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
로런 그로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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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로런 그러프의 <아르카디아>라는 소설을 읽었단다. 책 앞표지만 보면 가볍고 유쾌 통쾌한 소설일 것 같았단다. 핑크빛 바탕에 꽃단장 그림이 그려진 귀여운 미니버스. 거기에 글씨체도 예쁘게… <오베라는 남자>와 같은 느낌이 드는 책표지라서, <오베라는 남자>와 같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어. 책표지와 달리 꽤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었단다. 유토피아를 꿈꾸던 이들이 결국 실패를 했다는 이야기라고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아빠가 너무 비약한 것일까. 아무튼 책표지와는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단다.

아르카디아는 고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한 지역의 이름이고, 현재도 그 고장의 이름으로 있대. 그렇다고 이 소설이 그리스의 아르카디아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아니란다. 그리스 신화에 아르카디아가 나오는데, 목신의 영토라고 했대. 숲의 신, 나무의 요정, 자연의 정령인 님프 등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목가적 낙원이라고 옮긴이가 친절하게 이야기해주는구나. 그렇게 낙원을 꿈꾸던 사람들의 이야기. 1960년대 미국 뉴욕주에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이 만든 공동체. 그 공동체의 이름이 아르카디아였단다. 그들은 그들만의 룰을 만들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었단다. 실화는 아니고, 가상의 공동체였지만, 당시 미국에는 실제로 여럿 공동체가 있었다고 하는구나.


1.

아르카디아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나서, 처음 태어난 아이 비트가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비트가 태어났을 때 아직 공동체에 제대로 된 시설이 없어서, 텐트를 치고 살거나 차 안에서 생활했어. 그들은 자신들을 자유민이라 부르며 공동 노동으로 공동 주택을 짓고 있었지. 아르카디아에서는 사유 재산도 없고, 공동 노동을 하고 공동 육아를 하는 등 그들 만의 룰이 있었단다. 그들만의 시스템을 하나하나 만들어간다고 할까.

비트의 원래 이름은 리들리 소럴 스톤인데, 태어날 때 아주 작게 태어나서 비트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부른단다. 비트의 아빠는 에이브이고 엄마는 해나인데, 해나는 비트의 동생을 임신했다고 유산을 해서 몸도 좋지 않았고, 우울증도 앓고 있었어. 기분이 가라 앉았을 때도 많았고 몸도 좋지 않아 임시 주택에만 있었어. 그런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처음에는 이해하던 다른 자유민들이 점점 해나를 좋지 않게 보았어. 일도 안하고 쉬기만 한다고 말이야. 이곳에서는 공동 노동이 필수인데 말이야. 한편, 공동 주택 공사가 끝나갈 즈음 비트의 아빠 에이브가 크게 다치고 말았단다.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불행히도 평생 불구의 몸을 갖고 살아야 했어.

아르카디아 공동체에서도 리더는 있었단다. 핸디라는 사람인데 그는 바깥 세상으로 공연을 하러 다니기도 했어. 그 수입은 공동체 운영하는데 썼고 말이야. 그런데 이 핸디라는 사람은 아빠가 생각하기에 자유와 방종을 좀 구분을 못하는 사람 같았단다. 그들이 표방하는 것이 자유이긴 하지만, 책임이 뒤따르지 않고, 공동체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혼자 결정하는 것도 있었어. 핸디에서 공식적인 아내 애스트리드가 있었지만 자유연애를 즐겼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이 공동체의 문제점은 핸디라는 사람이 리더라는 것

....


2.

세월이 흘러 어느덧 비트는 14살이 되었단다. 정신적 리더 핸디의 딸 헬레가 있었는데 비트 또래였단다. 헬레는 바깥 세상에 다녀오기도 했어. 비트가 헬레에게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 비트는 열 네 살이 되도록 아르카디아 안에서만 지내고 있었단다. 그들의 룰에 따라서 말이야. 아르카디아도 운영을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그들은 대마를 키워서 돈을 벌었어. 그런데 그 대마라는 것이 불법이다 보니 바깥세상의 경찰들이 아르카디아를 감시하곤 했어. 시간이 꽤 지나면서 공동체 안에 자유민들 간에 대립이나 갈등도 생겨났고, 핸디의 독단에 대한 불만들도 늘어났단다.

그 공동체에 들어오는 사람들에 무분별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범죄자들이 은닉의 목적으로 오는 경우도 있는 등 공동체 생활이 점점 삐그덕거렸어. 그래서 아르카디아를 떠나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났어. 비트 가족 바깥 세상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참아 보았지만, 결국 그들도 아르카디아를 떠나기로 했단다.


3.

바깥 세상으로 나온 비트... 또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었고, 헬레와 결혼을 했고, 세 살배기 딸 그레테가 있었어. 비트는 사진작가 겸 교수로 일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나. 아르카디아는 어떻게 되었냐고? 이미 오래 전에 그들의 세상은 붕괴되고 다들 뿔뿔이 흩어졌단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연락을 하면 지내고 있었어.

비트와 결혼을 한 헬레. 지금은 그녀가 없단다. 헬레는 9 개월 전에 산책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어. 헬레가 정신적으로 그리 건강하지 않고, 늘 힘들어했지만 세 살배기 딸을 두고 사라진다는 것은 너무 했구나. 비트는 홀로 딸을 키우면서 그런 생활에 적응하려고 했어.

