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윌리엄 스토너는 자신이 한참 동안 숨을 멈추고 있었음을 깨달았다.그는 부드럽게 숨을 내쉬면서 허파에서 숨이 빠져나갈 때마다 옷이 움직이는 것을 세심하게 인식했다. 그는 슬론에게서 시선을 떼어 강의실 안을 둘러보았다. 창문으로 비스듬히 들어온 햇빛이 동료 학생들의 얼굴에 안착해서, 마치 그들의 안에서 나온 빛이 어둠에 맞서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한 학생이 눈을 깜빡이자 가느다란 그림자 하나가 뺨에 내려앉았다. 햇빛이 뺨의 솜털에 붙들려 있었다. 스토너는 책상을 꽉 붙들고 있던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손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그 갈색 피부에 감탄하고, 뭉툭한 손끝에 꼭 맞게 손톱을 만들어준 그 복잡한 메카니즘에 감탄했다. 작고 작은 정맥과 동맥 속에서 섬세하게 박동하며 손끝에서 온몸으로 불안하게 흐르는 피가 느껴지는 듯했다.

 

(55)

스토너는 이틀 동안 수업에 나가지 않고, 아는 사람들과 한 마디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내내 작은 방에 틀어박혀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했다. 조용한 방과 책들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바깥세상에서 멀게 들려오는 학생들의 고함소리, 벽돌로 포장된 길에서 따각따각 빠르게 마차가 달리는 소리, 시내에 열 대 남짓한 자동차의 단조로운 엔진소리 등이 아주 가끔씩 그의 의식 속으로 들어올 뿐이었다. 그에게는 지금까지 내면을 성찰하는 버릇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찾아 헤매는 일이 힘들뿐만 아니라 살짝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자신에게 내놓을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 내면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 또한 거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68)

그는 한동안 문간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아가씨의 부드럽고 가느다란 목소리가 그녀 주위에 모여 웅성거리는 손님들의 목소리보다 높이 솟아올랐다. 그녀가 고개를 드는 순간, 갑자기 스토너와 눈이 마주쳤다. 색이 연하고 커다란 눈이 내면에서 우러나온 빛으로 반짝이는 것 같았다. 스토너는 조금 혼란스러워 문간에서 뒤로 물러나 응접실로 방향을 돌렸다. 벽 앞에서 빈 의자를 발견한 그는 그곳에 앉아 발밑의 카펫을 바라보았다. 식당 쪽은 보지 않았지만 가끔 아가씨의 시선이 자신의 얼굴을 따스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252)

모든 사람이 이 의문이 이토록 비정하게 다가오는지 궁금했다. 이 의문은 슬픔도 함께 가져왔다. 하지만 그것은 그 자신이나 그의 운명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일반적인 슬픔이었다.(그의 생각에는 그런 것 같았다.) 문제의 의문이 지금 자신이 직면한 가장 뻔한 원인, 즉 자신의 삶에서 튀어나온 것인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나이를 먹은 탓에, 그가 우연히 겪은 일들과 주변 상황이 강렬한 탓에, 자신이 그 일들을 나름대로 이해하게 된 탓에 그런 의문이 생겨난 것 같았다. 그는 보잘것없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배운 것들 덕분에 이런 지식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우울하고 역설적인 기쁨을 느꼈다. 결국은 모든 것이, 심지어 그에게 이런 지식을 알려준 배움까지도 무익하고 공허하며, 궁극적으로는 배움으로도 변하지 않는 무()로 졸아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272)

나이 마흔셋에 윌리엄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첫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276)

그녀는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요, 정숙하고 말고요!" 그녀는 조금 차분해져서 과거를 돌아보는 듯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나도 나 자신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정숙함을 던져 버릴 이유가 없을 때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정숙해 보이는지!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는 사랑에 빠져보아야 해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때 나는 가끔 내가 세계 최고의 헤픈 여자가 된 것 같아요. 헤프지만 열정적이고 신실한 여자. 그 정도면 정숙해 보이나요?"

 

(289)

어느 날 저녁, 그러니까 함께 보내는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캐서린이 조용히 말했다. 마치 멍하니 다른 생각에 잠긴 것 같은 표정이었다. ", 우리가 앞으로 다른 것을 결코 누릴 수 없게 된다 해도, 이번 주의 기억은 남아 있을 거예요. 너무 소녀 같은 말인가요?"

"그것이 소녀 같은 말이든 아니든 상관없고." 스토너는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사실이니까."

"그럼 말할래요."  캐서린이 말했다. "이번 주의 기억은 우리에게 남아 있을 거예요."

