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기 소년>으로 유명한 유은실의 새로운 동화 <멀쩡한 이유정>은 근래에 나온 동화들과는 그 분위기가 다르다. 동화들이 다들 해피엔딩을 고집하는 때에 유은실은 굳이 그것을 따르려 하지 않고 있다. 지금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만을 그릴 뿐이다. 

<멀쩡한 이유정>에는 모두 5개의 동화가 수록돼 있는데, 첫 작품은 ‘할아버지 숙제’다. 학교에서 할아버지에 대한 글을 써오라는 숙제가 있다. ‘나’의 친구들은 자기 할아버지가 회장이기도 하고 강도를 잡아서 유명하다는 자랑을 하는데 ‘나’는 아무 말도 못한다. 거의 아는 것이 없기에 막연하게 상상만 할 뿐이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막연한 기대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남은 것은 허탈함뿐이다. 왜냐하면 할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목이 쉴 때까지 마시는 주정뱅이였기 때문이다. 친구의 할아버지는 강도 잡다가 상처가 났다고 하는데 할아버지는 술 마시고 넘어져서 다쳤다고 하니 ‘나’의 마음이 어찌할지는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숙제는 어찌해야 할까? ‘나’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두 번째 동화 ‘그냥’의 주인공 진이는 잠시 고모네 집에 가게 된다. 엄마가 동생을 낳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모네 집은 작다. 작은데 사람은 많다. 꽤 불편할 수 있는 그곳에 간 진이는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 “그냥”이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 누가 왜 나가냐고 물어도, 왜 하냐고 물어도 그냥, 이라고 대답한다. 

마침내 집에 돌아가기로 한 날, 가족들은 진이가 불편했을까봐 걱정한다. 그러나 진이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고모네서 지낸 시간들이 편했고 고모네 집이 크게만 느껴진다. 왜 그런 것일까? 그냥 그런 것일까? 

표제작 ‘멀쩡한 이유정’의 유정이는 길을 잘 못 찾는다. 그래서 학교 끝나면 동생을 따라 집에 와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그냥 가버리는 일이 생긴다. 유정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아파트단지까지 오지만 그곳에서 집을 찾는 건 더 어렵다. 그래서 아는 어른에게 도와달라고 하려는데 그 어른이 먼저 길 모른다며 도와달라고 선수 친다면?  

유은실의 동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메시지가 있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주어진 환경이 멀쩡하지 않더라도 멀쩡한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가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컨대 ‘할아버지 숙제’에서 ‘나’가 주정뱅이 할아버지에 대해 쓰는 것이 그것을 보여준다. 

할아버지에 대해 자랑하고 싶었던 ‘나’는 결국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쓰기로 한다. 그리고 그것이 창피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회장이 아니어도, 강도를 잡지 않았어도, 할아버지는 내 가족이었던 할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자랑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안 것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중요하다는 걸 안 것이다. 

또 다른 동화 ‘새우가 없는 마을’의 ‘나’도 그렇다. ‘나’와 할아버지는 생활보호대상자다. ‘나’는 자장면이 먹고 싶어 죽겠다. 돈이 없다는 걸 알아도 먹고 싶다. 이런 마음을 알아서인가. 마침내 할아버지가 어렵게 돈을 모으고 절약해서 자장면을 사준다. 꿀맛 같은 맛을 느끼던 ‘나’는 또 새우가 먹고 싶어진다. 이번에도 할아버지가 어렵게 돈을 모으는데 자장면과 달리 새우는 먹기가 어렵다. 비싸기도 하거니와 먹는 곳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포기하려 한다. ‘내’가 떼를 부려도 어쩔 수 없다. 그럴 때 ‘나’는 어쩔 것인가? 가난을 욕할 것인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유은실의 동화는 다르다. 지금은 고작 새우깡을 먹는 처지지만 당당하게 나중에 기약한다. 물론 그때까지는 지금 이대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유은실의 동화는 착하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에 ‘건강’하다는 단어가 생각난다. 멀쩡하지 않은 세상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멀쩡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멀쩡한 이유정>, 다시 한 번 유은실 동화의 매력을 톡톡히 누릴 기회가 된다.

