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
이영채.한홍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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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여전히 내란이 제대로 해결이 안된 시국이란다. 우두머리만 탄핵이 되었지, 곳곳에 내란 세력들이 포진하여 불안함이 가지실 않는구나. 그들이 또 어떤 짓을 할지 예상이 안 되거든. 오늘 이야기할 책은 이런 요즘의 정치 시국과 약간은 관련이 있는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이영채라는 분과 한홍구 님의 공저란다. 한홍구 님은 <대한민국사>를 비롯하여 아빠가 예전에 그 분의 책들을 많이 읽었단다. 이번에 오랜만에 한홍구 님의 책을 읽는 것 같구나. 이영채 님은 처음 알게 분 작가인데, 일본에서 박사를 수료하고 국제사회학과 교수를 하는 분으로 일본 전문가란다.

이 책은 최근에 우경화되는 한국과 일본의 정치판의 우익의 뿌리부터 현 시점까지 정리해서 이야기해주는 책이란다. 이 책이 출간한 것은 2020년으로, 촛불혁명을 통해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정권까지 교체한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보여준, 우리나라 민주주의 전성시대가 아니었나 싶구나. 하기만 그 당시에도 한 켠에는 우익 세력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세력들이 언론과 힘을 합쳐 민주주의 전성기를 짧게 끝내고 괴물 대통령을 만들어냈단다. 그런 우익 세력에, 최근에는 오른쪽으로 더더더 치우친 극우 유튜버들의 선동으로 보수 정당으로 자칭하는 정당은 이제 극우 정당이 되어가고 있단다. 가끔 책에 시의성을 담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도 출간 된 2020년 정치 상황의 시의성을 조금은 고려해서 읽으면 좋겠구나.

 

1.

일본은 점점 우경화가 되고 있어 주변 국가들의 걱정이 늘고 있단다. 최근의 이런 우경화는 고이즈미 총리에서 시작된다고 하는구나. 고이즈미에서 아베로 이어지면서 일본 정치판은 우익이 주류가 되어 버렸단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인 2022년 아베 신조는 암살되었지만, 그 뒤를 이은 총리들도 우경화 성향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란다. 한편 한국의 우익 세력의 뿌리는 해방 이후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라고 볼 수 있단다. 그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면서 한국사회의 우익의 중심이 되었어.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관계는 해방 이후 세 번의 국면이 있다고 했어. 먼저 1945년 해방 이후 단절이 이어졌고, 1965년 한일수교 이후의 관계. 이때는 미국의 압력에 의해 강제로 수교를 맺게 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러면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경제 협력 형식으로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했어. 세 번째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IMF 극복수단의 하나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한 것이야. 이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단다. 일본의 문화가 물밀듯이 들어온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결과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났단다. <겨울 연가> 등 한국의 문화상품이 일본에 대거 들어가면서 한류의 시작을 알렸단다. 당시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60~70%까지 치솟았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일본이 우경화되고 MB가 독도를 방문하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18.4%로 급감하게 되었어.

이후 2019년까지 10%대로 이어지면서 일본에서는 혐한주의까지 유행하게 되었단다. 2010년대 아베 내각은 노골적인 극우보수의 역사 정신을 가지고 있단다. 북한이 자신들을 위협한다는 북한위협론과 한반도 위기론을 이용하여 정치 기반을 유지했단다. 당연히 우리나라에 민주세력이 정권을 잡게 되면 거부감을 가졌어. 괴물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일본이 얼마나 좋아했겠냐. 그리고 알아서 친일을 해주는데 또 얼마나 고마워했겠어.

일본의 정신은 야스쿠니 신사를 뿌리로 두고 있는데,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이 이것을 일반 신사처럼 생각한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거지. 야스쿠니 신사의 말뜻은 국가를 편안하게 한다는 뜻의 말이래. 하지만 본질은 메이지유신 이후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합사해 놓은 곳이란다. 합사한다고 실제 시신을 가져도 놓은 것도 아니고, 이름만 적으면 끝이라고 하는구나. 그렇게 합사된 사람이 246 6000명이고, 이들을 모두 신격화했어. 그런데 이 중에는 그곳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사람들, 특히 한국, 대만 국적의 사람들도 있다는구나. 유가족들이 취소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일본정부는 일본을 위해 죽은 다른 나라 사람들도 자신들이 보살펴주겠다는 의미인데, 강제로 끌려간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누가 그곳에 합사하고 싶겠니.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전범들도 그곳에 합사하게 되었단다. 천황도 이들의 합사를 반대했대. 그래서 천황은 야스쿠니 신사에 가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총리들도 야스쿠니 신사에 가지 않다가 1984년에 총리가 처음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갔는데, 그때는 야스쿠니 신사가 어떤 신사인지 잘 모르고 갔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그 이후로는 또 안 갔대. 그러다가 고이즈미가 총리가 된 이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공식화 되었다고 하는구나. 이제는 거의 연례행사가 된 것 같더구나. 미안함을 모르는 족속들