마지막 날 아침에 캐서린은 오두막 안의 가구들을 정돈하고, 천천히 세심하게 청소를 했다. 그리고 그동안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빼서 벽과 벽난로 사이의 틈새에 끼워놓았다. 그녀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에 우리 물건을 하나 남겨두고 싶어서요. 이곳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남아 있을 만한 물건으로. 바보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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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 때時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인생수업
조용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십여 년 전에 읽은 책이 하나 있어. 정확히는 2005. <방외지사>란 책인데 2 권으로 된 책이야. 지금 아빠가 생각해봤는데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더구나. 하지만 그 책의 내용은 비교적 생생히 기억이 나. 그 정도로 인상이 깊었던 책이야. <방외지사>의 책의 지은이로 조용헌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 이후에 조용헌이라는 분의 책을 한두 권 더 읽은 줄 알았는데, 아빠의 독서리스트를 확인해 보니 없더구나. 도대체 아빠의 기억력은 어떻게 이 모양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2016년에 강헌의 <명리>란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나서, 명리학에 관한 책을 찾아 본 적이 있는데, 그래, 조용헌이 쓴 <사주명리학 이야기>라는 책이 있었지. 생각이 나더구나. 그래서 그때 구입을 했었어. 그리고 책장에 묵혀 두었다가 이번에 읽었단다. 연초잖니… 연초에는 이런 책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서 집어 들었어. 책은 재미있었어.사주풀이, 명리학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들을 많이 들려주었거든.

그런데, 아빠가 생각했던 종류의 책은 아니었어. 아빠는 사례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 명리에 대한 공부를 원했던 것이거든. 강헌의 <명리>와 비슷한 내용이라고 생각을 했어. 한가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좋겠지만, 아빠의 독서 스타일은 반복보다는 다양을 추구하기 때문에, 조용헌님의 책을 구입했었던 것인데, 이 책은 명리를 공부하는 책은 아니고, 사주명리학에 대한 사례 위주의 이야기였어. 여기 나온 사례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면…. 좀 신기하기도 했어.

정말 사람은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인가. 사람이 태어날 때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엄마 뱃속에만 있다가 세상 밖으로 처음 나오는 그 순간이 세상의 상태는 사람들마다 모두 다를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 사람이 태어나는 사람의 순간의 세상의 기운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사람마다 다른 기운 받고 태어난다고 볼 수 있어. 그렇게 다르게 받은 기운이 바로 자신의 운명이 된다고 하면, 운명이란 것은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기도 하는구나.

아빠가 이렇게 세상의 기운을 받는다고 했는데, 이 책의 지은이는 그 기운의 영역을 별로부터도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구나. 별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동양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 그래서 자신만의 별자리도 있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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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왜 별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말인가? 운명과 별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단 말인가 하는 것은 수천 년 동안 인류사의 대천재들이 도전했던 문제다. 성경을 보면 동방박사가 별들의 위치를 보고 예수 탄생을 짐작했다고 나와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은 지구에서 태어났다. 당연히 지구의 영향을 받는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태어났다고 보자. 태양계의 움직임에 따라 그 영향을 받는다. 태양계 역시 은하계에서 왔다. 은하계의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인간은 전 우주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고, 태양계도 역시 은하계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은하계도 또한 어딘가 더 큰 은하계를 중심으로 해서 돌고 있다. 시시각각 별의 위치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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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연분만 말고, 제왕절개를 해도 영향을 사주에 영향을 받을까? 지은이는 그렇다고 하는구나.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의 기운을 받는 것이 운명이 된다면, 제왕절개도 마찬가지로 엄마 배를 가르기는 하지만, 어차피 그 순간 세상의 기운은 받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 같구나. 아빠는 제왕절개라는 말에제왕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는지 몰랐는데, 이 책에서 그 유래를 이야기해주더구나.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가 제왕절개를 해서 태어났다고 해서, ‘제왕’이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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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전해오는 바에 따르면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시저)가 제왕절개를 해서 태어난 인물이라고 한다. 그는 제왕절개의 원조에 해당한다. ‘제왕(帝王)’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도 제왕인 카이사르가 절개를 해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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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은이가 동양학을 재미있게 구분을 했더구나. 강단동양학과 강호동양학. 강단동양학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공자, 맹자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강호동양학은 학교나 제도권에서 인정을 잘 받지 못했던 사주, 풍수, 한의학을 이야기하는 것이래. 풍수와 한의학은 현대에 오면서 학계에서도 연구가 이루어져 있어 어느 정도 지위를 찾았지만, 사주는 여전히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천대를 받고 있다는구나. 이를 두고 지은이는 사주명리학에 대해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해서래. 마치 진흙이나 똥이 묻은 다이아몬드로 비유를 했어. 지은이가 이 책을 쓰게 된 것도 사주명리학에 대해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함이었대.

