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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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재미있게 읽은 소설 <뜨거운 피>. 그 소설을 쓴 김언수. 그의 다른 소설을 찾아보았어. 그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캐비닛>을 이번에 읽었단다. 2006년 문학동네 작품상을 받았단다. 그 당시에도 아빠도 나름 책을 읽었었는데, 이런 책들을 모르고 살았다니.. 정말 세상에는 많은 책들이 있는가 보구나. 그리고 분명 아빠가 재미있게 읽을 책들인데, 아직 만나지 못한 책들도 엄청 많을 테고 말이야.

137 1의 경쟁력을 뚫고 공기업 연구소에 들어간 공덕근. 그가 주인공이란다. 137 1의 경쟁력을 뚫고 들어갔으니, 얼마나 엘리트겠어. 하지만 우리의 공덕근은 괴짜였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유산으로 받은 돈으로 캔맥주를 집안 가득 사두고 178일 동안 캔맥주만 마시며 집안에 콕 들어박혀 살기도 했으니 말이야. 그런 그가 공기업 연구소에 신입으로 들어갔어. 그런데,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아침에 10분 정도 자재를 챙기는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였단다. 처음에는 그게 신입이라서 그런 줄 알았어.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여전했어. 그래서 걱정이 되어 상사에게 물어 보니, 그 연구소에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한가한 거야. 각자 알아서 제 일들을 찾아 하거나, 또는 취미들을 찾아 했어. 그러면서 서로 요즘 너무 바빠서 힘들다고들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겠어.. ㅎㅎ 그런 회사가 정말 있다면정말 부럽구나. 우리의 주인공 덕근도 그런 생활에 곧 익숙해졌어. 자연스럽게 업무 시간에 사우나도 가고 그랬어. 그리고 그곳에서 상사를 만나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수준에 올랐어.

 

1.

그러던 어느날, 그는 연구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3층의 13호 캐비닛을 발견했어.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지. 호기심이 생겼어. 비밀번호를 풀어봐야겠다고 했지. 비밀번호는 네 자리. 0000부터 하나씩 전부 맞춰봤어. 회사에 출근해서 특별히 할 일도 없었는데, 이제 생긴 거잖아. ㅎㅎ 시간도 잘 갔지.. 그러다가 비밀번호를 맞췄어. 철커덕 캐비닛 문이 열린 거지. 그리고 그곳에 있는 자료들을 읽어보았어. 그곳의 자료들은 심토머들에 관한 자료였어. 심토머란 변화된 종의 징후를 보여주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래. 심토머들은 생물학과 인류학이 규정한 인간의 정의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는 사람들로, 그들은 현재의 인간과 새로 태어날 미래의 인간 사이. , 종의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지. 심토머들 중에는 손가락에서 선인장이나 포도나무가 자라는 사람도 있고, 몸의 일부가 도마뱀의 형질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고, 남자의 성기와 여자의 성기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 손가락 끝으로 후각, 시각, 미각을 느끼는 사람 등등 일반 사람들에게는 보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는 형질을 지닌 사람들이었어. 그런 심토머들의 기록들이 그 13호 캐비닛에 있었어. 캐비닛을 연 다음날부터 그는 그 캐비닛의 자료를 읽어보았어.

그러던 어느날 권 박사라는 사람이 자신을 찾는다는 전화가 왔어. 권 박사. 그 박사도 그 연구소에서 괴짜로 알려져 있었어. 그리고 13호 캐비닛의 주인이었어. 심토머를 연구하는 사람. 13호 캐비닛은 폐쇄회로가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폐쇄회로에는 덕근이 캐비닛을 열고 자료를 보는 장면이 모두 찍혀 있었지. 그 일로 권 박사는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고 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덕근에게 중요한 임무 같이 생긴 것도 아니야. 그냥 자료 정리하고, 심토머들의 전화 받는, 아주 지루하면 단순한 일이었어. 그래도 그 전보다는 나았지. 그 이후 소설의 이야기는 여러 심토머들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나갔어. 읽다 보면 이런 심토머들이 정말 있는 것인가? 하는 착각에 구글링을 해보기도 했어. 장편소설다운 굵직한 사건 같은 없었지만, 여러 심토머들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를 주었단다. 그 심토머들에 관한 이야기는 모두 지은이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거야. 그 기발한 상상력에 감동을 받을 정도란다. 그가 만들어내는 심토머들.. 읽다 보면 과연 그 다음에는 어떤 심토머들이 출현할까? 기대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게 된단다. 그런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고, 그 매력으로 상까지 탄 것이 아닌가 싶구나. 손가락에 은행나무가 자라서 결국 지리산으로 들어가서 은행나무로 변한 사람. 입 속에 도마뱀을 넣어 키우다가 결국 도마뱀이 혀의 일부가 된 사람. 손가락으로 후각과 미각을 느낄 수 있는 사람. 많은 유형의 돌연변이가 등장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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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어떤 대기업에서 공덕근으로부터 심토머들에 관한 유전공학적 기술이 담긴 자료를 요청하고, 자료만 정리를 하던 공덕근은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어떤 사람에 끌려가서 갖은 고문을 당하고 폐인이 되어, 결국 섬에 들어가서 살게 되는 이야기로 끝이 나는데, 소설은 이런 줄거리는 크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았어. 책을 덮고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

뭐냐 하면 평범한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과연 평범한 사람이란 있는 것일까? 모든 사람들은 제각각이란다. 같은 사람은 외모나 성격이나 한 명도 없을 거야. 다른 사람에 비해 독특한 자신만의 무엇이 있어. 누구나. 그러면 우리는 모두 심토머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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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얼마 전에 누군가 아빠한테 우울할 때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어. 곰곰이 생각하다가 몇 권을 알려주었는데, 그 책 목록에 이 책도 포함시켰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유쾌하게 읽었기 때문에 말이야. 그리고 아빠는 이 매력적인 지은이의 또 다른 책을 알아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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