일본 우익의 뿌리는 아베의 정신적 스승인 조슈번에 있다고 한다. 메이지 유신 때 정한론을 주장하던 극우단체인 일본의회 소속의 사람이란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이 역사수정주의를 주장하면서 우익세력이 만든 역사교과서 채택율이 높아지게 되는데 그런 책으로 배운 이들이 자라서 우익의 지지세력이 된단다. 메이지 유신은 조슈와 사쓰마 지역에서 시작되었는데, 핵심 인간들로 요시다 쇼인과 그의 제자들이 있단다. 이것은 아빠가 예전에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책 이야기할 때도 했던 것 같구나. 그래서 조슈 출신들의 우익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지. 전쟁후 보수의 본류는 요시다 시게루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총리를 하고 있을 때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일본은 한국전쟁을 이용하여 손쉽게 전후에서 회복할 수 있었단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더만, 이렇게 사악한 일본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주다니

 

2.

이제 한국 우익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일제 시대 친일파들은 돈 또는 신념에 따라 친일파가 되었단다. 대부분이 돈을 위해 친일파가 되었고, 신념에 따라 친일파가 된 이는 이광수와 윤치호 같은 사람을 들 수 있단다. 그럼 진정한 친일파의 시작은 누구부터인가? 을사늑약 전에 일본과 친했던 인사로 친일파로 봐야 하는가? 예를 들어 갑신정변의 주역들도 친일파로 봐야 하는가? 친일파는 맞지만 이완용, 송병준 같은 친일파와 같은 급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 지은이의 의견에 아빠도 동의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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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24)

갑신정변(1884)의 주역은 김옥균, 서재필, 서광범, 박영효입니다. 이 사람들 친일파일까요? , 친일파 맞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친일은 지금 이야기하는 친일과 아주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다르게 봐야 합니다. 그때는 아직 일본의 침략적 본질이 확연하게 드러나기 전이었습니다. 구한말 우리가 보는 일본에는 분명 두 가지 성격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따라 배워야 할 모델로서의 일본입니다. 이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는 우리를 침략해오는 일본이지요. 적어도 1894년 갑오농민전쟁 이후에는 침략성이 아주 확고하게 드러났지만, 그 전에는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많이 배우려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영효나 김옥균이 취한 방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사람들을 이완용, 송병준과 같이 취급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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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일파는 일진회를 조직했던 송병준 때부터라고 하는구나. 송병준은 친일을 하는데 있어 이완용과 대립과 경쟁까지 했다는구나. 김가진이라는 사람도 친일을 했었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독립운동을 하려고 망명을 했고, 그의 후세들도 독립운동을 했다는구나. 친일로 변절한 자들만 있는지 알았는데 이렇게 친일했다가 독립운동으로 전향한 이들도 있었구나. 일제 시대에 수 많은 친일파들이 생겨났고, 그들이 해방후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상태로 이어졌기 때문이란다.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로 이어지면서 친일파의 청산 기회는 더 멀어져만 갔고 오늘날에 이른 거야. 분하기 짝이 없구나.

이렇게 제대로 청산되지 않으니 <반일 종족주의> 같은 책도 버젓이 출판되는 거야. 당시 이 책은 논란이 많은 책이었단다. 우리나라 대학 교수라는 사람이 일본 극우 입장에서 책을 썼으니 말이야. 이 책은 일본에서 번역되어 공존의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대. 이 책의 저자 이영훈과 그의 스승 안병직은 유명한 경제학자였다고 하는구나. 이영훈의 경우 대학 때 학생 운동도 하다가 잡혀서 군대로 끌려가기도 했다는구나. 이런 사람이 어찌 그리 변했는지.. 일제 시대 친일파로 변절한 이들과 같은 부류로구나. 2005년 이영훈의 스승 안병직이 이사장을 맡은 뉴라이트라는 단체가 등장한단다. 이놈들은 역사교과서까지 냈는데, 다행히 채택율이 0%를 기록하고 있단다. 하지만 뉴라이트들은 오늘날 친일파의 주요세력이 되어 활동하고 있단다.