이 책이 처음 쓰여진 것은 2004년이었고, 아빠가 읽은 것은 10년이 지난 2014년에 내놓은 개정판이란다. 명리학은 우리나라에서 운명의 이치를 따지는 학문의 뜻으로 부르는 말이고, 일본에서는 운명을 추리한다는 뜻에서 추명학, 중국에서는 운명을 계산한다는 뜻에서 산명학이라고 이야기하는구나. 명리학이란 무엇이냐그것은 천문을 인문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구나. 하늘의 비밀을 인간의 길흉화복으로 해석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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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천문이란 바로 때()를 알기 위한 학문이다. 하늘의 별자리를 보면 하늘의 시간표를 알 수 있고, 하늘의 시간표를 알면 인간의 시간표를 알 수 있다는 게 천문연구의 목적이다. 시간표를 알면 언제 베팅할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즉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기 인생이 지금 몇 시에 와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한자문자권의 역대 천재들이 고안한 방법이 사주명리학이다. 사주명리학이란 천문(天文)을 인문(人文)으로 전환한 것이다. 하늘의 문학을 인간의 문학으로, 하늘의 비밀을 인간의 길흉화복으로 해석한 것이 이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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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나라에 처음 명리학이 언급된 것은 조선시대 최고 법전인 경국대전이래. 과거 시험 잡과 중에 음양과란 것이 있었는데, 그 음양과에 천문학, 지리학, 명리학이 있었대. 명리학은 사주팔자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어. 앞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태어나는 순간, 정확히 이야기하면 탯줄을 자르는 순간 우주의 에너지를 처음으로 받게 되는데 그것의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사주팔자인 거야.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사주팔자는 반란과 많이 이어져 있었대. 조선왕조가 비록 계급 사회였지만, 사주라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주팔자만 잘 타고나면 누구나 왕이 될 수 있다는 뜻이잖아. 그러니까 반란을 일으킬 때는 사주팔자로 정당화시켰던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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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사주라는 하는 것은 생년월일시만 잘 타고나면 왕도 될 수 있고 장상도 될 수 있다는 신념체재다. 반대로 아무리 지체 높은 집안의 자식이라 해도 사주가 좋지 않으면 별 볼일 없다고 믿는다. 사주가 좋으면 신분이 비천해도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혁명사상이 들어 있고, 그것이 타고나면서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결정론이자 운명론이 내포되어 있다. 모순되어 보이는 양면이 미묘하게 배합되어 있는 셈이다. 한쪽에는 치열한 현실타파 노선이 마련되어 있는 한편, 다른 한쪽에는 운명에의 순응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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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는 어떻게 구성되었냐고 묻는다면 음양오행이라고 답할 수 있어. 음양이야.. 달과 해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오행이라는 것은수화목금토를 이야기하는 것이야. 이 이야기는 강헌의 <명리>를 읽고 쓴 독서편지를 보면 간단히 설명을 볼 수 있을 거야. 자세한 것은 강헌의 <명리>라는 책을 읽어봐야 할 것 같고.. 이름을 지을 때도 사주의 오행에 따라 이름을 짓곤 한단다. 요즘에도 여전히 태어난 연월일시의 사주에 따라 이름을 짓는 사람이 많아. 아빠도 너희들의 이름을 지을 때 이런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단다.

 

3.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은 주로 사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책의 초판이 2004년이다 보니, 그 이전의 사례들이 많아. 사주팔자와 관련이 많은 직업군을 고르라고 하면 아무래도 정치인이 아닐까 싶구나. 요즘도 선거철만 되면 사주팔자로 당선되는 사람을 추측하는 기사가 나오곤 하잖아. 그 책에서도 사주팔자의 사례를 이야기는 정치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단다. 아무래도 책을 읽는 이들이 알만한 사람들을 다루려는 이유도 있겠지. 우리나라에는 3대 명리학자가 있었다고 하는구나. 이석영, 박재완, 박재현.. 이 사람들은 사람들의 사주만 본 것이 아니고, 저술 활동도 열심히 했대.

이석영은 <사주첩경>이라는 책을 저술했는데, 당시 명리학에 대해 한글로 된 책이 많지 않았는데, 한글로 정리한 책이 바로 <사주첩경>이라는 책이라고 하는구나. 박재완은 임상 사례를 책으로 엮었는데, 그 사례가 약 2만 건에 달한다고 하는구나. 박재완은 자신이 죽는 날과 시간도 알고 있었대. 그래서 사전에 자식들에게 연명하는 방법을 쓰지 말라고 유언을 남기기도 했대. 박재현은 한국전쟁 당시 다리를 다쳐서 불편한 다리를 가지고 있었대. 그는 해인사에 유발처사로 있기도 했는데, 당시 살인범을 찾아내기도 했고, 유괴사건이 살인범도 찾아냈다고 하는구나. 이런 것을 비롯하여 사례들 중에 믿기지 않는 것들도 많이 있단다. 정말 이런 것이 가능할까? 라는 것들도 많았어. 그런 사례들을 일일이 이야기하는 것도 좀 그렇구나. 그래서 오늘은 이쯤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마칠게.

 

 

(8~9)

천문이란 바로 때(時)를 알기 위한 학문이다. 하늘의 별자리를 보면 하늘의 시간표를 알 수 있고, 하늘의 시간표를 알면 인간의 시간표를 알 수 있다는 게 천문연구의 목적이다. 시간표를 알면 언제 베팅할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즉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기 인생이 지금 몇 시에 와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한자문자권의 역대 천재들이 고안한 방법이 사주명리학이다. 사주명리학이란 천문(天文)을 인문(人文)으로 전환한 것이다. 하늘의 문학을 인간의 문학으로, 하늘의 비밀을 인간의 길흉화복으로 해석한 것이 이 분야다.

