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책의 세계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받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에서 얻은 가장 위대한 세계이다>라고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가 말했어. 엄마는 여기에 <책의 세계는 이것보다 더 거대한 꿈의 세계에 자양분을 공급한다>고 덧붙이고 싶어.”

(106)

우리가 놀라면 눈이 빠르게 깜박이잖아요. 이것은 영화의 액션 장면에 쓰이는 빠른 샷과 비슷한 원리예요. 눈을 깜박일 때 우리는 10분의 1초라는 지극히 짧은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게 되죠. 재채기를 하면 눈이 3초간 감겼다 떠지면서 조금 더 긴 휴식이 감고 있죠. 그제야그제야 비로소 이 여백에 충일의 순간이 찾아오죠. 한 편의 온전한 가상 영화가 우리 뇌 속에서 상영될 수 있게 돼요. 우리 뇌에는 끊임없이 이미지가 필요한데, 잠자는 동안은 이미지가 사라져 버리잖아요. 그래서 이때 뇌가 이미 저장돼 있는 이미지들을 혼합해서 자신만의 영화를 찍는 거예요. 여러분, 기억하세요. 우리 뇌는 생각이 멈추는 걸 용납하지 않아요.”

(112)

“1899,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출간해요. 그는 꿈이 마법과 전혀 상관이 없는, 억압되거나 감춰진 욕망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죠. 꿈은,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자면, <무의식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에요. 하지만 꿈은 오랫동안 신비의 대륙으로 남아 있었어요. 그러다 1927, 신경 생리학자인 너새니얼 클라이트먼이 평균 90분에 걸쳐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수면의 네 단계를 발견하죠. 그리고 1959년에 미셸 주베 교수가 클라이먼트의 연구를 보완해 <역설수면>이라는 개념을 내놓아요. 몸은 완전히 마비되는데 두뇌 활동은 극도로 활발한, 수면 과정 중 아주 특이한 다섯 번째 단계죠. 안구의 움직임이 가장 뚜렷한 단계이기도 해요. 실험 대상자를 이때 깨우면 꿈을 쉽게 기억하죠.”

(202)

그는 전 인류가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통 체증도 전쟁도 시위도 파업도 사라지지 않을까? 군인들은 늦잠을 재우는 거야. 공해를 유발하는 사람들, 불평하고 짜증내는 사람들, 광신도들을 침대에 누워 나처럼 TV나 보게 하는 거야.

 덜 먹고 덜 소비하는 세상, 더 조용하고 더 차분한 세상이 될 텐데.

비록 잠은 오지 않지만 그를 보호해 주는 시트와 이불이 깔린 이 가로세로 2미터짜리 공간, 이 폭신한 침대에서만큼은 안전하게 느껴진다. 침대 밖은 전부 <위험지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