…            

그럼 앞으로 한일 관계 개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방 후 400만 해외동포가 있었는데, 그 중에 200만명이 일본에 거주하고 있었대. 해방 후 귀국을 한 이들도 있었지만, 재산을 가져가지 못하는 등 제한 사항이 많아서 일본에 정착하여 사는 이들이 60만 정도 되었다고 하는구나.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란다. 그들은 재일조선연맹, 재일본조선거류민단(민단) 등을 만들어 활동을 했대. 재일조선연맹은 좌익이 주도로 해서 만들어 일본경찰에 의해 해체되었다가 나중에 조총련으로 다시 만들어졌으나 오늘날 세력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고, 민단은 오늘날까지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대. 재일조선인의 처우는 오늘날까지 차별이 이어지고 있는 문제점이 있어. 그들은 한동안 무국적자로 지내다가 1965년 한일수교 이후 국적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어. 당시 대한민국과 북한의 국적에서 선택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대한민국의 국적을 선택했대.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재일조선인을 받아주는데 관심이 없는 반면에 북한에서는 적극적으로 재일조선인을 받아주어 약 10만 명의 사람들이 북한행을 선택했다고 하는구나. 초기에는 잘 대우해 주었지만, 나중에는 불행한 삶을 살다가 다시 탈북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었대.

한일수교 이후 재일조선인들 중에 남한으로 유학을 오는 사람들도 있었대. 그런데 박정희 정권을 이들을 간첩으로 누명 씌워버렸다고 하는구나. , 사악한 사람이구나. 재일조선인들의 삶은 참 고들프구나. 일본에 있으면 차별 받고, 북한에 가도 홀대 받고, 남한에 가면 간첩 취급하고재일조선인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줄어들고, 그들의 정체성은 점점 일본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구나. 대한민국정부는 재일조선인 문제에 대해 논의된 적이 없으니 이 또한 큰 잘못이 아닌가 싶구나.

..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 그러나 그것을 청산할 것 같은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구나. 일본시민사회의 역사관은 자신들의 잘못된 역사를 인식하는 등 선명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어, 이런 일본시민사회와 협력을 해야 하지만, 일본사회가 보수극우화 된 이후에는 일본시민사회는 많이 쇠퇴했다고 하는구나. 예전에 일본시민사회가 무척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말이야. 일본과 한국이 치고 박고 싸우지 않을 바에는 서로 공존 협력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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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일관계를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한국이 일본과 협력하지 못하면 동아시아에 미래는 없을 것이다.’ 역시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지요. 물론 한국에는 북한이라는 동족이 있지만 이미 70년이나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장래 북한과 공존해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당장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지요. 또한 중국은 어쩔 수 없이 한국에는 큰 나라일 것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일본을 포기하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의 대립 사이에 끼어서 한반도는 영원히 분단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싫든 좋든 실리적으로 이웃인 일본과 협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한반도의 평화로운 미래가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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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전혀 반성하지 않는 우경화된 일본 정부가 있는 한또라이 친일 대통령이 하던, 과거 청산 없는 협력은 공존이 아니라 그냥 친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란다. 앞으로 새로 들어서게 될 정부는 어떤 해법을 가지고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하지 모르겠으나,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우경화된 일본이 계속 오른쪽만 쳐다보는 한 쉽지 않을 것 같구나. 선거를 정말 잘 해야겠다고 생각되는 요즘이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일본에서 생활한 지 20년 이상이 지났다.

책의 끝 문장: 새로운 한국,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아시아를 꿈꾸는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처음으로 방문한 일본인의 집이라 긴장하며 잘하지도 못하는 서투른 일본말로 첫인사를 했다. 나의 인사가 끝나자, 하타케야마 부부는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일본 정부를 대신해서 사죄한다"라고 인사를 했다. 처음 받는 인사 치고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나의 가족 중에는 강제 연행을 당한 사람도 일본군 ‘위안부’도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젊은 부부를 일으켜 세웠지만,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일본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이미지로 생생히 남아 있다. - P8

일본 극우보수세력의 실체는 일본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배가 청산되지 못한 한국사회에도 그 잔영이 남아 있다. 이른바 친일 부일세력으로 불렸던 이들은 한국사회의 엘리트로 변모해 해방 후 우리 사회의 기본 골격을 만들고 유지시켜왔다. 한국사회는 한국전쟁 후 반공 및 한미일 안전보장의 틀 속에서 이른바 안보경제의 의존관계를 맺으며 일본사회와 공존해왔기 때문에 친일 부일세력들의 실체를 해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민주화운동을 통해서 장기간에 걸쳐 군사정권을 민주정권으로 바꾸고 과거사 청산을 위해 해방 직후부터 한국전쟁 전후에 일어난 국가폭력의 실체를 파악해가는 과정 속에서 청산되지 않은 일본 식민지의 뿌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 P17

우리가 일제 청산을 애타게 부르짖었지만 결국 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 결과 일제강점기에 권세를 누리던 자들이 그대로 살아남았지요. 그리고 그들이 대한민국 군대를 운영했습니다. 일본에서는 미국이 군을 해체했지만, 한국에서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육성한 일본군과 만주군의 조선인 장교들을 그대로 쓴 겁니다. 그들이 위안대를 만들었고, 그 규모와 위치를 <6.25사변 후방전사>에 자랑스럽게 실적이라고 써놓았습니다. 우리가 일본 군국주의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 아니 박정희식 군국주의에 빠진 ‘그 식구’들을 반대하는 겁니다. - P80

