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순수 이성 비판>까지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봤어요. <순수 이성 비파>이란 게 정확히 뭡니까?
[답변] 이성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논증해보겠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신은 이성적으로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죠.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이성의 범위란 직관적인 것, 직관을
통해서 서로 공유하는 것이고, 지성을 통해서, 수학적이라든지
과학적 지식의 범위 내에서 소통이 가능해야 됩니다. 그런데 그 한계를 넘어서는 이야기를 우리는 부득불
하고 싶어 해요. 한계를 넘어서고 싶은 게 인간의 가장 큰 저주라 하거든요. 인간은 말할 수 없는 걸 말해보고 싶어하죠.
(23-24)
르네상스는 문화적으로 그렇게 한 거고, 그걸 철학으로
논증하기는 어렵잖아요. 이탈리아가 르네상스를 예술적으로 했고, 프랑스가
사회적으로 했다면 독일은 철학적으로 한 거예요. 칸트는 르네상스와 프랑스 혁명을 정리한 철학자다. 어준 씨가 칸트와 잘 통하는 이유는 경계에 많이 서봤기 때문이죠. 배낭여행을
많이 가셨잖아요.
(46)
자유의식을 가진 사람은 자유를 잃으면 불편해요. 불편하지만
자유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자유를 누릴 수 있죠.
(62)
헤겔이 칸트를 좋아하지만 나중에는 비판하거든요. 헤겔이
이렇게 말합니다. 칸트는 수영장에 가기 전에 수영이 가능하게 하는 조건만 계속 가르친다. “너 수영이 뭔지 아니? 수영인 것과 수영이 아닌 것의 차이가 뭔지
아니?” 칸트는 이런 얘기만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헤겔의 말은 뭐냐? “수영하고 싶으면 물속에 들어가라.” 현실
속으로 들어가라는 겁니다. 현실에서 움직이는 걸 받아 적으라는 거예요.
(86)
자기 말로는 200년 뛰어넘은 거죠. 하하하하하하 실제로 포스트모던 계열의 모든 철학자들이 니체를 추앙해요. “세상에
중심은 없다. 모든 게 중심이다.” 이런 말을 한 사람이거든요.
니체에 의하면, 영원회귀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인이 되어야 해요. 우리는 지금 말종 인간, 즉 마지막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린 아직 종교에, 허무주의에, 평등사상에, 쓸데없는 도덕에, 혹은
자본주의에 빠져 있거나 하는 헛짓거리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을 뛰어넘는 사람, 그게 초인입니다. 위버멘슈. 영어로
번역하면 오버맨(Overman.)
(114)
해마로 들어갈 땐 이것들이 다 결합니다. 청각 이미지, 시각 이미지, 촉각 이미지가 결합하면 하나의 대상이 출현합니다. 그 대상이 낮 동안에 해마에 일시 저장됐다가 잠잘 때, 그 경험과
기억이 대뇌피질로 이동합니다.
(123)
20만 년 전 출현한 언어적 사고와 수백만 년 전부터
진화돼 온 이미지 사고가 항상 동시에 작동하고 있어요. 낮 동안에는 언어적 사고가 압도적으로 많이 작동해요. 그런데 잘 때는 더 오래된 이미지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정신작용은
이미지 사고 계열과 언어 상징 계열, 두 계열로 나뉩니다. 상상, 기억, 창의성은 이미지 기반 사고입니다. 우리가 공부할 때 도형을 그려서 하면 빨리 기억하잖아요. 기억이
원래 이미지적 사고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150)
그래서 포유동물도 가장 초기 단공류는 알을 낳습니다. 알을
낳는데 왜 포유동물로 분류하느냐 하면 오리와 바늘두더지는 새끼가 알에서 깨 어미 가슴이나 털을 붙잡고 올라가 젖샘, 젖꼭지는 없는데 피부에서 접을 핥아 먹습니다.
젖을 먹는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겁니다. 젖을 먹으면
포유동물로 분류합니다. 고래도 젖을 먹이고 박쥐도 젖을 먹입니다. 새끼를
낳아 새끼한테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동물은 포유동물밖에 없습니다. 알을 낳는 건 그 기준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161)
그런데 포유동물은 밤으로 들어갔잖아요. 청각이 예민해졌죠. 밤에 안 보이잖아요. 돌을, 자갈을, 바위를 넘어야 되잖아요. 균형감각이 발달합니다. 게다가 천적이 어디서 올지 모르잖아요. 항상 예의 주시해야 되죠. 이게 전부 다 브레인의 진화를 가져오는 거예요.
선조와 비교했을 때 브레인의 크기가 두 배로 커지면서 포유동물은 공룡이 없는 신생대에 주인이
되기 시작하는 거예요. 신경 시스템을 중심으로 진화하게 돼요. 환경이
바뀌어도 신경이 적응해 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포유동물은 땅뿐만 아니라 하늘과 수중 형태에도 적응했고, 전 지구에 확산되는 거죠. 그걸 방산 확산이라고 합니다. 진화의 원동력인 중추신경 시스템, 브레인이 진화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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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굉장히 중요한 말을 했는데, 원초적 기본 감정이
어미와 새끼의 정서적 유대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다음에 언어를 쓰게 되잖아요. 언어를 통한 기억의 폭발이 일어나요. 감정의 핵심은 우리가 감정을
일으켰을 때 자아와 의식이 항상 함께 동작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화를 낼 때 스스로 분명히 알잖아요.
(195)
레오나르도는 호라티우스가 말했던 시와 회화 사이의 갑을 관계를 거꾸로 뒤집습니다. “시는 앞을 못 보는 회화, 회화는 밝은 눈을 가진 시다.”
(293)
그런데 지금 한국의 클래식 문화가 어느 정도까지 왔냐면요, 몇
년 전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러시아의 유명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왔어요. <비창> 교향곡을 마지막으로 하는데, 3악장까지 엄청 화려하게 하고
딱 끝냈어요. 당연히 박수 칠 줄 알았을 거예요. 어디 가더라도
치니까요. 그런데 세상에, 3천 명이 아무도 안 치는 겁니다.
(295)
오케스트라를 보러 갔을 때 뒤에 서 있는 더블베이스가 몇 대가 뒤냐에 따라서 규모를 알 수가
있어요. 바이올린 숫자는 많아져도 티가 잘 안 나잖아요. 딱
봐서 더블베이스가 두 대 정도 된다. 그러면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옛날 음악을 하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한 4대 정도 된다 그러면 ‘멘델스존, 슈만 같은 낭만음악을 하겠구나.’ 6~7대 있잖아요? ‘차이콥스키 하나?’ 이럴 수 있는 거예요.
(329)
그런데 육관이 말한 건, “너는 네가 꿈을 꿔서
양소유가 됐다고 생각하지? 너는 지금 누군가의 꿈에 있는 너일 수도 있는 거야. 너의 본질이 뭔데? 넌 성진도 아니고 양소유도 아니야.”라고 말한 거예요. 그게 바로
<금강경>의 핵심인 공 사상이에요. 불생불멸할
도를 닦겠다는 그 생각 자체도 헛되다는 겁니다. 그걸 공으로 꿰뚫어봐야 된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