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도시인은 숨어 있을 공간을 꿈꾼다
그 안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만을 위한 지구 위 단 하나의 공간, 작업실
나는 멀쩡한 사람들에게 작업실을 권한다!
『지구 위의 작업실』은 숨 가쁜 현대인의 로망을 일상으로 포섭한 한 남자의 일상, 오로지 작업실에서만 벌어지는 일상을 담고 있다. 한평생 작업실을 추구해온 저자가 난생처음 작업실이라는 세계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시작해서 현재의 작업실 ‘줄라이홀’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아침에는 회사로, 저녁에는 작업실로 출근했던 회사원 시절의 이야기, 그 공간에서 시를 쓰고 음반과 오디오를 섭렵하던 이야기, 그리고 마침내 지상의 햇살과 소리와 날씨와 결별하고 지하에 동굴을 파고 들어앉게 된 이야기.
삶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의 추구에 있다는 ‘행복 담론’에 휩쓸려 ‘공인된’ 재미와 의미와 가치에 매진하지만, 무언가 공허함을 느끼는 이들. 너무나 ‘멀쩡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의 다른 가능성을 꿈꾸라고, 조금씩은 미쳐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저자의 결론은 작업실이다. 작업실이 어디에 있든 간에, 그곳에서 무슨 작업을 벌이든 간에 중요하지 않다. 결재서류나 상사의 질책, 잔소리하는 아내, 소파에 벌렁 누워 있는 남편 등등 나를 둘러싼 외부가 모두 배제된 오로지 나만을 위한 단 하나의 공간에서, 사사롭고 비본질적인 행위에 몰두하며 되찾게 되는 어린 시절 놀이의 순수한 즐거움과 ‘나’라는 존재와의 맞대면은 현대인들에게 마지막이자 유일한 해방구라는 것이다.
죽어라고 건강을 챙기고 미친 듯이 레저를 즐기고 그 밖의 모든 시간에 일만 하는 멀쩡한 세상살이. 저축을 하고 재테크를 하고 노후 대비를 하는 현명함. 하지만 다들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냐고 얘기하는 저자는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을 재배치할 수 있는 자신만의 해방구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소개 _김갑수
작업실의 안과 밖에서 서로 다른 자아가 교대 근무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저자의 작업실 안쪽 이야기를 담았다. 유령들과 동거하며 로망, 키치, 센티멘털리즘과 벗하는 일상은 다소 별스럽되 모든 사람의 숨겨진 욕망에 가 닿는다. 하지만 정작 ‘작업실에서 무슨 작업을 하지?’ 하는 의문의 해답은 내려지지 않는다. 다만 작업실 바깥의 세상 사람들을 향해 ‘제발 조금씩은 미쳐달라’고 저자는 소망한다.
김갑수는 성균관 대학교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실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데뷔했고 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 『세월의 거지』를 출간한 바 있다. 주로 방송 진행과 강의, 원고 집필로 살아가는 프리랜서로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있다. SBS 「책하고 놀자」, KBS 「문화읽기」, CBS 「아름다운 당신에게」 등의 진행자와 KBS 「TV, 책을 말하다」, 「열린 토론」, MBC 「문화매거진21」의 고정패널 등 수많은 프로그램을 거쳤다. 현재는 TBS DMB 「아름다운 오늘」, K-TV 「인문학 열전」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의 「시가 있는 쉼터」 강의를 3년째 진행 중이며 각급 아카데미와 대학 특강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회평론집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 서평집 『나의 레종 데트르』, 음악칼럼집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삶이 괴로워서 음악을 듣는다』가 있고 그 밖에 다수의 공저가 있다. 대한민국 출판문화대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지구 위의 작업실
김갑수 저 | 푸른숲 | 2009년 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