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인터뷰]
마이 허니문 베이비, 《이준구 교수의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
         

지난 주  월요일, 저희 신간 《이준구 교수의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이하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벌써 재판을 찍는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오네요^^ 푸른숲의 새신랑 토닥토닥님의 첫 책 출간 기념, 재판 기념, 결혼 축하 기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작년 말 쯤에, 책들이 쭈욱 나열되어 있는 신간 계획표를 받았는데요. 눈에 쏙 들어오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알맹이가 파릇파릇했던 대학 신입생 시절, 이준구 교수님의 《경제학 원론》으로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거든요. 확인해보니까 지금은 개정판이 나와서 책 표지가 바뀌었던데, 그때는 파란색 표지였답니다. 이번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도 파란빛의 표지여서, 그때가 새록새록 떠오르더군요. 실은..학교 다닐 때, ‘경제학 원론’이 정말 힘든 과목이었습니다. 저희 교수님께서 매 수업시간마다 발표를 시키셨거든요. 앞에 나와서 경제학 원리들을 설명해야하는 거였습니다. 오 마이 갓! 분명 번호순으로 시키는 건데, 왜 그렇게 제 차례가 금방금방 돌아오던지요. 경제학 원리들은 아직도 잘..... 그치만 어쨌든 교과서의 집필자인 이준구 교수님의 이름만큼은 제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답니다. 하하

얼마쯤인가..전부터는 이준구 교수님이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어? 교과서 쓰시던 분인데, 칼럼도 쓰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칼럼과 교수님 홈페이지에 공개한 글들이 모여서 이 책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푸른숲에서요. 

서문은 여기서 마치고요, 주인공 새신랑 이정규님과의 인터뷰, 시작합니다. (참고로 4월 4일에 갓 결혼하셨습니다.)  
 

- 첫 책이 나왔는데, 감회가 어떠세요?
- 당황스럽기도 하구요(웃음). 처음 기획해서 낸 첫 책이라 감격스러워야 하는데, 바빠서 그럴 틈이 아직 없네요.(웃음)

그러나 그는 분명히 감격스러워하고 있습니다.

- 3일만에 재판을 찍으셨는데..
- 역시 당황스러워요. (웃음)
 

- 어떤 계기로 이 책을 기획하시게 되었나요?
- 경제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실생활에 꼭 필요한 문제니까요. 그러다가 대운하나 종부세에 대해 이준구 교수님이 쓰신 글을 봤어요. 그러다가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보게 되고, 거기 보니까 제자들이나 동료 교수들과 문답을 나눈 내용들도 읽어보았구요. 또 디시인사이드 사이트에 ‘경갤(경제갤러리)’라고 있는데, 거기에서도 ‘승리의 준쿠리(웹상에서의 교수님 별명)’라고 많이들 교수님 글을 언급하더라구요. 그래서 책을 해보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팀장님과 함께 찾아갔어요. 교수님께서도 마침 책을 내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으셨고, 그러면 지금까지 썼던 글들을 모아서 내보자..라고 이야기가 됐습니다. 원래는 삼고초려까지 생각했었는데, 흔쾌히 허락을 해주시더라구요. (웃음)
 

- 교수님의 글 중에 어떤 부분에서 가장 끌리셨나요?
-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거 같네요. 글을 쉽게 쓰시고, 또 굉장히 인간적이예요. 강의를 하시는 분이니까 전달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시죠. 노력도 많이 하시구요. 교수님 교과서 《미시경제학》은 개정판이 7쇄까지 나왔는데, 이것도 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나온 거라고 해요. 교과서도 일일이 교정을 다 보신다고 하구요. 
 

- 저는 책을 보고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각 장마다 ‘독자에게 드리는 글’이라고 한 꼭지씩 붙어있더라구요.
- 네, 그게 교수님 글쓰기의 특징이예요. 그리고 글에서 비분강개라고나 할까...그런 감정들이 충분히 느껴지죠. 종부세 위헌 판결이 났을 때, 미국 방문 중이셨는데, 그때 하시던 일을 작파(?)하고 ‘교과서를 다시 쓰라는 말인가’라는 글을 쓰셨죠. 그리고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서 설명을 하시구요.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게 지식인의 의무다..라는 생각도 갖고 계신 거 같아요.  


