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인터뷰]
마이 허니문 베이비, 《이준구 교수의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
지난 주 월요일, 저희 신간 《이준구 교수의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이하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벌써 재판을 찍는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오네요^^ 푸른숲의 새신랑 토닥토닥님의 첫 책 출간 기념, 재판 기념, 결혼 축하 기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작년 말 쯤에, 책들이 쭈욱 나열되어 있는 신간 계획표를 받았는데요. 눈에 쏙 들어오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알맹이가 파릇파릇했던 대학 신입생 시절, 이준구 교수님의 《경제학 원론》으로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거든요. 확인해보니까 지금은 개정판이 나와서 책 표지가 바뀌었던데, 그때는 파란색 표지였답니다. 이번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도 파란빛의 표지여서, 그때가 새록새록 떠오르더군요. 실은..학교 다닐 때, ‘경제학 원론’이 정말 힘든 과목이었습니다. 저희 교수님께서 매 수업시간마다 발표를 시키셨거든요. 앞에 나와서 경제학 원리들을 설명해야하는 거였습니다. 오 마이 갓! 분명 번호순으로 시키는 건데, 왜 그렇게 제 차례가 금방금방 돌아오던지요. 경제학 원리들은 아직도 잘..... 그치만 어쨌든 교과서의 집필자인 이준구 교수님의 이름만큼은 제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답니다. 하하
얼마쯤인가..전부터는 이준구 교수님이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어? 교과서 쓰시던 분인데, 칼럼도 쓰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칼럼과 교수님 홈페이지에 공개한 글들이 모여서 이 책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푸른숲에서요.
서문은 여기서 마치고요, 주인공 새신랑 이정규님과의 인터뷰, 시작합니다. (참고로 4월 4일에 갓 결혼하셨습니다.)
- 첫 책이 나왔는데, 감회가 어떠세요?
- 당황스럽기도 하구요(웃음). 처음 기획해서 낸 첫 책이라 감격스러워야 하는데, 바빠서 그럴 틈이 아직 없네요.(웃음)

그러나 그는 분명히 감격스러워하고 있습니다.
- 3일만에 재판을 찍으셨는데..
- 역시 당황스러워요. (웃음)
- 어떤 계기로 이 책을 기획하시게 되었나요?
- 경제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실생활에 꼭 필요한 문제니까요. 그러다가 대운하나 종부세에 대해 이준구 교수님이 쓰신 글을 봤어요. 그러다가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보게 되고, 거기 보니까 제자들이나 동료 교수들과 문답을 나눈 내용들도 읽어보았구요. 또 디시인사이드 사이트에 ‘경갤(경제갤러리)’라고 있는데, 거기에서도 ‘승리의 준쿠리(웹상에서의 교수님 별명)’라고 많이들 교수님 글을 언급하더라구요. 그래서 책을 해보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팀장님과 함께 찾아갔어요. 교수님께서도 마침 책을 내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으셨고, 그러면 지금까지 썼던 글들을 모아서 내보자..라고 이야기가 됐습니다. 원래는 삼고초려까지 생각했었는데, 흔쾌히 허락을 해주시더라구요. (웃음)
- 교수님의 글 중에 어떤 부분에서 가장 끌리셨나요?
-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거 같네요. 글을 쉽게 쓰시고, 또 굉장히 인간적이예요. 강의를 하시는 분이니까 전달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시죠. 노력도 많이 하시구요. 교수님 교과서 《미시경제학》은 개정판이 7쇄까지 나왔는데, 이것도 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나온 거라고 해요. 교과서도 일일이 교정을 다 보신다고 하구요.
- 저는 책을 보고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각 장마다 ‘독자에게 드리는 글’이라고 한 꼭지씩 붙어있더라구요.
- 네, 그게 교수님 글쓰기의 특징이예요. 그리고 글에서 비분강개라고나 할까...그런 감정들이 충분히 느껴지죠. 종부세 위헌 판결이 났을 때, 미국 방문 중이셨는데, 그때 하시던 일을 작파(?)하고 ‘교과서를 다시 쓰라는 말인가’라는 글을 쓰셨죠. 그리고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서 설명을 하시구요.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게 지식인의 의무다..라는 생각도 갖고 계신 거 같아요.
- 교수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 굉장히 젠틀하신 분이예요. 책 작업하면서 교수님 연구실을 몇 번 방문했었는데, 학생들이 정말 스스럼없이 찾아오더라구요. 다 자상하게 응대해주시고, 또 홈페이지에도 사람들이 질문을 올리면 다 일일이 답해주시구요.
"경제학자들은 수필을 써도 이렇게 골치 아픈 것만 쓴다고 말하실지 모릅니다. 경제학의 별명이 ‘우울한 학문’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겠지요? 그러니 경제학자인 저도 늘 우울한 글만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교수님의 유머 코드와 인간적인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책 속 한 구절
- 책에서 여러 이슈를 다루고 있는데, 가장 관심이 가는 이슈는요?