이토 히로부미는 쇼카손주쿠에서 공부한 요시다 쇼인의 제자였습니다. 한미한 가문의 하급 사무라이로, 처음에는 존왕양이적 입장에서 각종 테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었죠. 그러다가 1863년 조슈번에서 선발한 영국 유학생의 한 사람으로 외국 생활을 하며 영국의 선진문물에 압도되어 존왕양이론자에서 개국론자로 근본적인 사상 전환을 하게 됩니다. 존왕양이파는 원래 한국의 위정척사파와 크게 바를 바 없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위정척사파들이 내 목은 잘라도 상투는 못 자른다고 버틸 때 이토 등 존왕양이파들은 서구 문물을 접하고 스스로 상투를 잘라버린 것입니다. 19세기 후반 한국과 일본의 결정적인 차이가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 P100

그런데 일본에서 외국인 학교를 각종학교로 취급하는 것은 조선학교 때문입니다. 외국인 학교를 정규학교로 규정하는 순간 조선학교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고 각종 제도로 보호해주어야 하는데 그러기는 싫은 것이지요. 그렇다고 조선학교만 각종학교로 취급하면 너무나 노골적인 차별 정책이 되어버립니다. 그 때문에 아예 모든 외국인 학교를 정규학교로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정책을 취하는 것입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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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내 부모는 늙었다고, 나이를 말하는 게 아니야. 그들은 다른 세상 사람들이지. 그들은 앞으로 우리는 말을 타듯이 날게 되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여자들은 수염을 달고 남자들은 보석으로 치장하리라는 걸. 내 부모의 세계는 죽었어. 넌 좀비를 무서워하지만 네가 무서워해야 할 건 바로 그 세계라고. 그 세계는 죽었는데도 여전히 움직이거든. 누구도 그것을 보고 죽었다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바로 그런 까닭에 그건 위험한 세계야. 그 세계는 저절로 무너져.”

 

(199-200)

나의 표정에 별항은 겁에 질린 모양이었다. 입을 헤벌리고 나를 응시했으니까. 그러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대리석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대리석은 가로 1미터, 세로 2미터의 평행 육면체였다. 나의 구상을 실현하기에 완벽했다. 하지만 비올라의 생일은 11 22일까지는 고작 열흘이 남았다. 나는 제일 좋은 도구를, 치오가 날은 닳고 자루는 갈라져서 손가락에 가시만 남기는 도구들을 쓰게 하고는 만져 보는 것조차 단 한 번도 허락하지 않던 도구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래야만 할 바로 그 장소를 쪼았다. 별항이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258)

중요한 건 네가 무엇을 조각하는가가 아니야. 왜 그것을 하는가이지.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봤니? 그게 뭘까, 조각한다는 게? <형체를 부여하기 위해 돌을 쫀다>라는 답은 하지 마라.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잖니.”

스스로에게 단 한 번도 물어본 적 없던 질문에 대한 답은 알 수 없었고, 나는 아는 척하지도 않았다. 메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 조각을 한다는 게 뭔지 깨닫는 날, 넌 단순한 분수대만으로도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게 할 거다. 그동안, 미모, 충고 하나 하지. 인내하라. 이 강, 변함없이 고요한 이 강처럼 말이야. 이 강, 아르노강이 화를 낸다는 생각하니?”

 

(357)

많은 사람들이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만든 피에타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려고 옷 주름의 완벽함, 해부학적 정확성, 몸짓의 우아함, 그 밖의 이런저런 것들을 강조하는 일에 전력을 다했다. 전문가들이야 불쾌하든 말든,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은 얼굴에 있다. 성모가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한, 그는 자신의 성모를 곱사등이로 만들어도 괜찮았을 거다. 거의 패배한, 피로가 포기의 순간, 영혼을 내맡긴 그 순간에 포착된 여인의 얼굴. <포착된>이라는 말에 모든 게 다 들어 있다. 조각가가 그 모습에 생명을 불어넣는 데 3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미켈란젤로는 스냅 사진을 찍은 거였다. 단순한 끌과 대리석 덩어리만으로 무장하고 전투를 치러 낸 3.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이 그 얼굴의 전부는 아니다. 그 얼굴에는 자신에게 벌어졌던 모든 일이, 앞으로 곧 일어나려고 하는 모든 일이 담겨 있다. 그 지점으로 데리고 온 시간과 다가옴을 예고하는 시간이, 수백만 초의 죽음과 또 다른 수백만 초의 약속이.