(35)

왜 별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말인가? 운명과 별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단 말인가 하는 것은 수천 년 동안 인류사의 대천재들이 도전했던 문제다. 성경을 보면 동방박사가 별들의 위치를 보고 예수 탄생을 짐작했다고 나와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은 지구에서 태어났다. 당연히 지구의 영향을 받는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태어났다고 보자. 태양계의 움직임에 따라 그 영향을 받는다. 태양계 역시 은하계에서 왔다. 은하계의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인간은 전 우주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고, 태양계도 역시 은하계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은하계도 또한 어딘가 더 큰 은하계를 중심으로 해서 돌고 있다. 시시각각 별의 위치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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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마션>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그 영화의 원작소설 <마션>을 또 재미있게 보고, 신인 작가 앤디 위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어. 직장인이었던 그가 저녁마다 블로그에 소설을 썼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 바로 <마션>이라는 SF 소설이었어. 그는 이 소설의 성공으로 전업작가의 길을 가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그의 두 번째 소설, 전업작가로서는 첫 번째 소설의 신간 소식을 들었어. 그렇게 읽게 된 책이 바로 <아르테미스>라는 소설이란다.

이번 소설도 SF소설이었어. 소설의 제목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이라고 한다. 아르테미스가 달의 여신이라고 하는 사람은 제목만 봐도 달과 관련된 소설이라는 것을 알 거야. <마션>이 화성에 혼자 남은 과학자의 이야기였잖아. 이번에는 달에 세워진 도시에 관한 이야기란다. 그 도시의 이름이 바로아르테미스.

가까운, 혹은 먼 미래, 아무튼 미래에 인류는 달을 정복하게 되고, 달에 도시를 지었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필립 K.딕의 <화성의 타임슬립>이라는 책이 생각이 났어. <화성의 타임슬립>이라는 소설은 인류가 화성에 건설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거든. <아르테미스>의 소설에 대한 전체적인 아빠의 평가는.. 재미는 있지만, 약간은 뻔한,,,, 아빠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전편 <마션>보다는 별로였단다.

 

1.

책 앞부분에 달에 세워진 도시 아르테미스의 모습을 책 앞면에 그림으로 그려주어 머릿속 상상을 하는데 도움을 주었단다. 다섯 개의 거대한 돔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주인공 재즈 바샤라는 콘래드 버블이라는 돔의 지하 15층에서 살고 있었어. 재즈의 직업은 포터, 즉 짐꾼이었고, 몰래 밀수업을 하기도 했어. 재즈의 꿈은 EVA 자격증을 따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어. 정확하게 416,922 슬러그를 버는 것이었어. 슬러그는 원래 돈의 단위는 아니었지만, 그냥 아르테미스에서 통용되는 돈의 단위라고 생각해도 돼. 재즈가 되고 싶어하는 EVA는 우주복을 입고 돔 밖의 선회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야. 소설의 시작은 재즈가 EVA 자격 시험을 받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그녀는 잘 했지만 우주복이 불량이어서 불합격을 하고 말았단다.

재즈는 사우디아라비아 사람인데, 여섯 살 때 아버지 아마르 바샤라와 함께 달로 왔어. 그 이후 쭉 달에서만 산 재즈는 지구 중력의 1/6인 달이 그녀의 세계였어.. 아마 재즈가 지구에 다시 돌아간다면 지구 중력 때문에 생활하기 어려울 거야. 재즈의 아버지 아마르는 용접공이었고, 딸과 사정이 있어서 따로 살지만 딸을 무척 사랑하고 있었지.

.

 

2.

재즈의 고객 중에 트론 란비크라는 갑부가 있었어.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그 교통사고에서 딸 레네는 반신불구가 되었어. 지구에서는 더 이상 딸이 설 수 없게 되자, 달로 이사를 왔어. 달은 지구 중력의 1/6이기 때문에 딸이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달에서는 설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달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이 많겠지. 그리고 달에서는 규제하는 물품도 많았어. 특히 발화성 물질예를 들어 담배트론은 재즈를 통해 담배를 비롯하여 불법인 물품을 얻었단다. 그리고 트론은 재즈를 신뢰했어. 어느날 재즈는 트론으로부터 제안을 하나 받는단다. 아르테미스의 가장 큰 회사인 산체스 알루미늄이 독점하고 있는 산소공급 장치인 수확기를 고장 내는 것이었어.

산체스 알루미늄이라는 회사는 산소 공급을 해주는 대가로 전기 공짜를 받고 있었거든. 그로 인해 막대한 수익을 만들고 있었어. 그런데 산소 공급 권한을 트론 자신이 갖게 되면 그 수익이 자신에게 온다는 것이었어. 그래서 트론은 그것을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어. 몰래 수확기도 가지고 있었어. 산체스 알루미늄의 수확기가 고장이 나면 바로 대체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것만 해내면 재즈에게 100만 슬러그를 준다고 했어비도덕적인 면도 있지만, 그래도 돈의 유혹을 뿌리칠 수는 없었어. 재즈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어.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야. 아르테미스의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이다 보니 감시망이 철저하고, 한 개도 아니고 네 개를 모두 고장내야 했거든재즈는 이 계획을 성공하기 위해 친구인 마르틴 스보보다에게 필요한 장치를 만들어 달라고 했어. 마르틴은 아르테미스의 최고 전자 엔지니어였어.

