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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 - 영화의 상상력은 어떻게 미술을 훔쳤나
한창호 지음 / 돌베개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영화와 그림에 관한 책을
한 권 소개해줄게. 이 책은 아빠의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이란다. 한창호라는
분이 쓴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라는 책이란다. 이미 책 제목에 영화와 그림이 모두 다 들어가
있네. 아빠가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그림은 음...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겠구나. 간혹 어떤 그림을 보았을 때, 마음에 드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유명한 그림을 찾아보러 가거나
그림에 감동 받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말이야. 전에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에셔의 그림과 그런 스타일의 그림을 좋아하는 편이란다. 이과생이
좋아할 만한 그림…^^
책 제목에 ‘영화’라는 제목이 있으니 조금은 책의 진입 장벽이 높지는 않겠지, 하며 책을 펼쳤단다. 지은이는 한창호라는 분인데, 이탈리아에서 영화 공부를 위해 유학을 7년동안 했다는구나. 유학을 마무리를 하면서 귀국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시네 21이라는 잡지책에서 칼럼 투고 제안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그때 문득
생각한 것이 영화와 미술을 접목한 글이었대. 당시만 해도 영화와 미술에 함께 다룬 시도를 우리나라에서는
한 적이 없어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다고 하네. 이 책이 출간된 것은
2005년이란다. 좀 오래되었지? 영화도 2005년 이전의 영화들이란다. 모두 너희들이 태어나기 이전의 영화들^^
…
1.
이 책의 구성은 대충 이렇단다. 유명한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그것을 영상에 담긴 영화를 소개해주고, 그
그림과 영화의 한 장면을 비교 설명해 준단다. 그리고 그림과 화가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 말이야. 예를 들어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젊은 여인의 초상>이라는 그림과 존 조스트의 영화 <뉴욕의 베르메르의 모든
것>의 한 장면. 베르메르의 <젊은 여인의 초상>이라는 그림은 아빠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이 그림을 보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그림이 떠오르게 된단다. 맞아. 소설과 영화로 유명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화가가 바로 베르메르란다. 그 그림과 함께 소개해준 영화 <뉴욕의 베르메르의 모든 것>은 제목조차 처음 들어보는
영화란다. 음.. 지은이가 영화 전공자이다 보니, 참 많은 영화를 봤을 테고 그 중에 미술과 관련된 영화를 고르다 보면 아무래도 예술 영화로 부르는 영화를 많이
고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단다.
그러면 아빠가 본 영화는 별로
안 나오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갑자기 이 책의 진입장벽이 높겠군, 하는
생각도 같이 들었어. 그리고 책장을 책장을 펼쳐 읽어가는데, 정말
아빠는 본 영화가 안 나오는데, 본 영화는 둘째치고 제목이라도 들어본 영화가 안 나오는구나. 아빠도 나름 영화를 많이 보고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이
책에서 소개해준 영화가 30편이 넘는데 아빠가 처음부터 끝까지 본 영화는 팀 버튼의 <배트맨> 한 편 인 것 같구나. 보다가 중간에 관둔 영화가 두 편 정도 되는 것 같고… 대부분 안
본 영화,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 영화로구나. 아빠가 영화를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하면 안되겠구나. 그런데 이 책에서도 소개된 영화 중에 보고 싶은 영화들도 몇 편
있는데, 이 오래된 영화들은 어디서 찾아봐야 하나.