또 세월이 그리고 2018년이 되었단다. 여전히 헬레는 돌아오지 않았고, 딸 그레테는 비트가 아르카디아를 떠났던 나이인 열 네 살이 되었단다. 반항기 있는 십대가 된 것이지비트의 엄마 해나는 루게릭 병에 걸리고 말았어. 근육이 위축되어 움직이지 못하다가 결국 죽고 마는 무서운 병이란다. 비트의 아빠 에이브는 여전히 휠체어 생활을 하시지. 그 옛날 아르카디아에서 사고 때문에 말이야. 해나와 에이브는 자신들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고 비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동반 자살을 시도한단다. 하지만 에이브만 죽고 해나는 실패하게 돼. 혼자 된 해나를 보살피기 위해 비트와 그레테는 해나의 집으로 온단다. 해나는 아르카디아가 있었던 지역에 살고 있었어. 비트는 엄마인 해나와 함께 그곳에 살면서, 옛날 아름답고 행복했던 기억을 되살렸단다. 비트는 그러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결국 엄마 해나는 죽고, 끝내 헬레는 돌아오지 않았단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은 2012년이란다. 그러니까 소설 속의 2018년은 지은이가 2012년에 생각했던 미래의 모습이지. 2018년은 이미 지나간 과거이지만, 소설 속 2018년은 마치 오늘날 2020년의 모습과 흡사해서 놀랐단다. 소설 속 2018년은 전 세계가 무서운 전염병이 창궐한 시대를 그리고 있었거든. 그런데 2020년 오늘전세계가 무서운 전염병과 싸우고 있잖아. 일상이 사라지고, 아니 전염병과 싸우는 모습이 일상에 된 세상. 얼른 코로나19가 사라졌으면 좋겠구나.


4.

자본주의 종말을 치달아가고 있는 세상. 이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 그런 것으로부터 탈피해서 뜻 맞는 사람들과 모여서 우리만의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공동체 생활. 하지만 그런 공동체 생활도 결국은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거야. 그러면서, 공동체 바깥의 생활, 그렇게 부조리하고 썩어빠진 곳이라고 생각했던 세상의 좋았던 점이 떠오르면서, 그리워 하게 되고결국 공동체 생활은 파탄이 나고 다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고... 또 다시 바깥 세상의 부조리함을 깨닫게 되는 반복.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면서도, 그래도 지구를 파괴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대안은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 소설이었단다.


PS:

책의 첫 문장 : 강가에서 노래를 부르는 여인들.

책의 끝 문장 : 이런 순간, 활짝 피어났다 희미해지며 지나가는 이 순간, 그는 그것으로 족하다. 세상은 모든 것이 안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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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6)

내 생각을 말해줄까? 공부는 꼭 너 같은 사람이 해야 한다. 둔하다고 했지? 송곳은 구멍을 쉬 뚫어도 곧 다시 막히고 만다. 둔탁한 끝으로는 구멍을 뚫기가 쉽지 않지만, 계속 들이파면 구멍이 뚫리게 되지. 뚫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번 구멍이 뻥 뚫리면 절대로 막히는 법이 없다. 앞뒤가 꼭 막혔다고? 융통성이 없다고 했지? 여름 장마철의 봇물을 보렴. 막힌 물은 답답하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를 빙빙 돈다. 그러다가 농부가 삽을 들어 막힌 봇물을 터뜨리면 그 성대한 흐름을 아무도 막을 수가 없단다. 얼마나 통쾌하냐? 어근버근 답답하다고 했지? 처음에는 누구나 공부가 익지 않아 힘들고 버벅거리고, 들쭉날쭉하게 마련이다. 그럴수록 꾸준히 연마하면 나중에는 튀어나와 울퉁불퉁하던 것이 반질반질 반반해져서 마침내 반빡반짝 빛나게 된다. 구멍은 어떻게 뚫어야 할까? 부지런히 하면 된다. 막힌 것을 틔우는 것은? 부지런히 하면 된다. 연마하는 것은 어찌해야 하지? 부지런히 하면 된다. 어찌해야 부지런히 할 수 있겠니?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으면 된다. 그렇게 할 수 있겠지? 어기지 않고 할 수 있겠지?


(53)

사의재(四宜齋)는 내가 강진에 귀양 와서 사는 집이다. 생각은 담백해야 한다. 담백하지 않으면 서둘러 이를 맑게 해야 한다. 외모는 장중해야 한다. 장중하지 않으면 빨리 단속해야 한다. 말은 과묵해야 한다. 과묵하지 않으면 바삐 멈춰야 한다. 동작은 무거워야 한다. 무겁지 않거든 재빨리 더디게 해야 한다. 이에 그 방에 이름을 붙여 사의재라 하였다. 마땅하다()는 것은 의롭다()는 뜻이다. 의로움으로 통제한다는 의미다. 나이가 들어감을 생각하다보니 뜻과 학업이 무너진 것이 슬퍼서 스스로 반성하길 바란 것이다. 이때는 가경8(순조3, 1803) 겨울 11월 신축일 초열흘, 동짓날이니, 실로 갑자년이 시작하는 날이다. 이날 <주역>의 건괘를 읽었다.”