- 아무래도 한미 FTA일듯 싶네요. 개인적인 생각과는 달랐지만 편집자로서 약간 다른 방식의 의견을 접했던 경험이었으니까요. 또 이 부분이 교수님의 입장, 혹은 시각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죠. 교수님은 한미 FTA를 찬성하는 입장이시거든요. 다른 필자들은 입장이 먼저 정해져있고, 거기에 따라서 글을 쓰죠. 독자들이 봤을 때, 그들이 대략 무슨 얘기를 할지 감이 오잖아요. 그런데 교수님은 철저히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원리 원칙을 따져서 합리적으로 이건 맞고, 이건 틀립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거니까요. 종부세같은 경우는 교수님이 종부세 납부 대상자이지만 종부세는 존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시거든요.
- 6장 <시장주의자의 고백> ‘독자에게 드리는 글’에서
-<주택 가격 폭등의 진실, 그리고 해법>중에서
"저는 스스로를 시장주의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류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에게 시장의 힘에 대한 신뢰는 마치 등록상표와도 같다고 말할 수 있지요. 솔직히 말해 진보의 성향을 갖는다고 하기에는 시장의 힘에 대한 저의 신뢰가 너무 큰 편입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시장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시장주의자로서의 제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한미 FTA, 걸어볼 만한 도박인가?>입니다. 자유로운 무역에서 얻는 이득은 이것이 갖는 문제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믿음이야말로 시장주의자에게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것입니다. 이 글에서 저는 그 믿음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스스로 시장주의자임을 고백한 셈입니다."
"어떤 사람은 내가 종부세에 턱없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할지 모른다.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만약 지금 계획된 그대로 종부세가 부과되기만 한다면 주택시장 안정에 확실한 효과가 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 나의 학문적 명예를 걸고 어느 누구와도 자신 있게 내기를 할 용의가 있다."
- 예. 마지막 장 제목이 ‘시장주의자의 고백’이잖아요.
- 네. 처음에 그 제목을 만들어서 들고 갔을 때, 흔쾌히 동의해주셨죠.
- 이런 이슈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교수님이 양쪽에서 공격받으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이쪽에서 보면 좌빨이고, 또 다른 쪽에서 보면 수구 꼴통이고요. (웃음)
- 그렇죠. 어떻게 보면 용기라고도 할 수 있겠죠. ‘시장주의자의 고백’에 보면 내가 좌빨이어서 이런 말 하는 게 아니다..라고 쓰셨어요. 그런데 서울대에서 ‘대운하 반대 교수모임’을 이끌고 계시는데, 이게 서울대 개교 이래로 가장 큰 단체 행동이라고 해요. 자신이 시장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다’라고 경제학 교수가 나설 만큼, 대운하는 정말 큰 문제인거죠.
- 첫머리에 ‘마지못해 사회비평의 붓을 들다’라고 쓰셨던데요.
- 교수님은 30년 가까이 강단에 서신 분이고, 공부한 기간까지 합치면 거의 40년 정도를 경제학 외길을 걸으신 분이죠. 연구하고, 학생들 가르치고, 교과서 쓰시는 것에 대해 굉장히 행복해하세요. 누구는 교수님 교과서를 보고 ‘국정 교과서 만큼이나 오탈자가 없는’이라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웃음) 어쨌든 본인의 현재 삶에 대해서 굉장히 편하고,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렇게 사회적인 발언을 하시는 걸 보면, 절박함은 분명히 있는 거 같아요.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하는 상황인거죠.
- 교수님 글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 배려와 소신? 배려는 아까도 말했듯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다는 거. 그리고 소신은 누구든 덤벼봐라하는 그런 도전을 받아들이는 태도랄까요? 자신의 신념에 따라 글을 쓰시죠.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자기 이름을 걸고 나가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계시고, 그만큼 자신의 작업에 대한 애착도 있으시구요.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에 괴리가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교수님은 그런 면에서 분명히 차별점이 있으신거죠.
- 책이 나오고 나서, 바라는 게 있다면요?
- 교수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일단 독자들이 받아들였으면 좋겠구요. 종부세나 영어몰입교육이나 대운하 같은 여기서 다루는 이슈들에 대해서요. 그리고 경제가 굉장히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이지만 우리가 잘 모르고 있잖아요. 티비나 신문에서 무슨 용어가 나오면 그냥 무조건적으로 따라 쓰고 말이죠.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서 원칙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경제의 원칙이 뭘까..잣대나 기준이라는 것은 도대체 뭘까..같은거요.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이 말이 넘치는 사회라고 생각하는데요. 녹색, 휴먼, 뉴딜, 747...이런 근거나 원칙이 없는 장밋빛 말들이 넘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 논리의 허점을 짚어내면서 ‘사실은 그게 아니야’라고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원칙을 알고 자발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결혼, 신혼여행, 첫 책 출간(그래서 토닥토닥님은 스스로 이 책을 ‘허니문 베이비’라고 부르십니다.)을 거쳐 책 홍보일정을 열심히 소화하고 계신 토닥토닥님. 바쁘실텐데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멋진 사진 포즈도요^^
보너스~ 토닥토닥님의 책상 한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