…
아빠가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학창 시절 좋아하는 영화 OST가 있는데 그 영화도 이 책에서 소개가
되었단다. 영화 <바그바드 카페> 이 책의 줄거리를 소개해 주었는데, 한번 보고 싶더구나. 학창 시절 묘한 분위기의 이 영화의 OST “I’m calling you”만
좋아했지, 영화 <바그바드 카페>를 볼 생각은 하지 않았거든. 이 책에서 내용을 대충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보고 싶구나. “I’m
calling you”를 좋아하며 듣던 것이 얼마 전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니... 유튜브에서 “I’m calling you”를 검색해서 들어보니, 옛 기억들도 같이 떠오르는구나. 이것이 음악의 힘인가. 영화와 그림에 관한 책을 이야기해주면서 아빠가 뜬금없이 음악을 칭찬하고 있구나. ㅎㅎ
…
이 책에서 소개한 영화들에 비해
그림과 화가들은 비교적 익숙한 그림과 화가들을 소개해 주었단다.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셀레, 르네 마그리트, 샤갈
등등 구스타프 클림트를 이야기해줄 때 빈에 사는 세 명의 유명한 구스타프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재미있더구나. 빈에서는
구스타프라는 이름이 유행했나 보구나. 구스타프 클림트, 구스타프
말러, 구스타프 슈니츨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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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19세기 말, 데카당스의 세련되고 퇴폐적인 기운이 가득한 도시, 빈. 문학, 음악, 미술에서
세기 말 낭만주의의 정점에 있던 예술가 세 명이 바로 쇠락의 도시 빈에서 서로 이름을 떨친다. 아르투어
슈니츨러(1862~1931), 구스타프 말러(1860~1911), 그리고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가 바로 그들이다. 슈니츨러와
클림트는 동갑이고, 말라는 이들보다 두 살 위다. 말러는, 레퀴엠보다 더 비극적인 <교향곡 5번>에서 잘 보여줬듯, 지독한
비관주의자다. 그의 ‘검은 음악’은 우리를 죽음의 고요 속으로 이끈다. 반면, 클림트는 생명이 넘치는 ‘황금빛 회화’로 우리를 에로스의 환희로 초대한다. 이 두 예술가의 사이에, 곧 죽음과 에로스 사이에 슈니츨러의 문학 세계가 걸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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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아빠가 이 책에 나온 영화
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본 영화는 <배트맨>이 유일하다고
했잖아. <배트맨> 시리즈는 영화가 너무 많아서
아빠도 그 시리즈를 다 보지는 않았단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한 팀 버튼의 <배트맨>은 확실히 기억한단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주인공 배트맨 때문이 아니라 악당 조커 때문에… 그만큼
강렬한 캐릭터로 자리를 차지한 빌런, 조커. 아빠도 그 영화를
보면서 잭 니콜슨이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잭 니콜슨이 조커를 그렇게 강력한 캐릭터를 만들어서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에 조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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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207)
어떻게나
악당이 실감 나게 연기를 해대는지, 주인공 배트맨의 존재는 잘 기억나지도 않고 조커의 인상만 강렬하게
남은 영화가 <배트맨>이기도 하다. 만약 조커 일당이 무고한 사람들만 죽이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주인공인지
헷갈릴 정도로 캐릭터들 사이의 중심은 조커에게로 쏠려 있다. 조커 일당이 배트맨과 싸우는 방법도 아주
인상적이다. 배트맨은 첨단과학과 거대자본이 있어야만 소유할 수 있는 무기들을 지고 하늘을 날고 땅 위를
쏜살같이 달린다. 반면에, 악당들은 재래식 소총을 들고 맨몸으로
배트맨과 싸운다. 어찌 보면 요즘 세상과 참 많이 닮은 전투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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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영화들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곤 한단다. 그런 원작 소설로 만든 영화 중에 로만 폴란스키의
<테스>라는 영화도 이 책에서 소개를 해주었단다. 토머스 하디의 원작 소설 <테스>는 우리 집에도 있는데, 아빠는 아직 읽지는 않았단다. 영화 <테스>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도 읽어보고 싶더구나. 먼저 <테스> 책부터 어디 있나, 찾아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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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연애소설
주에 토머스 하디의 <테스>만큼 인기가 높은 작품도
드물 것이다. 특히 여성 독자들에겐 더하다. 여성이 ‘과거를 고백하는 게 과연 잘한 것인가 아닌가’ 같은 소재는 우리처럼
가부장적인 사회에선 더욱 먹혀들었다. 테스는 잘 알려져 있듯이 그 과거를 고백한 대가로 인생을 망치는
순진한 처녀다. 이런 간단한 연애 이야기의 소설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은 문학적으로 승화된 언어 때문이지, 이야기의 독특함 때문은 아닌 듯하다. 특히 토머스 하디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처럼 ‘자연의 감정’을 묘사하는 데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선배 워즈워스가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은 뛴다”며 자연에서 희망을 찾았다면, 하디는 이와
반대로 고독을 맛본다. 하디의 자연에는 절망이 있다. 쓸쓸한
고독 속에 방황하는 농촌 사람들의 무너진 인생이 하디 소설의 테마다. <테스>는 그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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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책이 출간 당시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나? 이 책이 주목을 맞고 인기를 끌었다면 후속작도 나올 법한데 검색해보니 없더구나. 하기야 아빠도 최근에 친구의 추천으로 알게 된 책이니 아주 큰 인기를 끈 것 같지는 않구나. 당시에는 후속작이 없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2024년 한번 써봐도 되지 않을까 싶구나. 그 사이에 수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졌고, 그 영화들 속에서도 숨어 있는 미술 작품들이 있을 텐데 말이야.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
…
책 제목이 ‘영화’가 들어 있어서 가볍게 시작했지만, 알 수 없는 영화 소개로 크게 공감은 갖지 못했지만, 영화 속 숨어
있는 명화들을 알게 된 좋은 기회인 것 같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1999년 여름 베로나에서의 일이다.
