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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겠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8년 10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코로나 바이러스라 퉁쳐서 부르는 코비드-19가 어느덧 3년을 꽉 채워가는구나. 요즘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규제도 많이
풀려서, 어느 정도 일상을 회복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있단다. 아빠는 그 마스크라는 것이 그렇게 오래 써도 적응이 안되어 여전히 답답하기 그지
없구나.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열풍에 휘청거리는 동안, 우리나라는
방역을 잘 한 나라로 손꼽혀 세계 여러 나라의 귀감이 되곤 했단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염병에 대해 방역을 제대로 못해서 국가 망신을 당하곤 했단다.
그보다 더 오래 전에 완벽한 방역으로 SAS라는 전염병 환자가 국내에
한 명도 발발하지 않게 해서 세계에서 극찬을 받았던 나라에서, 방역 때문에 망신을 당하게 되었으니 다른
나라에서 보면 참 이상하다고 하겠구나.
…
어떤 이들이 정권을 잡고 있느냐에 따라 방역 우수 국가가 될 수도 있고, 방역
망신 국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빠는 이해가 가지 않았단다. 국가 시스템이라는 것이 한번 만들어지면
집권 정당에 관계 없이 잘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그게 아니더구나. 무능한 정권이 들어서면 국민들이 고생하고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단다.
최근 들어 또 그런 일이 일어나서 가슴 아프구나.
아빠가 서두가 길었구나. 이번에 아빠가 읽은 김탁환 님의 <살아야겠다>라는 소설은 몇 년 전 방역 망신 국가를 만든
메르스 사태에 관한 소설이라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란다. 메르스가 처음 발발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였단다. 창피한 일이지… 사우디아라비아와
한참 떨어져 있는 나라에서 희생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니. 당시 대통령이 방문한 병원의 벽에 A4지에 적혀있던 “살려야한다”라는
문구가 아직도 생각나는구나. 그런 설정샷을 누가 생각했는지, 코미디가
따로 없었단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메르스 사태와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했던 메르스 마지막 환자에
관한 이야기가 소설로 다시 태어났단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띠었지만, 소설 속의 이야기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단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먹먹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질 않길 바라고, 제발 국민들이 제발 선거를 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우리 국민들은 당시 그렇게 국가 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이들에게 다시 정권을 넘겨주었단다.
1.
이 소설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소설로 한 것으로 제목 “살아야겠다”는 앞서 이야기했던 병원의 벽에 A4지에 적어 두었던 “살려야 한다”를
풍자해서 지은 것이 아닌가 싶구나. 메르스 병원의 첫 번째 확진자가 다녀갔던 서울 삼성 병원을 소설
속에서는 F병원이라고 했단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메르스 첫 확진자가 발생했던 F병원과 정부는 왜 모든 것을 숨기려고만
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구나. 전염병이 처음 생긴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이로 인해 초기 진압을 실패하고, F 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사람들이
연이어 메르스에 확진되면서 메르스는 일파만파 퍼지게 되었단다.
이 소설은 2015년 5월 27일에서 29일 F병원
응급실에 방문했던 세 사람의 중심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단다.
김석주.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고 치과 의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림프종이라는 암을 받아 한동안 항암 치료를 받고 일 년 전 완치 판정을 받음.
그리고 치과 의사로 첫 출근을 했는데, 한 달도 안되어 림프종 재발 증세로 F병원 응급실에 왔다가 그만 메르스에 확진 됨. 식구는 아내 남영아와
네 살 짜리 아들 우람이 있음.
이첫꽃송이. 직업 수습 기자. 아버지의
병환으로 F병원 응급실에 왔다가 결국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F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름. 그 이후 메르스 증상이 발현되고 확진 판정 받음. 이첫꽃송이뿐만 아니라 친척분들도 줄줄이 메르스 확진됨. 퇴원 후에
막내이모부가 메르스로 돌아가신 것을 알게 됨.
길동화. 출판물 물류회사 베테랑 회사원. 막냇동생이 아파서 F병원 응급실에 같이 왔다가 메르스 확진됨. 아들 예석은 제주도에 왔다가 그곳에서 격리됨. 15일간 혼수 상태에
빠져 죽을 위기도 여러 번 겪음.
…
이첫꽃송이는 나이도 젊고 기저 질환도 없어서 그런지 그나마 건강한 몸으로 퇴원을 했지만, 길동화와 김석주는 그렇지 못했단다. 길동화는 음압 병동까지 이동했다가
퇴원을 하긴 했는데, 후유증이 심했단다. 숨쉬기가 예전처럼
쉽지 않았어. 그리고 다니던 회사에서 잘렸는데, 그 이유는
메르스 환자라는 것이 소문나면서, 거래처에서 거부 반응을 보인다는 거야.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 다른
직장으로 알아보려고 했지만, 메르스 환자였다고 하자 받아주지 않았어.
어렵게 얻은 일자리도 거래처에서 알게 되어 다시 해고되고 말았단다. 이 억울함을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하나? 그가 메르스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니고 말이야. 이런 일을 겪게 되자, 자살 결심까지 하게 되었단다. 두 번이나 자살 기도를 하다가 아들 예석에 의해 성공하지 못했단다.
