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2 소설 조선왕조실록 2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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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폭풍 전야의 왕성]

2권의 이야기의 끝은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왜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는지,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이 소설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주고 있다. 그리고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 그래도 만약을 생각하게 된다. 이 이야기의 끝 또한 만약이라는 가정을 붙이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자를 마중 나갔던 대장군 이성계는 해주에서 낙마를 해서 그곳에 계속 머무르게 되었다. 결국 세자는 먼저 왕성으로 돌아왔다. 왕성에는 이성계가 위독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방원이 낸 거짓 소문이다. 이성계는 거의 회복하고 있었다. 이방원이 거짓 소문을 낸 것은 정몽주 측근들이 어떻게 나오나 한번 떠보려는 이유였다. 그래서 그들의 약점을 잡아서 처단하려는 것이다. 이런 이방원의 그물에 정몽주의 측근들이 걸려들었다. 정몽주 자신은 예전부터 이성계와 신뢰를 쌓은 사이라서, 이성계가 위독하다고 하니 직접 해주를 찾아가겠다고 했다. 왕이 만류하여 가지는 못했다. 당시 왕은 공양왕이었는데, 정몽주를 가장 믿고 의지하고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몽주의 측근인 이숭인과 김진양은 이방원의 덫에 걸려들었다. 정몽주를 찾아와 이성계가 위독한 지금이 기회라고 했다. 이성계 측근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 그렇지 않으면 이성계 측에서 칼을 뽑게 된다면서 정몽주를 설득했다. 이성계를 신뢰하는 정몽주는 그들의 의견에 절대 반대를 했다.

당시 공양왕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공양왕은 얼떨결에 왕에 오른 자로, 이성계의 역성 소문이 돌자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왕까지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나약한 왕이었다. 폭군이나 악군은 아니었지만, 겁이 많은 겁군이라고나 할까. 공양왕은 정도전에 대해 안 좋게 생각했다. 위화도 회군과 신우, 신창을 제거하고 최영 마저 없앤 일 모두 정도전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몽주는 그렇지 않다고 왕에게 이야기했다. 이성계과 정도전이 없는 왕성에서 이방원의 계략을 막을 사람이 없었고, 정몽주는 측근들의 과도한 움직임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그것이 당시 왕성의 상황이었다.

  

[정도전 탄핵]

이방원은 다시 정도전을 찾아왔다. 다시 정몽주를 제거하겠다고 했다. 정도전은 강하게 반대를 하고 이방원을 내쳤다. 그리고 정도전은 고심 끝에 정몽주에게 서찰을 보냈다. 서찰의 내용은 이성계가 왕위에 올라야 하는 정당성을 설명하는 글이었다. 정도전과 정몽주가 생각하는 혁명, 그들이 생각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양왕이 아니라 이성계가 왕위에 있어야 더 실현하기 싶다는 내용을 담은 장문의 글이었다. 고려의 명맥을 굳이 유지해야 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의 글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한편, 정몽주의 측근의 움직임도 더 다급하게 움직였다. 이방원, 조준, 정도전 등 이성계의 최측근을 탄핵하는 상소를 작성했다. 그 글을 정몽주에게 보여주고, 정몽주는 일단 자신이 보고 그 상소문을 고쳐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몽주의 허락 없이 김진양은 왕에게 상소했고, 왕도 그들이 정몽주의 측근이라는 것을 알고, 정몽주가 허락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명단을 보니 평소 자신이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이들이라서 왕은 그들의 상소를 받아들여 모두 유배를 명했다. 그런데, 그들은 또다시 왕의 허락도 없이 정도전을 감옥에 가두고 사형에 처하라고 거짓 왕명을 보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정몽주는 긴급히 정도전에게 서찰을 보냈다. 하지만, 이미 정도전은 감옥에 잡혀오고 곤장을 심하게 맞고, 사형의 일보직전까지 갔다. 이방원이 보낸 사람들이 정도전을 죽음 직전에서 구출해냈다. 이런 일을 겪고 보니 정도전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정도전은 고민 끝내 결국 이방원에게 "뜻대로 하라"라는 내용의 서찰을 보냈다.

 

 [역사의 그날]

이방원에게 서찰을 보내고 얼마 안되어 시간을 맞추지 못한 정몽주의 서찰이 도착하였다. 정도전을 탄핵하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정몽주의 뜻이 아니고, 정도전을 살려주라고는 그런 내용의 서찰이었다. 뒤늦게 정도전은 사람을 시켜 이방원을 막게 하고, 자신도 왕성으로 출발했지만, 감옥에서 심한 고문으로 이동이 쉽지는 않았다.

한편, 왕성에서 일어난 일은 해주에 있는 이성계의 귀에도 금방 들어갔다. 그래서 이성계도 자리를 박차고 왕성으로 돌아왔다. 정몽주는 이성계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성계와 정몽주는 서로 신뢰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방원은 기회를 엿보는 자리였다. 이미 "뜻대로 하라"는 서찰도 받은 뒤였으니까 말이다. 정몽주는 이성계의 병문안을 마치고, 다른 일정을 하나 더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삶의 마지막 길이었다. 이방원의 명을 받은 이로부터 선지교에서 철퇴를 맞고 죽고 말았다. 이 소식을 알게 된 이성계는 이방원에게 분노를 했고, 정도전은 뒤늦게 왕성을 도착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그날은 역사의 날로 기록되었고, 고려는 곧 망했고, 이성계의 조선은 세워졌다. 원래 정도전의 생각대로라면 세 개의 튼튼한 다리 위에 세워져야 했지만, 정몽주라는 튼튼한 다리가 없는 상태로 세워졌다. 그렇게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나라가 시작된 것이다. 1권 리뷰를 쓰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도전의 전체 삶을 알고 싶었던 호기심은 채우지 못했지만, 정도전과 이방원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들의 대략적인 관계는 알고 있었지만,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이런 것에 관한 책들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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