 

(376-377)

비올라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바람이 일면서 마지막이 남아있던 몇 조각의 안개들을 몰고 갔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지? 시로코인가? 포넨테인가, 미스트랄인가, 그레크인가? 혹은 비올라가 말해 준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바람일 수도? 나는 비올라를 다시 만나면 모든 것이 보다 단수해지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바람에도 수도 없이 많은 이름을 붙이는 세상에 단순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422)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만약 전부 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겠지, 미모. 네가 단 한 번도 틀리는 법 없이 처음부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넌 신인 거야. 네게 품은 그 모든 사랑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아들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나조차 신을 낳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428)

나는 정치를 하지 않았고 종교에 귀의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종교는 피하는 게 가능하다면, 정치는 퇴폐적인 애인이라 그 열정에 사로잡히고 만다.

 

(493)

나는 당신들이 일으킨 전쟁 한복판에 우뚝 선 여자다 / 나는 당신들 주위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때 당신들이 부르는 여자다 / 하지만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자마자 당신들이 불태울 여자이며 혹시라도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내가 보게 될까 봐 / 당신들은 나를 재로 만들어 사방에 뿌려 버리리라, 아니, 당신들의 불은 뜨겁지 않고 아무것도 태우지 못하니 당신들은 그저 그런다고 생각할 뿐 / 나는 우뚝 선 여자다, 나는 당신들만큼이나 귀하다.”

 

(546-547)

비올라는 단 한 번도 면회를 오지 않았다. 나는 그 점이 고마웠다. 비올라가 입원해 있으면서 왜 나를 멀리했는지 그제야 이해했다. 이제 그 시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련다. 모든 감옥은 다 거기서 거기이니까. 수감자들 역시 동일한 죄를 저질렀다. ,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믿었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를 냈다는 죄.

 

(595)

떠나자, 비올라. 난 이런 폭력에 신물이 나.”

떠난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최악의 폭력, 그건 관습이지. 나 같은 여자, 똑똑한 여자, 난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해. 그런 여자가 독자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관습. 그런 말을 하도 듣다 보니 그들은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다고, 뭔가 비밀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어. 그 유일한 비밀이라는 건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더라. 내 오빠들, 그리고 감발레네 사람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이 보호하려고 앴는 건 바로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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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알라딘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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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사람들은 지금이 역사상 전례가 없을 만큼 사실이 통하지 않는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럴 만하다. 비근한 예로, 현재 미국 대통령이 매일같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그건 거짓말이라고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무엇이 사실인지 자기도 모르면서, 알아볼 생각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별반 다를 게 없다. <워싱턴 포스트> 팩트체킹 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사 작성 시점 기준으로 취임 이래 869일 동안 거짓이거나 오해를 유발하는 주장 10,796건 했다고 한다. 특히 2018년은 유례없는 기만의 해였다고 한다.

 

(26)

진실은 아버지를 하나만 두었으나 거짓말은 수천 명의 사내가 낳는 사생아로서 여기저기 곳곳에서 태어난다라고 1606년 앨리자베스 시대의 작가 토머스 데커는 한탄한 바 있다. 16세기의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는 수필 <거짓말쟁이에 관하여>에서 이렇게 말했다. “거짓의 얼굴이 진실의 얼굴처럼 하나뿐이었다면 상황은 더 나았을 것이다. (…) 하지만 진실의 반대는 그 모습이 수십만 가지이며 펼쳐질 마당이 무한이니 거기엔 끝도 한계도 없다.”

 

(30-31)

그 밖의 종류로는 우선 여론몰이라는 게 있다. 정치인들의 기만술책 중 하나다. 여론몰이의 교묘한 점은 꼭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거짓을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대놓고 거짓말하는 정치인도 많지만, 여론몰이 기술의 정점은 진실만 말하면서도 완전히 거짓된 주장을 펴는 것이다. 정직의 벽돌을 가지고 허튼소리의 집을 짓는다고나 할까. 그 다음으로는 망상이라는 게 있다. 틀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옳다고 철석같이 믿는 능력으로, 그 형태는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집단 히스테리에 빠지거나 대세에 굴종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아마도 가장 만연하게 퍼져 있고 피해도 가장 큰 형태가 되겠는데, ‘개소리라는 게 있다.

 

(46)

심지어는 거짓이 거짓으로 드러난 후에도 진실이 퍼지는 데는 걸림돌이 있어서, 이미 퍼져나간 거짓을 따라잡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 걸림돌이란 간단하다. 우리는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정말 싫어한다. 우리 뇌가 그걸 질색한다. 그리고 각종 인지 편향 때문에 자기가 잘못 짚었을 가능성을 좀처럼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거짓에 속았음을 용케 깨닫는다 해도 각종 사회적 압력 때문에 자신의 오류를 숨기고 싶어 한다. 구라의 마수에 일단 걸려들고 나면 빠져나오려는 의지를 잃기 쉽다.

