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을 기록하라 - 작가들이 발로 쓴 한국 현대사 : 전태일에서 세월호까지
박태순.황석영 외 20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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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있음.

 

 



 

[기록 문학]

이 책은 녹색평론 146호에 실린 서평을 통해 알 게 책이다. 책의 제목과 지은 사람들만 보고도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소위 기록 문학이라는 하는 르포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에 있어서 굵직굵직한 일들을 직접 현장에서 기록한 글이다. 이 책의 부제는 작가들이 발로 쓴 한국 현대사 : 전태일에서 세월호까지이다. 책 제목인 <민중을 기록하라>도 잘 지은 제목인데, 부제인 작가들이 발로 쓴 한국 현대사라는 제목도 이 책의 성격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아주 잘 지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역사서는 권력자들의 움직임을 따라 서술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그들에 의해서 국가적인 사안이 결정되는 일이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진정한 역사의 진보는 민중들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런 민중들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것이 진짜 살아있는 역사이다. 그런 민중들의 운동을 기록한 이들이 이 책의 지은이들이다.

르포. 르포라고 하면 생각나는 책은 공지영의 "의자놀이"란 책이다. 그 책은 쌍용자동차 해고 사건에 대한 르포인데, 그 사건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었고,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그 동안 읽은 르포들이 어떤 것이 있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작년에 읽었던 세월호 사건에 관한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란 책과 역시 작년에 읽었던 히로세 다카시란 사람이 쓴 <체르노빌의 아이들>이 있었다. 이번에 읽은 <민중을 기록하라>의 머리말에 외국의 유명한 르포에 관한 책들도 여럿 소개해 주었는데, 그 책들 중에 읽은 책도 있었다. 그 책은 바로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그저 고전 문학으로 읽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책도 르포라고 할 수 있겠다. 지은이 조지 오웰이 직접 전쟁이 참여하면서 그 전쟁에 대한 기록을 세세히 남긴 글이니까 말이다.

 

[민중의 역사]

암튼, 이번에 읽은 <민중을 기록하라>. 이 책은 그 두께와 무게만큼 책의 내용 또한 진중하고 강한 가슴과 머리에 울림을 주었다. 명저(名著). 이 책을 보고 크게 느낀 바는 역사를 진보하기 위해서는 민중들이 큰 흐름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60, 70년대 노동 운동, 80년대 민주화 운동 모두가 결국 민중들의 큰 움직임, 그리고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 역사가 진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오늘날을 생각해봤다. 권력은 권력을 이용하여 국민들로부터 자유를 빼앗는 등 나쁜 짓을 많이 하고 있지만, 옛날과 달리 민중들은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다들 가만히 있는다. 물론 몇몇은 움직인다. 그리고 같이 움직이자고 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들로 다들 가만히 있는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날 민중들은 사회부조리에 큰 움직임이 없다. 무엇이든 수긍하는 자세. 갑자기 이해심이 많아지셨는가? 그래서 오늘날 역사는 진보하지 못하고 퇴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최근의 르포는 민중들의 큰 흐름에 관한 기록이 아니고 사건 중심의 기록이다. 대부분 정상적인 국가라면 일어나지 말아야 사건들이어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

오늘날 우리가 이런 사회에서 살게 된 것은 앞 세대 민중들의 일구어놓은 것이 크다. 그들이 자갈길 같은 우리나라 시스템을 시멘트 길 같은 시스템으로 만든 것이다. 그들에게 우리 세대는 빚을 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을 갚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음 세대를 위해 오늘날의 모순을 바로 잡아야 한다. 시멘트 길을 고속도로로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바꾸기 어렵다면 그것을 바꾸려는 사람에게 힘을 주어야 한다. 오늘날 가장 큰 모순덩어리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핵발전소와 그에 따른 방사능이다. 이 책을 펴기 전에 이 책에서 탈핵에 대한 르포가 있었으면 바랬는데, 빠져 있어서 아쉬웠다. 우리 사회에서, 우리 미래에,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가 핵발전소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핵발전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결국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소수의 시민 단체나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 주민들만의 목소리는 너무 작다. 좀 더 많은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야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갖게 되고, 다 같이 힘을 모아 소리를 질러야 그들의 귀에 들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은 쉽지 않다. 핵발전소를 없애기는커녕 늘리려고만 한다. 핵발전소에 찬성하는 정당이 압도적인 일등을 하고 있다. 다가오는 하나의 선거를 앞두고 있다. 탈핵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지만, 결과는 벌써 눈에 보이듯 뻔하다. 너무 암울하다.

