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국민작가 아지즈 네신은 풍자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풍자는 세계를 웃음거리가 되는 것으로부터 구제해 준다.”
아지즈 네신의 풍자세계로 들어가 보실까요 ^^

전설의 도둑고양이가 돌아왔다!
쿵수 마을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고양이 충반. 사실 충반에게는 고약한 버릇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도둑질이었다. 충반의 감쪽같은 도둑질 솜씨로 마을 사람들이 입는 피해가 극심했지만, 사람들은 변함없이 충반을 사랑해 주는데,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었다.
사실 대개의 고양이는 도둑질을 한다. 하지만 충반처럼 혀를 내두를 만큼 지독한 얌생이꾼은 이제껏 없었다. 그런데도 쿵수 사람들이 충반의 도둑질에 마냥 관대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훔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다. 정작 수치스러운 일은 훔치다가 들키는 것이었다. 도둑질을 하다 들킨 사람들은, 어설프게 굴다가 일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크게 비웃음을 샀다. 심지어 이 마을에서는 도둑질을 못하는 남자는 아내를 건사할 능력이 없다고 해서 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이유로 충반은 쿵수 마을에서 영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다름 아닌 감쪽같은 도둑질 솜씨로.
……(중략)……
충반이 죽은 후 마을은 정적에 휩싸였다. 하지만 두 달 후, 기적이 일어났다. 가엾은 충반의 무덤 위에 위풍당당한 건물이 우뚝 솟았기 때문이었다.
국·세·청!
쿵수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국세청 건물을 가리키며 한마디씩 했다. “충반의 혼이 부활했어!”
―19~21쪽 <도둑고양이의 부활> 중에서
당신의 적은 누구인가?
베베리우스는 원로원과 정당에 상당히 자부심을 가진 순수 혈통 로마 인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고, 연극을 보고 평안한 하루를 보내던 그에게 갑작스레 위기가 닥쳤다. 바로 아들 카바키우스가 체포된 것! 그는 아들의 체포가 부당하다며, 이 일의 근원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페루스? 무엇 때문에 내 아들을 체포하려는 거지?”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모르겠네. 들리는 소문으로는, 자네 아들이 시를 썼다고 하더군. 그 시에 ‘로마로 가는 길이 닫혔다’라는 구절이 있다던데.”
“그게 무슨 잘못인가? 하수구를 온통 파헤치는 바람에 모든 길목이 막힌 건 사실이잖나?”
“잘못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라 해도 대놓고 얘기하면 종종 죄가 되는 수가 있잖은가? 메르시케키우스가 어쩌다 살해되었는지 기억하게나. 로마가 공화 정치를 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로마는 공화국이다.’라고 외쳤기 때문에 목숨을 잃었네.”
―40쪽 <당신을 선출한 죄> 중에서
개를 사랑한 카슴, 뇌물을 사랑한 재판관
카슴은 열네 해 동안 함께 지냈던 개 카라바쉬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카라바쉬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르기로 한다. 카슴은 자신의 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는데, 관을 매장하려는 순간, 카라바쉬의 꼬리 때문에 들통이 난다. 율법에 어긋나는 일이라 재판관 앞에 끌려가 선처를 바라는 카슴. 그는 카라바쉬가 대단히 훌륭한 개였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자신이 행한 선행도 카라바쉬가 한 것이라고 둘러댄다. 카슴을 윽박지르던 재판관은 카라바쉬가 재판관 앞으로 금화 오백 냥을 남겼다는 유언의 내용을 듣고 한순간에 태도를 바꾼다.
“이 미친놈아! 너는 다른 사람들이 너처럼 머리가 돌았다고 생각하느냐? 어떻게 개가 유언을 할 수 있단 말이냐?”
“재판관님, 제발 믿어 주십시오. 정말로 유언을 남겼습니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라고 했습니다.”
카슴은 주춤주춤하더니 허리춤에서 쌈지를 꺼냈다.
“그리고 이 금화 오백 냥을 재판관님께 드리라고 부탁했습니다.”
카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재판관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신의 이름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겠네, 카슴 선생! 좀 더 말해 보시오. 고인이 무슨 말을 더 남겼나요? 제발 하나하나 다 읊어 주시오. 고인의 유언을 모조리 실행합시다. 그건 종교적으로 보나 뭘로 보나 선행 중의 선행이지 않습니까?”
-84쪽 <개가 남긴 한 마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