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갈대
펄 벅 지음, 장왕록.장영희 옮김 / 길산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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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펄 벅은 무척 유명한 작가란다. 대표작은 <대지>라는 작품인데, 읽진 않았어도 대부분 제목은 알고 있고, 그 소설이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대부분 알고들 있을 거야. 아빠는 너희들만 할 때 책을 잘 안 읽었단다. 추리 소설이나 가끔 읽고 그랬지. 그런데 중학교 때인가 어느날 친구 집에 놀러 갈 일이 있었는데, 친구 집에 세계문학전집이 있던 거야. 당시 책에 대해 잘 모르던 아빠에게는 그 세계문학전집이 무척 부럽고 멋있더구나. 그 전집에 <대지>라는 책도 있었단다. 아빠도 왜 그랬는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그 친구한테 <대지>라는 책을 빌려 달라고 했어. 아마 그 전집 중에 책 제목이 익숙한 몇 안 되는 책이라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렇게 읽은 책이 <대지>라는 책인데, 줄거리가 생각나지는 않지만 어렵지 않게 읽었던 기억이 있구나. 고전 소설은 요즘도 읽기 쉽지 않은 책들이 있는데 말이야. 그때 좀더 책읽기를 즐겨했다면 좋았겠지만 일회성으로 그치고 말았지. ㅎㅎ

펄 벅 작가는 <대지>를 비롯해 중국 관련된 작품들을 많이 쓰셨고 그런 작품들로 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도 수상하셨단다. 펄 벅 작가가 중국에 대해 잘 알았던 이유는 생후 3개월 만에 선교사인 부모님을 따라서 중국에 갔다가 거의 40년 가까이 중국에서 살았다고 했어. 1910년부터 1914년까지 대학교 때문에 미국에서 지내다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왔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1934년에 다시 미국으로 떠났는데 그 이후에는 한 번도 중국에 가지, 아니 갈 수 없었다고 하는구나. 마오쩌둥이 펄 벅을 제국주의 시각으로 중국을 왜곡한 작가라고 해서 중국 입국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래. 그런데 미국 내에서는 친중 작가로 사찰을 받기도 했었다고 하는구나.

아빠는 어른이 되어 펄 벅 작가의 책은 <연인 서태후>란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리고 그 때 펄 벅 작가에 대해 검색을 해보다가 펄 벅 여사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우리나라의 사생아들을 미국 입양을 알선해 주는 펄 벅 재단을 우리나라에 세우기도 했대. 그리고 우리나라 배경으로 한 소설들도 쓰셨다고 말이야. 아무래도 중국에 오래 살다 보니 이웃나라인 우리나라에 대해서 알게 되고 우리나라에 대한 소설을 쓰셨나 보다, 생각했단다. 나중에 기회 되면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읽게 되었구나.

제목은 <살아있는 갈대> 페이지가 무려 648페이지나 되는 대작이란다. 읽고 나서 깜짝 놀랐단다. 펄 벅 여사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어. 우리나라 작가도 이렇게 쓰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단다. 구한말부터 해방까지 안동 김씨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인데, 당시 우리나라 역사도 고스란히 다 담겨 있었단다. 그리고 옮긴이는 아빠가 좋아하는 장영희 교수님과 아버지 장왕록 교수님였어. 옮긴이들 또한 훌륭하신 분들이셔서 그런지 외국 작가가 쓴 것을 번역한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단다. 완벽 그 자체였단다.

이렇게 완벽한 소설을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그리고 이런 소설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깝구나. 최근 한류가 전세계적으로 열풍인데, 이 책이 좀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 누군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주면 안될까? 이런 생각도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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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벅 여사는 우리나라에 방문할 때마다 사람들의 품성에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그래서한국은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이다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하는구나. 이 말은 아빠가 이번에 읽은 <살아있는 갈대>라는 책머리에 적혀 있단다. 펄 벅 여사는 우리나라 이름도 갖고 계신데, 성은과 발음이 비슷한 박, 이름은을 번역한 진주. 박진주. 아빠가 너희들에게 펄 벅 여사의 한국이름을 맞춰보라고 퀴즈를 냈는데, Jiny가 단박에 박진주라고 이야기해서 아빠도 깜놀했었지 ㅎㅎ 자, 그럼 <살아있는 갈대>는 어떤 책인지 아빠가 왜 이리도 극찬을 했는지 이야기해줄게.

 

1.

이야기는 1881년 한양에서 시작한단다. 김일한은 양반집의 장손으로 아내 순희가 있고, 큰 아들은 김연춘, 둘째 아들은 이제 갓 태어난 김연환이었어. 김일한의 할아버지는 흥선대원군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 고위관리였단다. 1881년은 명성황후의 실질적 권력을 잡고 있었는데, 김일한은 명성황후의 측근으로 일하고 있었단다. 명성황후와 흥선대원군은 계속 대립관계에 있었으니 할아버지와 김일한은 어찌 보면 다른 곳에 서 있는 것 같구나. 김일한의 아버지도 조정에 드나 드시는데, 아버지는 고종과 친분이 있단다. 김일한은 아버지와도 정치적 노선이 달랐던 거야. 김일한은 신식문물을 받아들이고 서양책도 많이 봤단다. 김일한은 명성황후와 자주 대면하여 나랏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명성황후는 청나라와만 교류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어. 일한은 서양의 강국들, 특히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했어. 그런 강한 나라가 우리나라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했어.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를 호시탐탐 노리기 시작하던 시기였거든

일한은 명성황후의 허락을 받고 전국을 돌면서 백성들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단다. 전국을 돌고 몇 달 만에 다시 돌아온 한양은 모든 것이 싹 바뀌어 있었단다. 명성황후는 어디론가 쫓겨나갔고 흥선대원군이 다시 정권을 잡고 있었어. 역사적으로 임오군란이 일어났던 시기였단다. 급히 집에 돌아온 일한,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단다. 명성황후가 자신의 집에 피신해 있었던 거야. 일한은 명성황후를 모시고 충주에 가서 그곳에 있는 친구의 집에 숨겨 두고 다시 한양으로 돌아왔단다.

한양에 온 일한은 측근들과 명성황후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작전을 짰단다. 머리를 싸매보았지만 결국 청나라의 도움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청나라 군사가 와서 대원군을 잡아내어 청나라로 호송해 갔단다. 대원군은 청나라까지 글려가서 연금 당했단다. , 나라의 힘이 이리 없었구나. 대원군이 잘못한 것이 있다고 한들 왕의 아버지인데, 다른 나라 군인들이 끌고 간다는 것이 가슴 아픈 현실이로구나. 이걸 본 또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어찌 생각했겠는가. 대원군이 청나라로 끌려 간 이후 명성황후는 다시 한양으로 돌아왔단다.

김일한은 다시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단다. 하지만 명성황후는 거절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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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우리가 정말로 경계해야 할 나라는 노서아와 일본입니다. 이 두 나라의 통치자들은 탐욕스럽고, 그 국민들은 통치자의 속셈을 모릅니다. 더구나 그 나라들은 평화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작은 나라이므로 야심이 큽니다. 작은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에게 만족하기 못하기 때문에 한번 야심을 품으면 무섭습니다. 일본은 큰 머리를 가진 작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야심이 없는 큰 나라와 맹방이 되어야 이 작은 나라의 침략을 막을 수 있습니다. 청나라라 할지라도 지금은 우리를 보호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서양 우방을 가져야 합니다. 이홍장은 이 점을 알고 우리에 대한 종주권을 유지하려고 협조자를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더러 미국과 조약을 맺으라고 충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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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느날 갑자기 김일한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장례식을 치른다고 한동안 조정일을 보지 못했지. 장례식을 다 치르고 얼마 후, 고종의 호출이 있었단다. 고종은 어린 시절 왕위에 올랐지만 아버지 대원군이 정권을 잡고 자신은 허수아비였어. 나중에는 커서는 명성황후가 대원군과 대립하면서 또 존재감이 없었단다. 이제서야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단다. 고종의 호출을 받은 김일한은 고종과 대면했단다. 미국에 다녀오라는 지시를 받았어. 그 전에 조선과 미국 사이의 수교도 맺겠다고 했단다. 민영익, 홍영식, 서광범이 가는데 함께 다녀오라고 했단다. 민영익, 홍영식, 서광범은 실존인물이고 그들이 미국에 다녀온 것도 사실이었단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채경서와 <서유견문>으로 유명한 유길준도 함께 동행했단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자연스럽게 잘 엮여 있는 소설이구나.

