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

그런데, 여담이지만, 지옥이라는 것에 대해 재미있는 정의를 내린 시인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으로, 브렌덴 케널리라는 아일랜드 사람인데, 지금도 생존해 있습니다. 이 시인이 쓴 시에 지옥이란 경이(驚異)를 잃어버린 상태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친구와의 우정을 그냥 당셩언 것으로 여긴다든지, 환한 햇살 속에 익어가는 옥수수밭을 보면서도 경이의 감정이 솟아오르지 않는 게 바로 지옥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흥미롭게도, 시인은 그런 경이의 감정이 사라진 상태, 지옥이란 다른 말로 하면 권력욕망이 지배하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경이로움이 죽을 때, 권력(욕망)이 태어난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인간이 세상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은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니까 저 시인에 따르면, 인간이 권력을 탐하고 남을 지배하려거나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욕망을 갖게 되는 것은 그의 정신과 영혼이 병들었거나 메말라버린 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인간은 사람 간의 관계(우정)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혹은 햇빛과 바람과 구름의 은혜로 익어가는 곡식을 보면서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자연의 운행이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인지 모르는 지옥에서 산다는 것이죠. 참으로 탁월한 성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

급박하다는 것은 오늘의 정치상황 때문입니다. 시간은 빠르게 가는데, 지금 이대로 가면 인류 생존의 토대 자체가 붕괴한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는데도, 세계의 정치는 마냥 이 사태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닙니다. 최근의 미국 대통령 선거판을 보면 미국식 민주주의는 완전히 끝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기본적 교양도 상식도 없어 보이는 부동산 부호가 갑자기 나타나서 저렇게 대중들의 인기를 끈느 것을 보고 소위 엘리트 지식인들은 포퓰리즘의 대두를 걱정하고 있지만, 결국은 미국식 민주주의가 끝났다는 신호로 보는 게 옳습니다. 그동안 지배층이 정당정치니 민주주의니 하는 가면을 쓰고 정치랍시고 해온 게 실은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는 게 전부였다는 것을 깨달은 대중들의 분노가 표출됐다고 봐야죠. 소위 엘리트들에 대한 민중의 반란이라고 봐야죠.

 

(47)

이 두 가지 용어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활성단층은 지구의 40억 년 역사 중 180만 년전에 시작된 제4기에 형성된 단층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활성단층은 최근 ‘180만 년 이내에 한 번 이상 움직인 단층을 의미한다. 활동성단증의 정의는 두 가지이다. ‘50만 년 이내에 두 번 이상 움직인 단층 또는 3 5천 년 이내에 한 번 이상 움직인 단층으로 정의된다. 언뜻 보면 두 가지 정의가 또는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둘 중 하나만 만족해도 활동성단층이 되므로 더 보수적인 기준같이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꼼수가 하나 자리 잡고 있다. ‘50만 년 이내에 두 번 이상 움직인 단층이라는 개념이 입증하기 매우 힘들다고 한다. 이미 움직인 단층에서 또 한번의 움직임이 있을 경우 단층면이 바스러지기 때문에 그 단층이 한 번 움직인 것인지 두 번 이상 움직인 것인 확인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질학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활동성단층의 정의 중에서 의미 있는 것은 ‘3 5천 년 이내에 한 번 이상 움직인 단층이라는 정의뿐이다. 다시 말해서 핵산업계는 (180만 년 내에 움직인) 활성단층이 아니라 (3 5천 년 내에 움직인) 활동성단층에서만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53)

9 12일 경주지진 이후 440회가 넘는 여진이 2주째 지속되고 있다. 많은 경주시민들은 반복되는 지진에 지쳐 있다. 친척 집에 피신을 한 사람도 많다. 여기에 원전사고의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진도 6.5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된 원전이라지만 설계대로 시공되었는지,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 과연 그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지, 조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규모 5.8의 지진이 월성원전이 있는 경주에서 발생하였다. 또한 관련 정보는 투명하게 제공되지 않는다. 원자력계는 벌써 이번 지진의 진원지가 양산단층이 아닐 가능성과 활동성단층이 아닐 가능성을 주장하고 했다. 여기까지가 사실이다. 나는 이 정도의 사실들 앞에서 우리 국민이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하여 충분이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63)

그럼에도 남북한 사이의 우발적 상황이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존재한다. 특히 김정은 정권의 호전적 언행에 맞서,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고 있는 마찬가지의 강경한 언사가 그런 우려를 키운다. 미국 조야의 전문가들도 박근혜의 발언이 북한의 체제 붕괴라는 소망적 사고에 기반해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김정은 뿐만 아니라 박근혜 역시 불안한 존재로 여긴다. 킬리포니아 몬테레이의 미들버리 국제문제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은 북한의 9월 핵실험 직후 인터뷰에서, 한국의 일부 관리들이 북한 지도부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다고 우혀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국의 일부 정책결정자들이 김정은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설득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74)

끝으로 10년 가까이 이어진 한국 보수정권의 역할을 짚고 싶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은 조그만 더 밀면 쓰러진다는 이른바 북한 붕괴론에 사로잡혀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애를 썼다. 20여 년 전과 비교할 때, 한국정부가 미 의회와 싱크탱크에 쓰는 돈 등을 통해 북한문제와 관련해 워싱톤에서 행사는 영향력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오바마 정부는 조지 W. 부시와 노무현 정권이 종종 이견을 빚는 것을 본 뒤에 한국이 반대하는 정책은 하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 테두리 내에서 대북정책을 폈다. 오바마 재임 중 북한과 딱 한 번 시도한 2.29 합의 때에도 남북한이 먼저 만나는 모양새를 취하게 해줌으로써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정부의 입장에 반하면 연구지원금이 행사 협찬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전문가들도 한국정부의 대북정책 비난을 자제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이 통일대박론을 펴고 그런 연구에 활발한 지원을 하면서 어떻게 통일에 이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빠진 채, ‘통일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춘 수백만 달러짜리 연구 보고서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95)

한국의 정치 현실을 보고 있으면 절로 나온다. 이건 뭐 합리적이지도 않고 최소한의 지켜야할 예의도 보이지 않는다. 견제되지 않는 권력이 늘 그러하듯이 기업인들의 비리는 사면되고 정치인들의 부패도 은폐된다. 권력의 심각한 부패만큼 걱정스러운 건 시민들의 둔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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