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
로런 그로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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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로런 그러프의 <아르카디아>라는 소설을 읽었단다. 책 앞표지만 보면 가볍고 유쾌 통쾌한 소설일 것 같았단다. 핑크빛 바탕에 꽃단장 그림이 그려진 귀여운 미니버스. 거기에 글씨체도 예쁘게… <오베라는 남자>와 같은 느낌이 드는 책표지라서, <오베라는 남자>와 같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어. 책표지와 달리 꽤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었단다. 유토피아를 꿈꾸던 이들이 결국 실패를 했다는 이야기라고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아빠가 너무 비약한 것일까. 아무튼 책표지와는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단다.

아르카디아는 고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한 지역의 이름이고, 현재도 그 고장의 이름으로 있대. 그렇다고 이 소설이 그리스의 아르카디아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아니란다. 그리스 신화에 아르카디아가 나오는데, 목신의 영토라고 했대. 숲의 신, 나무의 요정, 자연의 정령인 님프 등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목가적 낙원이라고 옮긴이가 친절하게 이야기해주는구나. 그렇게 낙원을 꿈꾸던 사람들의 이야기. 1960년대 미국 뉴욕주에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이 만든 공동체. 그 공동체의 이름이 아르카디아였단다. 그들은 그들만의 룰을 만들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었단다. 실화는 아니고, 가상의 공동체였지만, 당시 미국에는 실제로 여럿 공동체가 있었다고 하는구나.


1.

아르카디아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나서, 처음 태어난 아이 비트가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비트가 태어났을 때 아직 공동체에 제대로 된 시설이 없어서, 텐트를 치고 살거나 차 안에서 생활했어. 그들은 자신들을 자유민이라 부르며 공동 노동으로 공동 주택을 짓고 있었지. 아르카디아에서는 사유 재산도 없고, 공동 노동을 하고 공동 육아를 하는 등 그들 만의 룰이 있었단다. 그들만의 시스템을 하나하나 만들어간다고 할까.

비트의 원래 이름은 리들리 소럴 스톤인데, 태어날 때 아주 작게 태어나서 비트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부른단다. 비트의 아빠는 에이브이고 엄마는 해나인데, 해나는 비트의 동생을 임신했다고 유산을 해서 몸도 좋지 않았고, 우울증도 앓고 있었어. 기분이 가라 앉았을 때도 많았고 몸도 좋지 않아 임시 주택에만 있었어. 그런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처음에는 이해하던 다른 자유민들이 점점 해나를 좋지 않게 보았어. 일도 안하고 쉬기만 한다고 말이야. 이곳에서는 공동 노동이 필수인데 말이야. 한편, 공동 주택 공사가 끝나갈 즈음 비트의 아빠 에이브가 크게 다치고 말았단다.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불행히도 평생 불구의 몸을 갖고 살아야 했어.

아르카디아 공동체에서도 리더는 있었단다. 핸디라는 사람인데 그는 바깥 세상으로 공연을 하러 다니기도 했어. 그 수입은 공동체 운영하는데 썼고 말이야. 그런데 이 핸디라는 사람은 아빠가 생각하기에 자유와 방종을 좀 구분을 못하는 사람 같았단다. 그들이 표방하는 것이 자유이긴 하지만, 책임이 뒤따르지 않고, 공동체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혼자 결정하는 것도 있었어. 핸디에서 공식적인 아내 애스트리드가 있었지만 자유연애를 즐겼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이 공동체의 문제점은 핸디라는 사람이 리더라는 것

....


2.

세월이 흘러 어느덧 비트는 14살이 되었단다. 정신적 리더 핸디의 딸 헬레가 있었는데 비트 또래였단다. 헬레는 바깥 세상에 다녀오기도 했어. 비트가 헬레에게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 비트는 열 네 살이 되도록 아르카디아 안에서만 지내고 있었단다. 그들의 룰에 따라서 말이야. 아르카디아도 운영을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그들은 대마를 키워서 돈을 벌었어. 그런데 그 대마라는 것이 불법이다 보니 바깥세상의 경찰들이 아르카디아를 감시하곤 했어. 시간이 꽤 지나면서 공동체 안에 자유민들 간에 대립이나 갈등도 생겨났고, 핸디의 독단에 대한 불만들도 늘어났단다.