올해 선거로 인해 2주기가 되는 세월호 사건도 묻히게 될 것 같다. 점점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세월호 사건. 하지만, 아직도 세월호 사건은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세월호 사건에 대한 르포는 싣지 않고 정우영이란 분의 시로 대신했다. 슬프다. 아직도 이런 모순의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희망이 잘 안 보인다는 것에 더욱 슬프다.

...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은 잊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는 맞지만 모두 지나간 것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어떤 부분을 읽을 때는 오늘 아침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 기분마저 드는 글도 있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많이 변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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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언제부터 한국인은 정의와 진리를 수호하는 데 비겁하고 옹졸한 인간들로 되어버렸을까.

나는 자책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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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진리를 수호하는 데 비겁하고 옹졸한 인간이라는 글쓴이의 비판에 나도 자유롭지 못하고 불편했다. 사실 나 또한 바쁜 회사 생활을 핑계로, 그리고 개인적인 성격의 이유 등으로 지금의 자리에 불편한 안주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말이다

 

[작가의 역할]

이 책의 실린 글들의 지은이는 대부분 소설가나 시인이다. 그래서 글들은 참 쉽게 읽혀진다. 공지영, 김남일, 이원규, 안재성 등 좋아하는 작가들도 많았다. 반가웠다. 우리나라에 이런 르포들이 이렇게 많았는지 새삼 놀랐다. 그러면서 이런 르포들은 어디서 접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책 마지막에 이 책의 출처들이 적혀 있었다. 문학계간지 등 문학잡지에 실렸던 글들이 많았다. 최근 문학관련 잡지를 하나 구독을 해볼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들었다.

2009년 용산에서 자신들의 집과 가게를 지켜려다가 공권력에 의해 목숨들을 잃은, 가슴 아픈 사건에 대한 르포를 실으면서 당시 작가들이 한 선언을 실었다. 그 선언이야말로 시대를 대하는 작가들의 역할이 잘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조정래 선생님이 늘 말씀하시던 산소 같은 작가의 자세. 이런 작가들이 있다면 다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들의 선언이 작가 뿐만 아닌 모든 민중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희망은 곧 현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더불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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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가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말을 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글을 씁니다.

우리는 각자의 나라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글의 바탕에 언제나 인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념이 아니라 사람의 편에 섭니다.

 

우리는 모였습니다.

참혹한 오늘을 불러온 것도 우리이지만

참다운 내일을 만드는 이도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권의 야만에 분노합니다.

사람의 자리가 사라진 현실에 분노합니다.

우리는 보고 싶습니다.

이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과 소통할 아는 정치가의 얼굴을.

우리는 듣고 싶습니다.

아첨과 왜곡의 목소리가 아니라 공정하고 진실된 언론의 발언을.

우리는 느끼고 싶습니다.

땅의 주인은 국민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확신과 자부를.

우리는 되찾고 싶습니다.

본래 우리 것인 광장과 집과 대지, 스스로 흘러 생명일 있는 강물을.

우리는 꿈꾸고 싶습니다.

어떤 권력에 의해서도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는 사회,

양심과 이성이 죄가 되지 않는 세상,

자유와 평등은 원래 사람의 것이라 믿고 자라날 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우리는 입을 엽니다.

이것은 사람의 말입니다.

 

- 2009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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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수정하여 작성함.

(39쪽)
언제부터 한국인은 정의와 진리를 수호하는 데 비겁하고 옹졸한 인간들로 되어버렸을까.
나는 자책감을 느꼈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아래의 근로자들로부터 위로 솟구쳐 올라가는
노동운동이 아니라,
편의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있는 듯한 노동운동이 되고 있어요.
이래서는 되지 않습니다.
근로자들이 밑에서부터 자기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하며,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학생들이 근로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운동을 일으켜야 합니다.
하여튼 전태일 씨의 분신자살은 획기적인 살신성인의 의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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