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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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읽고 싶은 책들은 계속 출간되고, 아빠의 책 읽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고, 읽고 싶은 책들이 읽을 수 있는 책들보다 숫자가 많다 보니 점점 읽고 싶은 책들에 대해서 나중을 기약하게 되었단다. 그렇다 보니 요즘에는 신간으로 출간되는 책들을 바로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단다. 잘 기억하고 있다가 좀 나중에 읽는 경우가 많아. 그런데, 그걸 못 기다리는 작가들이 있단다. 공지영의 책들도 그런 책들이란다. 따끈따끈한 신작이 나와서 바로 주문을 해서 읽었어.

제목을 보고 순간, , 공지영님이 벌써 할머니가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할머니가 된 느낌을 쓴 에세이인가 싶었단다. 아무래도 최근에 에세이를 많이 쓰셔서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봐. 책 소개를 봤더니, 에세이가 아니고 소설이더구나. 단편 소설들을 엮은 소설집. 공지영님의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아빠가 그동안 읽은 것은 모두 장편소설이란다. 공지영의 단편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었어.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최근에 쓴 것이 아니고, 멀게는 10년 넘은 소설도 있었어. 2000년 이후 발표했던 단편소설들을 모은 것이야. 몇몇 소설은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도 있었어. 총 다섯 편이 실려 있는데, 어떤 소설들은 소설의 주인공이 작가 자신인 작품들도 있었어. 심지어 주인공의 이름이 공지영인 소설도 있었단다.

 

1.

지은이가 소설을 쓸 때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쓸 거야. 그리고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그 의도를 알아내려고 생각하면서 소설을 읽지. 마치 지은이가 숨겨 놓은 보물을 찾는 보물찾기 놀이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단다. 아빠도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을 읽으면서 아빠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읽었단다. 지은이가 숨겨 놓은 보물을 찾지 못해도 상관없어. 그걸 감안해주고 아빠의 이번 독서편지를 읽어주길 바래.

첫 번째 작품의 제목은 월춘장구. 이게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해서 겨울을 잘 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을 월동준비라고 하고 이때 필요한 도구들을 월동장구라는 말을 사용한단다. 그것과 비슷하게 만들어낸 말로 다가오는 봄을 대비해서 준비하는 장구를 뜻하는 것으로월춘장구라는 제목을 지은 거야. 이 책에 실린 다섯 편 중에 가장 소설 같지 않은 소설이었단다. 그냥 지은이의 일상을 적은 것 같았어. 아빠도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런 것도 소설이 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소설의 범위는 무한한 것이구나, 깨닫게 되었단다. 독자들의 이런 반응을 예상을 한 것인지, 지은이는 소설 속에 자신도 이렇게 적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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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나서 이것이 소설일까 생각했다. 이런 것도 소설일까…. 그러면 소설은 무엇일까, 하는 내 안의 오래된 물음이 뒤따라왔다. 누가 이것은 소설이고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고 우리에게 말해주는가. 누가? 어떤 검사가 술잔을 오래 붙들고 있다가 내게 말했었다.