 

3.

재즈는 준비를 했어. 먼저 알리바이를 위한 준비를 했어. 그리고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관광객 행세를 하면서 탐사를 하기도 했어. 아르테미스의 최고의 관광지는 바로 아폴로 11호 관광안내소. 닐 암스트롱이 처음 달에 발을 디뎠던 곳…. 고요의 바다로 부르는 그곳그곳이 바로 아폴로 11호 관광안내소였어. 준비를 마친 재즈는 실행에 옮겼어.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니. 장비는 고장이 나고, 임시응변으로 다른 방법을 하였으나 시간은 오래 걸리고 그러다 보니 들통이 나고

이런 일이 발생하면 EVA 마스터들이 자율적인 협조 차원에서 출동을 해. 그들이 다가오니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었어. 결국 재즈는 4개 중에 3개만 고장을 내고 도망갈 수밖에 없었어. 이제 도망자 신세였어. 중요한 것은 재즈는 우주복을 입고 산소통에 의지해 숨을 쉬고 있는데, 아르테미스의 입고인 에어로크는 모두 감시를 서고 있다는 거야. 아르테미스에서 멀리 떨어진 관광안내소의 에어로크에는 아직 감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해서 그곳으로 갔더니, .. 재즈의 친구라기보다 앙숙인 데일이 지키고 있었어. 데일도 EVA였거든

그런데, 데일은 거래를 하자고 했어. 다시 친하게 지내면 자신이 못 본 걸로 하겠다고 했어. 그들이 무슨 사이냐면재즈의 옛 남자친구를 데일이 가로챘거든.. 데일은 남자인데 말이야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그래서 그 이후 재즈는 데일을 싫어했는데이런 상황에서 부닥치다니어쩔 수 없이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데일의 제안을 일단 받아들였어.

              

4.

아르테미스의 보안 책임자는 루디라는 사람이었어. 큰 키에 금발의 잘생긴 남자였지. 뭐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루디는 재즈가 일일곱살 때부터 재즈를 알고 있었어. 재즈가 불법을 일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이번 일도 재즈가 한 것이라고 의심했어. 재즈는 트론을 찾아갔어. 나머지 수확기 한 대를 처리하는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서그런데 재즈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트론과 경호원의 시신이었어. 누군가에게 피살당했어. 어쩔 수 없이 루디에게 신고를 하고, 자신은 도망을 갔어.

누가 이 사건에 엮여 있을까? 왜 죽였을까? 생각을 해봤어. 며칠 적 트론을 방문을 했을 때 트론과 함께 있었던 홍콩 사람 진추가 생각이 났어. 진추가 묵고 있는 호텔을 찾아갔어. 진추의 방을 몰래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진추가 아닌 라틴계의 덩치가 커다란 남자가 있었어. 그를 보자마자 그가 트론을 죽인 범인이라고 생각했어. 재즈는 재치 있게 그를 따돌렸어.

재즈는 진추의 호텔방의 금고에는 평범해 보이는 광케이블을 발견했어. 재즈는 그 광케이블을 가지고 마르틴 스보보다에게 갖고 주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라고 했어.

..

아르테미스에서 핸드폰과 비슷한 기즈모라는 것이 있었어. 재즈는 누군가 자신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기즈모를 이용해서 자신을 추적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했어.. , 보안 담당자 루디가 나타났어. 하지만 루디는 재즈가 범인이 아니란 걸 알았고, 재즈에게 오면 범인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해서 재즈를 찾아 왔다는 거야. 재즈는 자신이 버린 기즈모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있었는데, 기즈로를 버린 곳에 아따 그 그 라틴계 덩치 큰 남자가 또 나타났어..

진추로부터 연락이 왔어. 조심을 하고 만났을 때 라틴계 남자를 데리고 나타났어. 영리한 재즈는 그 위치를 넘겼을 뿐만 아니라 진추와 라틴계 남자를 가두고, 루디에게 전화를 했어. 물론 재즈가 경찰서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단다. 트론을 통해 안면을 트고 지냈떤 아르테미스 행정관, 즉 아르테미스의 1인자인 응구기의 변호로 불려날 수 있었어. 도대체 트론은 누가 죽인 것인가?

 

5.

스보보다가 밝혀낸 사실. 진추가 가지고 있던 케이블은 감쇠 없는 광케이블이었어. 광케이블이라는 것이 원천적으로 감쇠가 있을 수 밖에 없어. 그래서 일정 거리까지 밖에 안돼. 그보다 길이를 늘리려면 증폭기나 중간에 스위치 같은 것을 사용해야 한단다. 그런데 감쇄가 없는 광케이블라니

증폭기나 스위치가 필요없지 무한정 길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이 광케이블을 사는 사람은 엄청난 돈이 세이브되는 것이야. 그러니 이 케이블의 인기가 좋을 수 밖에 없겠지. 이 케이블을 만들 수 있는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그런데 그 케이블은 원자재 문제로 달에서만 생산을 할 수 있다는 거야. 수요는 많고, 그 생산은 달에서밖에 못한다.