그렇게 김일한은 미국 워싱턴에 도착을 해서 미국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을 만나고 다시 제물포에 도착을 했단다. 이때가 1884 5월이었어. 고종은 미국을 다녀온 이들의 의견을 듣고 실행에 옮기기도 했단다. 그렇게 세운 대표적인 것이 우정국이고 그 외에도 개혁을 시도했단다. 하지만 어려워진 백성들의 삶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단다. 어려운 삶에 동학이 널리 퍼지게 되었단다. 김일한의 첫째 아들 김연춘을 가르치는 선생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도 동학도였어. 그리고 동학운동이 일어나게 되면 김일한의 집안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일한의 식구들을 미리 시골 본가로 이동시켰단다. 김일한은 동학에 안 좋은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들의 선생이 동학이라는 것에 배신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그로 인해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단다. 자신의 정체를 밝힌 선생은 일한의 집을 떠나게 되었단다. 시골에 있으면서 일한은 책을 쓰고 아들들의 가르치면서 지내고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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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잘도 흘러 10여 년이 흘렀어. 큰아들 연춘은 한양으로 공부하러 가겠다고 해서 했는데, 일한은 잠시 망설이다가 허락을 해주었단다. 얼마 후 보은이라는 곳에서 동학운동을 했는데, 아들 연춘도 가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단다. 연춘은 한양에 가서 어렸을 때의 선생님과 계속 연락을 했었나 봐.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아 오래전부터 동학에 빠져 있었고동학운동이 성공하면 좋았겠지만, 조정은 동학운동을 제 힘으로 제압하지 못하고, 청나라와 일본의 힘을 빌려 진압하게 된단다. 또다시 다른 나라의 군대가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동학운동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단다. 그런데 또 하나의 비극. 청나라 군대와 일본 군대가 우리나라에서 전쟁을 하게 되었단다. 청일전쟁은 그렇게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단다. 이제 우리나라는 풍전등화의 운명이었어.

어느날 알고 지내던 미국인 외교관이 일한을 찾아왔단다. 한양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했어. 일한은 변복을 하고 한양에 도착을 했는데, 궁 안이 일본인 무사들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단다. 그 날이 바로 명성황후에 일본인 무사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한 날이었단다. 나라의 힘이 약해져서 결국 이런 일까지 벌어진 것이로구나. 여기까지가 1부의 이야기란다.

 

3.

2부는 1910년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단다. 이 소설이 1881년에 시작했으니, 30년 정도가 흘렀고, 등장인물들의 나이도 그렇게 먹었다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김일한은 야학을 하면서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단다. 큰아들 연춘의 소식은 끊긴 지 오래였단다. 둘째 아들 연환은 29살이었고, 경성에서 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었어. 연환은 아직 결혼 전이고 최인덕이라는 여자 친구가 있었어. 최인덕도 여학교의 선생님이었고 기독교도였어. 연환은 시대 흐름에 따라 신식으로 결혼을 하였고, 일한과 순희는 신식 결혼을 반대했지만 결국은 받아들였단다. 김연환과 최인덕은 아들과 딸을 낳았단다.

어느날 깊은 밤 연락이 끊겼던 연춘은 부모님을 뵈러 왔단다. 연춘은 그 동안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이번에 국내 잠입을 했다고 했어. 앞으로는 인편으로 가끔씩 소식을 전하겠다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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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선천이라는 지역에서 다리우치 총독 암살 미수 사건이 있었는데, 일한은 혹시나 연춘이 연루된 것이 아닌가 싶어서 재판에 가보았는데, 역시나 재판장에 연춘이 당당하게 앉아 있었단다. ‘살아있는 갈대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던 전설적인 독립운동가가 바로 연춘이었던 거야. 결국 연춘은 감옥에 들어갔단다. 연춘은 왜 자신의 별명을 살아있는 갈대로 했을까? 하나가 꺾여도 다시 다른 갈대가 자라는 생명력 때문에 그런 이름을 지었던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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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

“제 이야기는아버님께서 제 얼굴을 영영 보지 못하시게 되면제 이름을 영영 들으실 수 없게 되면이 아들 역시 하나의 갈대였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제가갈대 하나가 꺾였다 할지라도 그 자리에서 다시 수백 개의 갈대가 무성해질 것 아닙니까? 살아 있는 갈대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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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독립은 이제 불가능한 것인가. 이때 전세계적으로 식민지 국가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는 이가 있었으니 미국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었단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민족자결주의를 이야기했는데, 이것은 다른 나라의 통치를 받고 있는 나라들의 독립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으로 희망을 안겨 주었단다. 이게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18년 즈음에 발표한 걸 거야. 그런데 아빠가 알기로는 1차 세계 대전에서 진 독일과 그들에 편 들었던 나라들에게 식민 통치를 받는 나라들의 독립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이라고 알고 있어. 전쟁에서 이긴 연합국의 통치를 받는 식민지는 해당이 안 되고... 그런데 일본은 당시 연합국 소속의 승전국 소속이었지. 그래서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우리의 독립을 주장하려고 갔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단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고 우드로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우리나라 백성들에게 독립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고, 여러 가지 요인들과 합쳐져서 3.1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단다. 연환도 독립선언서를 인쇄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어. 너희들도 알 듯이 3.1운동은 비폭력 평화 시위 운동이었잖아. 하지만 일본은 경찰을 앞세워 강압적으로 대응했어. 어느 곳에서는 교회에 사람들을 가두고 불을 지르기도 했단다. 수원 제암리 학살 사건이라고 실제 있었던 잔인한 사건인데, 이 소설에서 그 제암리 학살 사건도 각색해서 실려 있었단다. 연환이 불 타는 교회에 아내 인덕과 딸이 갇혀 있다고 소식을 들었어. 이 소식을 듣자마자 교회로 간 연환. 자주 갔던 교회라서 비밀 출입구를 알고 있었고, 그곳은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들어갔는데, 아내와 딸을 구하기 전에 교회가 무너지는 바람에 연환도 함께 그곳에서 그만 죽고 말았단다. 그날 교회에 가지 않았던 아들 김양 혼자만 남게 되었어.

 

4.

연춘은 감옥에서 탈출한 후에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이어나갔단다. 지금은 북경 지역에 있었어. 연춘은 독립운동을 위해서 결혼도 하지 않고, 사랑도 하지 않았단다. 그런데 연춘을 사랑하던 동지 한녀가 찾아왔어. 사실 연춘도 속으로 한녀를 마음 속에 두고 있었단다. 멀리까지 찾아온 한녀를 더 이상 내칠 수 없어서 그녀와 함께 지내기로 했단다. 몇 달이 지나고 한녀는 임신을 했어. 연춘은 조심하지 않았냐고, 지금 독립운동에 매진할 때 아이를 어떻게 키우냐는 식으로 차갑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에 한녀는 연춘을 떠났단다.

