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유정이에게
우리 집은 문제투성이였다. 아빠는 아파서 집에 있고, 엄마가 나가서 돈을 벌었다. 엄마는 강도를 맨손으로 잡다 다친 뒤로 오른손 주먹을 쥐지 못했다. 장마철이 되면 연탄 광에는 물이 고였고, 엄마는 손이 저리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곧잘 부러움을 샀다. 백화점에서나 파는 옷을 입는데다, 엄마가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다 얻어 입은 옷이라는 걸, 아빠는 지체 장애인이라는 걸, 엄마랑 할머니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걸 친구들은 알지 못했다. 내가 홍수에 집이 떠내려가는 악몽을 자주 꾸는, 불안한 아이라는 것도.
나는 친구들 눈에 ‘좋은 옷 입는 선생님 딸’로 비춰지는 게 좋았다. 우리 집은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내가 훌륭한 어른이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멀쩡해 보이려고 나는 무진장 애를 썼다.
지금도 우리 집은 문제투성이다. 나는 훌륭한 어른이 되지 못했고, 가족이 겪는 문제를 거의 해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더 이상 멀쩡해 보이 애쓰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이 세상에 문제없는 사람도, 집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유정이만 했을 때 그걸 알았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멀쩡해 보이려고 애쓰는 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엉망진창인 세상을 살아가는 문제투성이 얘기 다섯 편을 담았다. 지금도 멀쩡해 보이려고 무진장 애쓰는 어린이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좋겠다.
나와 함께 인생을 헤매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오늘도 엉망진창 책상 앞에서 졸기를 밥 먹듯 한
유은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