(62~63)

아이가 글을 읽는 것은 대개9년이다. 여덟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가 그때다. 하지만 여덟 살부터 열한 살까지는 아는 것이 어리석어 책을 읽어도 맛을 모른다. 열대여섯 살쯤 되면 이미 음양에 대한 기호가 생겨 여러 가지 물욕으로 마음이 나뉜다. 실제로는 열두 살부터 열네 살까지 3년간 독서한다. 하지만 이 3년 중에도 여름에는 무더위로 괴롭고 봄가을로는 좋은 날이 많다. 아이들은 놀기를 좋아해서 모두 능히 독서만 할 수가 없다. 다만 9월부터 2월까지의 180일간이 독서하는 날이 된다. 3년을 합쳐 계산하면 540일이다. 여기에다 세시(歲時)의 놀이와 질병이나 우환으로 방해받는 날짜를 빼면 실제로 독서할 수 있는 대략 3백 일이다. 3백 일은 하루하루가 보배구슬 같고, 하나하나가 금옥과 다름없다. 하지만 조선의 어린이들은 모두 소미 선생의 <통감절요> 15책을 이 3백 일간의 양식으로 충당한다. 결국 평생의 독서가 이 책 한 질에 그치고 만나. 나머지 다른 책을 읽는다고는 해도 모두 대충대충 읽어 온전히 하지 못하니 족히 꼽을 것이 못 된다.”


(131)

생활을 꾀하는 방법은 밤낮으로 궁리해봐도 뽕나무 심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구나. 이제야 제갈공명의 지혜로움이 과연 가장 윗길임을 알겠다. 과일을 파는 것은 본래 맑은 이름을 지키는 일이기는 해도 장사꾼에 가깝다. 뽕나무 같은 것으로 선비의 명성을 잃지도 않고 큰 장사꾼의 이익을 얻게 되니, 천하에 이 같은 일이 다시 있겠느냐. 남쪽 땅에 뽕나무를 365그루 심은 사람이 있다. 이것으로 해마다 돈 365꿰미를 얻는다. 1 365일에 날마다 한 꿰미씩 써서 양식을 삼으니 평생 궁하지 않았다. 마침내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채 세상을 떴으니, 이 일을 가장 본떠 배워야 할 것이다. 그다음은 잠실(蠶室) 세 칸을 짓고 잠박(蠶箔) 7층으로 만들어라. 모두 스물한 칸에 누에를 길러 부녀자들이 놀고먹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니라. 올해 오디가 익었으니, 너는 소홀히 여기지 마라.”


(139)

- 공부는 밥 먹듯이 해야 하는 법이다. 숨 쉬듯이 하고, 습관처럼 해야지. 내가 그렇게 두고두고 일렀거늘

- 그리하겠습니다. 다시는 마음을 풀지 않겠습니다.

- 한동안 고성사로 올라가 지내거라. 안과는 당분간 떨어져 공부만 해야 한다. 시를 짓거든 내게 내려보내고. 날마다 목표량을 정해놓고 읽고 쓰도록 해라. 중간에 맥을 놓으면 공부도 덩달아 맹탕이 된다. 새잡이가 되고 만다. 이 길로 올라가거라. 알겠느냐?


(160-161)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은 처음에 종을 쳐서 시작하고, 끝에는 경()을 울려 마친다. 순순하게 나가다가 끊어질 듯 이어지며, 마침내 화합을 이룬다. 이렇게 해서 악장이 이루어진다. 하늘은 1년을 한 악장으로 삼는다. 처음에는 싹 트고 번성하며 곱고도 어여뻐 온갖 꽃이 향기롭다. 마칠 때가 되면 곱게 물들이고 단장한 듯 색칠하여 붉은색과 노란색, 자줏빛과 초록빛을 띤다. 너울너울 어지러운 빛이 사람의 눈에 환하게 비친다. 그러고서는 거둬들여 이를 간직한다. 그 능함을 드러내고 그 묘함을 빛내려는 까닭이다. 만약 가을바람이 한차례 불어오자 쓸쓸해져서 다시 떨쳐 펴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텅 비어 떨어진다면, 그래도 이것으로 악장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산에 산 지 여러 해가 되었다. 매번 단풍철을 만나면 문득 술을 갖추고 시를 지으며 하루를 즐겼다. 진실로 또한 한 곡이 끝나는 연주에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185)

- 아버님! 우리 풍속에서 집안의 촌수를 따지는 것은 고루하고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닐는지요?

- 삼촌이니 사촌이니 하는 것은 네 말대로 우리나라 풍속이다. 하지만 또 지극히 묘하고 정밀하다. 마땅히 정리(情理)상 우리나라 풍속이라 하여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 다만 촌수를 따지는 의미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숙부가 삼촌이 되는 것을 따져보자. 나와 아버지는 1촌이고,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또 1촌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동생은 또 1촌이다. 그래서 3촌이 되는 것이지. 4촌이나 6촌은 거슬러 증조부까지 올라가서 따져서 내려와 그 촌수를 헤아린다. 지금 사람들이 4촌과 6촌은 모두 나란히 놓고 옆으로만 따지려 들어, 끝내 4 6을 맞추기 못하니 또한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8촌의 경우는 고조부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내려와야 한다. 네가 시험 삼아 다른 사람에게 이를 물어보면 알게 될 게다.


(285)

깊은 산속에 살며 거친 옷에 짚신을 신고 맑은 못가에서 발을 씻고 고송에 기대어 휘파람을 분다. 집에는 좋은 거문고와 오래된 경쇠(맑은 소리를 내는 악기의 종류)를 놓아두고, 바둑판 하나와 책을 한 다락쯤 갖추어 둔다. 마당에는 백학 한 쌍을 기르고, 기이한 꽃과 나무, 수명을 늘이고 기운을 북돋우는 약초를 심는다. 이따금 산승이나 우객(羽客, 도사)과 서로 왕래하며 소요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아 세월이 가고 오는 것도 알지 못한다. 조야(朝野, 조정과 민간을 통틀어 이르는 말)가 잘 다스려지는지 어지러운지에 대해서도 듣지 않는다. 이런 것을 두고 청복(淸福)이라고 한다.”


