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금발의 곱슬머리, 볼에 보조개가 들어가는

귀여운 소녀 셜리템플!




나와 나의 인형 친구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니?

김향이 인형 할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상처 받은 마음을 만져주신단다.

 

"내 꿈은 '동화 나라 인형의 집'을 짓는 거란다.

그동안 내가 만들고 모은 인형들로 꾸민 집 말이야.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놀러온 아이들에게 동화책도 읽어주고 인형극도 하면서 신나게 즐기는 거지. 오늘도 나는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인형을 동화 속 주인공으로 변신시킨단다. 그 인형은 또 얼마나 할 말이 많을까 궁금해 하면서. 이렇게 우리 집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어. 어때, 신나겠지?" _인형 할머니 김향이

간단 소개

500여 점의 인형을 소장한 키덜트(kid+adult)로 SBS 생방송 투데이(2006년, 668회)에 소개되기도 했던 저자의 별난 취미, 그리고 인형 박물관에서 동화 읽어 주는 작가 할머니로 남고 싶다는 평생의 꿈이 낳은 첫 산물,《꿈꾸는 인형의 집》. 아끼는 인형들로 자신의 집을 꾸미고, 남들이 버린 인형을 곱게 새 단장하는 걸 낙으로 여기는 자기 자신을 소재로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탄생시켰다.

인형이 들려주는 인형 이야기의 형식으로 써 내려간 이 작품은, 아역 배우 셜리 템플을 본떠 만든 주인공 셜리 인형을 비롯해, 이쁜이, 꼬마 존, 릴리 등 네 인형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를 통해, 한때 늘 함께 하는 절친한 존재였으나 지금은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린 존재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우리 주변의 작고 여린 존재들이 지닌 가치를 순하고 착한 언어로 이야기해 온 기존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비록 자신을 버렸으나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어 행복했던 인간과의 기억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사는 인형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를 통해 내가 가진 것들을 금세 싫증나 하거나 새롭고 자극적인 것들에 마음을 뺏겨 버리는 어린 독자들에게 나와 관계 맺었던 것들, 비록 낡았으나 손때 묻은 것들의 가치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책 만든 이

_지은이 : 김향이

어려서 병치레를 하느라 밖에서 뛰어놀지 못하고 방 안에서 인형 놀이를 했어요. 종이 인형은 시시해서 헝겊 인형을 만들어서 ㄷ리고 놀았고요. 엄마 나들이옷으로 인형 옷을 만들었다가 엉덩이를 맞은 적도 있어요. 엄마가 된 뒤에는 아이들에게 동화책 속 주인공 인형을 많이 만들어 줬답니다. 지금은 함ㄲ 인형놀이 하던 아이들이 훌쩍 커 버려서 혼자서 놀아요. 삼성문학상을 받은 《달님은 알지요》가 'MBC 느낌표' 선정 도서가 되었고 외국어로도 출간되었엉. 세종문학상을 받은《쌀뱅이를 아시나요》외에 《내 이름은 나답게》, 《나는 책이야》, 《우리 할아버지입니다》등 많은 책을 지었어요.

김향이 동화 사랑 www.kimhyange.com으로 놀러 오세요.



_그린이 : 한호진

책 속 주인공들과 마음 나누는 걸 즐겨요. 이 책의 그림을 그리는 동안 많은 고민에 빠져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책의 주인공인 셜리, 존, 이쁜이, 릴리의 슬픔을 잘 담아낼 수 있을까? 인형들이 들려주는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를 다 들었을 때, 진심을 다해 한 마디 할 수 있었어요. "셜리, 존, 예쁜이, 릴리 모두들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어." 그렇게 책 속 주인공들과 마주 보면서 웃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야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열심히 그림을 그린답니다. 그린 책으로 《별이 된 오쟁이》,《소리섬은 오늘도 화창합니다》등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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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고전 읽기, 정석은 없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역사 토픽 읽기