예석은 예전에 F병원에서 만난 윤해선 변호사에게 전화를 해서 도움을
요청했단다. 윤해선 변호사는 소송을 해보자고 했단다. 윤해선
변호사는 인권 변호사로 세월호 변호도 맡고 있었는데, 이첫꽃송이의 돌아가신 엄마의 옛 제자였단다. 이첫꽃송이와도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었고, 이첫꽃송이의 부모님이
안 계시고, 친척분들도 메르스에 걸려서 보호자 역할을 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윤해선 변호사가 이첫꽃송이의
보호자로 병원에 왔었단다. 그때 같이 입원했던 김석주, 길동화, 그리고 가족들도 알게 된 거야.
…
이첫꽃송이는 메르스 완치 후 다행히 기자로 복귀했단다. 문화부 기자
소속이었지만, 메르스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 인터뷰를 하기도 했단다.
2.
그리고 또 한 사람 김석주. 그는 림프종이 재발하긴 했지만, 메르스 증세는 다른 사람들보다 좋았단다. 아직 젊어서 그랬던 것
같아. 그래서 림프종 담당 의사도 메르스를 먼저 완치시키고 림프종을 치료하자고 했어. 메르스 증세는 많이 좋아졌으나 PCR 검사를 받으면 아직 양성이었어. 그래서 림프종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어. 그런 와중에 국가방침이
바뀌면서 갑자기 국가지정병원으로 이동하라고 했어. 김석주의 림프종 담당 의사는 F병원에 있어서 병원을 옮기면 안 좋을 것이 눈에 뻔했거든. 김석주의
아내 남영아도 병원 옮기지 말아달라고 항의했지만 그 항의는 묵살되었고, 김석주는 국가지정병원으로 옮겨졌고, 문을 몇 개나 지나고, 방호복을 입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격리 병동에
입원했단다.
김석주의 메르스 양성 반응은 50일이 넘어도 계속되었고, 이제 국내 메르스 마지막 환자로 남게 되었단다. 림프종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항암치료를 병행하기로 했는데, 격리 시설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는 극히 제한적이었단다. 의료진들이 방호복을 입고 오는 것뿐만 아니라 림프종 치료에 필요한 장비들도 들고 오지 못하니까 말이야. 격리병동에 있으면서 가족들도 제대로 만나지 못했어. 이것은 입원이
아니라 감금 수준이었단다. PCR 검사를 하면 계속 음성과 양성이 반복해서 나왔어. 그래서 격리병동에서 퇴원도 못하고, 림프종 치료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상태는 악화되어 갔단다.
2015년 10월 초 드디어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을 하게 되었단다. 담당 의료진은 김석주가 특이한 케이스라고 하면서, PCR 검사에서도 다시 양성이 나올 수 있고, 그렇게 양성이 나와도
전염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격리병동에는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 4개월만에 집에 온 김석주는
림프종 항암 치료 전에 일주일 간 집에 머물렀단다.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식구들 친구들과 함께 퇴원파티도
했어.
그런데 며칠 뒤 기침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들렀는데 다시 메르스 양성 반응이 나왔단다. 일전에 이야기와 달리 병원에서는 김석주를 다시 격리 병동에 감금시켰어. 남영아는
병원에 항의를 했어. 격리 기준도 없이 무조건 격리를 한다고… 병원에서는
질병관리본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어. 격리를 하고 나서 메르스 치료를 하는 것도 아니고, 림프종 치료는 다시 미뤄지게 되었어. 메르스 치료도 안해, 림프종 치료도 안해, 격리 해제도 안해...
…
남영아의 항의가 묵살되자, 윤해선 변호사는 이 일을 세상에 알리자고
해서 남영아는 언론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김석주의 사연이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그제서야 병원에서도 뭔가 하려고 했어. 그 뭔가라는 것은 격리병동에서
림프종 치료를 하는 것인데,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격리 병동에서 림프종 치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단다. 결국 김석주의 병세는 점점 악화되어 11월 25일 세상을 등지고 말았단다. 그리고 국가는 메르스 종식 선언을
했다고 하는구나.
….
아빠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이것이 실제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더구나. 그래도
마지막 확진자가 잘 치유가 되길 바라면서 읽었는데, 결국 절망으로 끝이 났구나. 이 소설을 읽는 아빠도 이렇게 억울한데,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던 김석주와 그의 가족들의 억울함은 얼마나 컸을까. 어떤 보상이라도 죽음 목숨을 되돌릴 수
없는 법. 아빠는 사실 메르스 마지막 확진자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단다. 이 책을 읽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단다. 당시 메르스 마지막 확진자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있어서 봤더니 이 소설 속 이야기가 이름만 달랐지 완전히 실화더구나.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전염병뿐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국가시스템에
의해 국민들이 희생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질 않길… 이렇게 쓰려고 했는데, 얼마 전에 또 엄청난 비극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말았단다. 오래
전에 떠돌던 말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단다. “이게 나라냐?”
PS:
책의 첫 문장: 5월 20일
오전 11시, 역학 조사관 세 명이 경기도 W병원 8층 준비실을 나섰다.
책의 끝 문장: 할 수 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