그야말로 자연이 준 독점권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인 거지. 이 엄청난 아이템이 어디 있겠는가. 이 광케이블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 트론도 노리고 있었고, 산체스 아루미늄도 노리고 있었던 거야. ZAPO라고 부르는 무감쇠 광케이블…. 산체스 알루미늄이라는 회사는 사실 브라질 범죄조직 오 팔라시우의 것이었어. 응구기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ZAPO의 이권을 산체스 알루미늄에서 가지고 가면, 달과 아르테미스는 브라질 범죄조직의 손아귀에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응구기도 알게 모르게 트론에 힘을 몰아주고 있었던 것이야.

그런데 트론이 죽었으니 응구기도 위협을 받고 있을 거야. 아무리 범죄 조직이라지만, 사람까지 죽이다니트론이 재즈를 믿었듯이 응구기도 재즈를 믿었어.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해피엔딩을 위한 약간은 뻔한 이야기가 전개되었단다. 재즈가 범죄 조직의 손아귀에 빠질 아르테미스를 구하게 된다는 이야기야. 친구들과 주변사람들의 협력이 있었고, 재즈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었고, 죽음을 각오한 재즈의 희생정신이 있었고그리고 결국은 해피엔딩.

아빠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조금은 실망을 했단다. 책 겉표지에 보니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마션>만큼 인기를 끌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지은이 앤디 위어가 전업 작가의 길을 간다고 하였으니, 좀더 분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걱정할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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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금 미국의 정치가들, 저널리스트들, 그리고 많은 양식 있는 시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그들의 대통령 트럼프의 정신건강 문제이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 문제는 적잖은 고민거리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은 정파적 이해관계로 볼 문제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정신과의사협회의 규칙에 따르면, 환자에 대한 충분하고 직접적인 면접에 근거하지 않은 의학적 진단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우에 한에서는 이 규칙을 어길 수밖에 없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지금 미국의 정신의학계에서는 꽤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는 군 통수권자로서 언제라도 미국과 세계를 파국으로 빠뜨려 놓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고, 대통령이 된 이후 그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온갖 상식 이하의 기괴한 언행들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것을 볼 때, 이것은 마땅히 국가적 비상사태로 봐야 한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쓴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증례>(2017.10)라는 책이 출판되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트럼프의 정신 상태를 평가하는 전문적 증언들이 공개되고 있다.

 

(12)

베이징은 이제 놀랄 만큼 잘 정비되고 공기도 깨끗한 국제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지만, 고층 건물을 짓고, 택배, 청소원, 서비스 노동자 등으로 일하며 이 도시에 공헌해온 가난한 농촌 출신 노동자들은 쫓겨나고 있다. 석탄난방 금지도, 노동자 내쫓기도, 그로 인한 고통을 덜어줄 어떤 준비나 예고도 없이 주민들의 삶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 밖에도 베이징 시정부는 수도 베이징의 스카이라인을 밝고 맑게만든다는 명분으로 11월말부터 건물 간판을 모두 철거하는 정책을 밀어붙여, 베이징시내에서 1 4,000여 개의 간판이 사라졌고 사람들이 건물을 찾지 못해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25)

직업대표제는 정당 중심 구역대표제로 구성된 의회제의 폐단을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1) 대표 수(의석 수)는 직업별 인구비례(혹은 직업단체 회원 수)에 따라 분배되므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소수의 정치에서 벗어나 다양한 각 직업 종사자를 포괄하는 진정한 다수의 정치를 할 수 있다. (2) 직업단체 단위로 대표를 선출하면 대표가 제한된 목적과 직능에 한하여 권한을 행사하므로, 의원이 포괄적 위임에 의거해 모든 영역에서 만능적 대표로 군림하는 폐단을 방지할 수 있다. (3) 유권자가 직업단체 단위로 조직되어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의원과 지속적으로 만나 대의(代議)과정을 형성하고 의정활동을 감시하며 직접민주(국민소환, 국민발안 등)을 실행하기에 용이하다. (4) 각 직업 방면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의정활동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직업대표제가 구역대표제보다 민주공화의 원리에 훨씬 더 충실한 제도로 평가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47)

중국 체제의 우월성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혁명전쟁을 통해 건국한 나라이다. 중국 국가는 혁명을 지지한 인민에게 무한책임을 진다. 무한책임을 진다는 말은 설령 월급을 주지 않아도 공무원들은 정상 출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국가가 무한책임을 지는 여러한 상층구조는 어떠한 경제기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일까? 국가를 대신하여 불경기에 경기를 진작하고 활황기에 조절을 할 수 있는, 국유 경제 제도만이 무한책임을 질 수 있다. 그리고 국가전략을 수행해야 하므로 당연히 효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 과잉 장기 독점 채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유 은행이 필요한 것이다.

