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블랑카는 알바 나이에 맞지 않는 책들도 있으므로 독서도 가려서 해야 한다는 주의였다. 그렇지만 하이메 외삼촌은 사람들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책은 절대 읽지 못하며, 만약 그 책에 흥미를 느낀다면 그건 이미 그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 성숙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하이메 외삼촌은 목욕과 식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이론을 갖고 있었다. 자기 몸은 자기가 잘 알기 때문에, 만약 알바가 목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그건 목욕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것이며, 애가 배가 고플 때는 뭐가 됐든지 자기가 원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0)

알바는 그때까지 죄악이라든가 젊은 요조숙녀들이 지켜야 할 바른 몸가짐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고, 인간적인 것과 신적인 것,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도 구분할 줄 몰랐다. 외삼촌 한 명은 복도에서 벌거벗은 채 가라테를 한답시고 뛰어다니고, 다른 외삼촌 한 명은 책 더미 속에 파묻혀 지내고, 외할아버지는 지팡이로 전화기와 테라스에 있는 화분들을 박살내고 다니고, 엄마는 촌스러운 가방을 들고 몰래 나갔다 들어오고, 외할머니는 삼각 테이블을 저절로 움직이게 하고, 피아노 뚜껑을 열지 않은 쇼팽을 연주했다. 그런 것만 보고 자란 알바이니 당연히 틀에 박힌 학교 일과가 지겨울 수밖에 없었다.


(216-217)

대통령의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앞으로 박해받을 사람들을 위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나 역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민중의 충심에 내 목숨 다 바쳐 보답할 것입니다. 나는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우리 조국과 조국의 운명을 믿습니다. 이 순간을 잘 극복하십시오. 그러면 조만간 보다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자유인이 지나갈 수 있는 드넓은 가로수 길이 열릴 것입니다. 민중 만세! 노동자 만세! 이것이 내가 여러분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입니다. 나는 내 희생이 헛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242-243)

알바는 군인들의 행동 역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 대부분이 중간 계급이나 노동자 계급 출신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는 극우 쪽보다는 좌파에 더 가까웠다. 알바는 나라가 왜 내전 상태에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전쟁은 군인들의 작품으로, 그들이 받은 훈련의 결정체이자 그들 직업의 빛나는 훈장이라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군인들은 평화 시에는 빛을 발할 수가 없었다. 쿠데타는 군인들이 병영에서 받았던 훈련과 맹목적인 복종, 무기 사용법, 그리고 일단 양심의 가책을 외면하고 나면 습득이 가능한 다른 기술들을 실제로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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