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통권 147호 - 2016년 3월~4월
녹색평론 편집부 엮음 / 녹색평론사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선거를 앞두고…]

선거다. 곧 있으면 또 하나의 중요한 선거가 있다이제 열흘도 안 남았다. 녹색당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써 주변 사람들에게 녹색당을 알리려고 많이 노력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녹색당이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녹색당이 꼭 국회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녹색당을 지지하게 된 원인은 바로 정기적으로 읽는 녹색평론 때문이다. 얼마 전에 녹색당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에 초대손님으로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나왔는데, 그 또한 녹색평론을 읽고 그로 인해 자신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그래서 녹색당을 지지한다고 이야기했다. 그 방송을 들으면서, 나도 "저도요~~"라고 속으로 이야기했다. 이 녹색평론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의 영혼에 녹색이 덧칠해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녹색당을 지지하게 되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정의당과 녹색당이 국회 제 1 당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그런 모습 말이다.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제는 결선 투표 없는 소선거구제로써 소수정당의 기회를 박탈하는 선거구제다. 대의 민주주의라면 백성들의 뜻을 충분히 대표할 수 있어야 하지만, 백성들의 정당의 지지율과 국회의원의 정당 비율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것을 어찌 대의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가? 국회의원이 300. 만약 정당 지지율이 3%인 경우, 대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려면 국회의원 300명 중 3% 9명의 국회의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녹색당이 3% 득표를 하더라고 국회의원 자리는 1. 이건 말이 안된다. 이럴 바에야 이번 녹색평론에서 이야기하고, 그 전에도 여러분 언급이 되었던 제비뽑기, 즉 추첨제 민주주의가 더욱 대표성을 띠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지금의 집권당에 유리한 선거제도이니 그들이 바꿀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암울하다. 이번 선거 결과도 이미 누구나 예상하고 있듯 야당의 참패로 끝날 것 같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하나? 정의 당의 선전과 녹색당의 국회진출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 두 가지만 이루어져도 이번 선거를 대패해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희망고문이 아니길…

 

[()을 살리는 세계로]

이번 녹색평론 147호의 주제는 바로 "()을 살리는 세계로". 농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정말 모른단 말인가? 해마다 농업에 대한 정책은 뒤로 가고, 그로 인해 힘없는 농민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서울로 올라와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언론의 펜 속에 숨은 칼을 맞아야 한단 말인가. 정말 슬픈 대한민국이다. 작년에 그런 농민들이 시위하다가 백남기라는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서 정신을 잃고 중태에 빠지셨고,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계신다. 하지만, 그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 그 누구도 처벌을 받지 않았고, 정부 또한 그 사건에 대한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 백남기 선생이 어떤 분일 줄 몰랐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젊은 시절은 민주화에 청춘을 불태웠고, 그 이후에는 우리 농촌을 살리기 위해 평생을 다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숙연해졌다. 그는 중앙대에 입학을 했고, 당시 학생운동으로 제적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광주 민주화운동에 연루되어 오랜 시간 감옥에 투옥되었다가 나와서, 그 이후에는 농촌에 내려가 농사를 지내며, 여러 농촌 살리기 운동을 하셨다고 한다. 그는 민주화에 앞장서면서도 우리나라 땅을 사랑하셔서 아이들 이름을 백도라지, 백두산이, 백민주화 라고 지었다고 한다. 이런 분들이 왜 찬 바닥에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야 하는가? 아무도 답을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당시 그 시위를 진압했던 경찰들은 진급을 했다고 하니, 이게 과연 정의로운 사회인가 싶다.

농촌 살리기.. 결코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로컬 푸드의 개념을 확대하여 로컬의 개념을 국가로 확대해서 시행하자는 의견도 좋은 의견인 것 같았다. 그보다 전에도 한번 이야기가 되었던 농민기본소득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농업은 어찌 보면 국가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이 무너지면 국가도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농민들에게 국가가 일정 정도 소득을 보장해주는 농민기본소득을 주는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주는 국민기본소득이 어렵다면 국한적인 기본소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성남시에서는 청년기본소득을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농민기본소득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이 죽어가는 농업의 마지막 인공호흡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해방 후 정치인 전진한이 1950년대 후반에 내세웠던 자유협동주의를 소개하였는데, 그 내용을 읽어보니 그 또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내용이 자유협동주의를 잘 설명하는 부분인 것 같아 발췌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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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균점권을 주장할 때 전진한 선생의 논리는 아주 명쾌했습니다. 그분의 말씀은, 노동을 상품으로 간주하여 자본에 예속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매우 고루한 사상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참신하고 용기 있는 발언이에요. '노동력=상품'이라는 관념은 19세기적 발상이라는 거예요. 시대를 그렇게 앞서 나갔던 분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어떤 진보적 지식인이 이렇게 과감한 논리를 펼칠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 맑스를 공부한 사람들도 늘 노동력 상품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평생의 화두로 안고 살잖아요. 자본주의체제하에서의 노동은 상품이다, 라는 명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비판하지는 않고 말입니다. 그러나 전진한 선생은 그것을 고루한 사상이라고 단정하고자본가가 돈을 출자했다면 노동자는 자기의 '노력'을 출자한 또하나의 '자본가'라고 선언합니다. 노동자도 출자자라는 거죠출자자와 출자자는 기본적으로 대등한 관계입니다. 그러므로 거기서 생기는 이익을 고르게 나누는 것즉 균점(均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당한 권리다, 이런 논리죠.'노동자=임금노예'라는 진부한 공식이 이 명쾌한 논리로 단번에 척결돼버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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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나라 농업은 어떻게 될까? 걱정이다. 그런데, 그런 농촌의 유권자들은 농촌을 그렇게 만들어놓은 이들에게 다시 표를 던지고 있으니,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4월은 세월호]