 

@2008.12.25 오마이뉴스 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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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 기자님의 허락을 받아 원문 그대로 올립니다. 원문을 확인하시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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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유정이에게 
 
우리 집은 문제투성이였다. 아빠는 아파서 집에 있고, 엄마가 나가서 돈을 벌었다. 엄마는 강도를 맨손으로 잡다 다친 뒤로 오른손 주먹을 쥐지 못했다. 장마철이 되면 연탄 광에는 물이 고였고, 엄마는 손이 저리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곧잘 부러움을 샀다. 백화점에서나 파는 옷을 입는데다, 엄마가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다 얻어 입은 옷이라는 걸, 아빠는 지체 장애인이라는 걸, 엄마랑 할머니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걸 친구들은 알지 못했다. 내가 홍수에 집이 떠내려가는 악몽을 자주 꾸는, 불안한 아이라는 것도.  

나는 친구들 눈에 ‘좋은 옷 입는 선생님 딸’로 비춰지는 게 좋았다. 우리 집은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내가 훌륭한 어른이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멀쩡해 보이려고 나는 무진장 애를 썼다.  

지금도 우리 집은 문제투성이다. 나는 훌륭한 어른이 되지 못했고, 가족이 겪는 문제를 거의 해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더 이상 멀쩡해 보이 애쓰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이 세상에 문제없는 사람도, 집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유정이만 했을 때 그걸 알았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멀쩡해 보이려고 애쓰는 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엉망진창인 세상을 살아가는 문제투성이 얘기 다섯 편을 담았다. 지금도 멀쩡해 보이려고 무진장 애쓰는 어린이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좋겠다.  

나와 함께 인생을 헤매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오늘도 엉망진창 책상 앞에서 졸기를 밥 먹듯 한  


유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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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국민작가 아지즈 네신은 풍자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풍자는 세계를 웃음거리가 되는 것으로부터 구제해 준다.”

 아지즈 네신의 풍자세계로 들어가 보실까요 ^^ 

 



 전설의 도둑고양이가 돌아왔다!

쿵수 마을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고양이 충반. 사실 충반에게는 고약한 버릇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도둑질이었다. 충반의 감쪽같은 도둑질 솜씨로 마을 사람들이 입는 피해가 극심했지만, 사람들은 변함없이 충반을 사랑해 주는데,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었다.  

사실 대개의 고양이는 도둑질을 한다. 하지만 충반처럼 혀를 내두를 만큼 지독한 얌생이꾼은 이제껏 없었다. 그런데도 쿵수 사람들이 충반의 도둑질에 마냥 관대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훔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다. 정작 수치스러운 일은 훔치다가 들키는 것이었다. 도둑질을 하다 들킨 사람들은, 어설프게 굴다가 일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크게 비웃음을 샀다. 심지어 이 마을에서는 도둑질을 못하는 남자는 아내를 건사할 능력이 없다고 해서 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이유로 충반은 쿵수 마을에서 영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다름 아닌 감쪽같은 도둑질 솜씨로.
  ……(중략)……
충반이 죽은 후 마을은 정적에 휩싸였다. 하지만 두 달 후, 기적이 일어났다. 가엾은 충반의 무덤 위에 위풍당당한 건물이 우뚝 솟았기 때문이었다.
  국·세·청!
쿵수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국세청 건물을 가리키며 한마디씩 했다. “충반의 혼이 부활했어!”       
                                ―19~21쪽 <도둑고양이의 부활> 중에서
 
당신의 적은 누구인가?  

