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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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글쓰기 특강 시즌 2]

요즘 회사 일이 너무 바쁘다. 그래서 리뷰도 늦어진다. 기억력의 유효기간이 워낙 짧아서 빨리 기록으로 남게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유시민의 책을 읽으면서도 메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책을 읽었다. 그래도 인상적인 부분은 따로 발췌해놨다. 발췌한 글들은 공감이 많이 가는 곳이다. 나의 생각을 만들어주었다.

인터넷 알라딘 서점에서는 신간이 나오면 문자를 보내주는 서비스가 있어서 유시민을 설정해 놓았다. 얼마 전 유시민의 신간 소식을 알려주는 반가운 문자가 왔다. 두어 달 전에 마무리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유시민이 책을 쓰고 있다고 했는데, 그 책이 드디어 출간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같은 통찰력이 뛰어나고 정확한 예측을 하는 사람이 정치인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정치를 그만두고 지금처럼 전업작가를 하는 것도 그를 좋아하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나쁘지 않다. 정기적으로 그의 책을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최근에는 여행기에 관한 책도 준비한다고 하는데 무척 기대된다. 이번에 읽은 <표현의 기술>… 이 책은 작년에 출간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펴 낸 후, 강연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서 독자와 소통을 하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내용을 보태서 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낸 책은 정훈이라는 만화가와 공저이다. 책을 펼쳐보면, 정훈이라는 만화가가 그린 만화가 곳곳에 포함되어 있고, 마지막에는 상당히 많은 분량에 만화가 정훈이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만화로 실어 놓았다. 정훈이는 유명한 만화가인데,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캐릭터가 재미있게 생겼고, 이야기 또한 재미있게 한다.

  

[왜 쓰는가?]

작년에 출간한 책에서는 글쓰기를 왜 하는가에 대한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그럼 글을 왜 쓰는가? 에 대한 질문을 먼저 던졌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전문 글쟁이들만 글쓰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글을 쓴다고 볼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면 리뷰를 쓰니, 글을 쓴다고 할 수 있다. 회사에서도 하루에 상당량의 메일을 쓴다. 소설가 김훈은 오직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한다. 그런데, 남들이 공감해 주면 고맙다고 한다. 그런데, 유시민은 이 생각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나도 동의하지 않았다. 유시민은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 쓰는 것은 맞는데, 자신의 글이 여론을 형성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쓴다는 것이다. 유시민은 단 한번도 읽는 이를 의식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정치적 글쓰기의 대표격인 조지 오웰의 글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지 오웰의 글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극찬을 하기도 했다. 나도 조지 오웰의 책을 세 권 정도 읽었는데, 셋 모두 정치색이 뚜렷한 글인데, 비유와 재미와 긴장감을 모두 주었다. 그래서 나도 조지 오웰을 좋아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글쓰기의 이유가 있다면, 돈 벌기 위함이라고 솔직히 이야기한다. 특히 전업 작가들에게는 특히 그것이 큰 이유 중에 하나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도 알라딘 서재에 리뷰를 쓰다보니 글을 읽을 불특정인을 의식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간혹, 책에서 알게 된 불편한 진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어 그들도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고 보면 나도 어느 정도 정치적 글쓰기를 한 것이다. 그 글들이 조지 오웰이나 유시민처럼 예술성을 탑재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기술이 필요하다]

책을 읽고 나면 늘 리뷰를 쓰는데, 그런데, 그것이 쉬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늘 들었다. 어떨 때는 머릿속에 생각한 내용들을 쭉 써내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은 엉킨 실타래에서 실을 풀어내듯, 복잡하게 엉킨 생각들을 하나씩 살살 뽑아내는 그런 어려움이 있다. 유시민이 글쓰기는 결국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첫번째 이유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글쓰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된다. 그래서 그가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표현의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표현하는 데 있어 '기술'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그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것은 아니고,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기술이 전부는 아니지만, 기술이 있으면 자신의 생각을 좀더 남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기술들 중에 몇 가지가 있다. 먼저 틀에 박히고,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을 하지 말라고 한다. 맞다. 그런 글들을 읽으면 금방 식상해진다. 나도 글을 쓰다 보면, 글이 그렇게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을 많이 쓰게 된다. 유시민은 의식적으로 진부함과 상투적인 생각을 멀리하라고 한다. 그리고 두번째는 읽는 이가 공감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남이 쓴 글에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면서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책을 읽을 때 그 책에 감정 이입을 해서 읽으라고 한다. 이 방법은 나도 공감한다 나도 책을 읽을 때, 언제나 감정 이입을 한다. 소설을 읽을 때는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서 읽어보고, 비소설인 경우는 글을 쓸 때의 지은이가 되어 글을 읽으려고 한다. 그렇게 자신이 읽는 글에 감정 이입하여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다 보면, 자신이 글을 쓸 때도 쉽게 공감가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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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타인이 하는 말을 듣는 것과 같습니다. 책을 쓴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 그 사람이 펼치는 논리, 그 사람이 표현한 감정을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겁니다. 평가와 비판은 그 다음에 하면 됩니다. 저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글 속으로 들어가 더 많이 배우고 느끼고 깨닫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읽어야 평가와 비판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이입해서 책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다음, 자기 자신의 시선과 감정으로 그 간접 경험을 반추해 보는 작업이 비판적 독해라는 말이지요.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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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이 읽기 어려운 책은 굳이 힘들게 끝까지 들고 있지 말라고 한다. 이 세상에는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책들이 아주 많이 있으니까 말이다. 유시민의 이 주장에 찬성한다. 예전에 어떤 분은 어려운 책을 만나면 그래도 한번 완독해 해보라고 한 사람도 있어서, 꾸역꾸역 마지막 페이지까지 본 적이 있는데, 얼마 못 가 무슨 내용인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읽었으니, 책을 읽은 게 아니라 활자만 읽은 거니까...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읽을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는 책인데 감정이입이 어려운 경우는 나중에 재도전을 해보라고 한다. 산 오르는 것에 비유하면서, 그 산을 오를 수 있는 내공이 생기고 나면 다시 한번 도전해 보는 것처럼그래도 안되면 나중에 또 도전유시민은 그렇게 해서 읽은 책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이며, 이 책을 강력 추천하였다. 나도 예전에 <코스모스>를 읽었는데, 이 책을 많은 이들에 추천하였다. 정말 명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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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공감할 수 없는 책은 올라갈 길이 없는 산과 같습니다. 아무리 대단하고 아름다워도 소용이 없습니다. 길이 있다고 해도 너무 크고 높은 산은 오르기 어렵습니다. 히말라야 봉우리를 아무나 오를 수는 없어요. 감정을 이입하는 독서를 하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책을 골라야 합니다. 저는 완전히 재미없고 난해한 책은 읽지 않습니다. 어렵지만 읽을 가치가 있다는 평을 듣는 책이라도 도저히 감정 이입을 할 수 없으면 덮어 둡니다. 제가 아직 그 산에 오를 만한 내공이 더 생기고 나면 그 책에 다시 도전해 봅니다. 그래도 안 되면 나중을 기약하면서 또 덮어 둡니다.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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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써보자.]

