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런데 요즈음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이전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많은 생물들이 멸종을 당하고 있으며,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 모든 원인은 인류라는 하나의 생물종이 너무 많이번식하고 있어서 일어나는 일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지구상에서 일어난 가장 파괴적인 다섯 번의 멸종에 이은 여섯 번째 멸종이 지금, 바로 이 순간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자료에 따르면 포유류의 경우, 인류 출현 이전에는 1백만 년에 2종 정도만 멸종하던 것이 지난 500년 동안 5,570종이 멸종하였다. 이러한 멸종 속도는 이전 어떤 대멸종 때의 멸종 속도보도다 빠른 것이다. 기실 이미 새로운 멸종시대가 열렸는지도 모른다. 인류에 의한 대멸종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논거에서 본다면 지구 생태계가 우리의 생각보다 워낙 튼튼해서 인류의 온갖 횡포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기적적으로 잘 버티고 있는 듯도 보인다.

 

(21)

일단 외부 천체가 충돌을 했을 때 나타나는 양상은 이전의 충돌에 대한 연구로 정리되어 있다. 먼저 엄청난 양의 먼지가 충돌의 여파로 성층권으로 솟아오른다. 이렇게 성층권으로 올라간 먼지들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간 머무르며 지구로 오는 햇빛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 갑작스럽게 지구 전체의 온도가 내려가게 되고, 일시적으로 한랭한 기후가 된다. 이런 현상을 핵겨울(unclear winter)이라고 한다. 핵겨울 이론은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제안한 것이다. 운석 폭발뿐 아니라 수퍼 화산(supervolcano)의 폭발이라든가 핵전쟁에 의한 것을 포함하여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리고 실제로 일어났던 핵겨울 현상은 외계 천체와의 충돌보다는 수퍼 화산의 분화에 의한 것이 더 많았다.

 

(41)

하지만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이와 반대로 밀도가 낮아져서 더 이상 침강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양극의 바닷물이 적도의 바닷물간의 순환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결과로 양극은 더욱 추워지고 다시 빙하기로 도래할 수도 있다. 그리고 빙하기가 도래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순환이 일어나지 않게 되면 적도의 바다는 심해수가 올라오면서 보충해주는 무기염류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어 해양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장하고 번식하기 힘든 환경이 된다.

 

(69)

생명체들이 체온을 유지하고 활동을 하고 생식을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이 에너지를 ATP의 형태로 저장하고 쓴다. 그런데 원핵생물들이 포도당 한 분자를 분해해서 얻을 수 있는 ATP는 고작 2분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포도당을 미토콘드리아에 제공하면 미토콘드리아는 ATP 34분자나 만들어 낸다. 18배의 고성능 에너지 생산자를 몸 안에 두게 된 것이다.

 

(183)

이전 5번의 대멸종이 모두 같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있다. 바로 최상위 포식자의 멸종이다. 아니 그 사이의 작은 멸종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멸종 사건이든 하나같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최상위 포식자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식물이 생산한 에너지는 최상위 포식자에게 닿으면 그양이 1/1000 이하로 줄어든다.

 

(186)

대멸종은 해양 생태계의 기반인 부유성 플랑크톤의 멸종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전의 모든 대멸종은 식물성 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랑크톤이 사멸하면서 시작되었다. 지구 표면적의 2/3를 차지하는 바다는, 그리고 해양 생태계는 육지보다 오히려 기후 변화와 산소 농도의 변화에 민감하다. 조금만 조건이 달라져도 멸종 사태가 일어난다. 그리고 이들 플랑크톤의 멸종이 이들로부터 시작되는 먹이그물로 연달아 전파되고 전체 해양 생태계에 도미노처럼 연쇄 멸종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216)

지구 생태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대단히 억울한 일이다. 다른 멸종처럼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일어나고 대륙이 갈라지고 빙하기가 닥치고 산소가 사라지는 등의 원인이야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업보이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인류라는 하나의 종 때문에 전체 생물이 멸종된다는 건 마치 10억 광년 떨어진 초신성의 폭발 때문에 지구 생물이 떼죽음을 당하는 거나, 아니면 전혀 예상도 못했던 소행성이 지구로 끌려와 충돌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떼죽음을 당하는 것보다도 더 억울한 일이지 않겠는가? 적어도 그 경우는 멸종의 이유가 생태계의 나쁜 이웃은 아니니 말이다.

 

(221)

인류는 어찌 보면 지구 생태계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암과 같은 존재일 지도 모른다. 암은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이 아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죽고, 몇 번의 세포분열이 이루어지면 더 이상 세포분열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세팅된 다세포 생물의 조직 일부가 그 약속을 깨고 영원한 생명과 무한한 증식으로 나아가면 그것이 바로 암이 된다. 모든 세포와 조직 기관은 하나의 개체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하고 그 이상을 바라면 안 된다. 몸의 일부 조직이 자신의 역할 이상을 바라고 비대해지면 몸 전체의 불균형을 일으키고 마침내 개체 전체의 죽음으로 마감되듯이 생태계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인류는 이 생태계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실제로 갈취하고 있다. 당연히 생태계는 인류에 의해서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 이 인류라는 생태계의 암을 제거하거나, 혹은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제약하지 않으면 죽음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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