며칠이 지나도록 한녀는 돌아오지 않았어. 연춘은 한녀도 찾을 겸 독립운동의 정황도 살필 겸 남쪽으로 내려갔단다. 상하이와 광둥 지역에서 독립운동가들을 만났어. 독립운동이 길어지면서 독립운동도 분열되는 양상을 보였고, 연춘은 독자 노선을 걷기로 했단다. 그러다가 소년 김약산을 만나 함께 독립운동을 하기도 했어. 소설 속 김약산은 나이가 맞지 않았지만 아마 약산 김원봉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인 것 같았어. 독립운동을 계속 하던 연춘은 가족의 소중함도 깨닫게 되었고, 한녀를 찾아 길을 떠났단다. 한녀의 흔적으로 찾아 북경, 만주, 시베리아까지 갔고 수소문 끝에 아들 샤샤를 만났단다. 세월은 꽤 흘러서 아들 샤샤는 이미 십대 후반이었어. 한녀는 이미 오래 전에 죽고 샤샤는 고아원에서 지냈다고 했어. 연춘의 죄책감은 얼마나 컸을까. 연춘은 샤샤에게 잘 이야기해서 함께 고향으로 돌아왔단다.

고향에는 아직 연로하신 부모님 일한과 순희가 있었고, 혼자 살아남았던 조카 김양이 있었어. 샤샤와 김양은 사촌지간인데 태어나서 처음 만나게 되었단다. 둘은 친형제처럼 친하게 지냈지. 한편 일본은 미국을 침공하게 되고 미국이 일본에 반격을 하면서 일본은 급격하게 국력이 쇠락하게 되었단다. 이제 우리나라도 독립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연춘도 독립 국가에 대한 준비를 했어. 그리고 드디어 해방이 되었어.

해방에 큰 도움을 준 미국들이 국내에 들어와 환영회를 했단다. 많은 우리나라 백성들이 모여들었어.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 질서 유지를 한다면서 미군은 일본 경찰을 앞에 세웠고, 만세를 부르는 우리나라 백성들이 혼란스럽다면서 총까지 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죽기도 했어. 그렇게 죽은 사람 중에 불운하게도 연춘도 포함되어 있었단다. , 그 오랜 세월 일본 경찰에 쫓기면서 독립운동을 했는데, 해방 조국에서 이렇게 허망하게 죽다니... 그렇게 소설은 끝을 맺었단다.

펄 벅 여사께서 주인공을 마지막에 죽게 했을까? 궁금했단다. 생각해보니 평생 독립 운동을 한 이들 중에 해방 이후에 허망하게 암살당한 여운형, 김구 같은 분들이 있단다. 힘든 독립운동을 모두 이겨내서 해방을 이뤄냈는데 이런 허망한 죽음이 현실에도 있었던 것을 아시고 주인공 또한 그런 비슷한 죽음으로 소설을 끝내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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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첫부분에 이야기한 것처럼 소설은 술술 잘 읽혀진단다. 속도감도 있고, 서사도 있었어. 너희들도 나중에 크면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구나. 강추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얼마 후에, 회사 동료 분께서 혹시 괜찮은 책 좀 추천해 달라고 하셨어. 그래서 다섯 권 정도 추천해 드렸는데, 그 중에 이 책 <살아있는 갈대>도 포함했단다. 이 책을 일고 펄 벅 여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어. 그래서 유튜브도 보긴 했는데, 평전이나 전기를 보려고 찾아봤는데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은 없더구나. 조금 안타깝구나. 우리나라에 애정을 갖고 계시고 좋은 일도 많이 하셨는데....

펄 벅 여사가 쓴 다른 책들도 또 읽어봐야겠구나. , 읽어야할 책들은 점점 쌓여가고 아빠의 읽는 속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구나. , 오늘은 그럼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단기 4214, 서기로는 1881년이었다.

책의 끝 문장: 대문 너머 하늘에는 새로 나온 달이 높이 떠 있고, 달 아래로는 늘 보는 별이 변함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부분적으로 서양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지. 그러나 그건 좋은 거네. 중전에 대한 반역이 아니라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네. 우리는 너무나 오래도록 낡은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 왔다고 말이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전적으로 서양의 영향을 받도록 우리들 자신을 방임하자는 말은 아니네. 우리가 많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어느 정도 그들의 영향을 받는 것은 우리의 숙명이네. 받아들이고 거부하는 것, 접목하고 혼합하는 것, 그리고 우리 자신을 하나로 만들어 독립된 국가를 세우는 것이 우리의 과제네. 그러나 그 하나가 무엇이겠는가? 아, 그게 문제네! 나는 그것에 대답할 수가 없네. 그러나 이제 내 아이들을 위하여 해답을 찾아내야만 하네." - P27

그는 옆으로 본 여자의 얼굴에 감탄했다. 참으로 잘생겼다, 이 나라 사람들은! 그는 청나라나 일본 장사꾼들도 본 적이 있다. 일본 사람들은 체구가 작고, 중국 사람들은 피부가 누런 데다 머리칼은 더 까맣고 빳빳하다. 이 고상한 사람들이 어떤 불행을 타고 났기에 남들이 탐내는, 좁고 산이 많은 땅에 갇혀 있는 것인가! 만약 이 백성들을 평화롭게 내버려 두기만 한다면, 마음대로 꿈을 꾸게 내버려 두기만 한다면 그들은 노래를 만들고,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릴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이제 바야흐로 주위의 굶주린 나라들은 입맛을 다시고 있고, 문관인 동반은 점점 부패해 가고 있으며, 호시탐탐하는 서반은 또다시 밑으로부터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 P49

그는 이제 백성들의 참모습을 소상히 알게 된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재촉했다. 조선 사람들은 용감하고 강인했으며, 용기뿐만 아니라 감탄할 만한 낙천성으로 시련을 견뎌내고 있었다. 부처님한테서도 임금님한테서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은 채 조그만 행운에도 고마워하며 스스로 돕고 또 서로 도왔다. 거칠면서도 순박했고 폭풍우와 추위와 먹구름 아래서 자연과 맞서 싸웠지만 혼자가 아니라 나란히, 다 함께였다. - P110

조선 왕조 제 26대 왕인 고종은 아직도 한창 나이의 청년이었다. 왕이 된 이래 대비 조씨와 아버지 대원군 사이에서 자랐다. 두 분 다 성격이 강했다. 대원군은 저돌적인 의지를 가진 사내였고, 조대비는 여자의 완고한 고집을 깊이 간직한 분이었다. 두 분다 그를 어린아이 취급했고, 따라서 그는 더디게 철이 들었다. 그는 이따금 두 분 사이에서 씨름할 때가 있었다. 게다가 민씨 문중의 아름다운 규수를 왕비를 맞이함으로써 세 사람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신세가 됐다. - P179

"조선의 유일한 희망은 과거를 떨쳐 버리고 현재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나는 희망을 갖게 됐어요. 이제 조그만 나라도 과학과 가계의 힘으로 강성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말이오. 조선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을 뽑아 당신네 나라에 유학을 시킨 다음 돌아와서 사람들을 가르치게 해야 하오. 우리는 젊은이들을 위한 대학을 세워야 합니다. 허나 민 대감의 힘이 이리 막강한데 역시 설득할 수 없을 게 분명하오. 민 대감이 중전의 조카니까요. 그 짐작이 틀렸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오. 두렵고 안타까운 추측이긴 하지만, 민 대감은 자기가 본 것에 겉으로만 관심을 기울이는 척할 거요. 개혁을 건의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은밀히 방해 공작을 꾸밀 거라는 얘깁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을 바로 그거예요." - P211

모든 일이 흡족하게 마무리되자 궁왕은 장례일을 선포했다. 밝고 화창한 날씨였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녀의 온갖 변덕과 고집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과 쾌활함, 용기와 명석한 두뇌, 심지어는 그 억센 의지까지도 사랑했다. 중전이 죽은 이제, 사람들에게 그녀는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조국의 옛모습을 영원히 상징하는 존재였다. 이미 전쟁에서 승리한 정복자 일본이 조선의 옛 전통과 언어, 생활 방식을 말살하는 일에 착수한 것이다. - P290