(312)

제목은 <4 20일에 학포가 왔다. 서로 헤어진 지 이미 8년이 되었다>이다.

생김새는 내 자식이 틀림없는데

수염 자라 흡사 딴사람 같네.

집 편지 가지고 오긴 했어도

정말로 진짜인가 긴가민가해.”


(331~333)

예전 죽란(竹欄, 서울 명례방의 집 이름)에서 살 적에 내 성품이 국화를 사랑했다. 해마다 국화 화분 수십 개를 길러, 여름에는 그 잎을 살피고, 가을에는 그 꽃을 보았다. 낮에는 그 자태를 관찰하고, 밤에는 그림자를 감상했다. 무실선생(務實先生)이란 이가 지나는 길에 들렀다가 비난하며 말했다. “심하구려. 그대의 화려함이. 그대는 어째서 국화를 기르는가? 복숭아와 오얏, 매화가 살구 같은 것은 꽃과 열매를 두루 갖추고 있고. 나는 이 때문에 일삼아 이를 기른다네. 열매가 없는 꽃은 군자가 마땅히 심을 것이 못 되어.” 내가 말했다. “공께서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십니다그려. 형체와 정신이 오묘하게 합쳐져 사람이 됩니다. 형체만 기르면 정신이 굶주릴 수 있습니다. 열매가 있는 것은 입과 몸뚱이를 길러주고, 열매가 없는 것은 마음과 뜻을 즐겁게 하지요. 어느 것이든 사람을 길러주지 않음이 없습니다. 맹자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요? ‘대체(大體)를 기르는 자는 대인이 되고, 소체(小體)를 기르는 자는 소인이 된다고요. 어찌 반드시 입에 넣어 목구멍으로 삼킨 뒤라야 실용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대의 도리를 확충한다면 장차 농부라야 성인이 되겠고, 시를 외우고 글을 읽는 것은 모두 실속 없는 공부가 되고 말겠군요. 이 어찌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불가의 말에도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록 이도(異道)이기는 하나 지극한 이치가 담긴 말입니다. 또 어찌 이른바 실이 허가 아니며, 허가 실이 아닌 줄을 알겠습니까? 공자께서는 군자는 의리로 깨우치고, 소인은 이익으로 깨우친다고 했습니다. 주자가 육자정(중국 남송의 유학자 육구연)과 더불어 아호의 강석(講席)에서 이 뜻을 강론할 때, 사방에 앉았던 이들이 이를 위해 눈물을 흘린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많은 사람들이 모두 허를 살핌을 실이라 여기고, 이익을 깨우침을 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실로 분명하고 통쾌하게 이를 나눠 풀이하자 총명한 사람들이 모두 울었던 것입니다.”


(406-407)

황상이 마재를 떠나던 2 19일만 해도 다산의 용태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아침나절에는 감회가 일었던지 결혼 60주년을 돌아보는 시도 한 수 지었다. <회근시>가 그것이다.

눈 돌리는 사이에 예순 해가 지나가니

복사꽃 짙은 봄빛 신혼 때와 비슷하다.

살아 이별 죽어 이별 늙음만 재촉하고

짧은 근심 긴 기쁨에 임금 은혜 감격하네.

이 밤에 목란사(木蘭詞)는 가락이 더욱 좋고

그 옛날의 <하피첩>엔 먹 자국이 남았구나.

갈라졌다 되합쳐짐 내 형상 그대로라

합환 술잔 남겨두어 자손에게 주리라.”


(543-544)

황상은 정학연의 죽음을 통곡하며 <곡정감역> 3수를 지었다. 셋째 수만 읽겠다.

이재 완당 산천 공의 좌석에 함께하니

노둔한 말 천리마 터럭에 붙었다고 말들 했지.

만리장성 무너져서 몸은 위태로운데

늦봄이라 꽃 시들고 빗소리는 수런수런.

집 일으킨 큰 사업이 어이 부끄러우랴만

동각의 유편(遺編) 앞에 머리 자주 긁적였지.

시문 어이 일삼으리 휘파람만 그저 불며

남은 인생 다만 그저 술 마시며 울 뿐일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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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외국어 - 모든 나라에는 철수와 영희가 있다 아무튼 시리즈 12
조지영 지음 / 위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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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평이 괜찮아 주문 버튼을 눌렀단다. 그리고 아빠가 요즘 영어 공부에 관심이 많거든. 관심은 많은데 실력은 늘지 않고그리고 몇 달 전 마음 먹었던 결심이 서서히 힘이 풀리고그래서 마음을 다시 잡아보고자 하는 마음도 있어서 이 책을 읽은 거야.

아무튼 외국어. .. 요즘 책 제목에 아무튼이라는 말을 넣는 게 유행인가? 이런 생각을 했단다. 아빠가 작년에 <아무튼, >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거든. , 책을 받고 보니…. 아무튼 시리즈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단다. <아무튼, >, <아무튼, 외국어> 모두 아무튼 시리즈였어. 놀랍게도 <아무튼 외국어>는 아무튼 시리즈의 열두 번째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검색을 해보니 최근에는 수십 개의 아무튼 책이 있는 것 같아. 김혼비라는 작가에 큰 기대를 걸고 읽었던 <아무튼 술>에 실망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 <아무튼, 외국어>라는 책도 살짝 선입견이 있었어. 별로일 것 같아, 책도 얇고 구성도 내 스타일이 아니야이러면서 책을 펼쳐 들었어. 솔직히 반전은 없었단다. 딱 예상한 수준의 책이었단다.


1.