- 교수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 굉장히 젠틀하신 분이예요. 책 작업하면서 교수님 연구실을 몇 번 방문했었는데, 학생들이 정말 스스럼없이 찾아오더라구요. 다 자상하게 응대해주시고, 또 홈페이지에도 사람들이 질문을 올리면 다 일일이 답해주시구요.  

"경제학자들은 수필을 써도 이렇게 골치 아픈 것만 쓴다고 말하실지 모릅니다. 경제학의 별명이 ‘우울한 학문’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겠지요? 그러니 경제학자인 저도 늘 우울한 글만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교수님의 유머 코드와 인간적인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책 속 한 구절

- 책에서 여러 이슈를 다루고 있는데, 가장 관심이 가는 이슈는요?
- 아무래도 한미 FTA일듯 싶네요. 개인적인 생각과는 달랐지만 편집자로서 약간 다른 방식의 의견을 접했던 경험이었으니까요. 또 이 부분이 교수님의 입장, 혹은 시각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죠. 교수님은 한미 FTA를 찬성하는 입장이시거든요. 다른 필자들은 입장이 먼저 정해져있고, 거기에 따라서 글을 쓰죠. 독자들이 봤을 때, 그들이 대략 무슨 얘기를 할지 감이 오잖아요. 그런데 교수님은 철저히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원리 원칙을 따져서 합리적으로 이건 맞고, 이건 틀립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거니까요. 종부세같은 경우는 교수님이 종부세 납부 대상자이지만 종부세는 존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시거든요. 
- 6장 <시장주의자의 고백> ‘독자에게 드리는 글’에서

-<주택 가격 폭등의 진실, 그리고 해법>중에서  

"저는 스스로를 시장주의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류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에게 시장의 힘에 대한 신뢰는 마치 등록상표와도 같다고 말할 수 있지요. 솔직히 말해 진보의 성향을 갖는다고 하기에는 시장의 힘에 대한 저의 신뢰가 너무 큰 편입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시장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시장주의자로서의 제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한미 FTA, 걸어볼 만한 도박인가?>입니다. 자유로운 무역에서 얻는 이득은 이것이 갖는 문제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믿음이야말로 시장주의자에게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것입니다. 이 글에서 저는 그 믿음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스스로 시장주의자임을 고백한 셈입니다."

 "어떤 사람은 내가 종부세에 턱없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할지 모른다.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만약 지금 계획된 그대로 종부세가 부과되기만 한다면 주택시장 안정에 확실한 효과가 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 나의 학문적 명예를 걸고 어느 누구와도 자신 있게 내기를 할 용의가 있다."

- 예. 마지막 장 제목이 ‘시장주의자의 고백’이잖아요.
- 네. 처음에 그 제목을 만들어서 들고 갔을 때, 흔쾌히 동의해주셨죠. 

- 이런 이슈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교수님이 양쪽에서 공격받으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이쪽에서 보면 좌빨이고, 또 다른 쪽에서 보면 수구 꼴통이고요. (웃음)
- 그렇죠. 어떻게 보면 용기라고도 할 수 있겠죠. ‘시장주의자의 고백’에 보면 내가 좌빨이어서 이런 말 하는 게 아니다..라고 쓰셨어요. 그런데 서울대에서 ‘대운하 반대 교수모임’을 이끌고 계시는데, 이게 서울대 개교 이래로 가장 큰 단체 행동이라고 해요. 자신이 시장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다’라고 경제학 교수가 나설 만큼, 대운하는 정말 큰 문제인거죠. 

- 첫머리에 ‘마지못해 사회비평의 붓을 들다’라고 쓰셨던데요.
- 교수님은 30년 가까이 강단에 서신 분이고, 공부한 기간까지 합치면 거의 40년 정도를 경제학 외길을 걸으신 분이죠. 연구하고, 학생들 가르치고, 교과서 쓰시는 것에 대해 굉장히 행복해하세요. 누구는 교수님 교과서를 보고 ‘국정 교과서 만큼이나 오탈자가 없는’이라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웃음) 어쨌든 본인의 현재 삶에 대해서 굉장히 편하고,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렇게 사회적인 발언을 하시는 걸 보면, 절박함은 분명히 있는 거 같아요.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하는 상황인거죠. 