 

(66)

당시엔 뉴스를 갈구하는 사람들을 이처럼 어이없게 바라보는 시선이 팽배했을 뿐 아니라, 인쇄물의 폭증이 인간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리라는 불안감도 만연했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정보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심각했고, 불길한 말들이 나돌았다. 1685년 프랑스 학자 아드리앵 바예는 이렇게 암울하게 예측했다.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기세로 폭증하는 서적으로 인해 앞으로 다가올 수백 년은 로마제국 멸망에 뒤이은 수백 년에 못지않은 야만시대로 퇴보하리라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68)

사실 악의적인 소책자에 대한 비판은 17세기에 흔했다. 소수의 엘리트 계급을 대상으로 했던 초창기 뉴스레터는 정보의 신뢰성에 근거한 평판으로 먹고 살았다. 하지만 당시 쏟아져 나오던 인쇄물은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었다. 최신 뉴스에 중독된 사람도 많았지만, 그에 대한 불신 역시 만연했다. 인쇄물에 적힌 내용이라고 하면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일쑤였고, 여전히 손으로 쓴 편지가 근본적으로 더 믿을 만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77)

첫 사기 시도를 보란 듯이 성공시킨 프랭클린은 기분 좋게 그다음 행각을 이어나갔다. 1730년에는 자신이 필라델피아에서 간행하던 신문 <펜실베이니아 가제트>에 한 마녀재판에 관한 기사를 완전히 지어내서 실었다. 실제로는 당시 미국에서 수십 년간 이렇게 할 마녀재판이 열린 적이 없었다. 그런 다음 <가난한 리처드의 책력>으로 옮겨가서-또다시 가상의 인물이 되어 글을 쓰면서-불쌍한 타이탄 리즈를 죽은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97)

보통 날조, 위조, 가장을 뜻하는 ‘faking’이라는 단어는 그 이전까지 주류 담론에서 다루어지는 개념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도둑, 사기꾼, 배우 등 일부 불미스러운 직업군에서 쓰이는 은어였을 뿐이다. 앞서 뱀 기사를 연구했던 언론사학자 터커에 따르면, 그 용어는 1880년대 말 바야흐로 새로운 직업군으로 발돋움하고 있던 언론인 업계에 상륙했다. 그런데 그 말뜻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저지르면 업계에서 매장당하는 죄악같은 개념이 아니었다. 몇몇 연구자들에 따르면 ‘faking’ 꾸며내기는 언론인의 필수능력으로 여겨졌다.

 

(189)

정치인이 거짓말을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큰 거짓말도 하고, 작은 거짓말도 하고, 온갖 크기의 거짓말을 다 한다. 직업 신뢰도를 조사해보면 정치인이 꼬박꼬박 꼴찌로 나온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심지어 (믿기지 않지만) 언론인보다도 더 낮게 나온다. ‘정치인은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가 않다. 대다수의 정치인은 사실 생각만큼 그렇게 거짓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게 대체 뭔 소린가 싶을 것이다. 특히 작금의…… (막연히 세상에 대고 손짓하며) 이런저런 사태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하지만 믿어주기 바란다. 정치인들의 말을 팩트체킹하는 게 내 직업니다. 사실 정치라는 직업 활동에서 거짓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가 흔히 가진 통념보다 아주, 아주 적다.

 

(191)

정치인은 일어나서 아침밥 먹기 전에 여섯 번은 거짓말할 기회가 있다. 그뿐 아니라 거짓말하기 좋은 무대와 잘 들어주는 청중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항상 듣기 좋거나 무대와 잘 들어주는 청중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항상 듣기 좋거나 화를 돋우는 거짓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곧 좋은 시대가 온다거나, 우리가 고생하는 게 누군가의 탓이라거나, 세상은 복잡하거나 애매하지 않고 흑과 백으로 시원하게 가를 수 있다거나 하는 말들 말이다. (방금 얘기가 남의 얘기처럼 들리는 독자가 있다면, 본인 얘기일 가능성이 높다.)