지은이 조지영님은 대학교 때 불문과를 전공했다는구나. 그러니까 프랑스어를 배웠다는 이야기이지. 그렇다고 프랑스어를 아주 잘 하는 편은 아니래.(겸손일 수 있지만…) 또 그렇다고 영어를 아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관한 책을 쓰게 된 것은 지은이의 취미가 외국어 배우기라고 하는구나. 한 개 언어를 통달할 때까지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당연한 언어를 조금씩 배운다는 거야. 중국어, 일본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또 뭐가 있었지? 참 다양한 언어를 조금씩 맛보듯 공부를 하다니사실 아빠로서는 이해가 가질 않더구나. 아무리 취미라고 하지만 말이야.

외국어가 다 그렇지만, 동사 부분에 오면 큰 장벽을 만나게 된단다. 그렇지, 공감이 되더구나. 우리나라 동사 체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 학장시절 아빠를 괴롭혔던 과거완료. 갑자기 옛 생각이 마구 떠오르는구나. 맞다, 대과거라는 해괴망측한 말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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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외국어의 평화를 잠식하는 것은 대체로 동사라는 막강한 빌런의 공이 크다. 마치 공부를 잘해도 수학을 못하면 크게 힘(?)을 쓰지 못하는 것처럼, 언어를 잘한다는 것은 동사를 잘 구사한다는 뜻과 많이 다르지 않다. 우선 동사가 제 역할을 하려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주어가 하나인지 둘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중요하고,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영어에서 완료시제를 배울 때, ‘have+pp’라는 공식을 암기했던 사람들은 과거-현재-미래 말고도 또 다른 시간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나마 경험했을 것이다. 외국어를 배울 때 고생문이 열리는 지점은 그러니까 바로 이런 순간, 시제를 배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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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은 지은이가 다양한 외국어를 공부하면 생긴 에피소드와 외국 여행 경험담을 주로 담고 있단다. 아빠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영어 공부에 대한 운동화 끈을 조여 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랬지만, 그 정도까지의 생각은 들지 않았단다. 그냥 아빠의 의지로 영어 공부에 대한 마음을 먹어야겠구나.


2.

문득 아빠도 아무튼아라는 말을 자주 쓴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예전에 아무튼이 맞냐? ‘아뭏든이 맞냐?  고민을 한 적도 사실 있었는데, 요즘에는 알아서 맞춤법을 알려주어 아무튼이 옳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지. 아무튼 아빠는 아무튼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아. 화제 전환하기 딱 좋거든.. 가끔은 맞춤법이 맞지 않다고 빨간 줄이 그어지지만, 줄여서 암튼도 쓰곤 하지.

아무튼, 아무튼, 아무튼, 오늘 독서 편지는 끝!


PS:

책의 첫 문장 :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는 내게는 좀 특별한 영화다.

책의 끝 문장 : 외국어 배우기 책을 써야 할 사람은 실은 내가 아니라, S였던 것이다.


나는 강박적으로 모호함을 싫어하는, 융통성 없는 이 언어를, ‘어제의 세계’를 기억하는 말들을, 좀더 알고 싶어졌다. 츠바이크의 작별 인사를 언젠가 독일어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은 소박하지만 영 허황된 바람도 생겼다. 무엇보다 독일어를 공부할 때는 이 언어가 나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서인지, 교양이 올라가는(?) 느낌마저 든다. 대단한 대가가 되는 일 같은 건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일, 열심히 해도 잘하기는 쉽지 않은 일, 무엇보다 꼭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매달리고 싶어지는 그런 때가 있다. 요약하면 그것이 바로 ‘쓸데없는 일’의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다. - P72

정말로 스페인어는 정다운 언어 같다고 생각한다. ‘한’이라는가 ‘정’이라는 정서, 혹은 ‘효’라는 개념이 우리한테만 있는 특산품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코코>만 봐도, 거기도 있을 거 있다. 한도 있고, 정도 있고, 심지어 그 효도 있고 그렇다. 스페인어를 들으면, 정말이기 독일어는 세상 무뚝뚝하고, 프랑스어는 살짝 간질거리는 것 같고, 영어는 새삼 밍밍하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스페인어는 확실히 모음으로 끝나는 단어가 많아서인지 부드럽기도 한 느낌이다. 그래서 노래하기에도 좋은 언어인 것 같다. - P88

그러므로 쓸 일도 없는 불어를 기억하려고 애쓰고, 뜬금없이 독일어 관사와 씨름을 해대고, 일드의 명대사를 반복하거나 스페인어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중국어 성조를 외우며 고개를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은 떠나지 않고, 떠난 척해보고 싶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도 같다. 키에르케고르 원서를 읽어보겠다고 무심하게 네덜란드어를 하나 마스터하신 서강대 철학과 강영안 교수님이나, 혹은 그 바쁜 스케줄에도 중국어, 영어, 일어로 유창하게 비즈니스를 이끌어가는 빅뱅의 승리 씨처럼 언어 감각이 탁월하거나 부지런하지는 못한 까닭에, 나의 외국어들은 대체로 그저 아장아장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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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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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정유정님의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단다.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분이셔. 우리나라 여성 작가들 중에 드물게 장르 소설을 쓰시는 분이지. 그분의 소설들을 장르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아빠가 느낀 바로는 그랬어.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떠들썩하잖아. 그러다 보지 정유정님의 소설 중에 <28>도 생각이 나더구나. 전염성과 치사율 높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는데, 그 소설 속과 달리 우리나라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번에 읽은 정유정님의 <진이, 지니>라는 소설은, 정유정님이 좀더 새로운 분야로 발걸음 내디딘 것 같구나. 판타지라는 영역으로 말이야.