"아아, 당쟁 때문이지. 그게 우리의 죄야. 어떻게 해야 적을 물리치고 자유를 지킬 수 있는지, 우리는 그 방법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시간만 허비했어. 수세기에 걸친 당쟁이 우리나라를 분열시켜왔어. 분열되었기 때문에 나라가 망한 거야. 우리 자신의 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한 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났어. 이씨, 민씨, 박씨, 김씨, 최씨 같은 명문가도 사라졌고 실학파, 동학당 등도 다 쓰러졌어. 다행히 지금은 상하 귀천 없이 온 백성이 잃어버린 독립을 되찾는 갈망으로 뭉쳐 있다. 이제는 우리들끼리 서로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일본놈들만을 미워하게 되었으니 아마 일이 좀 더 쉽게 풀리겠지." - P298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집의 아늑한 방에서 연춘은 이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닿을 수 있는 연락망을 짜기 시작했다. 그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조선인들로 하여금 승전에 대비하게 하여 일본이 쫓겨 가면 곧바로 기능을 수행할 정부를 갖추게 하려는 것이고, 둘째는 다른 나라, 특히 미국에 있는 동포들을 분발시킴으로써 승리를 촉진하려는 것이었다. 러시아는 수백 년 동안 조선의 해안과, 산지에 감추어진 귀중한 광물들, 어장들, 그리고 유속 빠른 강과 좋은 항만 조건을 탐내 왔다. 그는 혁명이 일어났다 해서 러시아의 본질까지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나라의 야욕은 굶주린 이들의 새 정권에 의해 오히려 날카로워지고 강화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들의 조상은 아사지경의 농민들이었다. 이제 그들은 살찌고 부유해질 차례가 왔다는 것이었다. - P563

"선생은 열반의 의미를 잘못 알고 계시는군요. 열반은 비존재가 아닙니다. 사실은 고통의 부재, 죄업의 부재, 정욕의 부재, 그리고 미혹의 부재까지를 의미하는 것이지, 비존재라 해서 열반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정반대로 열반을 선생이 말하는 바로 그 전존재이지요. 그것은 완전한 깨달은, 완전한 인식, 완전한 이해를 의미합니다. 말이 없이도 마음이 통하는 상태 말이지요. 말이 없어도 우리는 그냥 압니다.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열반에 든 정신과 영혼한테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괴로움, 고통, 정욕, 미혹 자체의 부재는 이미 알고 있음의 결과, 즉 우리가 시간이라 부르는 이 영원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이해, 깨달음의 결과이지요." - P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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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개화기는 새로운 외부 문화와의 충돌을 경험한 시대였다. 그 충돌은 개화기 이전부터 일어났으니 그건 바로 천주교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 대응은 박해로 나타났다. 조선 정부의 천주교 박해는 당파싸움으로 인해 증폭되었다. 이는 개화기가 결국 망국(亡國)으로 종결된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조선의 자폐적 시스템과 더불어 내부갈등이 나라의 진로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였다는 사실을 폭로해주기 때문이다. 개화기로 들어가기에 앞서 천주교 문제를 살펴보고 넘어가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72)

블라디보스토크의 블라디는 러시아어로 정복하다는 뜻이고 보스토크는 동쪽의 의미인바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가 동쪽으로 와서 정복한 도시인 셈이다. 이전 이 땅은 발해의 중요한 거점 지역이었고 이후로는 여진과 거란의 땅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이 땅을 한자로 해삼위(海蔘威)라고 표기했는데 바닷가에 해삼이 많아서 해삼위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바다도 4~5개월간 결빙하기 때문에 부동항을 얻으려는 러시아의 남하정책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90)

역설이지만 서학은 물론 동학에 대한 이러한 탄압은 조선 조정이 자신들의 죄, 즉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걸 시사하는 건 아닐까? 민생을 도탄에서 건져낼 수 없는 무능이, 언제든 민심을 폭발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 제거에만 총력을 기울이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 게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망국(亡國)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99)

다블뤼의 다음과 같은 진술은 자선(慈善)의 원조 국가가 조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다.

이 나라에서는 자선 행위를 진정으로 존숭하고 실천한다. 사랑방에서 받는 대접 이외에도 식사 때 먹을 것을 달라면 거절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일부로 그를 위해 밥을 다시 하기도 한다. 들에서 일하는 일꾼들은 식사하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즐거이 자기 밥을 나누어준다. 뱃사공들은 밥을 먹지 않고 배 타러 나온 사람과 나누어 먹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잔치가 벌어지면 언제나 이웃 사람들을 초대해서 형제처럼 모든 것을 나눈다. 여비가 없이 길을 떠나는 사람은 엽전 몇 닢의 도움을 받는다. 없는 사람과 나누는 것, 이것이 바로 조선인이 가진 덕성 중의 하나이다.”

먼 훗날에라도 조선에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161)

조선은 강화도조약에 따라 개항을 하게 되었고 근대적인 서양 문물을 수입하게 되었다. 1876년 부산이 개항하고 이어 1879년 원산, 1880년 인천이 개항했다. 학계에선 근대화가 되는 시대를 의미하는 근대가 언제부터인가 하는 논쟁이 있는데 학계의 통설적 견해는 아무런 준비 없이 강요된 것이긴 하지만 개항을 통해 새로운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에 편입한 1876년을 근대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188-189)

금장태는 최한기는 조선 후기 실학파의 마지막 인물이자 근대 개화사상으로 한걸음 나아갔던, 그 기대의 가장 앞선 진보적 지성인이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의 저술은 1000권이나 된다는데 세상에 알려진 것은 아직 100여 권뿐이다. 그의 탁월한 학문의 폭넓은 식견이 알려지자 당시의 여러 재상들은 그를 조정에 끌어들이려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뜻을 펼 수 없는 상황에서 벼슬하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다만 신미양요로 강화도가 미국 함대에 침략당하자 친분이 있던 유수의 자문요청에 조언한 바 있다. …… 자신의 시대를 새로운 것으로 낡은 것을 바꾸는변혁의 시대로 규정한 그는 차라리 옛것을 버릴지언정 지금을 버릴 수는 없다하여 진보정신을 표방하고 과학과 문명이 더욱 발전하고 역사가 발전해나간다는 것을 확신했다.”


(284)

한편 최초의 미국 유학생 유길준의 미국 생활은 어떠했는가?

미국 <뉴욕타임스> 1883 11 8일자는 사절 수행원의 한 사람인 유길준은 자기나라의 옷을 벗고 지금은 서양 옷을 입고 있다. 그는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시의 에드워드 모스(1838~1925) 교수 지도하에 학생으로 이 나라에 머물 것이다. 어제 저녁 이 젊은이는 5번가(뉴욕)에 산책을 나갔다가 길을 잃었다. 그러나 몇 마디의 영어를 사용하여 경찰관에게 호텔 가는 길을 물어 찾아왔다.”고 보도했다.


(301)

<한성순보>는 신문발간의 동기와 기술적 지원은 일본에 의존했지만 신문의 뉴스원, 내용과 관련해선 중국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이 신문이 기사로 가장 많이 다루었던 국가는 중국(453)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베트남(165ㅎ회), 프랑스(71), 영국(56), 일본(53), 미국(47) 등이었다. 중국 관련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이유는 조선과 중국의 관계가 밀접했다는 것 이외에 영국, 미국을 비롯한 열강의 선교사나 상인 등이 발간하던 중국계 신문들을 주요 뉴스원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성순보>의 실무자들은 거의가 한학자와 중국어 역관(譯官) 출신들로서 한문에는 능통한 반면 일본어는 몰랐다는 점과 이들이 일본보다는 중국을 더 숭상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베트남, 프랑스 관련 기사가 많았던 건 1884 6월 프랑스의 베트남 침략(1883) 문제로 일어난 청불전쟁과 베트남이 프랑스에 먹히는 비극에 대한 동병상련(同病相憐) 감정 때문이었다.


