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장지원 그림 / 샘터사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오월. 아빠가 좋아하는 분들 중에 그 오월에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 유달리 많은 것 같구나. 노무현 대통령, 권정생, 박경리, 그리고 장영희. 작년에 장영희 교수의 책 중에 아빠가 읽지 않은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구입해두었던 책이 있는데, 장영희 교수의 책은 그 분이 떠난 즈음에 그 분을 기리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이번에 읽은 것이란다. 돌아가실 때까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던 장영희 교수. 남긴 글을 읽을 때 떠오르는 것은 영원한 문학 소녀셨구나, 하는 생각이란다. 소설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하고, 그런 소설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그리고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 같았어.

아빠가 장영희 교수의 다른 책을 읽고 쓴 책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장영희 교수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남달랐던 것 같았어. 그러니까 장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백만 불 짜리 미소를 낼 수 있겠지. 자식을 먼저 보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그런 부모를 남겨두고 눈을 감는 자식 또한 가슴이 아플 거야. 장영희 교수는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어머니보다 먼저 눈을 감으셨어.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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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해.

이렇게 엄마를 먼저 떠나게 돼서.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 찾아서

기다리고 있을게.

엄마 딸로 태어나서 지지리 속도 썩였는데

그래도 난

엄마 딸이라서 참 좋았어.

엄마,

엄마는 이 아름다운 세상 더 보고

오래오래 더 기다리면서

 

… 나중에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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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장영희 교수가 살아 생전에 신문 등에 연재했던 짧은 글이나 시 소개하는 글들을 모은 책이란다. 아빠가 장영희 교수의 책들은 거의 다 읽어서 인지, 다른 책들에서 이미 한두 번 본 듯한 글들이 많았어. 하지만, 아빠의 기억력은 그런 글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니까, 다시 읽고 다시 감동하고 다시 베껴 쓰고….

결국 문학의 주제는 사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사랑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왠지 젊어지는 느낌도 들어. 그 글들을 읽는 동안 영혼의 나이는 거꾸로 먹는 기분이었어. 가령 이런 시를 한 편을 읽다 보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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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사랑해본 적 없는 것보다

- 앨프레드 L. 테니슨. <사우보> 중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난 부럽지 않네

고귀한 분노를 모르는 포로가,

여름 숲을 알지 못하는

새장에서 태어난 방울새가.

난 부럽지 않네, 시간의 들녘에서

제멋대로 뛰어놀며

죄책감에 얽매이지도 않고

양심도 깨어 있지 않는 짐승들이

한 번도 사랑해본 적 없는 것도

사랑해보고 잃는 것이 차라리 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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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책에는 좋은 시들이 참 많이 담겨 있었어. 아빠가 아직도 시 읽기는 어려워한단다. 그런데 장영희 교수가 골라준 시들은 읽기도 쉽고 감동을 쓸어 담아주는 시들이 많았어. 그 중에 너희들과 함께 읽어 보고 싶은 시 한 편을 발췌해 보았단다. 요즘 시현이가 학교에 들어가더니 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좋은 시를 많이 읽다 보면 좋은 시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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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 메리 R. 하트만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미소와 위로의 말 한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네.

간혹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이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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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를 읽다 보면 감동을 받기도 하는데, 그런 감동을 받으면 좋아지는 것이 좋을까? 앞서도 이야기했잖아. 영혼을 젊게 해준다고 말이야. 그리고 감동을 받으면 치매 예방이 된다고 하더구나. 이 책에서 장영희 교수가 소개해주었어. 감동을 많이 하면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이야. 이 글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단다. 아빠는 너희들에게 늘 감동을 받는데, 치매 걸릴 일은 없겠구나, 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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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떤 잡지를 보니 치매 예방법이 나와 있었다. 호기심에 유심히 보았다. ‘하루 두 시간 이상씩 책을 읽는다’, ‘의도적으로 왼손과 왼발을 많이 쓴다’, ‘일회용 컵이나 접시를 쓰지 않는다.’, ‘가능하면 자주 자연을 접한다등등 어느 정도 상식적인 예방법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이 재미있었다. ‘가능하면 자주 감동을 한다.’

감동을 많이 하라?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되는지 모르지만 감동을 하면 치매 예방이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마음의 움직임이 두뇌의 움직임과 직결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치매라는 병이 흔한 이유는 기계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언제부터인가감동이 없어진 것과 상관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치매에 안 걸리려면 감동을 많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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