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마른다. 가슴이 뛴다. 네 안의 모든 흐름이 빨라지는……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바로 그 시간, 친구가 되기 5분 전
나오키 상에 빛나는 작가 시게마츠 기요시가 그려 내는
친구 사이, 그 완벽한 듯하면서도 한없이 위태로운 관계

‘마음이 자라는 나무’의 스무 번째 책 《친구가 되기 5분 전》은 일본의 인기 작가 시게마츠 기요시의 장편 소설입니다. 열 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혀 있는 연작 소설집으로, 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친구 사이의 갈등과 질투, 경쟁심, 집단의식과 그로 인한 개인의 소외감 등을 담담히 그려 내면서 성장통을 겪는 주인공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친구가 되기 5분 전》은 학창 시절 최고의 가치를 우정이라고 여기는 여느 ‘착한’ 성장 소설들과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작가는 ‘공동체 의식’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부당함을 지적하고, ‘친구 사이’라는 얼핏 완벽한 듯 보이면서도 한없이 위태로운 관계의 폭력성에 집중합니다. 그러면서 ‘진정한 관계란 과연 무엇이며, 그 안에서 나 자신을 어떻게 지켜 나가야 하는가’라는 만만치 않은 주제를 단정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때론 따뜻하고 유쾌하게, 때론 섬뜩하리만치 예리하게 빚어내고 있습니다.
열 개의 이야기를 한데 모으는 중심인물은 뜻밖의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 이즈미 에미. 그녀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성장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타고 점차 주변 인물들로 시점이 옮아가는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몸이 아파 일 년에 반 이상은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유카, 세상에 없는 단짝이면서도 라이벌 관계인 후미와 모토, 친구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늘 우스운 행동을 일삼는 호타, 후배들보다 잘하는 것 하나 없다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토 등 한 번쯤은 같은 반이었을 것 같은 친근한 인물들은 에미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놓고 있습니다.
함께 쓴 우산_ 뜻밖의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 에미의 이야기
열한 살 생일에 새 목발을 선물 받은 이즈미 에미가 주인공이다. 하굣길에 갑작스레 비가 내리면서 같은 반 친구 다섯 명이 에미의 우산 속으로 뛰어든다. 에미는 비좁은 우산 속에서 몸이 젖는 것이 내심 속상했지만 친구들의 환심을 사는 게 싫지 않아서 참고 걷는다. 그러다가 신장병 때문에 학교에 잘 나오지 못하는 유카를 발견하고, 유카의 우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졸지에 목발 신며 마음의 문을 굳게 닫는다.
“유카, 네가 모르는 거 같으니까 좋은 거 하나 가르쳐 줄게.”
“응.”
“미안하지만 그거, 반은 네 탓이야.”
스스로도 놀랄 만큼 말이 술술 흘러나왔다. 너는 그 기세로 사고 직전의 일을 단숨에 설명했다. 유카는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난 왜 이리 한심할까. 너는 생각한다. 내 멋대로 친하지도 않은 주제에 우산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을 뿐인데. 유카는 아무 잘못도 없잖아. 그런 생각을 하니 오히려 말이 더 잘 흘러나온다.
“네 탓이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26쪽에서
꼬인 위치_ 갑작스런 라이벌의 등장으로 골치가 아픈 후미의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에미의 남동생인 후미. 후미는 모든 분야에서 일등을 놓치지 않는 말 그대로 ‘엄친아’이다. 그러나 새로 모토가 전학을 오면서 최강자였던 후미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반 아이들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은근히 즐기면서도 둘의 실력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후미는 그런 모토가 밉기만 하고, 어떻게든 그를 이기려고 든다.
사진을 한 장만 더 찍자면서 누나가 손가락으로 정글짐을 가리키며 말했다.
“둘 다 내가 말하는 위치로 올라가 봐.”
너와 나카니시는 입체 격자 모양의 모서리 부분에 앉았다. 서로 외면하고 있는 형상으로, 단도 줄도 다르다. 누나가 ‘꼬인 위치’라고 가르쳐 주었다. 중학교 수학에 나오는 용어라고 한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두 개의 직선이 평행은 아닌데 교차하지 않아. 어긋나 있다고 할까, 공간의 안쪽 깊이가 다르다고 할까……. 아무튼 지금 너희 같은 관계를 꼬인 위치라고 해.” - 77쪽에서
카멜레온을 만나다_ 친구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개인기를 연마하는 호타 이야기
어느 무리에나 잘 섞이는 성격 좋은 호타. 화려한 언변과 개인기로 항상 반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호타는 자신만의 ‘비밀 노트’를 갖고 있다. 중학교 입학 이후, 개정판을 거듭한 비밀 노트는 사실 반 여학생 열아홉 명의 친밀도를 분석한 표이다. 호타는 누구누구가 친하고 또 누구누구가 앙숙인지를 매일매일 분석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성격 때문에 카멜레온이라는 비난을 받고 따돌림을 당한다.
쉬는 시간, 혼자 화장실에 갈 때의 그 허전함과 창피함을 잊지 못한다. 혼자 묵묵히 집으로 돌아갈 때의 쓸쓸함이나, 그걸 엄마한테 들킬까 봐 불안해 했던 기억은 아직도 가슴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마리는 진짜 ‘전쟁’을 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힘을 모두에게 과시하기 위한 제물이 한 명 필요했을 뿐이다. 너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분했다. 자신이 제물 정도의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몹시 분하고, 한심하고, 서글펐다. 결국 너는 네 역할을 대신할 대역을 만들었다. 그것도 동시에 두 명이나. - 97~98쪽에서
* 이 소설은 영화 <유어 프렌즈> 로도 만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