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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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SNS에서 먼저 본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평을 보고 알게 된 책이란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웃기다고 했어. 아빠가 지난 봄에 너희들의 고모 생일 선물로 사 준 책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책이란다. 고모도 이 책을 읽고 재미있다고 하더구나. 어떤 내용일까? 아빠도 궁금해서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제에서야 읽게 되었단다. 일단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해서 좋았단다. 장서가로써 겪은 경험담을 재미있게 잘 이야기해주고 있었어.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은 많아도 글을 재미있게 쓰는 것은 또 다른 것인데, 이 책의 지은이는 글을 참 재미있게 쓰더구나.

아빠도 지은이만큼 장서가는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책중독 증세가 조금 있다는 생각은 들어. 일단 사기만 하고 안 읽은 책이 수백 권이니까 말이야. 아주 예전에는 읽기 전에 사서 읽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사두면 언젠가 읽겠지 하는 생각으로 책을 샀어. 그러다가 이 지경까지 되었단다. 요즘은 책을 살 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서 산다고 생각하는데도,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더욱 빠르단다. 그리고 책을 살 때마다 스스로 합리화를 시키곤 해. 술 한 잔 했다고 생각하지 뭐이러거나갖고 있던 주식이 올랐네? 이러거나하지만 주문 다음날 이내 주식은 곤두박질치고, 책은 배송중이고ㅜㅜ 오늘 또 추석 연휴 때 읽을 책이 때맞게 도착했단다.

 

1.

지은이 박균호는 장서가란다. 그런 장서란 무엇인가? 책이 많으면 다 장서냐? 아니란다. 장서는 그 책주인이 수십 년 필요에 의해한 땀 한 땀모은 책의 컬렉션을 이야기하는 거래. 그래서 장서를 훑어만 봐도 그 사람의 인생관을 알 수 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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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는 그 주인과 운명을 함께한다. 여기서 말하는 장서란 그 주인이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취향과 필요 때문에한 땀 한 땀일군 책의 컬렉션을 말한다. 지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읽지도 않을 책을 장식용으로 마련했거나, 주위에서 선물받은 것으로 채워져 있거나, 특별한 목적의식이나 기호가 아닌 그냥 방치된 책의 무더기는 장서가 아니다. 그래서 장서를 잠시만 둘러보면 그 사람이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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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다 보니 깊게 공감이 가고, 아빠가한 땀 한 땀모은 책들에 눈이 갔단다. 아빠도 처음부터 이러려고 했던 것은 아니란다. 아빠가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어렸을 때는 책을 정말 안 읽었어. 그러다가 이십 대 후반서점에서 우연히 책 한 권을 사게 되었어. 아주 우연히 책을 사서 읽기 시작한 이후 집에 책이 하나 둘 쌓이게 된 거야. 누군가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으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잖아. 그런데 이상하게 아빠는 책이 지저분하면 눈에 잘 안 들어 오더라구. 그렇다고 아빠가 새 책만 사는 건 아니야. 몇 년 전 도서정가제를 확대 실시한 이후에는 지갑 사정도 있고 해서 오히려 헌책방이나 인터넷 중고서점을 더 기웃거린단다. 그런데 그곳에도 책 상태가최상이나 아주 조금 양보해서인 책에서 골라. 앞서 이야기했듯이 책상태가 좋지 않으면 눈에 잘 안 들어와서..

아빠도 그렇게 한 권 한 권 모은 책들이 어느덧 정말 책의 무게로 집이 무너질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단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책 무게로 아파트 바닥이 내려앉을 것을 걱정해서, 폐교된 학교로 이사를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그렇게 모인 책들을 한번 훑어 보았단다. , 이 책들이 아빠의 인생관을 대변한다고? .. 그래,, 그렇지,, 저 책은 실수로 잘못 산 건데.. .. 평균적으로 보면.. 맞아이런 생각이 들더구나. 하하, 또 이 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고, 아빠의 이야기로 빠졌구나. 이 책이 아무래도 책과 독서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니, 저절로 아빠의 책 이야기로 빠지게 되는구나.

