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물론 빅토리 위고처럼 하려고 들어가는 글로 1904년에 하이드리히가
태어난 도시 할레에 대해 열 페이지 넘게 묘사할 수도 있다. 아마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 그 도시의 거리, 상점, 유적지, 현지 명소, 관청, 사회
기반 시설, 향토 음식, 주민과 그들의 사고방식, 정치 성향, 취향, 여가
생활에 대해 묘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다음에는 하이드리히의 집을 자세히 묘사하겠지. 덧문 색, 커튼 색, 방
배치, 거실 가운데에 놓인 테이블의 재료가 된 나무에 대해 자세히 묘사해야 할 거고.
(32-33)
역사소설에서 제일 억지스러운 것은 과거를 그린 죽은 페이지에 생명을 불어넣겠다는 이유로 어느 정도 직접 수집한
증언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대사다. 이것은 활사법과 비슷하다. 묘사가
너무 생생해 마치 눈느오 직접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기법이다. 대화를 재구성하면 부자연스러울 수
있고 의도하지 않았던 효과가 날 수도 있다. 인위적인 기교가 너무나 뻔히 보이고 역사적 인물들의 목소리를
가로채어 되살리려는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된다.
(107)
“우리는 일촉즉발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다뉴브 강의 입구에서 흑해로 통하는 길이 열렸습니다. 중앙유럽과
다뉴브 계곡의 모든 나라들이 베를린에서 불어온 나치의 무력 외교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으로 차례로 끌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아미, 오히려 시작일 뿐입니다…..”
잠시 후 처칠은 불멸의 명연설로 마무리한다.
“여러분은 전쟁과 불명예 중에 선택해야 했을 때 불명예를 선택했습니다. 이제 여러분에게는 전쟁만이 남았습니다.”
(318)
“진실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싫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쓴 글이다. 이보다 더 나쁜 것은 진실에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진실을 가리기 위해 적극
노력하는 천박한 인간들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