 

(69)

중국이 세계를 선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하는 것은 이제 무의미한 질문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무대 위에 있고, 눈부신 경제력, 과학, 정치력과 심오한 문화를 지닌 중국이야말로 국제 무대의 한가운데에 서는 유일한 나라가 될 것이다. 과거 아시아에서 가장 강했던 중국은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처럼 식민지 개척의 길을 걷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이 공평한 세계 경기장구축에 공헌할 수 있으리라 나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대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인들이 왕성한 창조력과 도덕성을 갖추고 경제력과 권력추구를 냉정하게 절제하고, 어떻게 자신들의 전통문화가 국가와 세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78)

중국은 전세계 석탄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고, 석유는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소비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시멘트의 60%를 소비한다. 기술분석가 바츨라브 스밀에 의하면, 2011~2013 3년 동안 중국이 인프라 건설을 위해 쏟아부은 시멘트의 양은, 미국이 20세기 전 기간 동안 도시와 항만, 도로, 열차 시스템, 공항 등을 건설하기 위해서 쏟아부은 것보다 더 많았다. 중국은 또한 목재와 임산물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리하여 시베리아로부터 동남아히아, 뉴기니, 콩고, 마다가스타르에 이르는 숲들이 대규모로 벌채되었다. 중국의 이 게걸스러운 소비 덕택에 미래세대는 원시림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행성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그린피스는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09년에 중국은 미국을 앞질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는데, 현재의 추세대로 간다면, 미국의 3분의 2 정도의 경제규모를 가진 중국이 미국의 2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83~84)

설상가상으로 중국 북부 도시들의 대기의 질을 개선하려고 시진핑 정부는 서쪽으로 산시성, 오르도스 분지, 내몽골, 기타 외딴 지역들에 광대한 석탄가스화기지들을 건설하고 있다. 이들 공장은 현장에서 석탄을 태워 전력을 생산하고, 석탄을 합성가스와 같은 액화 연료로 변환시킬 것이다. 그리하여 그 연료는 도시로 운반되어 발전소와 공장과 자동차의 연료로 태워질 것이다. 미국의 델라웨어와 코네티컷 주들보다도 더 넓은 땅을 포괄하는 이 광대한 기지들은 지구상에서 전례가 없는 대규모 화석연료 개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또한 합성가스와 기타 화학물질들의 생산을 위해 너무나 많이 석탄화학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므로, 그 석탄을 그냥 베이징의 발전소들에서 태운 경우보다 거의 2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방출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만약 이 공장들이 전면적으로 가동하게 된다면 기후는 끝장날 것이라고 말한다.

 

(85~86)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인류 역사 전체를 통해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살고 있다. 임박한 전 지구적인 생태적 붕괴가 점점 더 뚜렷이 부각됨에 따라, 자본주의에 대한 지지는 도처에서 무너지고 있고, 세계 전역에서 사람들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 경제 체제를 필사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실패할지도 모르고, 그것은 우리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인류가 그러한 길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을 거친 다음, 그리고 수천 년간의 놀라운 문명과 문화적 성취를 이룩한 다음에, 우리가 그 모든 것을 버리고 기껏 300년에 불과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살리기 위해서 우리 자신과 수많은 종()을 절멸의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는 나는 믿을 수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지구상의 생명이 끝장나는 끔찍하게 슬픈 피날레가 될 것이다.

 

(114)

2040년이 되면 지구온난화에 의한 자연재해가 각국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킬 것이며 물과 식량을 둘러싼 투쟁이 격화될 것이다. 가뭄과 홍수 등으로 살 곳을 잃은 수백만 난민들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가로질러 상하수도 시설이 잘돼 있는 유럽 지역으로 몰려들 것이다. 수십 년에 걸친 혼란을 거치면서 유럽은 유럽의 안보에만 매달릴 것이며 세계의 문제는 워싱턴에 떠넘길 것이다. 중동지역 국가들은 더욱 약화돼 반군세력이 득세하고 식량과 물을 둘러싼 투쟁이 벌어진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혼란을 감당하지 못한 미국은 군대를 아프리카 대륙으로 불러들여 카리브해와 중미 지역에서 미국으로 몰려드는 난민을 통제하려 할 것이다.

 

(154)

공론화.

문제는 각 군마다 대상자 수를 정할 때 인구비례 기준을 따랐다는 것이다. 그 결과, 참여단은 서울, 경기가 47.4%였던 반면 울산은 1.4% 7명에 불과했다. 연령대도 50대와 60대가 각각 22.4%, 23.4%로 가장 많았다. 20대는 15.2%로 가장 적었다. 핵발전 위험을 가장 오래 안고 살아가야 하는 세대임에도 말이다. 이는 분명히 불공정한 일이다. 사안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배분이라는 문제의식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시민참여단이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가, 이는 공론화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다음번에는 보다 섬세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56)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필요악인가? 결국은 경제. 재개 쪽 전문가들은 핵발전이 가장 안정적이고 값싼 전기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이는 제조업 중심인 국내 산업에 큰 도움이 되며, 공사를 멈추면 원전 수출에도 지장이 생긴다고 말했다. 2조가 넘는 매몰비용도 강조했다. 안전 우려에 대해서는 신고리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이라며 전문가들을 믿으라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위세를 떨친 경제성장 우선주의와 핵발전 안전 신화는 강고했다. 핵발전소 사고는 최악의 재양이고, 핵폐기물은 처리 방법이 없으며, 핵발전소 건설과 운영 과정은 도시민의 지역민에 대한 폭력이라는 명확한 사실들은 힘을 잃었다.