- 교수님 글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 배려와 소신? 배려는 아까도 말했듯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다는 거. 그리고 소신은 누구든 덤벼봐라하는 그런 도전을 받아들이는 태도랄까요? 자신의 신념에 따라 글을 쓰시죠.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자기 이름을 걸고 나가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계시고, 그만큼 자신의 작업에 대한 애착도 있으시구요.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에 괴리가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교수님은 그런 면에서 분명히 차별점이 있으신거죠. 

- 책이 나오고 나서, 바라는 게 있다면요?
- 교수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일단 독자들이 받아들였으면 좋겠구요. 종부세나 영어몰입교육이나 대운하 같은 여기서 다루는 이슈들에 대해서요. 그리고 경제가 굉장히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이지만 우리가 잘 모르고 있잖아요. 티비나 신문에서 무슨 용어가 나오면 그냥 무조건적으로 따라 쓰고 말이죠.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서 원칙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경제의 원칙이 뭘까..잣대나 기준이라는 것은 도대체 뭘까..같은거요.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이 말이 넘치는 사회라고 생각하는데요. 녹색, 휴먼, 뉴딜, 747...이런 근거나 원칙이 없는 장밋빛 말들이 넘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 논리의 허점을 짚어내면서 ‘사실은 그게 아니야’라고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원칙을 알고 자발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결혼, 신혼여행, 첫 책 출간(그래서 토닥토닥님은 스스로 이 책을 ‘허니문 베이비’라고 부르십니다.)을 거쳐 책 홍보일정을 열심히 소화하고 계신 토닥토닥님. 바쁘실텐데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멋진 사진 포즈도요^^

보너스~ 토닥토닥님의 책상 한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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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좀 더 긴밀하게 만날 수 있는 시간, 한 권의 책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이번 달에는 푸른숲의 인물열전, <BIOS 시리즈>를 만나봅니다. 이 시리즈를 기획하신 한예원 사장님의 사무실에 찾아가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교양인의 사장님으로 계신 분입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 어떻게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셨는지요.
- 푸른숲에서 평전을 쭉 진행했어요. 발자크 평전, 호치민 평전, 마르크스 평전, 히틀러 평전처럼 두꺼운 평전들이요. 사람을 느껴 보는 작업에 매력을 느꼈구요. 평전을 진행하다가 좀 더 대중적인 것들을 해보자 생각하던 차에, 미국 펭귄사에서 나온 펭귄 Lives 시리즈가 눈이 띄었어요. 펭귄 Lives의 저자들이 다 최고의 학자들이예요. 그리고 나와 있는 책을 보면 알겠지만, 기존 평전과는 약간 다른 인물들이라서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분량도 기존 평전보다는 얇은 편이고. 그래서 기획 회의에 올려서 멤버들끼리 궁금한 사람을 골랐어요. 처음에 시리즈를 시작할 때, 김용석 선생님께 작명을 부탁드렸어요. ‘BIOS'라고 지어주셨는데, 영어로 평전Biography의 줄임말이기도 하고 그리스어로 생명을 뜻한다고 해요.

 

- 평전의 매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평전을 읽어보면 역사를 알게 되기도 하고,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는 거 같아요. 평전에 나오는 인물들은 어쨌든 독특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인데, 멀게 보였던 사람들을 가깝게 느낄 수 있고, 뭘 고민했는가를 보면서 그 시대를 같이 겪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구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도 알 수 있고. 그냥 역사책은 거시적이고 한 단면만 보여주는데, 평전은 당시 상황 더 깊이 있게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 <BIOS 시리즈> 목록 중에 ‘말론 브랜도’가 굉장히 튀어요. (웃음) 어떻게 고르셨는지요.
- 관심이 갔어요. (웃음) 영화에서만 보던 사람이니까, 그 사람의 생애에 대해서는 모르니까, 몰라서 알고 싶었어요. 새로운 발견이었죠. 그리고 그 작가가 글을 굉장히 잘 썼죠.