(334)

갑신정변의 내각은 청춘정권이었다. 내각 서른두 명의 연령을 보면 20대와 30대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김옥균 서른세 살, 홍영식 스물아홉 살, 서광범 스물다섯 살, 박영효 스물세 살, 서재필 스무 살 등 주동자들은 더 젊었다. 혈기가 지혜를 앞섰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336)

너희들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군주는 그렇게 개화를 버렸다. 김옥균은 군주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는다. 이제 곧 천하대역죄인이 될, 그의 부모와 아내와 아이들은 몰살을 당하게 될, 그리고 자신은 10여 년의 망명객이 될 것이며 망명지 일본에서도 버림받은 후 결국 중국 상하이에서 조선 정부가 보낸 암살자에게 목숨을 잃을, 그러나 군주를 사랑하였고 조선의 강대한 힘을 꿈꾸었던 김옥균은 이렇게 군주와 마지막 작별을 했다. 박영효, 서재필, 서광범 등이 김옥균과 함께 후퇴하는 일본군을 쫓아갔다. 군주의 곁에는 이제, 청군과 군중들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될 홍영식, 박영교만 남았다. 실패한 혁명 뒤에 남은 것은 군중의 분노뿐이다. 거리는 살육으로 뒤덮인다. 일본인과 개화파들, 그들의 가족은 보이는 대로 습격을 당한다. 김옥균의 집과 일본공사관은 성난 군중의 손으로 불타올랐다.


(345)

이어 신용하는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실패 요인은 일본군 무력을 차용한 요인이라며 갑신정변은 아무리 필요하고 애국적인 목적을 갖고 있어도 그 수단에 있어서 침략의도를 가진 일본의 힘을 일부 빌려서 수행하려 해서는 실패하고 만다는 뼈아픈 역사의 교훈을 우리들에게 남겨주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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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수학자 - 보통 사람들에게 수학을! 복잡한 세상을 푸는 수학적 사고법 보통사람들을 위한 수학 시리즈
릴리언 R. 리버 지음, 휴 그레이 리버 그림, 김소정 옮김 / 궁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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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과학과 수학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편이잖아. 이 책도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되었지. 이 책은 수학책인데 형식이 좀 독특했어. ()의 형식을 두었거든. 그렇다고 시의 은유적인 표현은 거의 없었단다. 형식만 시()의 형식을 두어서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단다. 읽는데 간혹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 시() 때문이 아니라 수학 때문이란다.

이 책에는 수학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보통 씨가 등장한단다. 보통 씨,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수학에 관심이 없으니까 안심하라는 것 같구나. ㅎ 이 책은 삽화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지은이와 그린이의 성이 똑같더구나. 그래서 찾아보니 지은이 릴리언 R. 리버는 아내이고, 그린이 휴 그레이 리버는 남편이더구나. 지은이 릴리언 R. 리버는 1886년에 태어나서 1986년에 돌아가셨어. 100번째 생일을 얼마 앞두고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가르쳤고, 일반 사람들을 위한 책들도 많이 쓰셨다고 하는구나.

지은이의 출생년도를 보면 알겠지만, 이 책도 나온 지 꽤 된 책이란다. 1942년에 출간된 책이라고 하니 80년이 되었구나. 이 책은 원래 군인들에게 수학의 본질을 알려주고, 군인으로서 중요한 가치관을 알려주기 위해 쓴 책이라고 하는구나. 하지만 이 책은 아무나 읽어도 좋은 책이란다. 특히 수학을 가장 많이 접하는 학생들도 읽으면 좋을 것 같더구나. 수학 문제를 대할 때의 자세도 알려주거든...^^


1.

이 책은 재미있는 문제로 시작한단다. 아래 두 회사가 있는데, 어떤 회사를 선택할지 함 생각해 보자꾸나. 첫 번째 회사는 초봉이 연봉 1200만원이고, 해마다 200만원을 올려주는 회사가 있단다. 두 번째 회사는 첫6개월 임금이 600만원이고, 6개월마다 50만원을 올려주는 회사가 있단다. 이 두 회사에서 어떤 회사를 선택하겠는가? 첫 번째 회사는 일년에 200만원 올려주는 것이고, 두 번째 회사는 일년에 100만원 올려주는 것이니까, 당연히 첫 번째 회사를 선택했다면 너희들은 너무 성급하게 생각한 것이란다. 수학은 그렇게 성급하게 생각하게 되면 큰 코를 다치게 되어있어. 아빠도 첫 번째 회사가 당연히 돈을 받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함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답은 2번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하나씩 써 봤지.

첫 번째 회사는 첫 해에 1200만원, 둘째 해에 1400만원, 셋째 해에 1600만원, 넷째 해에 1800만원.... 이렇게 되고두 번째 회사는 첫6개월에 600만원, 두 번째 6개월에 650만원, 그러므로 첫 해는 1250만원.. 첫 해는 첫 번째 회사보다 많이 받는구나. 하지만 두 번째 해부터는 역전되겠지? 두 번째 회사는 일년에 100만원이 늘어나니까... 그러면서 두 번째 해도 계산해 보았단다. 둘째 해 상반기6개월 700만원, 둘째 해 하반기6개월 750만원, 그러므로 둘째 해는 1450만원... 앗 둘째 년도에도 두 번째 회사가 많네... 셋째 해 상반기6개월 800만원, 셋째 해 하반기6개월 850만원, 셋째 해는 1650만원. 앗 셋째 년도도 두 번째 회사가 많아... 매년 두 번째 회사가 계속 50만원씩 더 받는구나. 성급하게 생각했다면 첫 번째 회사를 선택했을 텐데... 하나씩 수학적으로 따져보니 두 번째 회사가 더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단다.

이런 재미있는 문제들이 쭉 이어지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앞 부분에 세 문제 정도 등장하고 만단다. 아무래도 수학에 관심을 끌기 위해서 재미있는 문제를 선보인 것 같구나. 그리고 그 문제를 풀면서 수학을 대하는 중요한 자세를 알려고 있는 거야. 이건 너희들도 명심했으면 하는구나. 첫째,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라 둘째, 감으로 하지 말라. 셋째, 신중해라. 수학 문제를 풀 때 이것만 명심하면 아는 문제를 틀리는 억울함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단다.

======================

(28)

그게 바로 보통 씨와

과학자가 행동하는 방식에 존재하는

한 가지 본질적인 차이점이야.

보통 씨는 자기가 이 좋다고

생각하면 말이지,

언제나 감에만 의지하려 할 거야.

하지만 말이야,

모든 은 반드시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해.

======================


2.

고대부터 이어진 수학은 뉴턴 시대에 정점을 찍게 된단다. 그리고 현대 수학으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되지 이 책에서 현대 수학을 소개하면서 삶의 자세로도 확장하는 것 같았어.

======================

(139-140)

따라서 현대 수학의 한 가지 경향은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는 생각을

명확하게 밝혀

그로 인해 야기된

편견과 거짓 생각을 제거하는 것 같아.

명심할 것! 작위적인 추론에

근거가 있는지를 밝히고

이치에 맞게 생각하자!

======================

현대수학에서는 기존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진실이 아닌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단다. 예를 들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가 아니다, 2더하기 2 4가 아닐 수도 있다 등등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인 것은 고대 유클리드 기하학이 지배한 세상이었지만, 실제 세상은 비유클리드 기하학과 유학 기하학 등이 존재한다는 거야. 이런 경향은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나타났단다. 지은이는 현대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정의 내렸는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구나.

======================

(216-218)

현대는 이런 경향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

(1) 사람은 자신이 아주 창조적인 동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어.

훨씬 대담해진 사람은

자신이 머물던 활동영역을 벗어나

훨씬 먼 곳으로 모험을 떠나게 됐지.

(2) 당연히 이전보다

무수히 많은 다양성이

생겨났어.

(3)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사람은 뭔가 아주 이상한 것들을

발견했어.

그리고 낯선 것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됐지.

(4) 사람은 추상적인 것들에

점점 더 흥미를 느끼게 됐어.