책의 끝 문장: 콘스터블, 토머스
하디 그리고 폴란스키를 연결하는 하나의 개념은 ‘절망한 풍경’이다.
모든 것이 삶의 덧없음을 강조하는 데 집중됐다. 우리에게 기쁨을 주던 만발한 꽃이나 잘 익은 과일들이 이젠 기쁨이 아니라 삶의 덧없음을 강조하는 데 이용됐다. 만발한 꽃은 곧 시들 듯, 우리도 곧 죽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장 전형적인 소재가 정물화 속의 해골, 모래시계, 그리고 촛불일 것이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면 또 촛불이 다 타고 나면, 그 다음은 말 그대로 ‘무(無)’만 남는 것 아닌가? 우리가 문리를 깨우치려고 붙잡고 씨름하던 ‘책’, 그리고 과학 관련 도구들도 바니타스의 단골 소재였다. 파우스트가 책 더미에 둘러싸여 진리를 깨우친 뒤, 결국 삶의 허무에 슬퍼했듯, 책과 과학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 모두 허무하다고 화가들은 그린다. - P48
미술사가들에 따르면 로코코의 시작은 태양왕 루이 14세의 죽음(1715)과 일치한다. 베르사유 공전의 장대하고 영웅적인 17세기의 바로크와 고전주의가 물러나고, 파리의 살롱을 중심으로 작고 예쁜 실내 장식 같은 예술들이 18세기 초엽부터 시작됐다. 절대 권력자의 독재에 질린 귀족들이 궁전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와 자신들의 고향인 파리로 돌아간 뒤, 궁전 예술과는 아주 다른 ‘사적인 취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작품들을 좋아했는데, 이를 예술사에선 로코코라고 부른다. - P80
마르크 샤갈(1887~1985)도 경계인이다. 그는 러시아계 유대인이다. 지금의 벨로루시공화국의 비텝스크에서 태어난 샤갈은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날 때까지 자유시민으로 살지 못하고 일종의 불법체류자처럼 숨어 살았다. 당시 유대인은 러시아 시민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인도, 그렇다고 유대인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에서 방황한 인물이다. 샤갈의 세상은 집시의 세상과 닮았다. 이성과 상식은 없고, 마법적인 환상으로 가득 차 있다. 결혼한 신랑 신부는 하늘을 날고, 동물의 머리를 한 신랑은 가냘픈 신부의 뺨에 입맞춘다. 집보다 닭이 더 크게 그려져 있고, 바이올린 연주자는 늘 지붕 위에 앉아 있다. 닭, 황소, 양들은 사람의 가장 절친한 이웃인 듯 빠짐없이 등장하고, 이들이 사는 마을은 늘 축제로 흥청망청이다. 샤갈의 세상은 쿠스투리차의 영화처럼 카오스의 미학이 지배하고 있다. - P160
1916년 스위스의 취리히. 모든 유럽이 전쟁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을 때, 전쟁이 싫다는 이유로 몇몇의 삐딱한 젊은이들이 영세중립국 스위스의 이 도시로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규모의 학살 전쟁을 겪으며 이들은 우리 인류가 이룩한 모든 긍정적인 가치들을 거부하는 극단적인 예술 운동을 전재한다. 소위 ‘거부’의 미학운동이라 하는 아방가드르 ‘다다(Dada)’는 이렇게 전쟁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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