- 프로필을 보면, 작가도 액터즈 스쿨 출신이더라구요.
- 네, 그렇죠. 배우 출신 저널리스트예요.

 

- BIOS 시리즈 소개를 보면 '최고의 인물, 최고의 저자, 최고의 번역자'라고 소개가 되어있던데, 번역자는 어떻게 선정을 하셨어요?
- 원래 쭉 저희랑 작업을 같이 했던 맡아주시던 분들이예요. (웃음) 그렇지만 그 분야에서는 최고라고 이름난 분들이구요. 시리즈 중에 버지니아 울프를 번역하신 안인희 선생님은 발자크 평전을 소개해 주신 분이예요. 발자크 평전이 굉장히 평이 좋았어요. 재미있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 이 책을 보고 나서 푸른숲의 팬이 됐다는 사람들도 있구요. 그 문장 자체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나도 한번 그런 문장을 써보고 싶다…’같은 반응들? 그런데 책 자체가 많이 나가지는 않았죠. (웃음)


- 아마도 정치가가 아니어서 그랬나 봐요. 문인이라서.
- 네, 대부분 정치가나 체 게바라 같은 혁명가들을 다룬 평전이 반응이 좋죠. 평전 독자는 대부분 남성 독자니까. 그래서 정치의 기술이나 처세, 권력 투쟁 이야기들을 다룬 책들이 잘 나가죠. 문필가나, 음악가들보다는요.

 

- 문필가나 음악가들의 이야기가 정치가 이야기보다 덜 재미있는 걸까요.
- 보면 재미있겠지만, 일단 인물 자체에 관심을 갖기까지가 어려우니까요. 평전을 읽으면 절반 앞부분이 재미있어요. 성공하기까지의 스토리이고, 성공 이후는 재미가 없더라구요. (웃음) 보면 좌절 없는 인물은 없어요. 앞의 절반이 그 좌절 극복기이죠. 부모를 일찍 잃는다던가, 불구가 된다던가, 사람에 따라서 실연도 굉장히 큰 좌절이예요. 성공 이후 권력을 가지게 되면 똑같이 못된 짓을 하죠. (웃음) 권력을 휘두르면서 균형 감각을 잃기도 하구요. 어쨌든 그래서 그 앞부분에 동일시하기가 쉬운 거 같아요. 훌륭한 인물이 그 권력을 획득하기까지,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 8권의 책 중에서, 어떤 인물이 가장 애착이 가시는지요.
- 다 관심이 가는데, 붓다 책을 내면서 붓다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원래는 카렌 암스트롱 (BIOS 시리즈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저자) 책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다른 책은 이미 나왔었고, 그래서 이 책으로 처음 작업을 하게 됐지요. 읽어보니까 인간 붓다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불교까지 관심 영역이 확대 되었죠. 그리고 이 책이 분량이 짧아도 내용이 굉장히 풍부해요. 또 붓다가 비유의 달인이잖아요. 자기가 스스로 깨닫고 나서 해주는 이야기들, 심오한 고민들을 간단한 비유로 풀어서 설명해주고 말이죠. 나에 대해서 알아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고 하는데, 요즘 심리학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과 같은 이야기죠. (웃음) 맥락은 다 같아요.

 

아직 한기가 다 가시지 않은 3월의 오후, 교양인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인터뷰는 재미있었습니다. 한예원 사장님께서 '번역서라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 게 없네.' 하시며 미안해하셨는데요. 충분히 좋은 말씀 많이 듣고 왔습니다. 그리고 저도 조금이나마 평전과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바쁜시간 쪼개서 인터뷰에 응해주신 한예원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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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책이 나왔다!

어지간히 마음 고생을 한 탓에 모두가 건넨 축하한다는 말에 흔쾌한 마음이 되지 못했다.그렇게 고생 고생하며 나와야 할 책이 아닌 것 같아서, 내가 아니었더라면 훨씬 쉽고 빨리 나왔을 것 같아서회사에 대한 죄책감과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그런 게 먼저 솟구쳤다이렇게 고생하고 나온 책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어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면, 이 책을 받아들고서 참 예쁘다, 참 대견하다, 스스로에게 참 고생했다고 말해주지 못한 미안함이 상쇄될 수 있으련만.. 그러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건, 이 책의 품질에 자신이 없어서는 절대 아니다.

