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대부분의 용어는 어원만 제대로 알아도 의미를 거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금융도 마찬가지예요. 금융은 한자로 금 금(金)자 녹일 융(融)자를 써요. 여기서의 금은 광물 금(gold)이라기보다
돈을 뜻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융의 경우 좁게는 녹인다는 뜻이지만,
크게는 기존과 다른 상태로 변화한다는 의미에서 ‘융합’,
‘융통성’ 등에 쓰이는 한자고요.
(33)
저축은행은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회사에 가깝습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이 차이를 모르지만 구분할 필요가 있어요. 은행인지 아닌지에 따라 문제가
생겼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범위가 다르거든요. 은행은 사회 공익적인 업무를 일부 담당하는 만큼 국가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습니다. 대신 관리 감독을 열심히 받아야 하고요. 은행
아닌 금융기관에는 그런 혜택을 주지 않는 대신 규제를 좀 더 느슨하게 적용하죠. 아무튼 이처럼 우리
주변엔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이 생각보다 많고, 보험사도 그중 하나예요.
(99)
금본위제 사회에선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비싼 금을 일일이 다 싸들고 다녀야 했으니 위험하고
비효율적이었거든요. 그래서 은행에 금을 넣어두고 금 보관증을 받아 지폐처럼 사용하는 방식이 자연스레
발달한 거예요.
지폐가 있으면 금이 일상에서 사용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도 해결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은행이 금고에 보관 중인 금보다 더 많은 액수의
지폐를 발행하면 돼요. 실제로 금본위제 당시 영국 중앙은행이 보관하고 있던 금의 양은 실제 유통되는
지폐의 액면가액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103)
결국 본위제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던 거죠.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는데 금과 은의 양은 한정돼 있으니 말입니다. 화폐를 새로 찍기 위해서는 광산을 뚫어
금은을 더 캐거나 국가와 가계, 기업이 금은 생산량에 맞춰 씀씀이를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둘 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의 중심이 된 미국이 금 실물을 화폐와 연동하는
일을 시도했습니다만 결국에는 한계를 느껴 포기하게 되죠.
(242-243)
실제로 당시 미국이 보유한 금은 세계 곳곳에 뿌려진 달러화와 교환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1971년 미국 대통령 닉슨은 달러와 금의 교환을 전면 중단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어요. 금과 달러의 연약한 고리가 마침내 끊어진 거죠.
모두가 ‘금 교환증’이라 믿었던 미국의 달러화를
포함해 전 세계의 통화는 이때부터 한낱 종이쪼가리로 전락할 가능성을 안게 됩니다. 돈과 금을 영원히
결별하게 만든 이 사건을 닉슨쇼크라고 합니다.
(252)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 달러의 지위를 지키려 하고, 중국은
달러화 대신 위안화로 석유 결제가 되도록 ‘페트로위안 시스템’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통화, 즉 기축통화를 발생하는 나라가 누릴 수 있는 막대한 정치, 경제적
이익 때문입니다.
(276)
게다가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는 대부분 자국 내에서 소화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대단히 중요해요. 만약 일본 국채를 해외에서 많이
샀더라면 이미 국가 부도 사태로 이어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족족 일본
중앙은행을 비롯해 보험, 연기금 등이 대부분 사들이고 있어요. 쉽게
말해 일본 기관들의 자금을 정부가 매해 국채를 통해 빨아들이면서 다시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88)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측정할 수 없다.
- 아이작 뉴턴(추정)
(350)
예를 들어 지금의 A사의 주식이 7만 원이라고 칩시다. 증권사를 통해 익명의 누군가에게 7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빌린 주식이니까 나중에
사서 갚아야겠지요? 이틀 뒤에 A사 주식이 4만 원으로 폭락할 때 주식을 다시 사서 빌린 사람에게 갚습니다. 4만
원의 지출이 생긴 거죠. 그럼 주식 한 주를 빌려서 팔고, 나중에
빌린 주식을 갚는 것뿐인데도 7만 원 -4만원=3만원의 차액을 얻을 수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게 공매도입니다.
(417-418)
그렇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돈은 인간의 욕망에 이끌려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해 여러 금융자산 사이로 쉴 새 없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결국 돈은 ‘미래의 이익을 어느 정도로, 그리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가져다줄 것인가’에 따라 움직입니다. 우리는 앞서 은행, 보험, 채권, 환율, 주식, 펀드, 암호화폐 등이 각자의 방식대로 작동하는 동시에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배웠죠. 물길이 더 낮고 깊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인 것처럼 돈은 언제나 더 안전하고 더 많은 이익을 주는 곳으로 끊임없이
이동합니다. 이것이 바로 금융의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