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어째서 수학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토대를 이루고 있을까? 수학은 어떻게 동전과 유전자, 주사위와 주식, 책과 야구 등 서로 상관없는 영역을 연결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수학이 생각의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이 된다.


(35-36)

하지만 수학은 적어도 한 가지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언어라 할 수 있다.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수학자들은 대부분의 독자에게 익숙한 전략을 채용한다. 바로 심상 만들기다. 수학자들은 머리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써 본다.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기술적 세부 사항들은 그냥 넘어간다. 그리고 자신이 읽고 있는 내용과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연결해 본다. 그러고 나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수학자들은 읽을거리에 감정을 이입하고 그곳에서 즐거움, 유머, 결벽증 같은 불편함을 느낀다.


(68-69)

비안네가 드무아브르의 정리를 나보다 더 잘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비안네는 자신을 지식을 명확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었던 만면 나의 통찰은 두꺼운 머리뼈 안에 갇혀 어눌한 혓바닥을 통해 빠져나오지 못했다.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능력이 없는 수학자는 그날의 나처럼 자기 생각 속에 섬처럼 혼자 고립되어 남에게 닿지 못하는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반면 자신이 아는 진리를 공유할 수 있는 수학자는 사람들에게서 감사의 마음과 영웅 대접을 받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121)

몸집이 큰 동물은 내부 비중이 높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기가 쉽다. 반면 작은 동물은 표면 비중이 높아서 체온을 유지하기가 만만치 않다. 손가락, 발가락, 귀 등 표면 비중이 높은 사지 말단이 추위에 제일 약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추운 지역에 북극곰, 물개, 야크(티베트산 들소-옮긴이), 무스(북미산 큰 사슴-옮긴이), 전설 속 설인 새스쿼치 같은 대형 포유류만 사는 이유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표면 비중이 높은 생쥐가 북극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심지어 중위도 지역에 사는 생쥐도 열 손실을 감당하려면 하루에 자기 체중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먹이를 먹어야 한다.


(219)

나는 뭔가 냉철하게 판단하고 전략을 세우는 사람이 아니야. 밀수업자에 제국의 반란군이지. 나는 총을 누가 먼저 뽑느냐로 삶과 죽음을 오가는 사람이야. 한 치의 의심이나 망설임도 없어야 해. 그건 곧 죽음을 의미하니까. 전쟁터의 참호에는 확률론 학자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 나는 평생 그런 참호 속에서 살아 왔고, 내 입장에서 보면 힘든 확률 계산은 마치 신경 쇠약에 걸린 황금색 로봇이 옆에서 계속 이렇게 떠드는 것만큼이나 거추장스러운 일이야. “맙소사! 선생님, 이런 말씀 드려도 될까 모르겠지만……” 사람들 마음속에는 나와 비슷한 속성이 모두 조금씩은 있어. 아주 냉정하고 침착한 평가가 필요할 때는 확률론이 도움이 되지만 때로는 객관화된 수치로 정당화할 수 없는 자신감이 필요할 때가 있어. 본능과 행동이 필요한 순간에 확률만 따지고 있다가는 때를 놓친다고. 가끔은 수치 따위는 잊어버리고 그냥 행동에 나서야 할 때가 있는 법이야.


(336)

과학은 결과 절대적 확실성이나 슈퍼맨 같은 완벽함으로 정의되었던 적이 없다. 과학에서는 언제나 건강한 회의주의 시각에서 모든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가능 중요했다. 이런 싸움에서 통계학은 없어서는 안 될 동맹이다. 통계학이 과학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데 한몫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과학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데 한몫하리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459)

역사는 작은 규모에서는 단순하지만 큰 규모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인생 게임과 비슷한 방식으로 카오스적일까? 아니면 하루 단위의 작은 규모에서는 거칠게 요동치지만 장기적으로 평균하면 기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날씨와 비슷한 방식으로 카오스적일까? 아니면 역사는 코흐 곡선과 비슷해서 모든 수준에서 카오스가 등장하고 모든 규모에서 복잡성이 드러날까? 머릿속에서 이런 비유들이 서로 경쟁을 벌인다. 마치 한 화면에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파일 세 개가 동시에 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가끔은 내가 금방이라도 세상을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뉴스를 보면 세상은 어느새 파악할 수 없는 이상한 모양으로 또다시 바뀌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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