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참고] 스포일러 포함 /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한강의 대표작]

이번에 읽은 책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이다. 연작소설이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의 세 편이 쭉 이어지는 소설. 몇 달 전에 한강의 <소년이 온다>라는 단 한 편의 소설을 읽고, 한강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사람의 다른 작품도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한강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전에 읽은 <소년이 온다>라는 소설도 제목으로 예측하지 못했던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이번에 읽은 <채식주의자>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내용으로 놀라게 했다. 장면들 중에 다소 불편한 장면들도 있었지만, 소설은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로 나아갔다. 그럼에도 여성 작가 특유의 감수성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한강의 대표작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몽고반점>은 그 작품만으로 이상문학상을 타기도 했다. 우연찮게 이 책을 읽고 난 며칠 뒤, 한강이 이 소설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젠 누가 뭐라 해도 이 소설은 한강의 완벽한 대표작이 되었다. 맨부커상의 이 소설에 대한 심사평은 이랬다.

"다양하면서도 탁월한 작품들 사이에서 우리는 6개의 작품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초벌 번역본으로 본 진정으로 탁월한 6개의 작품들 가운데에서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채식주의자>를 수상작으로 결정했습니다. 3명의 목소리로 서사되고, 3명의 다른 관점에서 쓰여진 이 소설은 간결하면서도 불안정하고, 아름답게 쓰여진 이야기입니다. 소설은 평범한 한 여성이 그녀를 가정에, 그리고 가족과 사회에 옭아매는 모든 관습과 추측을 거부하는 궤적을 따라갑니다. 서정적이면서도 동시에 날카로운 문체로 소설은 여주인공의 거부가 여주인공 스스로와 그녀를 둘러싼 주변인들에게 미치는 충격을 그려냅니다. 짧으면서도, 격렬하고, 충격적인 이 책은 독자들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각인돼, 아마도 꿈에까지 남을 겁니다. 번역자인 데보라 스미스 씨는 완벽한 번역을 통해 소설 매 순간 순간의 아름다우면서도 공포스러운 기묘한 혼합을 전달했습니다."

이 심사평이 이 소설을 가장 잘 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이 소설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는데, 이 심사평을 읽고 나니 조금이나마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강의 맨부커 수상을 계기로 더 많은 우리나라 소설들이 다른 나라에 번역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엇다. 개인적으로는 <채식주의자>보다는 전에 읽은 <소년이 온다>라는 소설이 훨씬 좋았다.

 

[채식주의자]

이 연작소설은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3편으로 되어 있고, 각각 다른 사람의 한 사람, 영혜를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영혜의 남편. 평범한 아내인 영혜. 결혼 5년차. 아내는 그동안 식성도 좋고, 내조도 잘하고, 남편이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는, 아주 평범한 아내였다. 비록 뜨거운 사랑 같은 것은 없었지만, 그들은 원만한 보통 부부였다. 그런데, 어느날 영혜는 무서운 꿈을 꾸고 난 이후, 아내 영혜는 철저한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악몽으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못 먹고 못 자고, 영혜는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혼자 채식하는 것이 아니라, 식탁 위에 고기 반찬은커녕, 달걀, 우유도 올라오지 않아서 남편도 집에서는 고기는 냄새도 맡지 못했다. 영혜는 남편에게서 고기냄새가 난다면서 잠도 같이 자지 않았다. 남편의 회사 상사들과의 부부동반 식사 모임에서도 영혜로 하여금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남편은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서, 처가 식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처형의 집들이 때 모여 다 같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사단이 일어났다. 고기를 먹지 않는 영혜를 보고 장인어른 호통을 치며 먹으라고 했고, 그래도 먹지 않자 손찌검도 했지만, 요지부동... 강제로 먹이려다가 영혜는 그것을 뿌리치며, 부엌에서 칼을 들고 와서 울부짖으며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영혜에게 고기는 죽음보다 더 싫었던 것이다. 놀란 식구들을 영혜를 들쳐 업고 병원으로 향했다.