그 공동체에 들어오는 사람들에 무분별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범죄자들이 은닉의 목적으로 오는 경우도 있는 등 공동체 생활이 점점 삐그덕거렸어. 그래서 아르카디아를 떠나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났어. 비트 가족 바깥 세상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참아 보았지만, 결국 그들도 아르카디아를 떠나기로 했단다.


3.

바깥 세상으로 나온 비트... 또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었고, 헬레와 결혼을 했고, 세 살배기 딸 그레테가 있었어. 비트는 사진작가 겸 교수로 일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나. 아르카디아는 어떻게 되었냐고? 이미 오래 전에 그들의 세상은 붕괴되고 다들 뿔뿔이 흩어졌단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연락을 하면 지내고 있었어.

비트와 결혼을 한 헬레. 지금은 그녀가 없단다. 헬레는 9 개월 전에 산책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어. 헬레가 정신적으로 그리 건강하지 않고, 늘 힘들어했지만 세 살배기 딸을 두고 사라진다는 것은 너무 했구나. 비트는 홀로 딸을 키우면서 그런 생활에 적응하려고 했어.

또 세월이 그리고 2018년이 되었단다. 여전히 헬레는 돌아오지 않았고, 딸 그레테는 비트가 아르카디아를 떠났던 나이인 열 네 살이 되었단다. 반항기 있는 십대가 된 것이지비트의 엄마 해나는 루게릭 병에 걸리고 말았어. 근육이 위축되어 움직이지 못하다가 결국 죽고 마는 무서운 병이란다. 비트의 아빠 에이브는 여전히 휠체어 생활을 하시지. 그 옛날 아르카디아에서 사고 때문에 말이야. 해나와 에이브는 자신들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고 비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동반 자살을 시도한단다. 하지만 에이브만 죽고 해나는 실패하게 돼. 혼자 된 해나를 보살피기 위해 비트와 그레테는 해나의 집으로 온단다. 해나는 아르카디아가 있었던 지역에 살고 있었어. 비트는 엄마인 해나와 함께 그곳에 살면서, 옛날 아름답고 행복했던 기억을 되살렸단다. 비트는 그러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결국 엄마 해나는 죽고, 끝내 헬레는 돌아오지 않았단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은 2012년이란다. 그러니까 소설 속의 2018년은 지은이가 2012년에 생각했던 미래의 모습이지. 2018년은 이미 지나간 과거이지만, 소설 속 2018년은 마치 오늘날 2020년의 모습과 흡사해서 놀랐단다. 소설 속 2018년은 전 세계가 무서운 전염병이 창궐한 시대를 그리고 있었거든. 그런데 2020년 오늘전세계가 무서운 전염병과 싸우고 있잖아. 일상이 사라지고, 아니 전염병과 싸우는 모습이 일상에 된 세상. 얼른 코로나19가 사라졌으면 좋겠구나.


4.

자본주의 종말을 치달아가고 있는 세상. 이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 그런 것으로부터 탈피해서 뜻 맞는 사람들과 모여서 우리만의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공동체 생활. 하지만 그런 공동체 생활도 결국은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거야. 그러면서, 공동체 바깥의 생활, 그렇게 부조리하고 썩어빠진 곳이라고 생각했던 세상의 좋았던 점이 떠오르면서, 그리워 하게 되고결국 공동체 생활은 파탄이 나고 다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고... 또 다시 바깥 세상의 부조리함을 깨닫게 되는 반복.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면서도, 그래도 지구를 파괴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대안은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 소설이었단다.


PS:

책의 첫 문장 : 강가에서 노래를 부르는 여인들.

책의 끝 문장 : 이런 순간, 활짝 피어났다 희미해지며 지나가는 이 순간, 그는 그것으로 족하다. 세상은 모든 것이 안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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