지금까지 어린이 역사책 대부분은 크고 중요한 사건과 인물을 위주로 서술해 왔다. 물론 역사의 큰 줄기를 만들어 온 사건과 인물 들을 통해 그 흐름을 파악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왕과 지배층을 중심으로 서술한 ‘위로부터의 역사’가 전부는 아니며, 당시 사람들의 삶이 담긴 작은 이야기 또한 역사임을 아는 것 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통한 기록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를 찾는 시도를 통해 역사를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이 역사책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동물이다. 코에 쭈글쭈글하고 긴 살덩이를 매단 코길이(11쪽), 먹물 통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꺼먼 물소(49쪽), 약주 한잔 걸친 것처럼 얼굴이 발그레한 원숭이(71쪽), 몸뚱이에 솜뭉치를 두른 것 같은 양(96쪽), 열두 띠 짐승들 모습을 모두 지닌 낙타(115쪽) 등 조선 사람들에게 요상하게만 보이는 동물들이 나타나, 사람을 밟아 죽이는 사고를 치고(코길이, 25쪽) 천방지축으로 날뛰어 골머리를 썩게 하고(물소, 56쪽), 시름시름 죽어가 애간장을 태운다(양, 104~106쪽). 그리고 이 낯선 생명체들과 이 땅에서 함께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조선의 생활상과 문화, 사회 구조를 알 수 있게 했다. 일본과의 외교 관계(코끼리, 28~29쪽), 활을 만들기 위해 정책적으로 물소를 수입한 일(물소, 59쪽), 나라의 중요한 제사 때 제사상에 올린 짐승(양, 103쪽) 등의 역사적 사실이 이야기 곳곳에 잘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작고 사소한 이야기를 통해 조선 사회의 요모조모를 읽어 나갈 수 있게 해 준다.


역사를 …… 발견하고, 상상하고, 그리고 탐구한다!
 

코길이가 한성(서울의 옛 이름)땅에 첫발을 디딘 건 1411년 음력 2월 22일, 조선의 3대 왕인 태종 때였어. 왕 앞에 도착한 일본 사신은 머리를 조아리며 이 커다란 선물을 바쳤지.

"불교에서 상서러운 동물이라 일컫는 코길이이옵니다. 우리 국왕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오니 물리치지 마옵소서."

뜻밖의 선물을 받은 태종은 떨떠름하게 웃었어. 일본 사신을 물린 뒤, 태종은 신하들을 불러 모았지. (중략)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햇던가......

궁에서 코길이 먹이 때문에 씨름을 하는 동안, 코길이에 대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팔도 사방으로 퍼져 나갔어. 이 소문이 경기도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코길이는 본디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았지.

"한성에 코길이란 짐승이 나타났는데, 몸뚱이는 집채만 하고, 거죽은 환갑이 넘은 늙은이처럼 자글자글 주름살투성이고, 눈은 초승달같이 가늘고, 코는 엄청 길어서 꼭 다리가 다섯 개 같더라니까. 게다가 다리통도 어찌나 굵은지 족히 한 아름은 될 듯싶더구먼."

하지만 충청도를 지나면서 코길이의 모습은 달라지기 시작했지.

"한성에 코길이란 짐승이 나타났대유. 몸뚱이는 남산만 허구, 거죽은 백 살 넘은 노인네처럼 쪼글쪼글 주름살투성이구, 눈은 반달처럼 갸름허구, 다리는 다섯 개나 달렸는디, 코는 다리에 붙어 있다지 뭐예유. 게다가 다리통은 어찌나 굵은지 꼭 아름드리 낭구가 걷는 것 같대유."

전라도에 이르러서는 생김새가 완전히 다른 짐승이 되고 말았어.

"아, 한성에 시방 쾨길이란 즘생이 나타났는디, 아, 몸집은 겁나게 커서 태산만 허고, 거죽은 천 살 넘은 산신령처럼 짜글짜글 주름살투성이고, 눈구녕은 보름달처럼 둥그렇고, 다리는 다섯 개나 달렸는디, 아, 글씨, 코는 발바닥에 붙어 있다는구만이라. 그라고 다리통은 월매나 굵직한지 꼭 천 년 묵은 낭구가 걷는 것처럼 보였단 말이시." (본문 15-17쪽)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사복시에서 청하기를, 잔나비를 위해 흙집을 짓고, 또 옷을 주어서 입히자 하옵니다. 잔나비처럼 상서롭지 못한 짐승에게 감히 사람의 옷을 입히다니요. 전하, 이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인 줄로 아뢰옵니다. "

"짐이 그리하라 일렀소."

성종의 말 한마디에 주위는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지. (중략)

"그렇다면 추위에 떠는 잔나비를 전하께서 모른 척 지나치시는 게 옳다, 이 말씀이오? 사람의 목숨만큼, 짐승의 생명 또한 소중하다는 걸 왜 모르시오." (중략)

"예판 대감 말씀대로 짐승의 생명이 소중하다면, 왜 잔나비에게만 옷을 내리십니까? 말이나 개, 소 등 다른 짐승들도 추위를 타긴 매한가지일 터인데요." (중략)

보다 못한 성종이 "어험!" 하고 큰기침을 했지. 그제야 두 사람은 이야기를 멈추고 성종을 바라보았어.