 책을 만드는 동안 나 역시 우정과 친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절친한 친구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소재 자체는 극적이지만 이들이 쌓아온 우정의 얼굴은 언젠가, 어디선가 본 듯 우리에게도 낯이 익다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난 우정이란 동 시대를, 비슷한 공간을 살아가느라 '너도 거기서 나처럼 살고 있는 거지?' 마음으로 묻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한다책임 지고 책임 지우는 가족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나약함이나 현실적 곤란함을 친구도 똑같이 느끼고 있을 테니까. 어떻게든 그걸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테니까. 약간의 시차와 사안의 경미한 차이가 있을 뿐.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으면서도 그는 남은 가족에게 투정 한 번 부리지 않는다. 투정을 부린다고 안 받아줬을 가족이 아니겠건만, 가족은 그런 것이다대신 그는 친구에게 자신이 죽기 전에 해결해야 할 근심을 털어놓는다. 아무것도 안 먹는 남편에게 밀크셰이크를 만들어 가져다 주고서 먹지 못해서 어쩌냐고 대놓고 걱정하는 대신, 내가 애써 만들어주었는데 왜 안 먹느냐며 투정부리듯 눙쳐야 한다는 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가족 행동 지침이다. 하지만 어두운 밤이 되면 슬프고 외롭고 불안한 마음을 그는 친구에게 흐느끼며 털어놓는다. "내년에도 내가 살아있을 수 있을까?" 하며

하지만 이런 친구가 거저 얻어질 리가 없다. 이 책 속의 두 주인공은 다섯 살에 처음 만나 친구가 되었다. 한 친구가 죽은 나이는 쉰 여섯. 무려 50년 넘는 추억을 함께했다. 자신과 친구를 구별하지 못하고 구별할라치면 배신이라고 받아들이며 일탈과 반항조차 공유하는 10대의 우정을 지나, 두 사람이 전혀 다르게 존재하는 두 객체라는 것을 힘겹게 받아들이는 스물 초입, 그리고 각자의 사랑과 일에 매몰되어 우정 따위는 잊고 지내는 3, 40.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런 세월을 함께하지 않는 한, 그들의 애틋한 우정이란 없었으리라

나는 열여덟 무렵, 다른 대학에 진학하면서 밥이 잭을 따라 대학 신입생 절차를 밟으러 가는 길에 둘 사이를 어색하게 가로지르던 침묵이 바로 우정이라고 생각한다우리는 이제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고 인정하는 순간 친구관계가 깨지기라도 할 듯 조심스레 유지하는 그 침묵의 시간. 친구라는 건 어느 정도 배제를 전제로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우리는 ‘모두와 친구가 될 수는 없다내가 너를 인정하고, 네가 나를 인정하는 순간 우정은 완성된다. 밥은 잭을 떠나보내기까지 9개월 동안 그걸 했다고 생각한다. 네가 아프지만 그 아픔을 너처럼 아파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만약 우정이 우리가 알고 있는 관계 가운데 가장 완전에 가까운 것이라면 나는 그 점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친구를 떠나 보낸 밥은 그런 우정을 축복한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아무리 어려운 일도 서슴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건, 친구가 타인이기 때문이다.              

                                                                2008.12.18

푸른숲 편집부 기획팀 양화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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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저 결혼해요!”
이메일을 확인하다가 눈이 번쩍 뜨여서 바로 클릭을 했다. 최동헌이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내 아들도 아닌데 그가 결혼한다는 사실이 왜 이리 흐뭇한지, 후훗...... 최동헌이 누구냐면? 객관적으로는 내가 만든 책 《교과서보다 쉬운 세포 이야기》의 번역자다. 주관적으로는 ‘내가 발굴한 번역자’쯤 될까?