======================

이 책이 처음에는 군인들을 상대로 쓴 책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그런지 교훈적인 내용도 많이 담긴 것 같았어.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라고 하는 것은 옳은 말이지만, 살다 보면 쉽지 않더구나. 그러면 이런 글들을 다시 보면서 다짐을 하게 되지. 너희들도 그랬으면 좋겠구나.

지은이 릴리버 R. 리버 님이 이런 책 스타일로 양자역학과 무한에 대해 쓴 책이 있다는데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구나. 오늘은 이상.


PS:

책의 첫 문장: 우리의 영웅, 보통씨가 누구냐고?

책의 끝 문장: 이 책이 그런 개념들이 내포한 뜻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깨닫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 인정하지?


명심할 것! 진보는
전통은 존중하되
맹목적으로
100퍼센트 따르지는 않을 때
이루어진다!
- P91

아주 괴상하고
‘완전히 분해되어 있는’
현대적인 무엇을
찾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면 안 돼.
아주 깊숙이 자리 잡은
편견은 기이한 새로움보다
훨씬 나쁠 수 있으니까.
- P171

2 더하기 2는
어떤 대수 문제이냐에 따라
4가 될 수도 있고
4가 아닐 수도 있어.
대수나 기하학은
모두
사람이 만든 거야.
그러니까
무엇보다 뛰어난
절대적인 건 없는 거야.
그리고 절대 진리를
표상하는 것도 없는 거야.
하지만
그중에 전부가, 혹은 많은 것들이
엄청나게 유용하기는 해.
절대 진리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고
어쩌면 영원히 발견할 수
없을지도 몰라.
- P183

그러니까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사용해
가장 훌륭한 결과를
이끌어내야지
자신이 절대 진리를 ‘안다고’
으스대면 절대 안 되는 거야.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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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15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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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지난 번에 이어서 허먼 멜빌의 모비 딕 ()권을 이야기해줄게. ()권 역시 ()권 마찬가지로 주인공들이 모비 딕을 찾아가는 이야기와 고래에 관련된 온갖 정보, 지식, 상식을 망라한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단다. 지은이가 이 소설을 쓸 당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고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구나.

()권에서 이야기했지만, 다시 한번 등장인물을 정리해 보면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사람인 피쿼드 호의 갑판원 이슈마엘. 피쿼드 호의 선장 에이헤브. 일등항해사 스타벅, 이등항해사 스터비, 삼등항해사 플래스크, 작살잡이이자 이슈타엘과 케미를 보인 퀴퀘그가 있었지. 작살잡이는 퀴퀘그 말고 두 명이 더 있었는데 다구라는 사람과 인디언 출신인 타슈테고라는 사람이란다. 그 외에 수십 명의 선원들이 함께 피쿼드 호에 타고 있었단다.

선장의 명령으로 그들이 모비 딕을 쫓고 있지만, 다른 고래를 발견하게 되면 그 고래들도 잡았단다. 그리고 고래를 잡았다고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래를 잡을 때 작살 작업은 어떻게 하는지 상세하고 설명하고, 고기는 어떻게 해체하고, 고래에서 기름을 어떻게 뽑아내는지 상세히 설명해 준단다. 고래의 머리통에는 고래 기름이 가득하고 큰 고래의 경우는 500갤런의 기름이 있다는 사실을 아빠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놀랍구나. 피쿼드 선원들도 잡은 고래에서 기름을 추출해서 기름통에 옮겨 담는 작업도 하는데, 작살잡이 타슈테고가 기름통에 빠져 죽을 뻔한 것을 퀴퀘그가 극적으로 구출해 냈단다. 식인종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퀴퀘그.

고래를 잡고 나면 그날 식단은 고래 요리로 채워지는데, 이번에는 고래 요리의 역사에 대한 내용이 쭉 이어진단다. 참 친절한 책이로구나. 아빠는 고래에 대해서 당연히 잘 모른단다. 그들이 이번 항해에서 처음 잡은 고래가 향유고래이고, 두 번째로 잡은 고래가 참고래였단다. 그래서 이번에는 두 고래의 차이점에 대해 또 많은 지면으로 설명을 해준단다. 참고래는 스토아 철학자, 향유고래는 플라톤주의자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정작 아빠가 스토아파가 어떻고 플라톤주의자가 어떤지 잘 모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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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저기 있는 향유고래의 표정이 보이나? 이마의 긴 주름이 조금 지워진 듯할 뿐, 죽을 때의 표정 그대로다. 놈의 넓은 이마에는 죽음을 바라보는 무심한 사유에서 유래된 대초원 같은 평온함이 깃든 것 같다. 하지만 또 다른 머리의 표정을 살펴보라. 공교롭게도 뱃전에 짓눌려 턱을 단단히 감싸게 된 저 놀라운 아랫입술을 보라. 머리 전체가 죽음을 바라보는 엄청난 실천적 결의를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 내가 보기에 참고래는 스토아 철학자였고, 향유고래는 플라톤주의자였다가 말년에 스피노자를 만났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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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상식에 대해 많이 나온다고 했잖아. 고래는 물에 살고 있지만 독특하게도 포유류잖아. 그 이야기는 아가미가 없이 허파로 숨을 쉴 텐데, 그러면 수면 위로 계속 오르락내리락 불편한 것 같구나. 그런데 그런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몸 속에 산소를 많이 비축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고 하는구나. 역시 생명체들은 모두 신기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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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42)

고래는 주기적으로 꽉 차게 한 시간이나 그 이상씩(심해에 있을 땐) 단 한 번도 숨을 쉬지 않은 채, 아무튼 어떤 식으로든 공기를 한 숨도 들이마시지 않고 체계적으로 살아간다. 기억하겠지만 고래에게는 아가미가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걸까? 고래의 갈비뼈 사이, 그리고 척추 양쪽에는 국숫발 같은 관이 크레타 섬의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고래가 수면에 나왔다가 잠수할 때면 산소가 공급된 혈액이 이 관에 가득 찬다. 그렇기 때문에 물 없는 사막을 건너는 낙타가 보조 밥통 네 개에 나중에 마실 여분의 물을 채우듯, 고래는 천 길 물속에서 한 시간 이상 버틸 수 있는 여분의 생명력을 몸에 비축하는 것이다.

======================


1.

망망대해에서 모비 딕을 쫓는 피쿼드 호는 다른 포경선을 가끔 만나게 된단다. 그러면 에이해브 선장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은 모비 딕을 봤냐는 것이란다. 제로 보암호라는 포경선을 만났는데, 선장이 메이휴라는 사람이었는데, 배 안에서 반란이 일어나서 광신자 가브리엘이 배를 접수했다고 하는구나. 이 배도 모비 딕을 만났다가 항해사가 모비 딕의 공격으로 죽었다고 하는구나. 독일인 선장이 몰고 있는 융 프라우 호라는 배도 만났어. 융 프라우는 처녀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인데 왜 그런 배 이름을 지었다고 했더라피쿼드 호가 융 프라우 호와 조우했을 때 향유고래 한 마리가 나타났는데 두 배는 경쟁하듯 그 고래를 쫓았단다. 결국 피쿼드 호의 항해사들이 이겼으나, 배가 침몰할 위기도 있었단다.

미국 땅에서 출발한 그들은 대서양에서 남아프리카를 돌아 아시아 땅까지 이동했단다. 인도양 인근에서는 말레이시아 해적들이 나타나 추격적을 벌이기도 했어. 런던에서 온 새뮤엘 엔더비 호와 만나게 되는데, 새뮤엘 엔더비 호의 선장인 부머 선장은 한쪽 팔이 없었어. 그 또한 모비 딕과 맞섰다가 한쪽 팔을 잃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부머 선장은 한쪽 다리를 읽은 에이해브와는 다른 결정을 했단다. 부머 선장은 나머지 한쪽 팔이라도 지키기 위해서 모비 딕에 복수를 하지 않는다고 했어. 에이해브는 자신의 한쪽 다리를 잃은 것에 대한 복수심을 똘똘 뭉쳐 모비 딕을 쫓고 있는데 말이야. 부머 선장이 좀더 현명한 것 아닐까 싶구나.

