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기본적인 것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보람만 강요하는 행위는 문제를 외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보람이라는 듣기 좋은 말로 일을 미화함으로써 당연한 것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비참한 현실을 눈속임하고 있다.

(20)

야근이란 계약으로 정해진 시간을 넘겨서 일한다는 의미다. ,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것으로 규정해야 한다.

이 예외적인 것이 가끔일어난다면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 야근은 예외적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의 매일같이야근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나는 입사하고서 야근하지 않고 돌아간 날이 단 하루도 없어. 칼퇴근은 도시 전설이야라며 자신의 비참한 근무 환경이 마치 어엿한 훈장이라도 되는 듯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서 참 안쓰러웠던 적이 있다.

(51)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지 않아도 좋다. 회사를 옮겨다니는 것 또한 하나의 생활 방식이다. 딴 길로 새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에 곧바로 회사에 취직해 그대로 정년까지 성실하게 일하는 삶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인생의 레일이 딱 하나뿐이고, 그 레일을 벗어났다고 해서 갑자기 삶이 어려워진다면 이 사회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제도상 설계 실수다.

(73)

만약 회사없이 자기 인생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회사에 지나치게 의견하고 있는 것이다.애사심을 갖는 것이야 괜찮지만, 기댈 속이 사라졌을 때 자신이 무너져내리지는 않을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86)

어떤 중대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놓고 다툰다.”월급을 받는 이상, 책임을 지고 일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정말 누군가가 책임져야 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 책임을 남에게 덮어씌우느라 분주하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책임이란 단어를 아주 어중간하고 모호하게 써먹고 있다.

책임의 범위를 정확히 설정하면 누구 책임인지를 두고 다툴 일도 줄어들고 무한한 책임을 짊어질 일도 사라진다. 각자의 책임 범위를 넘어선 일에는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을 수도 있다. , 자신의 책임 범위에 속한 일은 프로로서 완벽하게 수행할 것이 요구된다. 이처럼 책임의 범위를 정확히 정하는 것은 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88)

아무리 경영자 마인드로 일해도 종업원은 어디까지나 종업원, 어차피 고용된 처지다. 경영자 마인드를 갖춰 경영자에 버금갈 정도로 일한다 하더라도 월급은 당연히 고용된 처지에 맞는 수준으로 받는다. 월급은 고용자 수순인데 일은 경영자와 똑 같은 마음가짐으로 하라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을 하라는 소리와 무엇이 다른가?

종업원이 경영자 시선을 갖고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애당초 경영자는 왜 있는가? 설마 고용한 종업원에게 할 일을 전부 떠맡기고 경영자는 놀러 다니려는 속셈일까? 그렇다면 어디 일할 마음이 들겠는가.

(98)

일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 자아실현을 위한 수단이다

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이나 사회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사회와의 연관을 통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다.”

초등학교 직업교육에서 자주 듣는 말이야. 직업교육의 핵심인 현장 방문, 직업 체험 때도 노동을 통한 자아실현이나 사회공헌같은 측면만 강조한다. ‘일에 보람을 느끼며 노력하는 어른들의 모습이나 이 사회에 공헌함으로써 돈 이외의 기쁨을 얻는 어른들의 모습을 잔뜩 보여주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일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한다.

(137)

만약 좋아하는 일을 내 직업으로 삼았더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하는 것과 업무로 하는 것에는 당연히 차이가 있다. 회사의 방침이나 고객의 사정에 맞춰 자기 의사와 반대되는 방식을 억지로 고수해야만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오히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탓에 적절하게 맺고 끊지 못해 괴로워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141)

일을 하다보면 너무 괴로워서 전부 내던지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궁지에 몰릴 때가 있다. “그럴 때야말로 성장할 기회야. 절대 도망쳐서는 안 돼.” 이렇게 설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사고방식은 매우 위험하다. 괴롭다못해 이제 한계다 싶을 때는 무리하지 말고 도망쳐야 한다. 이것은 어린애처럼 응석을 부리는 것과는 다르다.

보통 도망친다는 행위를 꼴불견에 형편없는 짓이라고 여기는데, 도망치는 행위는 사실 일종의 안정장치. 괴로워서 더는 무리라고 느끼는 상황이 오래 이어지면 사람은 쉽게 무너진다. “괴로워도 도망치지 않고 노력한 덕분에 성장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들 뒤에는 괴로운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무너진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매년 일 때문에 수많은 직장인의 몸과 마음이 황폐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사람이란 궁지에 몰리면 너무도 연약해지는 존재다.

(166~167)

중요한 것은 세상의 평가기준이 아니라 나의 평가기준이다. 세상의 평가가 아무리 높더라도 나의 평가기준에 비췄을 때 높이 평가할 수 없는 대상이라면 괜히 거기에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세상에서 낮은 평가를 받더라도 나의 평가기준에 비췄을 때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이라면 내게는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내 인생은 나 이외에 그 누구도 살아줄 수 없다. 내 행복은 나의 주관으로 판단하면 된다. 블랙 기업이나 좀비형 사축은 우리에게 가치관을 억지로 강요하려 할 거시다. 그런 타인의 가치관 따위는 무시하고 나 자신의 가치관에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괴롭다고 생각하면 그건 괴로운 것이다.

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 그건 무의미한 것이다.

내가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그건 재미없는 것이다.

내게 가치관을 강요하는 회사도 상사도 동료도 어차피 타인다. 타인의 삶을 사는 행위는 인생의 최대 낭비다. 자신의 가치관에 솔직해지자. 좀더 나 자신을 위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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