이젠 또 어떤 무서운 일이 일어날까 무섭기까지 하다. 세월호 사건이 벌써 2년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위로도 없었다. 이젠 국가는 그것에 대해 크게 관여하지도 않는 것 같다. 얼마 전 청문회에도 정부 관련자들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올해는 선거철이라고 더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 그들은 좋겠구나. 선거로 세월호가 감쳐줘서 말이다. 그런데 그게 그런다고 숨겨지나?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의 가슴에 깊은 트라우마를 준 사건이 말이다.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를 실었는데, 그보다 시 한 편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 시를 다시 한번 발췌했다. 이제라도 잘못한 사람들을 처벌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사과할 사람들은 사과하는, 그런 이해가 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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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는 묻지 않으리

 - 시천주 2014 4 16

 

                            홍일선

 

길섶 풀 한 포기

외진 곳 몽돌 하나이

응달 습생들 벌레 한 마리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공경의 말씀 이 땅에 누대로 계셔서

은빛 갈대들이 기꺼이

마을숲이 되어주었던 강마을

앉은뱅이꽃으로 만든 집 울타리

아기들 옹아리도 뉘엿뉘엿 지는 노을도

그 마을 저녁 연기 만나 지극했으리라

그러하온데 갈대숲 너머

단양쑥부쟁이들이 스러지던 봄날

 

연둣빛 신생의 아픔이 그믐달처럼

그 집을 찾아주신 것

이기지 못하고 늘 지는 것들 쓰라린 것들

그것들 슬픈 눈빛들이야말로

온 생명 보듬어 안아야 할 대덕이시라고

어머니시라고 그리운 님이시라고

한 농부에게 조용히 일러주신 것

그 농부 그믐달이 이윽한 마당에서

그리하여 흙님 숲님 강님 햇빛님 곡식님께

삼가 무릎 꿇어 삼배 올린 것

하늘 아래 생명 가진 것들에게는

하늘님이 계시다고 그 농부 믿게 되었을 것이다

 

산천 오랜 기다림들이

꽃망울 터뜨리는 봄날

2014 4 16일 봄날

그 집에선 어미 닭들

줄탁동시 산고가 있더니

병아리들이 세 마리 다섯 마리

아홉 마리 열네 마리

목숨의 꽃들을 꼬옥 보듬어 안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거룩한 봄날을 뵈옵고 있었던 것이다

 

아하 그러하온데 진도 어디라 했던가

어여쁜 꽃들로 가득 찬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청천벽력의 소리가 들려왔던 것

울음이 그리고 간절한 기도가 들려왔던 것

그 집 갓 태어난 병아리들도 들었을 것이다

앉은뱅이꽃 울타리 홍씨도 들었을 것이다

못자리 물을 대던 이장도 들었을 것이다

아욱 씨를 파종하던 새마을 지도자도 들었을 것이다

비닐하우스를 손보던 김씨도 들었을 것이다

배꽃이 영 글렀다고 한숨짓던 배씨도

밀린 사료값 때문에 밭 한 두락 내놓은 황씨도

4대강 공사가 끝난 뒤부터 양수장 물이 말렀다고

투덜대던 강씨도 들었을 것이다

우리 동네 사람들 모두 들었을 것이다

살려달라는 소리 들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대저 에프티에이가 무엇이기에 난리를 치는 거냐고

묻고 또 묻던 구노인회장도 들었을 것이다

대처 나가 사는 아들 내외 온 김에

땅콩이며 강낭콩 옥수수까지 심어 한시름 놓았다는

홀로 사는 충주댁 할머니도 들었을 것이다

부녀회장님 당나귀 다정이도 들었을 것이다

언평 벙어리 내외도 들었을 것이다

 