이 책에서는 악플에 대응하는 방법까지 이야기해주고 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긴 한데,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 그 밖에 여러 상황에 대한 글쓰기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그 중에 아무래도 회사원이다 보니, 회사에서의 보고서 글쓰기에 관한 글이 있어 발췌해 보았다. 회사의 글쓰기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글이나 보고서를 읽는 독자가 누군가가 가장 중요하다. 회사에서야말로 더욱 글 읽는 사람에 따라 글쓰기의 방향이 많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노력은 하는데, 그런 글들이 상대방을 얼마나 만족시키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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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페이퍼든 상세보고서든, 슬 때는 독자의 눈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보고서는 보통 윗사람이 읽습니다. 쓰는 사람마다 나이가 많고, 경험도 많고, 시력은 나쁘고, 업무 범위는 넓고, 의사 결정권은 크고, 일반적으로 변화에 둔감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는 많습니다. 그런 사람의 시선으로 문제를 살피면서 보고서를 써야 합니다. 읽는 사람이 잘 아는 문제는 간단하게, 중요한데 잘 모를 수 있는 것은 자세하게 써야 합니다. 지적 호기심이 적은 사람이라면 원페이퍼에 가깝게,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라면 상세보고서에 가깝게 쓰는 편이 현명합니다.(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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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보급된 이래, 우리는 수많은 글들을 쓴다. 그리고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글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나도 카톡 등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이야기라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듯 글쓰기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좀 글쓰기를 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표현을 잘하는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길잡이가 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독서는 타인이 하는 말을 듣는 것과 같습니다. 책을 쓴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 그 사람이 펼치는 논리, 그 사람이 표현한 감정을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겁니다. 평가와 비판은 그 다음에 하면 됩니다. 저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글 속으로 들어가 더 많이 배우고 느끼고 깨닫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읽어야 평가와 비판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이입해서 책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다음, 자기 자신의 시선과 감정으로 그 간접 경험을 반추해 보는 작업이 비판적 독해라는 말이지요. (153쪽)

독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공감할 수 없는 책은 올라갈 길이 없는 산과 같습니다. 아무리 대단하고 아름다워도 소용이 없습니다. 길이 있다고 해도 너무 크고 높은 산은 오르기 어렵습니다. 히말라야 봉우리를 아무나 오를 수는 없어요. 감정을 이입하는 독서를 하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책을 골라야 합니다. 저는 완전히 재미없고 난해한 책은 읽지 않습니다. 어렵지만 읽을 가치가 있다는 평을 듣는 책이라도 도저히 감정 이입을 할 수 없으면 덮어 둡니다. 제가 아직 그 산에 오를 만한 내공이 더 생기고 나면 그 책에 다시 도전해 봅니다. 그래도 안 되면 나중을 기약하면서 또 덮어 둡니다. (162쪽)

원페이퍼든 상세보고서든, 슬 때는 독자의 눈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보고서는 보통 윗사람이 읽습니다. 쓰는 사람마다 나이가 많고, 경험도 많고, 시력은 나쁘고, 업무 범위는 넓고, 의사 결정권은 크고, 일반적으로 변화에 둔감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는 많습니다. 그런 사람의 시선으로 문제를 살피면서 보고서를 써야 합니다. 읽는 사람이 잘 아는 문제는 간단하게, 중요한데 잘 모를 수 있는 것은 자세하게 써야 합니다. 지적 호기심이 적은 사람이라면 원페이퍼에 가깝게,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라면 상세보고서에 가깝게 쓰는 편이 현명합니다.(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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