베베리우스는 원로원과 정당에 상당히 자부심을 가진 순수 혈통 로마 인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고, 연극을 보고 평안한 하루를 보내던 그에게 갑작스레 위기가 닥쳤다. 바로 아들 카바키우스가 체포된 것! 그는 아들의 체포가 부당하다며, 이 일의 근원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페루스? 무엇 때문에 내 아들을 체포하려는 거지?”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모르겠네. 들리는 소문으로는, 자네 아들이 시를 썼다고 하더군. 그 시에 ‘로마로 가는 길이 닫혔다’라는 구절이 있다던데.”
“그게 무슨 잘못인가? 하수구를 온통 파헤치는 바람에 모든 길목이 막힌 건 사실이잖나?”
“잘못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라 해도 대놓고 얘기하면 종종 죄가 되는 수가 있잖은가? 메르시케키우스가 어쩌다 살해되었는지 기억하게나. 로마가 공화 정치를 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로마는 공화국이다.’라고 외쳤기 때문에 목숨을 잃었네.”                 

―40쪽 <당신을 선출한 죄> 중에서  

 개를 사랑한 카슴, 뇌물을 사랑한 재판관

  카슴은 열네 해 동안 함께 지냈던 개 카라바쉬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카라바쉬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르기로 한다. 카슴은 자신의 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는데, 관을 매장하려는 순간, 카라바쉬의 꼬리 때문에 들통이 난다. 율법에 어긋나는 일이라 재판관 앞에 끌려가 선처를 바라는 카슴. 그는 카라바쉬가 대단히 훌륭한 개였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자신이 행한 선행도 카라바쉬가 한 것이라고 둘러댄다. 카슴을 윽박지르던 재판관은 카라바쉬가 재판관 앞으로 금화 오백 냥을 남겼다는 유언의 내용을 듣고 한순간에 태도를 바꾼다. 

“이 미친놈아! 너는 다른 사람들이 너처럼 머리가 돌았다고 생각하느냐? 어떻게 개가 유언을 할 수 있단 말이냐?”
“재판관님, 제발 믿어 주십시오. 정말로 유언을 남겼습니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라고 했습니다.”
카슴은 주춤주춤하더니 허리춤에서 쌈지를 꺼냈다. 
“그리고 이 금화 오백 냥을 재판관님께 드리라고 부탁했습니다.”
카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재판관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신의 이름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겠네, 카슴 선생! 좀 더 말해 보시오. 고인이 무슨 말을 더 남겼나요? 제발 하나하나 다 읊어 주시오. 고인의 유언을 모조리 실행합시다. 그건 종교적으로 보나 뭘로 보나 선행 중의 선행이지 않습니까?”
                                    -84쪽 <개가 남긴 한 마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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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마른다. 가슴이 뛴다. 네 안의 모든 흐름이 빨라지는……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바로 그 시간, 친구가 되기 5분 전 

나오키 상에 빛나는 작가 시게마츠 기요시가 그려 내는
친구 사이, 그 완벽한 듯하면서도 한없이 위태로운 관계
  

 

 

‘마음이 자라는 나무’의 스무 번째 책 《친구가 되기 5분 전》은 일본의 인기 작가 시게마츠 기요시의 장편 소설입니다. 열 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혀 있는 연작 소설집으로, 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친구 사이의 갈등과 질투, 경쟁심, 집단의식과 그로 인한 개인의 소외감 등을 담담히 그려 내면서 성장통을 겪는 주인공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친구가 되기 5분 전》은 학창 시절 최고의 가치를 우정이라고 여기는 여느 ‘착한’ 성장 소설들과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작가는 ‘공동체 의식’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부당함을 지적하고, ‘친구 사이’라는 얼핏 완벽한 듯 보이면서도 한없이 위태로운 관계의 폭력성에 집중합니다. 그러면서 ‘진정한 관계란 과연 무엇이며, 그 안에서 나 자신을 어떻게 지켜 나가야 하는가’라는 만만치 않은 주제를 단정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때론 따뜻하고 유쾌하게, 때론 섬뜩하리만치 예리하게 빚어내고 있습니다.

 열 개의 이야기를 한데 모으는 중심인물은 뜻밖의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 이즈미 에미. 그녀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성장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타고 점차 주변 인물들로 시점이 옮아가는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몸이 아파 일 년에 반 이상은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유카, 세상에 없는 단짝이면서도 라이벌 관계인 후미와 모토, 친구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늘 우스운 행동을 일삼는 호타, 후배들보다 잘하는 것 하나 없다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토 등 한 번쯤은 같은 반이었을 것 같은 친근한 인물들은 에미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놓고 있습니다.