 

(268-269)

그런 노력이 통한다는 믿음을, 그리고 그런 노력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선거에서 졌다고 세상은 진실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자포자기하는 태도는 그리 어른스럽다고 하기 어렵다. 인터넷은 개소리 생산 공장이고 아무도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다는 생각도 역시 바람직하진 않다. 지금까지 이 책에서 살펴봤지만, 사람들이 그런 우려를 하는 게 지금이 처음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루머의 난무, 신생 통신 기술에 대한 집단 공황, 가짜 뉴스에 대한 공포, 정보의 홍수에 대한 두려움, 전부 여러 세기 동안 있었던 현상이다. 과거에도 잘 넘겨냈고, 이번에는 잘 넘겨낼 수 있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하고 자포자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가짜 뉴스담론의 제일 우려스러운 점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믿는다는 점이 아니라, 진짜 뉴스도 믿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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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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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김기태 님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책으로 평이 좋아서 읽게 되었단다. 장편 소설인줄 알았는데, 단편 소설집이더구나. 소설이라는 것이 초반부에 상황 파악을 해야 하는데, 단편 소설집은 그런 소설마다 상황파악을 자주 하는 수고로움이 있어서 단편보다는 장편 소설을 선호하는 편이란다. 장편 소설은 책 한 권당 한번의 수고로움이 있으면 되니까 말이야. 그런데 오늘 소개할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책에 실린 모든 단편 소설들이 상황파악이 쉽고 명확했단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배경들이 소설의 소재가 되었어. 이 책에서는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포함하여 총 아홉 작품이 실려 있단다, 작가 김기태 님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데, 2024년 젊은작가상도 수상하셨다고 하는구나.

 

1.

<세상 모든 바다>

요즘은 K팝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잖니. 그래서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이 전지구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닌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구나. 첫 번째 실린 <세상 모든 바다>라는 소설도 그런 배경으로 한 소설이란다. 주인공은 한국으로 유학 온 일본인 하쿠라는 사람이야. 하쿠는 오랜 유학 생활으로 우리나라 말도 능숙하게 할 줄 알아. 하쿠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세상 모든 바다의 찐팬이었어. 세상 모든 바다(세모다)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지 못한 하쿠는 밖에서도 보려고 콘서트장에 갔단다. 그리고 못 들어온 팬들을 위해 콘서트가 끝나고 콘서트장 밖에서 추가로 공연한다는 소문이 있었어. 콘서트 밖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 하쿠는 그곳에서 영록이란 소년을 만났어. 영록도 세모다의 팬으로 시골에서 올라왔다고 했어. 후쿠는 영록에게 그 소문을 이야기해주었어. 세모다가 공연을 마치고 못 들어온 팬들을 위해 공연장 밖에서 공연한다는 소문. 그런데 비도 오고 해서 하쿠는 중간에 집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그곳에서 테러가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소문대로 세모다가 밖에서 공연을 했는데, 갑자기 총을 꺼내 들고 서로 쏘는 장면을 연출했대. 나중에 알고 보니 세모다 팬들이 세모다인 척 공연을 하고 가짜 총으로 그런 퍼포먼스를 한 것이라고 했어. 그런데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실제상황인줄 알고 도망가다가 압사사고가 발생하여 9명이 죽었다는 거야. 그 중에는 후쿠가 만났던 영록도 포함되어 있었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빠는 이태원 사건이 떠올랐는데 지은이는 그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 아니었기를...

<롤링 선더 러브>

이 소설은 짝짓기 텔레비전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모방한 소설이었단다.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본적은 없어. 그래도 워낙 유명한 프로그램이라서 대충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는 알고 있어. 두 번째 소설 <롤링 선더 러브>솔로 농장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참가한 맹희라는 사람이 주인공이란다. 프로그램 이름에 농장이 들어가 있어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채소의 이름으로 참가하는데, 맹희는 완두라고 불렸단다. 그런데 맹희는 참가자보다 자신을 담당하는 PD에 더 호감을 갖게 되었어. 그러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단다.

<전조등>

어떤 평범한 한 남자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였어. 어린 시절부터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이야기가 이어지게 돼. 그런데 그의 삶에서 단 한번 평범하지 않았던 사건이 하나 있었어. 아내에게 청혼하려고 지방으로 여행을 갔고, 무엇인가 부딪힌 것 같아서 차를 세우고 밖에 나갔더니 오른쪽 전조등이 깨지고, 여자 신발이 하나 있었어.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단다.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왔어. 그 이후에도 그 일로 어디선가 연락이 올 것 같은 불안감읽는 이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단다. 그날 밤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러시아에 태어난 우리나라 교포 4.. 그러다가 부모님이 한국에 이주해서 살아서 한국에서 자라게 된 김 니콜라이. 김 니콜라이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는데, 국적이 러시아인이다 보니 외국노동자 취급을 받았어. 한국 영주권을 따려고 알아보았는데, 36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아야 했어. 외노자 신분으로 쉽지 않은 연봉이지. 애인이 자주 바뀌는 엄마랑 단 둘이 사는 권진주. 행정학과에 들어가서 공무원을 준비했지만 쉽지 않았어.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지. 권진주와 김 니콜라이는 중학교 동창이었는데, 졸업 이후 오랜만에 우연히 길에서 만나고 그 이후 가끔씩 만나 밥을 먹고 그러다가 친해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MZ 세대들의 남녀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

