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의 채식주의자 - 휘뚜루마뚜루 자유롭게 산다는 것
전범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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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전형적인 엘리트의 삶은 나쁘지 않다. 아니, 꽤 훌륭하다.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고 미래가 보장된 안정성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자체로 독특하지는 않다. (...)지나치게 결정론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55-56쪽)미국에서 소수민족이 되니 한국 민족주의의 이면이 보였고, 다른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도 하나둘 불식되어갔다. 내가 '한국인 이성애자 남성'이라는 정체성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싫었다. 그 울타리를 확장하는 일은 결국 공감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었다. 내가 미국 흑인이나 동성애자나 여성이 될 수는 없지만, 나와 그들이 결국 한 집단의 일원이라는 진리를 상기했다. 인류라는 집단.

전범선은 민사고를 졸업하고 아이비리그에서 유학한 '엘리트'지만 (사회적으로 기대되는)일반적인 엘리트의 길을 따르지 않는다. 사회구조를 공고히 하기보단 균열을 일으키는 활동을 지속한다. 그에게 이런 삶은 '휘뚜루마뚜루' 자유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해방촌의 채식주의자>는 '자유'를 외치는 글로 가득 차 있고 개별자의 자유, 그리고 특히 '모두'의 자유를 강조한다.

🔖(73쪽)자유는 무한한 게 아니라, 타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만큼만 허용한다는 것이 자유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그렇다면 타자의 부자유와 고통에 대해서 내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나의 자유가 소중하다면 타자의 자유도 소중하고, 그렇다면 그들의 해방도 중요하다. (...)여성해방운동, 게이해방운동, 장애해방운동 등 소수자 인권운동은 그래도 당사자들이 연대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비인간 동물은 그러지 못한다. 농장과 동물원과 실험실에 갇힌 동물을 보면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자유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모두가 해방되지 못한 세상에서 나만 자유롭다면, 그 자유란 정당한가?

전범선은 비건되기를 수행함으로써 자유를 찾아간다. 때로는 "남자가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쓰지" 따위의 말에 부딪치고 가로막히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두부 먹고 힘내서 조금이라도 더 시끄럽게 비거니즘을 떠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하긴, 21세기에 페미도 안 하고 비건도 안 하면 인류와 지구공동체를 위해 사는 사람이라고 말하기 좀 민망하지 않은가(반박은 댓글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졸업과 취준이라는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이런 주제들에 적극 동참하는 걸 미뤄두고 있었는데, 짭페미/짭비건 생활을 청산할 때가 된 것 같다. 나의 경제적 자유만이 아니라 모두의 전방위적 자유를 위해. 좋은 자극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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