지은이 박균호는 고서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았어. 희귀본은 찾는 책 사냥꾼으로써의 에피소드 이야기들도 재미있었단다. 아빠는 희귀본을 찾지는 않기 때문에, 이것은 약간 다르더구나. 아빠는 희귀본은 찾지 않지만, 책의 외모는 좀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란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책의 개정판이 아주 빼어난 외모로 다시 나왔다면 심각하게 고민을 하곤 한단다.

지은이의 나이가 오십에 들어서면서, 책을 사기가 주저한다고 하더구나.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보다 자신의 서재에 있는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래. 그런데 이건 비단 지은이만 그런 것이 아니고 많은 장서가들의 공통점이라고 하는구나. 그래서 노년의 장서가들의 서재를 보면, 새책보다 그들의 젊은 시절을 함께한 책들이 오래된 친구들처럼 함께 하고 있대. 결코 노년이 들어 독서를 게을리하는 것이 아니고, 아빠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도 요즘 고민이라고까지는 그렇지만, 우리집에 있는 책들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해왔거든. 책을 이렇게 사다 보면 나중에 책을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 나중에 삶을 마감하면 이 책들은 어떻게 될까? 이렇게 책을 보고 읽지 않는 책이 늘어나다 보면 결국 읽지 못하는 책도 있겠네.. 이런 생각들지은이가 이야기하는 것에 참 공감이 가더구나.

 

2.

아빠가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어. 그래서 혼자 독후감을 쓰고, 최근에는 너희들에게 독서편지 형식으로 이야기하듯 쓰고 있단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아빠도 책에 관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는 것 같구나. 책을 다루는데 있어, 밑줄을 그으면서, 책에 접으면서 열성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아빠처럼 정말 소중히 다루면서 보는 사람도 있는데, 지은이는 그런 독서가들을 육체파 사랑을 나누는 사람과 정신적 사랑을 나누는 사람으로 구분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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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64)

이렇듯 뜨거운 동지애를 발휘하는 애서가들조차 서로를 용납하지 않는 두 부류가 있다. 책과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애서가와 정신적 사랑을 나누는 부류가 그들이다.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애서가는 책을 함부로 다룬다.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고 심지어는 침을 묻혀가면서 읽는다. 또 읽다가 멈출 때는 스스럼없이 다음에 읽어야 할 부분을 접는다.

정신적 사랑을 나누는 애서가는 책을 마치 보물처럼 다룬다.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고 반드시 책갈피를 사용하며 심지어 책 표지의 띠지조차 소중히 여겨서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 이런 부류가 책과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사람을 보면 그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어떻게 책을 그렇게 험하게 다룰 수 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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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의 기준대로라면 아빠는 완벽한 정신적 사랑을 나누는 애서가라고 할 수 있겠구나. 아빠는 책에 낙서는 물론이고, 실수로 책장이 접히는 것도 안타깝게 생각하거든. 그리고 겉표지도 기스가 날까 봐 책을 볼 때는 항상 북커버를 이용하고 있어. 북커버에 맞지 않는 책의 크기라면, 책을 포장해서 읽는단다. 왜 그러냐고? 글쎄, 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선천적인 것 같구나.

..

 

3.

이 책에는 책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지은이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단다.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그는 중학생 딸이 하나 있고 엄한(?) 아내가 있는, 행복이 가득 묻어나는 가족을 이루고 있어.. 시크한 중학생 딸과 엄한 아내의 무시하는 듯한 시선들이 그의 글에 나오고, 아내와 부부싸움을 한 것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런 글들에도 행복이 묻어 있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재미있는 글솜씨로 포장해서 말이야.

아무런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는 일상을 재치 있고 유머스러운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능력. 그것이 지은이의 장점인 것 같더구나. 아빠는 너희들에게 가끔 독서편지를 쓰고 있지만, 다시 읽고 싶지 않을 정도의 무미건조함으로 가득 차 있는데 말이야 그의 글솜씨가 부럽더구나.

삶을 글로 기록하는 것지은이처럼 재미있게 쓰지 않더라도 우리가 겪은 일상을 글로 기록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구나. 아빠가 그동안 독서 편지를 쓸 때, 가급적 다른 이야기는 안하고 읽은 책에 관한 이야기만 주로 했는데, 좀더 우리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단다. 비록 무미건조한 글들일지라도우리의 이야기가 남잖아. 나중에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읽을 때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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