1.

주인공 이진이. 영장류 센터 연구원. 새로운 길을 가기로 결심함. 마지막 근무.

그렇지, 늘 이런 날 일이 생기지. 센터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불법 사설 동물원에서 불이 나고 여기서 탈출한 침팬지 한 마리가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다고이진이의 스승은 진이에게 도움을 청하고, 같이 갔어. 진이는 그 침팬지를 구했는데, 자세히 보니 침팬지가 아니고 보노보였어. 보노보는 침팬지와 비슷하지만 사람과 더 가까운 영장류란다. 마취총에 잠든 보노보를 데리고 영장류 센터로 오면서, 진이는 그 보노보에게 지니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어. 그런데, 뜻밖에 교통사고진이는 정신을 잃었단다.

또 다른 주인공 민주. 만년 백수. 고시원에서 만난 선배 때문에 알게 된 영장류 센터에 왔다가 밤이 늦어 근처 산에서 노숙을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크락션 소리에 잠을 깨고그냥 모른 척 할 수 없어서 가보았더니. 사고 난 차량에 운전사만 혼자 정신을 잃고 있었어. 신고만 하고 하고 응급차 오는 소리를 듣고 자리를 피했단다.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린 진이. 자신이 나무 위에 걸려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영장류 센터로 갔어. 그런데 자신의 몸과 행동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불길한 예감으로 거울을 보았는데, 지니의 몸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진이의 영혼이 지니의 몸으로 들어온, 그런 거지.(아빠가 그래서 이 소설이 환타지 요소가 있다고 한 것이란다.) 그는 센터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몰래 듣고, 실제 자신이 중태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센터의 사람들이 진이의 영혼을 한 지니를 보고 한바탕 난리가 나고, 진이는 도망을 갔단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2.

진이는 산속을 헤매다가 민주를 만났단다. 어렵게 민주에게 자신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었어. 민주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그런데 키보드까지 사용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보노보를 하니, 안 믿을 수가 없었지. 그리고 그 사람이 민주가 어제 영장류 센터에서 본 친절한 그녀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 진이는 자신의 육체가 있는 병원에 가면 다시 영혼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민주에게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했단다. 민주는 처음에 꺼렸지만, 돈을 준다기에그렇게 한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돈은 큰 의미가 없어지게 된단다. 민주는 배낭에 진이를 넣고, 진이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갔어. 그런데, 일이 벌어졌단다. 지니가 돌아온 거야. 그러니까 말이야. 진이의 영혼이 지니의 몸에 깃들어 있었는데, 여전히 지니의 영혼도 같이 있었던 것이란다. 영혼이 완전히 뒤바뀌어. 지니의 영혼이 중태에 빠진 진이의 몸에 들어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지니의 몸에 진이의 영혼과 지니의 영혼이 공존하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언제 두 영혼이 교차할 지도 모르고.. 이렇게 병원에서 갑자기 지니의 영혼이 지니의 몸을 지배하게 되자,병원은 당황한 보노보의 출현으로 난리가 나게 된단다. 그렇게 지니의 영혼이 지니의 몸을 지배하게 되면, 진이의 영혼은 어디에 있을까. 그 사이에 진이의 영혼은 지니의 과거 속에 있었단다. 지니가 살아온 과거를 볼 수 있었어.

….

민주는 다시 사라진 지니를 찾으려고 노력했단다. 한참 만에 찾은 지니는 다시 진이의 영혼을 하고 있었지만, 많이 지쳐 있었단다. 이젠 병원에서 한바탕 난리를 친 보노보를 찾으려고 하는 관계기관 사람들도 있어서 숨어 다니기도 쉽지 않았어. 언제 또 지니의 영혼을 갖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야. 진이의 영혼과 지니의 영혼이 교차를 거듭할수록 진이는 지니에게 동화되어가는 것을 느꼈단다.

3.

민주는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진이의 상태를 알아보았어.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가망이 없다는 의료진의 이야기를 들었단다. 그런데, 진이는 그런 육신으로 꼭 들어가야 하는가. 실제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어떤 감정일까. 자신이 보노보의 모습으로 살 수 있고,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곧 죽을 수 있는 상황. 진이는 자신뿐만 아니라 지니도 생각하게 된단다. 자신으로 인해 지니는 또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우여곡절 끝에 진이의 영혼은 다시 자신의 몸을 찾아가게 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단다.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기 전 진이는 민주에게 부탁해서 지니가 고향인 콩고로 돌아갈 수 있게 부탁을 했어. 민주는 그 약속을 지키고. 그러면서 이야기는 끝이 났단다.

….

아빠가 요즘 이상하게 동물들이 좋아졌단다. 그래서 가끔 동물들 동영상도 보곤 하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보노보 영상도 한번 찾아왔단다. 보노보뿐만 아니라 영장류들의 영상을 보다 보면, 정말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 같은 동족이고, 사람은 그저 털없는 원숭이이고 지능이 살짝 더 좋은 것 뿐이라고정유정님의 오랜만에 읽은 소설, 재미있었단다. .

PS:

책의 첫 문장 : 막다른 곳에 불시착하는 때가 있다.