 

(157)

이처럼, 원전을 반대하면 원전과 동등한 전력 생산량의 대안을 요구한다. 그런 대안이 있기 전까지는 탈핵은 먼 미래의 일로 유보된다. 전기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는 공포가 그만큼 큰 것이다. 이는 우리가 에너지가 끊임없이 공급돼야 하는 도시에서 기계 중심의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송배전에서 전기 낭비를 줄이고 사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내가 직접 체험하기 전에는 그것이 현실이 아니다. 게다가 핵발전의 폐해는 피해 당사자가 되기 전까지는 실감하기 어렵다. 내가 만난 중단 입장의 시민들이 태양열발전을 하고, 농사를 짓고 벌을 치며 환경변화에 민감하고, 울산에 살다 몸이 아파 이사하고, 한수원에서 일하다 그만두는 등 자기 삶과 체험에 핵발전을 반대하는 근거가 있는 분들이 많았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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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나는 기다린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내 자아는 지금부터 내가 구성해야만 하는 물건이다. 연설을 짜맞춰 구성하듯이. 지금부터 내가 내놓아야 하는 것은 선천적인 아니라, 후천적으로 만들어낸 인공적인 무엇이다.

 

(126~127)

우리는 기다리고, 복도의 시계는 똑딱거리고, 세레나는 담배를 한 개비 더 꺼내 불을 붙인다. 그 사이 나는 자동차 속으로 들어간다. 토요일 아침이고 9월이다. 우리한테는 아직 자동차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사정이 나빠져서 자동차를 다 팔아야만 했다. 내 이름은 오브프레드가 아닌 다른 이름이다. 지금은 금지된 이름이라 아무도 불러주지 않지만. 나는 상관없다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이름이란 건 전화번호와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나 쓸모 있는 거라고. 하지만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일 뿐 사실이 아니다. 이름은 중요한 문제다. 나는 그 이름의 기억을 숨겨놓은 보물처럼 언젠가 다시 돌아와 파낼 나만의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그 이름이 묻혀 있다고 여기고 있다. 나의 진짜 이름에는 마력이 있다. 상상할 수도 없이 아득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부적 같은 마력이. 밤마다 내 싱글 침대에 누워 두 눈을 감으면 그 이름이 눈앞에 어른거미려 떠다닌다. 손에 닿을락 말락 어둠 속에서 빛을 내며 떠다닌다.

 

(256)

대재앙 직후, 그들은 대통령을 쏘아죽이고 의회를 기관단총으로 쓸어 버렸고, 군대는 계엄령을 선언했다. 당시 그들은 이슬람 광신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침착하십시오. 그들은 텔레비전에 나와 말했다. 상황은 완벽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누구나 충격을 받았을 거다.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정부 전체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다니. 그들은 어떻게 침입했을까.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때가 바로 그들이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켰을 때다. 그들은 한시적인 조치라고 했다. 거리에선 소요조차 없었다. 사람들은 밤마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지시를 기다렸다. 사태의 주범이라고 지목할 수 있는 확실한 적도 없었다.

 

(293)

밤에 잠자리에 들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아침이면 우리 집에서 눈을 뜰 테고 전부 옛날로 돌아가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런 일은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지 않았다.

 

(327~328)

그러나 단 한 사람의 여성이라도 침묵을 깨고 감히 가르치려 들거나, 남자들의 권위를 침범하려 한다면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담이 최초로 창조되었고, 그 다음에 이브가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담은 속지 않았지만, 여자가 속아 죄악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맑은 정신으로 믿음과 자비와 신성함의 길을 지켜나가기만 하면, 여성은 출산으로서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출산으로 구원을 받다니, 나는 생각한다. 구시대에 우리는, 무엇이 우리를 구원해 줄 거라 믿었던 걸까?

 

(336)

옛날 우리의 사고 방식을 돌이켜 보면 낯설기만 하다. 손만 뻗으면 뭐든 가능할 것처럼 생각했다. 우연이라든가 한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한없이 뻗어가는 우리 삶의 경계를 마음대로 빚고 수정하는 일을 영원히 계속할 수 있을 것처럼, 우리는 믿고 생각했지.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나 역시 그렇게 행동했다. 루크는 내게 첫 남자가 아니었고, 어쩌면 마지막 남자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얼어붙어 버리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시간 속에, 허공 한가운데, 그때 그 나무들 사이에 떨어지는 모습으로, 그렇게 정지해 죽어 버리지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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