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자연은 반복돼, 모우. 소멸하는 듯 보이지만 자신의 탈각(脫殼)을 집어삼키며 재생하고, 회복하고,
되살아나는 거야. 자연의 시간은 우리가 달라. 유한한
시간에 갇힌 건 인간뿐이야. 인간은 자연에서 떨어져나왔어. 아주
한때 하나였겠지만, 인간의 언어가, 언어를 가진 인간이,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영원히 이 생태계의 이방인이 된 거야.
(49)
초우, 현혹되지 마. 실패한 것에는 이유가 있어. 인류의 진화와 발전을 자세히 들여다봐. 언어가 장착되고, 그리하여 많은 것은 정립되고, 끊임없이 전달되면서 세상은 전쟁과 빈곤, 파괴와 몰살, 멸종의 길을 걸었어. 시야는 좁아지고 감각은 둔해졌지. 언어에 지배당한 인류의 끝은 자멸이었다. 우리의 뇌는 언어를 탈락시키며
발전했어. 언어가 통제했던, 최초의 인류가 가졌던 감각을
다시 깨웠다. 우리의 소리는 언어에 정복되지 않기 위한 저항이다. 언어가
생겨나고 규칙이 정해지는 것을 거부하는 몸짓이지. 지켜라.
(64-65)
“언어를 알게 되면서 엄마도 나와 같은 같은 시간을
살게 되겠지. 느려지고, 멀어지고, 작아지고, 힘겨워지겠지. 이건
저주야. 맞아, 저주가 맞아. 기껏 자연이 인간을 다시 지상으로 끌어내리는 저주의 주문이야.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말을 하더라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영원히
말의 미로 속을 떠돌다 고립되고 외로워지는 인간이 되겠지. 하지만 나는 엄마가 그러길 바라.”
모우가 초우의 뺨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한 의음으로 초우에게 속삭인다.
엄마, 영원의 없어. 가려진 세상을 제대로 봐. 인간은 진화하지 않았어. 그의 말이 맞아. 나는 인간의 저주야. 그러니 우리의 만남부터 언어로 새겨보자. 모두가 볼 수 있게. 그 시작은 엄마의 말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