내가 푸른숲에 입사한 2002년, 그러니까 청소년팀이 막 생겨났던 그때는 모든 것이 참 막막했다. 청소년 도서 시장이란 말조차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았던 시절..... 중학교 국어 교사 경력 몇 해, 중학교 월간지 경력 몇 해가 이력의 전부인 나에게 단행본 시장, 그중에서도 청소년 책 시장은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처럼 아득하게만 와 닿았다. 그 당시 팀원 없이 혼자서 일하는 독립군이었던 나는 외서 검토를 맡길 데조차 변변히 없어서 별의별 궁리를 다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갖은 궁리 끝에 각 대학교의 홈페이지로 들어가 게시판에 외서 검토자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예상 외로 수많은 이력서가 모여들었고, 그중에서 몇몇 사람을 추려서 외서 검토를 맡겼다. 그리고 또다시 언어권별로 몇 사람이 추려졌다. 최동현은 일본어권에서 추려지고 남은 두 사람 중 하나였다. 

유전 공학과 일본어를 복수 전공한 대학 4학년생. 그야말로 파릇파릇한 풋내가 온몸에서 풍겨나오는 청년이었다. 외서를 몇 차례 검토하더니, 나중에는 스스로 아마존을 누비며 청소년 책을 골라 오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우리 회사에 나와서 빈자리를 옮겨 다니며 검색을 하기도 했다. 《교과서보다 쉬운 세포 이야기》역시 그가 그렇게 해서 고른 책이었다. 준 푸른숲 직원임을 자처하면서 넉살좋게 웃던 그에게 나는 망설임 없이 《교과서보다 쉬운 세포 이야기》의 번역을 맡겼다.

 

 

 

 

 

내가 발굴한 번역자가 발굴해내서 만든 책, 
《교과서보다 쉬운 세포 이야기》

 

황무지를 개척(?)하느라 무지무지 힘들었지만 참 행복하게 일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댄 채 긴 시간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모으는 것. 지금 의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그 역시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무언가에 몰입해서 자기 안의 모든 것을 쏟아 붓던 시절의 기억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것은 때로 삶의 충전기가 되어, 어려운 일이 닥쳐 한없이 바닥으로 까라질 때 다시 힘을 일깨워 주곤 한다. 

내게 책은 그런 것 같다.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호흡, 그 호흡이 가져다주는 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친다. 그들이 호흡의 한 박자를 놓치는 순간, 긴 시간 공들여 온 모든 것이 일시에 어그러져 버린다. 

그래서 나는 일을 할 때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방점을 찍는다. 책을 만들 때 같이 일하는 사람은 참 많다. 저자나 역자, 화가 외에도 책의 꼴을 갖춰 가는 데 각각의 중요한 몫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와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디자인팀, 제작팀, 마케팅팀, 홍보팀 모두 한마음이 되어야 지향하는 곳으로 곧바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책을 만들 때마다 과정 과정에서 함께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려고(?) 나름 무척 애를 쓴다. 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제대로 된 책을 만드는 기본이자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그들의 마음을 얻고 나면 참 든든하다. 굳이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알아서 세심하게 신경을 써 주는 대목이 많아지니까. 

‘어떻게든’ 앞에서 살짝 비굴해지는 건... 고백하자면 밥을 사 주겠다는 말을 여기저기 무지하게 날리고 다니기 때문에 가슴 한구석이 살짝 뜨끔해져서이다. 하지만 그 말이 공수표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진장 노력한다. 주머니가 텅텅 비는 한이 있어도 인심(人心)만큼은 놓쳐선 안 되겠기에.....

나의 꿈은? 내가 “바담 풍” 했을 때 “바람 풍인데요?”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지 않고 단박에 ‘바람 풍’으로 알아듣는 사람들과 함께 책을 만드는 것이다. 

전화벨이 울린다. 최동헌이다.
“팀장님, 내일 여자 친구랑 놀러갈게요. 밥 사주세요.”
나는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오케이를 날린다. 이렇듯 웃을 수 있게 해 주는 그에게 감사한다.



 푸른숲 편집부 청소년팀 팀장 책쟁이

"나는 욕심이 많다. 책을 만들 때마다 뼛속까지 샅샅이 훑어서 온 힘을 짜내어 들이부어야 속이 시원하다 그래야 이 세상 누구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책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내 욕심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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