“예전에는 말이지요. 자신이 있었어요. 이건 이 죄고, 저건 저 죄목이고, 너는 범인이고 너는 아니고……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그게 힘들어요. 점점 더 말이지요. 힘들고, 또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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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작품이 소설의 제목으로 뽑은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라는 작품이란다. 이 소설은 한마디로 괴이하다는 단어가 떠오르는 소설이란다. 어떤 여고생이 자신의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설정이야. 식도암 말기로 병원에서도 포기해서 집에서 병 치료를 하고 있는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자식들은 할머니 곁에서 극진히 병간호를 경쟁적으로 했어. 그 이유는 바로 할머니의 엄청난 재산 때문이었단다. 그런데 할머니는 생각한 것처럼 바로 돌아가시지 않았어. 그뿐 아니라 가족이나 할머니의 집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죽는 것이었어. 다른 사람들이 죽을 때마다 할머니는 다시 생기를 찾았어. 그랬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죽음 직전까지 가셨어. 그랬다가 또 한 사람이 죽고.. 나중에는 집에 있는 동물들이 죽기까지 했어. 하지만, 할머니의 곁에는 자식들과 며느리, 사위들이 떠나지 않았어. 죽음을 두렵지 않게 하는 엄청난 돈 때문이지. 권력에 빌붙으려는 사람들. 그 권력 때문에 자신이 몰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그런데도 탐욕과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잘못된 권력에 빌붙으려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이 소설 속에 보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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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소설은우리는 누구이며 어디 와서 어디로 가는가’. 최인옥이라는 여인이 5년 전에 소설 속 주인공 공지영을 찾아왔었는데, 이번에 다시 찾아왔단다. 그가 공지영을 찾아온 이유는 자신의 동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야. 동생이 갓난아기일 때 부산에서 잃어버렸는데, 여러 정황상 공지영이 자신의 동생인 것 같다면서그래서 친자 확인까지 부탁을 했어. 어렸을 때면 몰라도, 지금 다 커서 자식들도 있는 이 마당에 그것이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그의 동생이라고 밝혀져도 바뀌는 것이 없는데 말이야. 만일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진실을 확인하고 싶어할까. 아빠도 생각해봤어. 지금 진실이 밝혀져도 지금 생활에 바뀌는 것이 없는데도 확인해 볼까? 그 진실이라는 것이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알려주는 것이라면사람은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단다.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다가 소설이 끝났단다. 주인공 공지영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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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소설의 제목은부활 무렵’. 주인공 순례의 아버지는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단다. 고성장 시대에 자신이 살던 동네의 부동산 값이 엄청 뜨면서 가만히 있어도 부자가 될 수도 있었지만, 섣부른 판단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이사를 가다 보니 가난이 주인공 순례 곁을 떠나지 않았어. 거기에 남편도 일찍 죽어서 집안을 혼자 책임져야 했어. 파출부 등 고된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웠지. 순례의 동생 정례도 파출부 일을 했는데, 주인집 아줌마의 명품 가방을 훔치다 걸려서 경찰서에 끌려갔어. 순례가 찾아가 주인집 아줌마한테 사정사정 빌어서 선처를 받아냈어. 그런데 조건이 있었어. 교회에 나와 간증을 하라는 것이야. 순례는 마음에 없는 간증을 하는데, 그런 마음에도 없는 간증이 무슨 의미인가 싶다는 생각을 했어.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 세상. 우리가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속마음보다 겉에 드러난 모습이 중요시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너희들은 나중에라도 아빠에게 형식적이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다섯 번째 소설은맨발로 글목을 들다라는 소설이야. 주인공 공지영은 일본에서 자신의 책을 출간하게 되었어. 그런데 자신의 책을 일본어로 번역해준 일본인 H의 이력이 독특했단다. H는 북한에 끌려갔다가 24년 동안 억류되었다가 풀려났는데, 그때 배운 우리말로 번역일을 하는 번역가였어. 공지영 작가와 H가 같이 기자회견을 하는데, 기자들은 H에게만 질문을 하거나, 작품에 대한 질문이 아닌 H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질문을 했어. 마치 너희와 한민족이라고 하는 북한이 죄 없는 사람들을 데려가 20년 넘게 억류한 것에 대한 인권 문제에 너희 나라에도 책임이 있지 않냐는 식으로 말이야. 공지영도 처음에는 조심스러운 답변을 했어. 그러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위안부 이야기를 꺼내 들었어. 일본 자신들은 더 심한 위안부로 인권을 유린했으면서, 수십 년이 지났어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냐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지. 기자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고, 주인공 공지영은 본의 아니게 애국자 행세를 한 꼴이 되었는데, 공지영은 어쩔 수 없는 그런 상황까지 된 것을 싫어했어. 그렇다면 H는 그걸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H 입장에서는 억울한 시간이고, 분노할 만한데 그는 오히려 그 일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그건 지나간 과거로 생각하는 것 같았어. 그렇다고 H가 북한을 용서하는 것은 아니야. H의 모습에서 우리 위안부 할머니의 모습들을 볼 수도 있었어. 과거의 잘못이 있으면, 과거라고, 다 지나간 일이라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란다. 진심 어린 사과는 과거가 아니고 현재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현재의 사과는 둘 사이의 과거를 바꿀 수 있고, 미래를 바꿀 수 있으니까 말이야.

다음 공지영님의 글을 기다리며, 오늘은 이만 줄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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