오호라

거룩한 봄 날

꽃 피는 봄 날

소용없는 그리움이었을까

처음부터 부질없는 비나리였을까

이 나라 귀태鬼胎들의 시간 어디였을까

가여운 가여운 팽목항에

붉은 동백꽃들이 하나씩 하나씩 질 때

마침내 우리나라 꽃이 다 질 때

밭에서 일하는 게 큰 죄를 짓는 서 같아

일찌감치 집에 들어와 귀 세우는 시간

앉은뱅이 꽃집 어미 닭의 일곱 시간은 

지극한 생명의 시간이었는데

꽃이 지기 시작한 오전 아홉 시부터

꽃이 가뭇없이 진 오후 다섯 시 그때까지

거룩한 생명의 시간이었으리

 

이제 다시는 박근혜 그에게 묻지 않으리

오늘부터 쓰러진 것들에게 물으리

아픈 강물에게 물으리

시든 풀들에게 물으리

깨진 몽돌들에게 물으리

쓰라린 생명들에게

공경의 말씀으로 물으리

누구는 봄날이 간다고 설워하기도 하지만

이 땅 또 찾아주신 붉은 진달래꽃이 고마워서

시천주로 고요히 호명하노니

봄날 어린 꽃들이여

우리나라 꽃들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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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이번 녹색평론에 실린 서평에서 소개된 책 네 권은 모두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리영희 선생의 삶을 쓴 <비판과 정쟁 - 리영희의 언론 사상>,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의 관점에서 쓴 생존기(?)를 그린 <동물 인문학>, 그리고 귀농에 관한 <귀농, 참 좋다>, 마지막으로 앞서도 이야기했던 추첨 민주주의에 관한 책인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라는 책... 다 괜찮았지만, 그 중에 하나만 고르라면 <동물 인문학>이라는 책이다. 그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실었는데,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이유 없이 죽어가는 동물들의 심정을 동물들의 시각에서 적은 글들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이 책이 읽고 싶어서 바로 주문했다. 이 책을 주문하면서 같이 주문한 책이 또 있는데, 그 책은 서평에서 소개해 준 책이 아니라,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여러번 이야기한 책이다. 전에 녹색평론을 통해 장일순 선생을 알게 되고 <좁쌀 한 알>을 읽은 적이 있는데그 책을 읽으면서도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다른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 중에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여러번 이야기된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도 같이 주문했다. 그 책들이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114쪽)
그(장일순)의 결혼 주례 이야기도 남다르다.

오늘날 세상은 온통 경쟁으로 가득 차 있네.
너나없이 남보다 한발 앞서서 남을 밟고 이겨야 해가 산다는 이상한 생각을 가진 채 살고 있어.
그렇지만 삶이란 건 일등부터 골찌까지 다 저마다 할 일을 하며 함께 도우며 사는 거라.
이 이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사람만이 아니고 자연과 더불어 이 지구상에 있는 생명체 모두가
서로 존귀하게 여기며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 이 말이야.
그게 참다운 공생의 삶인 거지.
오늘 새로 결혼하는 두 사람도 이웃과 더불어, 자연과 더불어,
천지신명과 더불어 그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면 그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133쪽)
장일순의 글을 인용하면서....

무엇을 이루려 하지 마라.
앉은 자리 선 자리를 봐라.
이루려 하면은 헛되니라.
자연은 이루려 하는 자와 함께하지 않느니라.
나는 한적한 들에 핀 꽃 밤이슬 머금었네.
나를 돌보는 사람 없지마는 나 웃으며 피어났네.
누구를 위해 피어나서 누구를 위해 지는 것일까.
가을바람이 불면 져야 해도 나는 웃는 야생화.

(177쪽) <토마스 페인, 한 혁명가의 삶과 사상> 中에서
개인재산은 사회의 영향으로 생겨났다.
사회의 도움 없이 한 개인이 개인재산을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그가 땅을 처음 만들어낸 자가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개인을 사회로부터 분리시켜 그에게 하나의 섬이나 대륙을 소유하도록 해보라.
그는 개인재산을 결코 획득하지 못한다.
그는 부자가 될 수 없다.
그처럼 수단과 목적은 분리할 수 없다.
수단이 없으면 목적도 없고 목적이 없으면 수단도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한 인간이 스스로의 손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모든 개인재산의 축적은 그가 사회 속에서 삶을 영위함으로써
그에게 주어진 것이다.
정의와 감사와 문명의 원칙에 의거해 볼 때, 그가 축적한 재산의 일부는
그 모든 것이 거기서 유래하는 사회로 다시 되돌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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