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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지구 끝의 온실』은 21세기 중반 '더스트'라는 인재(人災)로 인해 멸망 직전까지 치닫는 지구, 그리고 거기서 살아남아 회복을 주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요인물은 다음과 같다. (특이한 점을 하나 꼽자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여성이다😮)
👩🏽🌱 나오미
👩🏻🔬🧬 아영
👩🏻🔧🔧 지수
👩🏼 🦾레이첼
나오미(+아마라), 지수, 레이첼은 2059년 프림빌리지, 아영은 2129년 한국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며, 더스트생태연구원인 아영이 잡초에 가까운 식물 '모스바나'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모스바나는 일종의 키메라인데, 프림 빌리지의 온실에서 레이첼이 만들어낸 덩쿨 식물이다. 모스바나는 더스트를 응집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초기에는 푸른빛을 발산하기도 했다.
아영은 어릴 적 이희수(=지수)의 정원에서 목격한 푸른빛을 떠올리며 모스바나의 기원을 찾아나서고, 그 과정에서 나오미를 만나 프림 빌리지 이야기를 듣는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랑가노의 마녀들'의 진실을 경청하고 연구하여 발표하는 아영은 분명 과학자의 스테레오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서사를 일구어냈다.
나는 나오미, 아영, 지수, 레이첼에게서 그들이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을 사랑으로 마쳤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결국 인류와 지구를 구하는 건 사랑이며 여기에 식물이 빠질 수 없다는 작가의 가치관이 『지구 끝의 온실』에 담긴 것이다. 디스토피아에서도 회복을 이끌어내는 사랑, 따뜻함에 빠져들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79쪽) 식물들은 아주 잘 짜인 기계 같단다. 나도 예전에는 그걸 몰랐지. 나에게 오랜 시간에 걸쳐서 그걸 알려준 녀석이 있었거든.
🔖(150쪽) 이 마을의 언덕 위에는 커다란 온실이 있는데, 거기에는... 식물학자 한 명이 살아. 그는 마을로는 오지 않아. 그리고 더스트에 저항성을 가진 식물들을 연구하지.
🔖(215쪽) 나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세계를 말하는 것이 이상했다. ...그들은 우리를 착취하고 내팽개쳤다. ...그런데 왜 버려진 우리가 세계를 재건해야 할까.
🔖(227쪽) 똑같은 문제가 다시 생길 거야.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어. 뭔가를 해야 해.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해서 벌이는 것 자체가 우리를 그나마 나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거야.
🔖(242쪽)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이 숲이고 온실인 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바꾸는 거야. 최대한 멀리 가. 가서 또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339쪽) 레이첼이 마을의 해체를 원치 않았던 건 이 마을을 자신의 실험실로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정비사가 아닌, 지수를 옆에 두고 싶어했던 것이다.
🔖(354쪽) 그냥 그곳에서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거예요. 프림 빌리지를 다시 만들 수 없다는 것도, 그런 곳은 오직 프림 빌리지뿐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식물들을 심었어요. 오직 그것만이 저를 살아가게 했으니까요.
🔖(378쪽) 지수가 나를 되살렸을 때, 난 그에게 호기심이 생겼던 거예요. ...차라리 세상이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저에게는 구원자가 될 것을 요구하는 뻔뻔함이 흥미로웠죠.
🔖(389쪽)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식물들은 아주 잘 짜인 기계 같단다. 나도 예전에는 그걸 몰랐지. 나에게 오랜 시간에 걸쳐서 그걸 알려준 녀석이 있었거든. - P79
이 마을의 언덕 위에는 커다란 온실이 있는데, 거기에는... 식물학자 한 명이 살아. 그는 마을로는 오지 않아. 그리고 더스트에 저항성을 가진 식물들을 연구하지. - P150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이 숲이고 온실인 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바꾸는 거야. 최대한 멀리 가. 가서 또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 P242
그냥 그곳에서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거예요. 프림 빌리지를 다시 만들 수 없다는 것도, 그런 곳은 오직 프림 빌리지뿐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식물들을 심었어요. 오직 그것만이 저를 살아가게 했으니까요. - P354
지수가 나를 되살렸을 때, 난 그에게 호기심이 생겼던 거예요. ...차라리 세상이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저에게는 구원자가 될 것을 요구하는 뻔뻔함이 흥미로웠죠.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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