<보편 교양>

이 작품이 가장 재미있던 것 같았어. 확신이 아니고 재미있던 것 같다고 한 이유는 읽은 지 좀 시간이 지났고, 비슷비슷한 재미 중에 이 소설이 살짝 더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서 그런 거야. 곽은 고등학교 문학 선생님이었어. 고등학교 3학년의 선택 과목으로 <고전 읽기>가 있어서 나름 아주 열심히 준비를 했단다. 그런데 대부분 어쩔 수 없이 과목을 선택한 아이들이었어. 대부분 아이들이 수업시간을 자고, 서너 명이 듣는 둥 마는 둥 했어. 그런데 은재라는 학생만이 아주 열심히 들었단다. 은재가 자본론과 마르크스를 읽는다는 은재 아버지의 민원도 있었지만, 은재가 아버지를 잘 설득하여 큰 문제도 없었어. 3, 1년 내내 열심히 고전을 읽은 은재. 곽은 은재의 생기부에 아주 정성 들여 과목 활동한 것에 잘 써주었어. 그런데 은재가 서울대에 합격을 한 거야. 그 고등학교는 매년 한 명만 서울대에 합격하는데, 그 해에는 은재가 예상치 못하게 서울대에 합격하여 두 명이 합격한 거야. 학교는 난리가 났지. 교장도 기분이 좋아졌어. 다음 해는 <고전 읽기> 과목을 더 활성화해 달라는 말과 함께

<로나, 우리의 별>

TV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월드 스타가 된 오로나에 관한 이야기란다.

<태엽은 12 1/2바퀴>

은혜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남자. 20여 년 전부터 숙박업을 했어. 예전에는 은혜장이라는 여관을 운영했는데, 딸의 조언으로 은혜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을 해서 한때 번성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손님이 거의 들지 않는 숙소가 되어 버렸어. 은혜가 아홉 살 때 아내를 잃고 혼자 은혜를 키웠고, 은혜는 지금은 타지에서 일하고 있었어. 손님이 거의 없는 숙소에 낯선 손님이 한 명 찾아오면서, 스릴러 소설의 냄새를 풍기면서 긴장감을 갖고 읽게 하는 소설이었단다.

<무겁고 높은>

탄광이 지금은 모두 문을 닫고, 카지노가 들어선 마을. 엄마는 도망하고, 아빠와 단 둘이 지내는 송희가 주인공이란다. 중학교 때 역도를 시작했어. 역도에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고, 무거운 것을 버리는 느낌이 좋아서 역도를 한 것이야. 3이 될 때까지 입상 한번 못했어. 송희도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꿈인 100Kg을 들고 나면 역도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100Kg을 들지 못하고 역도를 그만 두었단다.

….

<팍스 아토미카>

팍스 아토미카라는 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들이 핵무기를 경쟁적으로 만들었는데, 그런 핵무기로 인해 세계 평화가 유지된다는 뜻이란다.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가 주인공인 소설로 주인공은 모든 것을 의심을 했어. 자신도 그런 문제점을 알고 있어 정신병자인지 병원에도 가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란다.

이렇게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조금씩 모두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몇몇 작품은 줄거리가 잘 생각나지 않아서 언제나 그렇듯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이해해주길 바래. 아빠가 오늘 독서편지를 시작하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주변의 일상들을 소재로 해서 술술 잘 읽혀서 좋았단다. 필력도 나쁘지 않아서 장편 소설도 잘 쓰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한번 기대해 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당신은 세상 모든 바다의 팬입니까.

책의 끝 문장: “확실히 그렇네요



세상은 정치적인 음악가에게는 약간의 존경을 적선하지만, 정치하는 음악가에게는 무자비하다는 걸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언론은 정치에 발을 들였던 예술가들의 궁색한 말로와 군소정당의 반복적 실패를 부각중이다. 호사가들은 로나의 선언을 유력 정당 공천을 유리한 조건에 받기 위한 포석으로 폄하하고 있다.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팬들조차 그녀가 ‘순수함’을 잃었다고 손가락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대 또는 아스팔트에 있어야만, 허락된 자리에 머물러야만 보존되는 ‘순수함’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 P204

공항이란 무섭다. 들어가도 되는 곳과 들어가면 안 되는 곳과 들어가야 하는 곳이 정해져 있다. 들고 가도 되는 것과 들고 가면 안 되는 것과 들고 가야 하는 것도 정해져 있다. 그렇게나 엄격하면서 정작 중대한 사정들은 내게 알려주지 않는다. 작은 딱지를 붙인 내 가방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사라지는 걸 지켜봤다. 내가 세상 저편이 갈 때까지 가방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떻게 내 손에 다시 쥐어질 수 있을까. 내 운명도 가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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