함께 쓴 우산_ 뜻밖의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 에미의 이야기

열한 살 생일에 새 목발을 선물 받은 이즈미 에미가 주인공이다. 하굣길에 갑작스레 비가 내리면서 같은 반 친구 다섯 명이 에미의 우산 속으로 뛰어든다. 에미는 비좁은 우산 속에서 몸이 젖는 것이 내심 속상했지만 친구들의 환심을 사는 게 싫지 않아서 참고 걷는다. 그러다가 신장병 때문에 학교에 잘 나오지 못하는 유카를 발견하고, 유카의 우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졸지에 목발 신며 마음의 문을 굳게 닫는다.

  “유카, 네가 모르는 거 같으니까 좋은 거 하나 가르쳐 줄게.”
  “응.”
  “미안하지만 그거, 반은 네 탓이야.”
  스스로도 놀랄 만큼 말이 술술 흘러나왔다. 너는 그 기세로 사고 직전의 일을 단숨에 설명했다. 유카는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난 왜 이리 한심할까. 너는 생각한다. 내 멋대로 친하지도 않은 주제에 우산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을 뿐인데. 유카는 아무 잘못도 없잖아. 그런 생각을 하니 오히려 말이 더 잘 흘러나온다.
  “네 탓이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26쪽에서

꼬인 위치_ 갑작스런 라이벌의 등장으로 골치가 아픈 후미의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에미의 남동생인 후미. 후미는 모든 분야에서 일등을 놓치지 않는 말 그대로 ‘엄친아’이다. 그러나 새로 모토가 전학을 오면서 최강자였던 후미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반 아이들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은근히 즐기면서도 둘의 실력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후미는 그런 모토가 밉기만 하고, 어떻게든 그를 이기려고 든다.

사진을 한 장만 더 찍자면서 누나가 손가락으로 정글짐을 가리키며 말했다.
“둘 다 내가 말하는 위치로 올라가 봐.”
너와 나카니시는 입체 격자 모양의 모서리 부분에 앉았다. 서로 외면하고 있는 형상으로, 단도 줄도 다르다. 누나가 ‘꼬인 위치’라고 가르쳐 주었다. 중학교 수학에 나오는 용어라고 한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두 개의 직선이 평행은 아닌데 교차하지 않아. 어긋나 있다고 할까, 공간의 안쪽 깊이가 다르다고 할까……. 아무튼 지금 너희 같은 관계를 꼬인 위치라고 해.” - 77쪽에서

 
카멜레온을 만나다_ 친구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개인기를 연마하는 호타 이야기

어느 무리에나 잘 섞이는 성격 좋은 호타. 화려한 언변과 개인기로 항상 반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호타는 자신만의 ‘비밀 노트’를 갖고 있다. 중학교 입학 이후, 개정판을 거듭한 비밀 노트는 사실 반 여학생 열아홉 명의 친밀도를 분석한 표이다. 호타는 누구누구가 친하고 또 누구누구가 앙숙인지를 매일매일 분석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성격 때문에 카멜레온이라는 비난을 받고 따돌림을 당한다.

쉬는 시간, 혼자 화장실에 갈 때의 그 허전함과 창피함을 잊지 못한다. 혼자 묵묵히 집으로 돌아갈 때의 쓸쓸함이나, 그걸 엄마한테 들킬까 봐 불안해 했던 기억은 아직도 가슴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마리는 진짜 ‘전쟁’을 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힘을 모두에게 과시하기 위한 제물이 한 명 필요했을 뿐이다. 너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분했다. 자신이 제물 정도의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몹시 분하고, 한심하고, 서글펐다. 결국 너는 네 역할을 대신할 대역을 만들었다. 그것도 동시에 두 명이나. - 97~98쪽에서

* 이 소설은 영화 <유어 프렌즈> 로도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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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푸른숲입니다.  


