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특히 우리 사회에는 극도의 실용주의가 만연해서 과학의 존재 이유가 실용성이라고 왜곡되어 있어 안타까운데, 이는 삶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기본 교양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학과 현대사회의 발전에는 과학적 사고, 곧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와 함께 자유로운 상상력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과 과학, 예술, 사회와 삶 등에 대한 폭넓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대학에서뿐 아니라 고등학교 과정에서부터 이른바 문과, 이과를 구분하는 교육제도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5)
우리는 인류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류는 과학의
발전과 기술의 산업화, 이들과 사회와의 밀접한 상호작용을 통해 한 차원 높은 세계로 올라갈 수도 있고, 아니면 파멸의 길로 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인은
막중한 시대적 사명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서 과학에 대한 인식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과학의 올바른 활용을 위해서 과학은 사회 전체의 공유물이 되어야 하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과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가져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과학
지식이 아니라 편협한 실증주의를 넘어서서 진정한 합리주의로서의 과학적 사고를 뜻하는 것이며 최근 우리 사회를 볼 때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27)
이와 관련해서 자연과학은 사실 공학보다 인문학에 더 가까운 편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현실적으로 과학이 공학, 기술과 깊은 관련이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문학,
철학, 예술 등 인문학과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의 단과대학 편재에 문리과대학이 있지요. 실제로 널리 알려진 외국 대학의 경우 대부분 문리과대학이
대학의 중심을 이루도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대학교에서는 문리과대학을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으로 나눴지요. 우리나라 대학 중에는 심지어 자연과학대학과 공과대학을 묶어서 이공대학을 만든 곳도 꽤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는 학문의 본질에 비춰 볼 때 타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30)
물론 교양이 없어도 ‘생물학적’ 삶을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이해가 없이는 현대인과 현대사회를 이해할 수 없고 주체적 삶을 만들어 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교양이란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소양이고 능력입니다. 특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미래를 건설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32)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들은 렙톤과 하드론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원래
렙톤은 가벼운 알갱이이고 하드론은 무거운 알갱이라는 뜻이지만, 렙톤이라고 반드시 가벼운 건 아니지요. 렙톤은 6가지 종류가 있으며 대표적인 것으로 전자와 중성미자가 있습니다. 하드론에 속하는 것으로는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다양한 야릇한 입자들이 있습니다.
(44~45)
과학에서는 이렇게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여러 지식들을 묶어서 하나의 체계로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경향이 물리학에서 가장 두드러지며, 이 때문에 물리학은 다른
자연과학과 구분되지요. 물리학은 바로 보편지식 체계를 추구하는 학문이고, 다른 자연과학은 대부분 특정지식을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생물학이나
천문학, 지구과학 등 특정지식을 추구하는 자연과학은 현상과학이라고 불리는 반면, 보편지식을 추구하는 물리학은 이론과학이라고 합니다. 요즘 생겨난
천체물리, 화학물리, 지구물리, 생물물리 같은 것들은 각 과학 분야에 특정지식들을 보편적 체계로 이해해 보려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56)
물리학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데 더 보편적인 이론 체계라는 것도 아름다움의 범주로 생각할 수 있지요. 특히 자연현상을 해석할 때 대칭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자연현상은
기본적으로 물질이라는 실체가 일으킨다고 상정했지요. 물질은 그것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있고 그들의 상호작용으로
여러 가지 자연현상을 일으킨다고 전제합니다. 다양한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원들 –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 – 을 기본입자라고 하는데 그런 기본입자에도 놀라운 대칭성이 있고,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에도 놀라운 대칭성이 있다고 지적했지요.
(68)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논의한 과학적 사고라든가 과학적 구조라든가 하는 것들은 자연과학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과학이 과학의 전형으로 대표적이기는 하지만 자연과학의 정의에서 ‘자연’을 ‘사회’로 바꾸면 사회과학이
되고, 따라서 사회현상을 탐구하는 학문도 ‘과학’이라고 지칭하지요.
(92)
앞에서 강조했듯이 과학자도 인간이고 과학은 인간의 활동이기 때문에, 사회의
여러가지 관념 체계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역사성이 없을 수는 없겠네요. 그러나 반대 면도 있습니다. 자연과학은 자연을 해석하는 것이므로
자연이라는 아주 강력한 구속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가 자연현상의 관측을 통해서 적어도 어림이라는 일관성, 일치를 얻어야 하는데, 이는 상당히 강력한 구속 조건입니다. 그것이 자연과학이 다른 분야와 완전히 다른 특별한 형식을 갖게 되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결국 두 가지 면이 다 있습니다. 강력한 구속 조건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 가질 결정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거기에 사회적
요소가 개입할 여기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할
텐데 그회가 되면 얘기하지요.
(96)
따라서 물질을 이루는 여러 단계를 생각할 수 있는데, 그중 어느 단계의
구성단위를 다루는지에 따라 물리학을 분류합니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 따위의 기본입자, 곧 렙톤,
하드론, 쿼크, 게이지입자 따위를 다루는 분야를
입자물리라고 합니다. 그런 기본입자들이 모여 원자핵을 형성하지요. 원자핵의
구조라든가 상호작용을 다루는 분야는 핵물리학이라고 부릅니다. 그 다음에 원자핵과 전자가 함께 원자를
만들고 원자가 몇 개 모여서 분자를 형성하는데, 이러한 원자나 분자를 다루는 분야가 원자분자물리지요. 그리고 이런 원자나 분자가 엄청나게 많이 모여야 비로소 우리가 시각이나 촉각,
미국 등 감각기관으로 경험하는 물질이 됩니다. 그런 물질을 응집물질이라고 부르고, 이를 다루는 분야를 응집물질물리라고 합니다.
(122)
제대로 된 의미에서 근대화가 늦어지고 어쩌면 거의 불가능해진 것이 식민지에서 기인했는데 그걸 거꾸로 식민지가
근대화를 촉진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글쎄요, 어떻게 판단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친일이 친미로 이어지면서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대를
이어가며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근대화란 무엇인지, 개발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주는지 정확히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자연과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자연과학의 의미부터 완전히 오도하고 왜곡하고 있어요.
(154)
양자역학은 작은 세계, 일반상대록은 거대한 세계에 적용되니까 서로
배치되고 따라서 합쳐야 하는 경우가 없을 것 같네요. 그러나 일반상대론은 중력을 기술하는 이론이므로, 작지만 중력이 중요한 세계를 기술하려면 양자역학과 일반상태론을 합쳐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게이지입자로서 중력알이나 검정구멍이 대표적 경우인데 양자중력이라 부르는 이러한 이론 체계는 아직 만들지 못했습니다.
(185)
그러면 자동으로 특수상대성이론이라는 것이 나오게 됩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이
주는 여러 가지 결과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움직이는 물체는 정지해 있을 때보다 길이가 짧아지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게 됩니다. 또한 질량은 늘어나서 무거워지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질량이 에너지와 같다는 결론이 얻어지지요. 이게 바로 핵에너지의 원리입니다. 핵폭탄이나 핵 발전이 다 여기서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