책의 끝 문장 : 햇살 속으로 당신이 오는 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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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보급판)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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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정말 오랜만에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었단다. 그 전에 아빠가 읽은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은 모두 소설이었는데, 에세이는 이번이 처음이란다. 책 제목에 아예 지은이 알랭 드 보통이 들어 있어서, 알랭 드 보통이 쓴 책이겠거니 했는데, 지은이를 보니 한 명이 아니고, 알랭 드 보통과 존 암스트롱이라는 분, 이렇게 두 분이구나.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미술에 관한 책이란다. 미술에 관한 책 또한 오랜만에 읽어보는구나. 미술에 관한 책들을 아빠가 여러 권 읽었는데, 솔직히 쉽게 읽히는 책은 없었어. 아참, 오주석님의 책들은 재미있게 읽었단다. 다시 이야기해야겠구나. 서양화를 설명해주는 책들은 지은이가 한국사람이건, 외국사람이건 쉽지 않았어. 왜 그럴까 생각해봤어. 우선 그림 등 미술 작품에 대한 감상 능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어. 그렇다 보니 그 미술 작품을 설명해주는 것도 또한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 이번에 읽은 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단다. 내심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괜찮게 읽었기 때문에, 이 책도 잘 읽어보겠다고 다짐을 하고 책을 폈지만, 아빠에게는 쉽지는 않았단다. 모르고 있었던 새로운 미술 작품들을 많이 만나는 것은 좋았지만, 좀처럼 집중이 안되고 그랬어. 아빠는 미술을 감상하기에 부족한 뇌세포를 가진 것 같구나.

이 책을 잘 소화하고 극찬하며 별 다섯 개를 주는 많은 리뷰어들이 부럽구나. 아빠는 솔직히 이 책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 너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잘 모르겠구나. 발췌한 것을 바탕으로 짧게 쓸게. 너희들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니, 미술작품을 잘 이해하는 눈과 뇌세포를 갖기를


1.

그림은 언제 시작했을까? 사람들은 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까? 아주 오래 전에 사람들이 그림을 그린 이유는기억을 위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을 거야. 여러 가지를 잊지 않으려고 그림을 그렸겠지만, 그 중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서도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그렇게 그림은 시작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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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쓰기는 분명 망각의 결과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고, 미술은 그 다음으로 중요한 방편이다. 그림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 하나가 정확히 이 동기를 설명해준다. 로마 역사가 대 플리니우스가 전해주었고, 18~19세기 유럽 미술에 종종 등장하는 주제다. 사랑에 깊이 빠진 젊은 남녀가 헤어질 순간에 이르자, 아쉬운 마음에 여자는 연인의 그림자 윤곽을 그리기로 결심한다. 여자는 기억을 잃을까 두려워 까맣게 태운 지팡이 끝으로 무덤 벽면에 비친 남자의 그림자 선을 따라 그린다. 르노의 장면 묘사는 특히나 애절하다. 부드러운 저녁 하늘은 연인이 함께하는 마지막날이 저물고 있음을 암시한다. 양치기의 전통적 상징인 소박한 피리는 남자의 손에 무심히 쥐여 있는 반면, 왼쪽에서 여자를 올려다보고 있는 개는 보는 이게게 정절과 헌신을 일깨운다. 여자는 남자가 떠났을 때 자신의 마음 속에 남자를 더 선명하고 더 강하게 붙잡아두기 위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코의 정확한 모양, 곱슬거리는 머릿결, 둥근 턱선과 치켜 올라간 어깨는 남자가 수 마일 떨어진 푸른 계속에서 가축에 신경쓰는 동안에도 여자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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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을 포함하여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이유를 모두 일곱 가지로 들어 설명해 주었어. 기억, 희망, 슬픔, 균형 회복, 자기 이해, 성장, 감상. 아주 가끔 감성에 빠져 있을 때, 오래 전 즐겨 들었던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올 때 갑자기 아빠도 모르게 울컥하고 심지어 눈물이 나올 때도 있어. 그런 감정을 예술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지은이는 이야기하고 있단다. 사실 아빠는 예술작품을 통해서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은 없구나. 하지만 지은이와 같이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그런다고 하니, 미술의 힘은 대단한 것인가 보구나. 그림으로 사람을 울릴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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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삶에 고단할수록 우리는 우아한 꽃 그림에 더 깊이 감동하게 된다. 눈물이 나온다면 이는 그 이미지가 얼마나 슬픈가에 반응해서가 아니다. 유리병 속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국화를 그린 사람은 그의 자화상이 말해주듯, 인생의 비극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자화상은 이 화가가 어리석은 천진함 때문에 우리에게 즐거운 이미지를 보여줬을 거라는 일말의 우려를 확실히 잠재운다. 앙리 판 탱라투르는 비극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반대쪽으로 더 강한 생명력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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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이야기한 눈물은 감동의 눈물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많은 예술가들이 예술을 승화된 슬픔이라고 이야기를 한다고 하는구나. 예술을 그렇게도 이야기하는구나. 그런 예술 작품을 보면서 관객도 같이 슬픔을 느낄 수 있다면, 훌륭한 화가이고, 훌륭한 관객이 아닐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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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5)

우리는 수많은 예술적 성취를 예술가의 승화된슬픔이라고 보고, 결국 관객도 작품을 접하며 슬픔을 승화시킨다고 본다. 승화라는 말은 화학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는 단단한 물질이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직접 기체로 변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예술에서 승화는 천하고 보잘것없는 경험이 고상하고 세련된 경험으로 변환되는 심리적 변형 과정을 가리킨다. 슬픔이 예술을 만날 때 일어날 수 있는 바로 그것이다.

================================

….

