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외국어 - 모든 나라에는 철수와 영희가 있다 아무튼 시리즈 12
조지영 지음 / 위고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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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평이 괜찮아 주문 버튼을 눌렀단다. 그리고 아빠가 요즘 영어 공부에 관심이 많거든. 관심은 많은데 실력은 늘지 않고그리고 몇 달 전 마음 먹었던 결심이 서서히 힘이 풀리고그래서 마음을 다시 잡아보고자 하는 마음도 있어서 이 책을 읽은 거야.

아무튼 외국어. .. 요즘 책 제목에 아무튼이라는 말을 넣는 게 유행인가? 이런 생각을 했단다. 아빠가 작년에 <아무튼, >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거든. , 책을 받고 보니…. 아무튼 시리즈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단다. <아무튼, >, <아무튼, 외국어> 모두 아무튼 시리즈였어. 놀랍게도 <아무튼 외국어>는 아무튼 시리즈의 열두 번째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검색을 해보니 최근에는 수십 개의 아무튼 책이 있는 것 같아. 김혼비라는 작가에 큰 기대를 걸고 읽었던 <아무튼 술>에 실망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 <아무튼, 외국어>라는 책도 살짝 선입견이 있었어. 별로일 것 같아, 책도 얇고 구성도 내 스타일이 아니야이러면서 책을 펼쳐 들었어. 솔직히 반전은 없었단다. 딱 예상한 수준의 책이었단다.


1.

지은이 조지영님은 대학교 때 불문과를 전공했다는구나. 그러니까 프랑스어를 배웠다는 이야기이지. 그렇다고 프랑스어를 아주 잘 하는 편은 아니래.(겸손일 수 있지만…) 또 그렇다고 영어를 아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관한 책을 쓰게 된 것은 지은이의 취미가 외국어 배우기라고 하는구나. 한 개 언어를 통달할 때까지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당연한 언어를 조금씩 배운다는 거야. 중국어, 일본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또 뭐가 있었지? 참 다양한 언어를 조금씩 맛보듯 공부를 하다니사실 아빠로서는 이해가 가질 않더구나. 아무리 취미라고 하지만 말이야.

외국어가 다 그렇지만, 동사 부분에 오면 큰 장벽을 만나게 된단다. 그렇지, 공감이 되더구나. 우리나라 동사 체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 학장시절 아빠를 괴롭혔던 과거완료. 갑자기 옛 생각이 마구 떠오르는구나. 맞다, 대과거라는 해괴망측한 말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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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외국어의 평화를 잠식하는 것은 대체로 동사라는 막강한 빌런의 공이 크다. 마치 공부를 잘해도 수학을 못하면 크게 힘(?)을 쓰지 못하는 것처럼, 언어를 잘한다는 것은 동사를 잘 구사한다는 뜻과 많이 다르지 않다. 우선 동사가 제 역할을 하려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주어가 하나인지 둘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중요하고,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영어에서 완료시제를 배울 때, ‘have+pp’라는 공식을 암기했던 사람들은 과거-현재-미래 말고도 또 다른 시간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나마 경험했을 것이다. 외국어를 배울 때 고생문이 열리는 지점은 그러니까 바로 이런 순간, 시제를 배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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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은 지은이가 다양한 외국어를 공부하면 생긴 에피소드와 외국 여행 경험담을 주로 담고 있단다. 아빠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영어 공부에 대한 운동화 끈을 조여 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랬지만, 그 정도까지의 생각은 들지 않았단다. 그냥 아빠의 의지로 영어 공부에 대한 마음을 먹어야겠구나.


2.

문득 아빠도 아무튼아라는 말을 자주 쓴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예전에 아무튼이 맞냐? ‘아뭏든이 맞냐?  고민을 한 적도 사실 있었는데, 요즘에는 알아서 맞춤법을 알려주어 아무튼이 옳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지. 아무튼 아빠는 아무튼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아. 화제 전환하기 딱 좋거든.. 가끔은 맞춤법이 맞지 않다고 빨간 줄이 그어지지만, 줄여서 암튼도 쓰곤 하지.

아무튼, 아무튼, 아무튼, 오늘 독서 편지는 끝!


PS:

책의 첫 문장 :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는 내게는 좀 특별한 영화다.

책의 끝 문장 : 외국어 배우기 책을 써야 할 사람은 실은 내가 아니라, S였던 것이다.


나는 강박적으로 모호함을 싫어하는, 융통성 없는 이 언어를, ‘어제의 세계’를 기억하는 말들을, 좀더 알고 싶어졌다. 츠바이크의 작별 인사를 언젠가 독일어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은 소박하지만 영 허황된 바람도 생겼다. 무엇보다 독일어를 공부할 때는 이 언어가 나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서인지, 교양이 올라가는(?) 느낌마저 든다. 대단한 대가가 되는 일 같은 건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일, 열심히 해도 잘하기는 쉽지 않은 일, 무엇보다 꼭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매달리고 싶어지는 그런 때가 있다. 요약하면 그것이 바로 ‘쓸데없는 일’의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다. - P72

정말로 스페인어는 정다운 언어 같다고 생각한다. ‘한’이라는가 ‘정’이라는 정서, 혹은 ‘효’라는 개념이 우리한테만 있는 특산품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코코>만 봐도, 거기도 있을 거 있다. 한도 있고, 정도 있고, 심지어 그 효도 있고 그렇다. 스페인어를 들으면, 정말이기 독일어는 세상 무뚝뚝하고, 프랑스어는 살짝 간질거리는 것 같고, 영어는 새삼 밍밍하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스페인어는 확실히 모음으로 끝나는 단어가 많아서인지 부드럽기도 한 느낌이다. 그래서 노래하기에도 좋은 언어인 것 같다. - P88

그러므로 쓸 일도 없는 불어를 기억하려고 애쓰고, 뜬금없이 독일어 관사와 씨름을 해대고, 일드의 명대사를 반복하거나 스페인어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중국어 성조를 외우며 고개를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은 떠나지 않고, 떠난 척해보고 싶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도 같다. 키에르케고르 원서를 읽어보겠다고 무심하게 네덜란드어를 하나 마스터하신 서강대 철학과 강영안 교수님이나, 혹은 그 바쁜 스케줄에도 중국어, 영어, 일어로 유창하게 비즈니스를 이끌어가는 빅뱅의 승리 씨처럼 언어 감각이 탁월하거나 부지런하지는 못한 까닭에, 나의 외국어들은 대체로 그저 아장아장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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