얼마전 저희 푸른숲에서 펴낸 회심의 역작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서평단을 모집합니다. (10분 모셔요~)
 


 
이 책은요, 교육학을 전공하신 이길상 선생님께서 세계 여러나라의 역사 교과서를 보고, 각 나라들이 ’한국을 과연 어떻게 그렸는가’에 대해 연구하신 책입니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요. 1부는 우리나라와 외교적으로 가까운 미국, 일본, 중국, 타이완, 홍콩등의 교과서를 먼저 탐구하고 있고, 2부에서는 라틴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호주, 기타 아시아 국가들의 교과서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는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우리는 명쾌하게 알 수 있겠죠. 교과서의 집필은 어쨌든 일반 책들과는 달리 한 나라 정부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때문에요. 또 어찌보면 교과서에 나온 내용이란란 하나의 인간이 태어난 후 가장 먼저 습득하게 되는 지식일테니까요.


아래는 다른 나라 교과서에서 한국에 대해 언급된 구절들입니다. 한 번 보실까요?
   

* 4, 5세기에 일본인들은 한반도 남해안에 작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다.
_ 《세계사》(미국, 톰슨/워즈워드, 2004)

* 1640년대에 한국은 중국 청 왕조의 속국이 되었다.
_ 《세계사: 인류의 유산》(미국, 홀트, 라인하르트 & 윈스턴, 2008)

* 북한의 침입에 대비해 서울 시내의 광고판들에는 레이더 설비가 감춰져 있다.
_ 《미래와 대면하다: 21세기 세계의 이슈》(캐나다, 옥스퍼드대학교출판부, 1998)
 
* 한국은 중국의 옛 영토였다가 1910년 일본에 합병되었다.
_ 《우리 시대의 역사: 전문가들의 관점》(멕시코, 에스핑헤, 2005)

* 한국은 암시장을 통해 재료와 기술을 도입하기만 하면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나라다.
_ 《1900년대 세계사》(이탈리아, 아틀라스, 2001)


이어서 책 내용을 한번 보시죠 ^^    
 

4월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은 여름 내내 전국 580여 개의 교과서 채택 지구를 순회하며 전시회를 열었다. 이는 교과서 채택에 참여하는 지역 관계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한 행사로, 전시회를 통해 일반의 의견을 들은 후 채택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일본의 교과서 채택은 공립학교와 국립 및 사립학교로 구분되어 진행된다. 공립학교의 경우 전국을 584개의 채택 지구로 나누어 각각의 교육위원회에서 그 지역의 학교들이 사용할 교과서를 선정한다. 반면에 국립학교와 사립학교는 광역단체장과 학교장이 협의하여 교과서를 선정한다. - 269쪽

(멕시코) 현지의 한국학 교수는 모두 일본학 전공자들이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멕시코의 한국학은 일본학의 식민지라고 표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멕시코 교과서에는 일제 식민 사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 299~300쪽

…… 특히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한국의 경험을 통해서 볼 때 ‘채무가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즉 외국에서 차관을 유치해 적절하게 사용한 것이 효과적인 경제 성장을 가져온 사례를 한국이 보여주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무래도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에게는 그런 부분이 많은 시사점을 주는 모양이다. - 316쪽

(북유럽) 국가들은 9년 전후의 의무 교육 기간에 사용되는 교과서는 자유 발행제에 따라 출판사별 경쟁을 통해 공급하고, 학부모와 교사의 의견에 따라 학교가 구입 및 대여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학생들이 1년간 사용한 후 반납한 교과서는 후배들이 다시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한번 출판한 교과서는 평균 4, 5년간 사용된다. - 385쪽  

어떠신가요,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에 대한 관심이 팍팍 늘지 않으셨나요? 주저말고 아래 댓글로 서평단 응모에 참여해주세요. 이 책을 읽고싶은 이유를 댓글로 달아주신 분들 중 10분을 서평단으로 모십니다.

기간: 2월 9일~2월 19일
발표: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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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비 2009-02-2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푸른숲 도서들은 다 청소년을 위한 게 많은 것 같다는 생각...
P.S:근데 이건 누가 운영하시나 궁금하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