이렇게 자신의 개인적인 복수심에 가득 찬 선장에 불만을 갖고 있던 이는, ()권에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일등항해사 스타벅이었단다. 스타벅은 잠깐 동안이지만 선장을 죽이려고는 생각도 했었어. 그것이 오히려 선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스타벅의 윤리성이 그것을 막았단다.


2.

그들은 인도양을 거쳐 일본 앞바다를 거쳐 다시 태평양에 도착했단다. 그리고 레이철 호를 만났는데 그들은 바로 어제 모비 딕을 봤다고 했어. 레이철 호와 헤어진 피쿼드 호는 얼마 후 드디어 모비 딕을 만났단다. 모비 딕이 향유고래라고 했잖아. 향유 고래 크기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에서 해 주었는데, 큰 향유고래는 25~27미터에 몸무게는 90톤이 나간다고 하니, 정말 무시무시한 생명체로구나. 그런 괴물 같은 생명체와 싸우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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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내가 엄밀히 계산하고 스코스비 선장이 측정한 것을 어느 정도 참고한 바에 따르면, 몸길이가 18미터인 초대형 그린란드고래는 무게가 70톤이고, 내 엄밀한 계산에 따르면, 초대형 향유고래는 몸길이가 25~27미터 사이며 몸통 둘레는 12미터에 조금 못 미치는데, 이런 고래라면 무게가 적어도 90톤은 나갈 것이다. 열세 명 정도의 몸무게를 더했을 때 1톤이 된다고 본다면 이 고래 한 마리가 11백 명이 사는 마을의 주민을 전부 합쳐 놓은 것보다 훨씬 무겁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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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을 만난 에이해브는 다소 흥분을 하고, 자신이 직접 모비 딕을 잡겠다고 했어. 배는 스타벅에게 맡기고 에이해브는 다른 항해사들과 작살잡이들과 함께 직접 보트를 타고 모비 딕 사냥에 나섰단다. 첫째 날, 둘째 날 모두 보트가 난파되는 피해를 입고 몸만 간신히 살아서 피쿼드 호로 돌아왔단다. 그 만큼 모비 딕은 정말 세고 강한 놈이란다. 둘째 날 공격에서는 에이해브 선장의 고래뼈 의족도 부서지고 말았고, 에이해브 선장이 모비 딕을 잡으려고 별도로 데리고 왔던 사람들 중 페달라도 죽고 말았어. 이제 현실타협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 스타벅은 에이해브에게 이제 그만하라고 계속 만류했단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에이해브는 다시 한번 결전을 다짐하며 모비 딕을 맞서게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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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451)

나는 태양에 등을 돌린다. 어찌된 일인가, 타슈테고! 망치 소리를 들려 다오. , 불굴의 세 첨탑이여. 부러지지 않는 용골이여. 오직 신만이 빼앗을 수 있는 선체여. 굳건한 갑판과 당당한 키, 북극성을 가리키는 뱃머리, 죽음의 순간에도 거룩한 배여! 나를 두고 비명에 가야 하는가? 못난 난파선의 선장에게 허락되는 마지막 자긍심마저 나는 가질 수 없단 말이가? , 고독한 삶의 고독한 죽음! , 이 순간 나는 인생 최고의 슬픔 속에 내 인생 최고의 위대함이 들어 있음을 느낀다. 허허! 지나간 내 삶에 내내 몰아치던 세찬 물결이여, 가장 먼 곳에서 달려와 나의 죽음이라는 커다란 파도를 뛰어넘어라. 모든 것을 파괴할 뿐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나는 너를 향해 돌진하고 끝까지 너와 맞붙어 싸우리라. 지옥 한복판에서라도 너를 향해 작살을 던지고, 가눌 수 없는 증오를 담아 내 마지막 숨을 너에게 뱉어 주마. 모든 관과 관 받침대를 한 웅덩이에 가라앉혀라! 어느 것도 내 것일 수 없으니. 빌어먹을 고래여, 내 갈가리 찢길지언정 네 몸에 묶여서라도 너를 추격하리라! 그러니, 창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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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세판의 승자는 모비 딕이었단다. 에이해브는 작살줄에 엉키면서 모비 딕에 끌려가게 되었고, 모비 딕의 공격으로 피쿼드 호는 난파되어 침몰되고 말았단다. 그곳에 타고 있던 모든 선원들도 함께 말이야. 이슈마엘은 파손된 배 파편을 잡고 계속 표류하다가 이튿날 레이철 호를 우연히 만나서 살아날 수 있었단다. 이슈마엘이 피쿼드 호의 유일한 생존자였단다. 그렇게 이슈마엘이 살아남아서 이 패배의 대장정을 글로 남길 수 있었던 것이란다.

….

에이해브 선장과 모비 딕의 싸움. 에이해브 선장의 무모한 도전은 결국 그렇게 많은 희생만 남겨둔 채 막을 내렸단다. 윤리적이면서 실용적인 현실주의자 스타벅의 말을 진작에 들었어야 했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달려들었는지그리고 그 헛된 자신감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모두 죽음으로 몰아 넣은 에이해브.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 지 모여주는 것 같구나. 에이해브를 보니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선장이 생각나는구나. 자신뿐만 아니라 배에 타고 있는 모든 국민을 모두 데리고  모비 딕을 향하고 있는 것 같구나. 국민들이 스타벅처럼 그러지 말라고 하지만 말을 듣지 않으니, 참 답답할 일이로다.


PS:

책의 첫 문장: 스타벅에게는 괴물 오징어의 출현이 앞으로 일어날 일의 전조였지만, 퀴퀘그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책의 끝 문장: 그 배는 항로를 벗어나 돌아다니던 레이철호였는데,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기 위해 왔던 길을 더듬어 올라가다가 엉뚱한 고아를 발견한 셈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바로 여기서 고래 특유의 강한 생명력이 지닌 진귀한 가치, 두꺼운 벽과 널찍한 내면이 지닌 진귀한 가치를 알 수 있다. 오, 인간들이여! 고래를 칭송하며 본받을지니! 그대들도 얼음물에서 온기를 유지하라. 그대들도 세상에 살되 그곳의 일부가 되지 마라. 적도에서는 서늘하게 지내고 극지에서는 피를 돌게 하라. 성베드로 성당의 커다란 돔 지붕처럼, 그리고 커다란 고래처럼, 오 인간들이여! 사계절 어느 때건 그대만의 체온을 유지하라.
하지만 이런 미덕을 가르치는 것은 얼마나 쉽고 또 부질없는가! 세상에 성베드로 성당처럼 돔을 얹은 건축물이 얼마나 되며, 고래만큼 큰 생물은 또 몇이나 되겠는가!
- P46

일단 두 머리의 일반적인 차이는 첫눈에 확연히 느껴진다. 확실히 둘 다 엄청나게 크지만, 향유고래는 수학적인 대칭이 분명한 반면, 안타깝게도 참고래에게서는 그걸 찾아볼 수 없다. 향유고래의 머리를 보면 전체적으로 위엄이 넘친다는 점에서 향유고래의 어마어마한 우월함을 무심코 인정하게 된다. 이번 경우에도 오랜 연륜과 풍부한 경험을 나타내는 정수리의 희고 검은 점들 때문에 위엄이 한결 고조된다. 간단히 말해, 향유고래는 고래잡이들 사이에서 <회색 머리 고래>로 통하는 바로 그 고래다. - P78

