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남편의 목소리에 조롱기가 묻어 있지만 삼바야는 개의치 않고 설명을 이어 간다.
“영혼도 사람과 마찬가지예요. 우리를
도와주는 영혼도 있지만 더 힘들게 하는 영혼도 있죠. 우리는 도움이 되는 영혼을 <구닉>이라고 부르고, 도움이
되기는커녕 훼방꾼 같은 영혼은 <마라>라고 부르죠.”
(84)
“깊이 생각해 봐요. 당신
어머니도 나중에 바뀌셨거든요. 움직임보다는 관조를,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멈춤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셨죠.”
“어머니는 스스로를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 비유했던
분인데……”
“우리를 만난 뒤 변하셨어요. 하루는
나한테 파스칼인가 하는 당신네 철학자를 인용해 <인간의 불행은 모두 방 안에 가만히 있을 줄 모르는
것, 이 한 가지에서 비롯된다>고 얘기하신 적도 있어요.”
(126)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장님이에요. 그 사실을 알고 인정하는 사람도 있고,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우리는 어차피 감각이 일정 정도 왜곡해서 전달하는 신호들을 해석하고 있을 뿐이에요. 실재와 지각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꿈속에서뿐이죠. 내가 꾸는
꿈이 앞을 보는 사람들이 꾸는 꿈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그 꿈이 현실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에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내가 끊임없이 재창조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299)
그렇다면 클라인의 병도 펠릭스 클라인 이전에 이미 존재했다. 단지 미래의 펠릭스
클라인이 꿈속에서 그에게 영감을 주었을 뿐이다. 그렇지 않을까?
7년의 풍작 뒤에 7년의
흉작이 오리라는 노예 요셉의 예언을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대서양 건너편에 미지의 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을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세계는 꿈에서 <설득력 있는> 미래의 자신과 대화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뱀 두 마리가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꾸고 나서 DNA의 이중 나선 구조가 발견되었다.
분자의 구조를 발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프리드리히 케쿨레의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