"연어가 목숨을 걸고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것도, 철새들이 해마다 옛 둥지를 찾아오는 것도 다 자기가 나고 자란 고향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오. 고향을 더나 홀로 이곳에 온 것도 불쌍한데, 추위에 얼어 죽게 할 수는 없지 않겠소." (본문 77~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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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각대통령 이어령 선생님의 ’맞춤형 생각법’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지난 오십 년 간 150여권의 저작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재를 날카롭게 진단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뜨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이 시대 최고의 메신저’ 이어령 선생의 첫 어린이 책이다. 이어령 선생은 《젊음의 탄생》 등의 저작물과 왕성한 강연을 통해 미래의 주역이 될 젊은이들에게 ‘창조적 사고’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피력해 왔다. 이 시리즈는 “생각을 바꾸고, 새롭게 기르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다양하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줄 아는 어린이, 남과는 다른 생각을 할 줄 아는 독창적인 어린이들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서 써 내려간 책으로, 이어령 선생이 생각하는 ‘대한민국 어린이들에게 맞는 창조적인 생각법’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풀어 낸 책이다. 

이 시리즈는 어린이들이 하루하루 만나는 모든 지식과 정보에서 생각을 발견하고 넓히고 응용하여, 나만의 창조적인 생각을 낳게 하는 방법들이 재미있고 풍성한 이야기와 철학적인 그림으로 구성되었다. 생각을 생각하기, 원리로 생각하기, 발명으로 생각하기, 한국말로 생각하기, 한국인으로 생각하기 등 생각의 개념 정리에서부터 생각 응용 방법까지 10권에 나누어 담았다.
 
이 시리즈의 강점은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서 찾은 놀라운 통찰에 있다. 옛이야기에서부터 신화, 역사, 인물, 예술과 과학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뻗어 나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매 권마다 부록으로 ‘테마별 생각 사전’을 두어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책의 내용을 응용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했다.  

세상은 요즘 어린이들에게 막연하게 ‘생각하는 힘’과 ‘창의력’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 잘하는 방법’은 배워도, ‘생각 잘하는 방법’은 배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어령 선생의 무궁무진한 지적 편력, 사물을 꿰뚫어 보는 예리한 통찰력, 거미줄과도 같은 상상력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어린이들 스스로 일상생활 속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함으로써, 어린이들이 ‘창조적 인재’로 자라나는 데 한 장의 지도가 되어 줄 것이다. 남과 다른 미래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이 책은 ‘창의력 교과서’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1권 생각 깨우기

  “그거 아니? 생각은 쓰면 쓸수록 커진다는 사실!”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에서 다윈의 발견까지……
  내 안의 잠든 생각을 깨워 줄 일곱 가지 생각 도구를 만난다 

 

 
  2권 생각을 달리자

   “내 안의 숨은 생각 지도를 찾아라!”
  칭기즈칸 이야기에서 만유인력의 법칙까지……
  내 생각을 달리게 해 줄 여덟 가지 생각 원리를 만난다 


  3권 누가 맨 먼저 생각했을까

   “때론 작은 생각, 엉뚱한 호기심 하나가 세상을 바꿔!”
  청바지의 발명에서 포스트잇 이야기까지……
  세상을 바꿔 온 발명과 발명 천재들을 만난다!  



  4권 너 정말 우리말 아니?

   “말을 알면 나를 알고, 나를 알면 세상이 보여!”
  ‘사람 살려’와 ‘헬프 미’의 차이는 뭘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의 의미는?
  우리말 속에 담긴 또 다른 말의 세계를 찾아 나선다! 



  5권 뜨자, 날자 한국인

  세계 시민으로서 지키고 키워 가야 할 우리의 가치!
  밥과 간장, 한복과 한옥 그리고 젓가락 이야기까지……
  그 속에 담긴 우리 고유의 생각과 문화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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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기 소년>으로 유명한 유은실의 새로운 동화 <멀쩡한 이유정>은 근래에 나온 동화들과는 그 분위기가 다르다. 동화들이 다들 해피엔딩을 고집하는 때에 유은실은 굳이 그것을 따르려 하지 않고 있다. 지금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만을 그릴 뿐이다. 

<멀쩡한 이유정>에는 모두 5개의 동화가 수록돼 있는데, 첫 작품은 ‘할아버지 숙제’다. 학교에서 할아버지에 대한 글을 써오라는 숙제가 있다. ‘나’의 친구들은 자기 할아버지가 회장이기도 하고 강도를 잡아서 유명하다는 자랑을 하는데 ‘나’는 아무 말도 못한다. 거의 아는 것이 없기에 막연하게 상상만 할 뿐이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막연한 기대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남은 것은 허탈함뿐이다. 왜냐하면 할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목이 쉴 때까지 마시는 주정뱅이였기 때문이다. 친구의 할아버지는 강도 잡다가 상처가 났다고 하는데 할아버지는 술 마시고 넘어져서 다쳤다고 하니 ‘나’의 마음이 어찌할지는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숙제는 어찌해야 할까? ‘나’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두 번째 동화 ‘그냥’의 주인공 진이는 잠시 고모네 집에 가게 된다. 엄마가 동생을 낳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모네 집은 작다. 작은데 사람은 많다. 꽤 불편할 수 있는 그곳에 간 진이는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 “그냥”이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 누가 왜 나가냐고 물어도, 왜 하냐고 물어도 그냥, 이라고 대답한다. 