인간의 권리와 세계의 자유는 놓친 고래가 아니면 무엇인가? 모든 인간의 생각과 사상은 놓친 고래가 아니면 무엇인가? 그들이 지닌 신앙의 원칙이 놓친 고래가 아니면 무엇인가? 겉만 번지르르하게 남의 말을 주워섬기는 사람들에게 철학자의 생각이 놓친 고래가 아니면 무엇인가? 커다란 지구 자체가 놓친 고래가 아니면 무엇인가?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여, 그대 또한 놓친 고래이자 잡힌 고래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 P181

고래에 대한 생각을 적는 것만으로도 나는 녹초가 되고, 모든 학문을 총망라하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태어날 고래와 인간과 마스토돈의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지상에 세워졌던 제국의 흥망성쇠와 우주 전체 및 그 저변까지 전부 포함하기라도 한 것처럼 한없는 방대함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크고 분방한 주제의 덕분이란 이러하며, 이렇게 엄청난 것이다. 우리도 그 크기만큼 확대된다. 위대한 책을 쓰려면 위대한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 벼룩에 대한 책을 쓴 사람은 많겠지만, 벼룩을 다뤄서는 결코 위대한 불후의 명작이 나올 수 없다. - P270

지금껏 바람을 정복한 자가 있었던가? 언제나 싸움에서 제일 마지막에 제일 통렬한 공격을 날리는 것은 바람이니, 바람에게 창을 겨누고 달려가 봐야 그냥 통과할 뿐이다. 하! 비겁한 바람은 벌거벗은 사람을 때리면서도 반격은 한 대도 맞지 않는다. 심지어 에이해브라도 그보다는 용감하고 그보다 더 고결하다. 바람에게도 몸뚱이가 있다면 좋겠지만, 인간을 가장 짜증 나고 분노하게 하는 것들은 전부 하나 같이 몸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물질로서는 몸이 없어도 작인으로서는 실체가 있다. 거기에 가장 특별하고, 가장 교활하며, 아아, 가장 사악한 차이가 있으니!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아니 아예 맹세하지만, 바람은 더없이 거룩하고 우아한 기운을 지녔다. - P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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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쟁이라는 비상상황 앞에서 기후대응은 언제까지나 뒷전으로 미루어도 좋은 것일까. 현재 기후과학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일은 온난화로 인해서 영구동토층과 심해에 묻혀 있는 메탄이 대기 중으로 풀려나서 지구온난화가 손쓸 수 없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이 위험을 전 세계 440여 기 원전에서 멜트다운이 일어나는 일에 비견하는 전문가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많은 지역, 특히 남반구에서 전쟁의 참화와 하등 다를 것 없는 재난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인류, 특히 북반구 선진국 주민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무기를 들지 않고도 일상적으로 전쟁에 가담해왔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약탈적 관계 한가운데에 기후변화와 군국주의가 맞물린 위기가 놓여 있는 것이다.


(25)

환경정책은 실종되고 오로지 산업정책만 난무한 이번 정부의 폭주는 고작 1년 만에 국토 곳곳을 난도질하며 짓밟고 있다.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지구적 합의에도 빠른 걸음으로 역행하는 정부다. ‘대한민국 1호 세일즈맨을 자처하는 대통령은 환경부에서 산업부처가 되라면서 대한민국의 환경과 우리의 미래를 시나브로 팔아먹고 있다. 다만 무엇을 대가로 받는지는 모르겠다. 여하간 환경부가 아주 기본적인 존재의무도 저버리고 반()환경 정권에 충실히 복무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들을 나열해보겠다.


(28-29)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환경성, 경제성 등 모든 면에서 낙제점으로 이미 지난 정부 때 불허했음에도 막가파식 억지 논리를 받아들여 환경부는 손바닥 뒤집듯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주었다. 한국환경연구원,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기상과학원 등 5개 전문기관이 부정적인 검토의견을 냈지만 대통령의 공약사항은 무조건 통과다. 해당 지역은 국립공원의 자연보전지구, 백두대간 보호지역 중 핵심구역,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보호지역 카테고리II(보전 중심 관리),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 국내외 법제도로 겹겹이 보호되고 있는 곳이다. 이제 우리 국토 중 관광용 케이블카가 놓이지 못할 곳은 없다.


(37)

우리가 2050년 탄소중립을 하려면 2021 6 8000t이 넘는 총배출량을 2050년에는 8000t(시나리오 A) 수준으로 줄이고, 8000t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2030년까지는 총배출량 5 1200t으로 줄여야 한다. 앞으로 7년여 동안 1 6800t을 줄이는데, 그다음 20년은 4 3200t을 줄여야 하니 감축부담을 뒤로 미룬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수립한 계획의 가장 큰 특징도 2030년 감축목표량을 윤석열 정부 임기 이후로 떠넘겼다는 것이다. 현 정부 임기 동안 2030년까지의 총감축량 25%를 줄이고, 다음 정부는 3년 만에 75%를 줄여야 한다.


(95)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환경부 등이 전쟁 9개월쯤 군사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계하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쟁 7개월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는 약 1tCO2eq에 달하고, 이는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가 같은 기간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량과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전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전투는 우크라이나에서 재생에너지 단지가 밀집한 지역 위에서 벌어지고, 기후위기 대응 프로그램이 운영되던 시설 인근을 배경으로 하기도 한다. 전쟁은 어떤 경제활동보다도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또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한 국가와 시민들의 노력, 성과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다.


(147)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지만 주민들의 목소리가 완전히 묵살당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2013년 밀양송전탑 반대운동은 원전에서 출발하는 송전선이었고, 반핵운동의 일환이기도 했지만 지금 재생에너지 때문에 다시 똑 같은 일이 벌어질 상황이니 기가 막히지요. 발전원이 원자력에서 재생에너지로 바뀌었다고 해서 결코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어요. 농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발전단지나 송전선 인근 주민들에게는 똑 같은 폭력일 뿐입니다. 얼마 전에 전남 영광에 계신 분과 통화를 했는데, 영광에는 원전이 6기나 있고 방폐장 때문에도 주민들이 고초를 겪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신안 앞바다에 8GW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면서 또 송전선을 건설한다는 것인데 이게 영광을 지나가요. 게다가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라고 한빛원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산업폐기물을 소각하는 발전소도 추진되고 있어요. 도대체 세상이 이래도 되는 거냐고 탄식하시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게 우리 현실입니다.


(158)

한번 훼손되고 오염된 땅을 농지로 복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농지에 불법폐기물 투기하는 일도 종종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것도 빨리 해결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서둘러 계획을 세워야 된다고 하는 거예요. 지목이 농지인 것 외에도 간수할 방법도 찾아야 됩니다. 학교에서 농사를 가르치고, 지역사회마다 텃밭을 마련해서 사람들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하고, 아직 남아있는 농지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됩니다.


(207)

지금 우리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죽음을 목격하고 있다. 지구 위에서의 삶() 자체의 종언에 맞닥뜨리고 있다. 생물종, 바다, , 호수, 강이 퇴락하고 있다는 기사가 하루도 빠짐없이 나온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이 지구의 생물지구화학 체계들을 교란하고 있다. 우리는 마비가 된 것 같다. 아니면 매혹되어 있는 것일까. 지금 인류는 더할 나위 없는 규모로 죽음을 유발하면서, 동시에 죽음을 있는 힘껏 거부하고 있다. 어차피 맞게 될 죽음을 이토록 애써 부정하거나, 언젠가 닥칠 죽음을 예고할 뿐인 얼굴의 주름 같은 것을 물리치기 위해서 이토록 돈을 퍼붓는 문화는 없다. 기술에 의해서 우리의 두려움은 더욱 확대되었고, 죽음과 대면하는 일은 역사의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일이 되었다. 한편 아이러니컬하게도 폭력과 죽음을 묘사하는 영상물은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들은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에 몰두하고, 약물, 알코올 중독은 만연해 있으며, 사람들은 운전을 거칠게 하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면서 죽음에 추파를 보낸다. 우리는 죽음을 무서워하면서 또 거기에 끌린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으로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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