리면서 드라마가 시작된다(목축업자들은 세포배양육을 ‘가짜 고기’라고 부른다).
그런 다음, 경제 분야에서 입지를 확보해나가는 신제품의 기반을 흔들기 위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신용을 떨어뜨리고 제품의 가치를 깎아내린다. 이런 행동을 방법만 조금씩 바꿔 계속 반복한다. - P179

피터 싱어에게, 고기처럼 생명 연장에 근본적인 요소를 분자 수준에서 다시 재구성해내려는 실험실의 시도가 지나치게 위험한지 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식품을 얻는 데 그저 자연에만 의존했다면 여전히 곡물을 주우러 다니고 열심히 사냥해야 했을 겁니다. 무조건 자연 그대로가 황금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P218

우리가 처한 현실 때문에 고기를 향한 욕망을 포기해야 할까? 아니면 고기를 먹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현실을 변화시킬까? 우리는 고기로부터 벗어나 지구를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지켜낼 수 있을까, 아니면 같은 품질의 대체품을 성취하려는 노력을 통해 고기를 대하는 자세를 바꿀 수 있을까?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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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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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은 21세기 중반 '더스트'라는 인재(人災)로 인해 멸망 직전까지 치닫는 지구, 그리고 거기서 살아남아 회복을 주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요인물은 다음과 같다. (특이한 점을 하나 꼽자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여성이다😮) 


👩🏽🌱 나오미

👩🏻‍🔬🧬 아영

👩🏻‍🔧🔧 지수

👩🏼 🦾레이첼 


나오미(+아마라), 지수, 레이첼은 2059년 프림빌리지, 아영은 2129년 한국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며, 더스트생태연구원인 아영이 잡초에 가까운 식물 '모스바나'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모스바나는 일종의 키메라인데, 프림 빌리지의 온실에서 레이첼이 만들어낸 덩쿨 식물이다. 모스바나는 더스트를 응집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초기에는 푸른빛을 발산하기도 했다. 


아영은 어릴 적 이희수(=지수)의 정원에서 목격한 푸른빛을 떠올리며 모스바나의 기원을 찾아나서고, 그 과정에서 나오미를 만나 프림 빌리지 이야기를 듣는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랑가노의 마녀들'의 진실을 경청하고 연구하여 발표하는 아영은 분명 과학자의 스테레오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서사를 일구어냈다. 


나는 나오미, 아영, 지수, 레이첼에게서 그들이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을 사랑으로 마쳤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결국 인류와 지구를 구하는 건 사랑이며 여기에 식물이 빠질 수 없다는 작가의 가치관이 『지구 끝의 온실』에 담긴 것이다. 디스토피아에서도 회복을 이끌어내는 사랑, 따뜻함에 빠져들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79쪽) 식물들은 아주 잘 짜인 기계 같단다. 나도 예전에는 그걸 몰랐지. 나에게 오랜 시간에 걸쳐서 그걸 알려준 녀석이 있었거든. 


🔖(150쪽) 이 마을의 언덕 위에는 커다란 온실이 있는데, 거기에는... 식물학자 한 명이 살아. 그는 마을로는 오지 않아. 그리고 더스트에 저항성을 가진 식물들을 연구하지. 


🔖(215쪽) 나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세계를 말하는 것이 이상했다. ...그들은 우리를 착취하고 내팽개쳤다. ...그런데 왜 버려진 우리가 세계를 재건해야 할까. 


🔖(227쪽) 똑같은 문제가 다시 생길 거야.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어. 뭔가를 해야 해.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해서 벌이는 것 자체가 우리를 그나마 나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거야. 


🔖(242쪽)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이 숲이고 온실인 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바꾸는 거야. 최대한 멀리 가. 가서 또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339쪽) 레이첼이 마을의 해체를 원치 않았던 건 이 마을을 자신의 실험실로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정비사가 아닌, 지수를 옆에 두고 싶어했던 것이다. 


🔖(354쪽) 그냥 그곳에서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거예요. 프림 빌리지를 다시 만들 수 없다는 것도, 그런 곳은 오직 프림 빌리지뿐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식물들을 심었어요. 오직 그것만이 저를 살아가게 했으니까요. 


🔖(378쪽) 지수가 나를 되살렸을 때, 난 그에게 호기심이 생겼던 거예요. ...차라리 세상이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저에게는 구원자가 될 것을 요구하는 뻔뻔함이 흥미로웠죠. 


🔖(389쪽)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식물들은 아주 잘 짜인 기계 같단다. 나도 예전에는 그걸 몰랐지. 나에게 오랜 시간에 걸쳐서 그걸 알려준 녀석이 있었거든. - P79

이 마을의 언덕 위에는 커다란 온실이 있는데, 거기에는... 식물학자 한 명이 살아. 그는 마을로는 오지 않아. 그리고 더스트에 저항성을 가진 식물들을 연구하지. - P150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이 숲이고 온실인 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바꾸는 거야. 최대한 멀리 가. 가서 또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 P242

그냥 그곳에서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거예요. 프림 빌리지를 다시 만들 수 없다는 것도, 그런 곳은 오직 프림 빌리지뿐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식물들을 심었어요. 오직 그것만이 저를 살아가게 했으니까요. - P354

지수가 나를 되살렸을 때, 난 그에게 호기심이 생겼던 거예요. ...차라리 세상이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저에게는 구원자가 될 것을 요구하는 뻔뻔함이 흥미로웠죠.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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