마침내 집에 돌아가기로 한 날, 가족들은 진이가 불편했을까봐 걱정한다. 그러나 진이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고모네서 지낸 시간들이 편했고 고모네 집이 크게만 느껴진다. 왜 그런 것일까? 그냥 그런 것일까? 

표제작 ‘멀쩡한 이유정’의 유정이는 길을 잘 못 찾는다. 그래서 학교 끝나면 동생을 따라 집에 와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그냥 가버리는 일이 생긴다. 유정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아파트단지까지 오지만 그곳에서 집을 찾는 건 더 어렵다. 그래서 아는 어른에게 도와달라고 하려는데 그 어른이 먼저 길 모른다며 도와달라고 선수 친다면?  

유은실의 동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메시지가 있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주어진 환경이 멀쩡하지 않더라도 멀쩡한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가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컨대 ‘할아버지 숙제’에서 ‘나’가 주정뱅이 할아버지에 대해 쓰는 것이 그것을 보여준다. 

할아버지에 대해 자랑하고 싶었던 ‘나’는 결국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쓰기로 한다. 그리고 그것이 창피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회장이 아니어도, 강도를 잡지 않았어도, 할아버지는 내 가족이었던 할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자랑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안 것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중요하다는 걸 안 것이다. 

또 다른 동화 ‘새우가 없는 마을’의 ‘나’도 그렇다. ‘나’와 할아버지는 생활보호대상자다. ‘나’는 자장면이 먹고 싶어 죽겠다. 돈이 없다는 걸 알아도 먹고 싶다. 이런 마음을 알아서인가. 마침내 할아버지가 어렵게 돈을 모으고 절약해서 자장면을 사준다. 꿀맛 같은 맛을 느끼던 ‘나’는 또 새우가 먹고 싶어진다. 이번에도 할아버지가 어렵게 돈을 모으는데 자장면과 달리 새우는 먹기가 어렵다. 비싸기도 하거니와 먹는 곳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포기하려 한다. ‘내’가 떼를 부려도 어쩔 수 없다. 그럴 때 ‘나’는 어쩔 것인가? 가난을 욕할 것인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유은실의 동화는 다르다. 지금은 고작 새우깡을 먹는 처지지만 당당하게 나중에 기약한다. 물론 그때까지는 지금 이대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유은실의 동화는 착하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에 ‘건강’하다는 단어가 생각난다. 멀쩡하지 않은 세상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멀쩡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멀쩡한 이유정>, 다시 한 번 유은실 동화의 매력을 톡톡히 누릴 기회가 된다.

 

@2008.12.25 오마이뉴스 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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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 기자님의 허락을 받아 원문 그대로 올립니다. 원문을 확인하시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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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유정이에게 
 
우리 집은 문제투성이였다. 아빠는 아파서 집에 있고, 엄마가 나가서 돈을 벌었다. 엄마는 강도를 맨손으로 잡다 다친 뒤로 오른손 주먹을 쥐지 못했다. 장마철이 되면 연탄 광에는 물이 고였고, 엄마는 손이 저리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곧잘 부러움을 샀다. 백화점에서나 파는 옷을 입는데다, 엄마가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다 얻어 입은 옷이라는 걸, 아빠는 지체 장애인이라는 걸, 엄마랑 할머니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걸 친구들은 알지 못했다. 내가 홍수에 집이 떠내려가는 악몽을 자주 꾸는, 불안한 아이라는 것도.  

나는 친구들 눈에 ‘좋은 옷 입는 선생님 딸’로 비춰지는 게 좋았다. 우리 집은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내가 훌륭한 어른이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멀쩡해 보이려고 나는 무진장 애를 썼다.  

지금도 우리 집은 문제투성이다. 나는 훌륭한 어른이 되지 못했고, 가족이 겪는 문제를 거의 해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더 이상 멀쩡해 보이 애쓰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이 세상에 문제없는 사람도, 집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유정이만 했을 때 그걸 알았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멀쩡해 보이려고 애쓰는 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엉망진창인 세상을 살아가는 문제투성이 얘기 다섯 편을 담았다. 지금도 멀쩡해 보이려고 무진장 애쓰는 어린이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좋겠다.  

나와 함께 인생을 헤매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오늘도 엉망진창 책상 앞에서 졸기를 밥 먹듯 한  


유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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