 

 [몽고반점]

이번에는 영혜의 형부 이야기다. 형부의 직업은 비디오 아티스트다. 영혜는 손목에 그은 사고 이후,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다시 상태가 좋아져서 퇴원을 했지만, 여전히 고기는 먹지 않았다. 남편은 더 이상 이런 생활을 못한다며 영혜를 떠났다. 그 이후 영혜는 한동안 언니의 집에서 생활하다가 이젠 혼자 살고 있었다.

어쩌다가 아내와 몽고반점 이야기를 하다가 처제가 아직도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이상한 충동이 생겨났다. 그런 자신에 대해 책망을 하기도 했지만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처제의 몽고반점을 자신의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심스럽게 처제에게 제안을 했는데, 처제는 스스럼없이 허락을 했다. 그래서 벌거벗은 영혜의 몸에 몽고반점을 하나의 꽃으로 하는 그림을 그렸다. 바디페인팅. 그리고 그런 처제의 모습을 빛과 어울리도록 비디오로 찍었다. 작품을 동료 작가들에게 보여주었더니 좋은 작품이라고 그를 칭찬했다. 영혜는 영혜 나름대로 자신의 몸에 그려진 꽃 그림이 불면증을 없애주었다고 좋아했다. 그 그림을 지우지도 않았다. 영혜는 채식주의자가 아닌 실제 식물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처제의 바디페인팅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는 아직 성에 차지 않았다.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바로 꽃의 결합이다. 남녀간의 결합 말이다. 후배한테 모델이 되어달라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가 왔다. 바디페인팅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하자, 불편해 하면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응해주었다. 하지만, 형부가 진짜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자, 후배는 거절하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는 결국 자신이 직접 하기로 했다. 자신의 몸에 그림을 그리고, 처제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서 자신의 작품을 완성했다. 그리고 다음날. 동생의 반찬을 갖다 주러 온 언니가 벌거벗고 잠들어 있는 그들을 발견하였다.

술술 읽히지만, 읽는 내내 불편했다. 형부는 자신이 추구하는 작품을 위해서라면 어떤 벽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고, 영혜의 입장에서는 식물이 되고자 하니, 사람들의 윤리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영혜의 언니, 인혜는 지극히 정상인 윤리적인 사람이다. 어떻게 이 장면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영혜의 언니, 인혜는 그들을 정신병원에 집어 넣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조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무불꽃]

이번에는 영혜의 언니, 인혜의 이야기다. 남편이 동생과 그런 짓을 하고 둘 다 정신병원에 넣었지만, 남편은 정신감정을 받고 퇴원을 했다. 인혜는 그런 남편과 살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 남편과 헤어지고, 자신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그리고 영혜를 보살피는 일도 인혜의 몫이었다. 어느날 영혜가 머무르고 있는 정신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영혜가 식음을 전폐하고 있어서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영혜를 본 인혜는 가슴이 아팠다. 아무것도 먹지를 않아서 점점 말라가는 동생을 보는 것너무 가슴 아픈 일이었다. 영혜는 자신이 식물이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왜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냐고... 인혜는 어린 시절부터 동생 영혜와 추억도 되살려보고 그랬다. 그리고 아직도 왜 영혜가 채식주의자가 되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옛기억을 그리다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일. 아버지가 개를 잔인하게 죽인 장면... 그때 영혜는 그것을 견뎌내기 힘들어했다. 트라우마. 그것이 영혜의 내면에 남아있다가 꿈에서 그 트라우마가 깨어난 것이고, 그것으로 영혜를 어느날 갑자기 채식주의자로 만든 것이다. 인혜는 영혜가 식물이 되고 싶은 마음을 정상으로 보지 않았다. 영혜는 식물이 아니고 당연히 사람이 아닌가? 그럼 먹고 살아야지. 그것을 나중에 영혜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이해할 거야. 인혜는 사람인 영혜를 살려야 했다. 그것이 언니의 의무라고 생각했고

의료진들이 강제로 음식을 먹이는 것에 허락을 하고, 의료진들이 영혜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이려고 했다. 하지만 어디서 힘이 생겨났는지 강한 거부를 했다. 결국 인혜는 영혜를 큰 병원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

이렇게 소설은 끝났다. 소설이 무겁다. 책을 덮고 한동안 농담을 던질 수 없없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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