힘들게 읽어가던 책은 마지막 문장에 결론을 토해놓는단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궁극적인 목표는 예술 작품을 조금 덜 필요해지는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라고결론조차 무슨 의미인지 한참 생각하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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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예술에 진정한 열망은 그 필요성을 줄이는 데 있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예술이 다루는 가치, 즉 아름다움, 의미의 깊이, 좋은 관계, 자연의 감상, 덧없는 인생에 대한 인식, 공감, 자비 등에 냉담해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예술이 나타내는 이상들을 흡수한 뒤, 아무리 우아하고 의도적이어도 단지 상징적으로밖에 드러내지 못하는 가치들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예술작품이 조금 덜 필요해지는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

================================


2.

아빠가 이 책의 문장 중에 몇몇 예술과 관련이 없지만, 공감해서 발췌한 글 두 부분이 있단다. 첫 번째는 인간은 너무 금방 익숙함에 빠지면서 불행해진다는 거야. 우리 주위에 놀라운 것이 많고 매혹적인 것이 많은데, 금방 익숙해지고 습관이 되면 그저 지나치게 된다는 것이지. , 그런 것이 예술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게 만든 것일려나?

================================

(53)

우리의 주된 결점, 우리를 불행에 빠뜨리는 원인 중 하나는 우리 주위에 늘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데 있다. 우리는 눈앞에 있는 것의 가치를 보지 못해 고생하고, 매혹적인 것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종종 엉뚱한 갈망을 품는다.

문제의 한 원인은 상황에 익숙해지는 우리의 능력, 즉 우리가 습관화라는 기술의 달인이라는 데 있다. 습관이란 우리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준다. 운전 습관이 들기 전 우리는 운전대 앞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을 빈틈없이 의식해야 한다. 소리, , 움직임에 그리고 강철 상자를 조종해 빠르게 세상을 누비고 다닐 수 있다는 순진하고도 놀라운 경이로움에 바짝 긴장해 모든 감각을 동원한다. 이 과잉 의식 때문에 운전은 신경과민의 시금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몇 년을 타고 다니고 나면 점차 기어 변속이나 계기판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먼길을 운전하게 된다. 행동은 기계적이 되고, 로터리를 도는 동안 인생의 의미에 침잠할 수도 있다.

================================

.

두 번째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사랑하자는 교훈 같은 글이란다. 아빠가 특히 잘 새겨 읽어야 할 부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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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사랑은 당연히 인생의 큰 즐거움이어야 하지만, 나와 가장 쉽게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은 다음 아닌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연인들 사이에 오가는 잔인함의 정도는 철전지원수 저리 가라다. 우리는 사랑이 충만함의 강력한 원천이길 바라지만, 사랑은 때때로 무시, 헛된 갈망, 복수, 자포자기의 무대로 변한다. 우리는 부루퉁하거나 째쩨해지고, 성가시게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내고, 어떻게 혹은 왜 그런지 이해조차 못하고서 자신의 삶과 한때 자신이 좋아한다고 맹세했던 사람의 삶을 망가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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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서 마칠게. 언젠가는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볼 기회가 오기를, 지금 방금 라디오가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온다. . 아빠를 울컥하게 만들 정도로 좋아하는 노래가 말이야..

♬♪♬♪♬♪~~~

산책길을 떠남에 으뜸 가는 순간은

멋진 책을 읽다 맨 끝장을 덮는 그 때

이를테면 봉결기의 마지막 장처럼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 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 질러 버려라"

♬♪♬♪♬♪~~~

, 아빠는 미술보다는 음악인 것 같아…^^


PS:

책의 첫 문장 : 현대 세계는 예술을 매우 중요하게, 인생의 의미에 버금갈 정도로 소중히 여긴다.

책의 끝 문장 :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예술작품이 조금 덜 필요해지는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


세상의 많은 예술이 단지 예쁘기만 하진 않다. 어떤 예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삶을 철저히 이상화해 보여준다. 이는 현대적 감수성에 훨씬 더 난처하게 다가올 수 있다. 스코틀랜드 왕립의사협회는 에든버러 뉴타운의 중심부에 서 있다. 이 건물 안에서 벌어질 법한 절차들을 상상해보라. 고결한 품위, 박식함과 온화한 권위, 전문가에게 꼭 들어맞는 얼굴, 에든버러의 의사들은 분명 그런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리라. 이 건물은 세상에 당당한 전면을 내보이고서, 존경, 더 나아가 숭배를 요구한다. 이 건물은 이상을 구현하고 있다. - P19

그림은 우리의 인간관계나, 일상의 스트레스와 고난을 직접 가리키지 않는다. 이 그림의 기능은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의 거대함을 날카롭게 의식하는 심리 상태를 일깨우는 것이다. 작품은 슬프다기보다 음울하고, 고요하지만 절망적이지 않다. 그런 심리 상태, 좀더 낭만적으로 표현하자면 영혼의 그런 상태에서 예술작품을 접할 때 종종 그렇듯, 우리 앞에 놓인 강렬하고 다루기 힘든 구체적인 슬픔들은 더 잘 극복할 채비를 하게 된다.

- P27

사랑은 당연히 인생의 큰 즐거움이어야 하지만, 나와 가장 쉽게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은 다음 아닌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연인들 사이에 오가는 잔인함의 정도는 철전지원수 저리 가라다. 우리는 사랑이 충만함의 강력한 원천이길 바라지만, 사랑은 때때로 무시, 헛된 갈망, 복수, 자포자기의 무대로 변한다. 우리는 부루퉁하거나 째쩨해지고, 성가시게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내고, 어떻게 혹은 왜 그런지 이해조차 못하고서 자신의 삶과 한때 자신이 좋아한다고 맹세했던 사람의 삶을 망가뜨린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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