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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ㅣ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책을 읽고 나서, 너희들이 읽을 만한 책들을 추천해 주는 경우가
있었지. 그런데 거꾸로 너희들이 아빠에게 추천하는 책들은 거의 없었어.
그런데, 어느날 Jiny가 책 한 권을 읽고
정말 재미있다고 했지. 그 책의 제목은 <불편한 편의점>. 아빠도 인터넷 서점에서 서핑하다가 자주 본 책이었지. 그렇게
재미있어? 아빠도 한번 볼까?. 하고 그 책을 빌렸잖아.
코로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방에 혼자 자체 격리하고 있을 때라서 아빠도 그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다 봐버렸단다. 재미도 재미지만, 정말 따뜻한 소설이더구나. 지은이는 김호연이라는 분인데
<이중간첩>이라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셨대. 그 밖에 <망원동 브라더스> 등 장편 소설로 유명해지셨다고 하는데, 아빠는 이번에 읽은 <불편한 편의점>에서 처음 알게 된 분이란다. 나중에 김호연 님의 다른 소설들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단다.
1.
편의점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한단다. 아빠도 자주 이용을
하지. 늦은 밤 갑자기 뭔가 먹고 싶을 때도 찾아갈 수 있는 편의점.
24시간 내내 문을 열고 있어서 왠지 든든한 느낌. 그런 편의점에는 일하는 사람으로, 손님으로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겠지. 그 사람들의 따뜻한
사연들을 한 권에 담은 것이 바로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소설이란다.
…
염영숙 여사는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선생님이셨는데 지금은 은퇴를 했어. 평생
함께 하던 남편이 죽고 남긴 유산으로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에 조그마한 편의점을 냈어. 배려심이 많으셔서
편의점 직원들도 잘 대해주었어. 편의점은 하루 여덟 시간씩 세 사람이 나눠서 일하고 있었어. 아침 시간에는 오여사(본명: 오선숙)이라는 아줌마가 일하고, 오후부터 저녁까지는 시현이라는 시험 준비생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야간에는 50대 성필씨가 맡고 있었단다. 그리고 염여사에게는 말썽쟁이 아들과 똑소리 나는 딸이 하나 있었어.
…
어느날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지방을 가는데, 평택 부근을 지날 때
파우치를 분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얼마 뒤 어떤 사람이 그 파우치를 주었다는 전화가 왔단다. 부랴부랴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오니 독고라는 노숙자가 보관하고 있었어. 심지어
그 파우치를 훔치려는 다른 노숙자들로부터 그 파우치를 지키기까지 했어. 독고 씨는 답례를 받으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염여사는 독고 씨에게 고맙다면서 서울역에서 가까우니 자신의 편의점에 와서 도시락을 먹으라고
했단다. 그래서 독고 씨는 그 편의점에서 와서 도시락을 먹기는 하는데,
팔 수 없는 폐기된 도시락만 먹었어. 그렇게 독고 씨는 노숙생활을 하지만 심성은 착했단다.
알고 보니 독고 씨는 알코올성 치매가 있어서 자신의 이름도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도 기억을
못한다고 했어. 독고라는 이름도 자신의 이름이 아니고 남들이 그렇게 불러서 독고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했어.
그러던 어느날 야간 일을 맡던 성필씨가 그만두고 말았어. 염여사가
임시로 야간 일을 맡았는데, 야간 시간은 여자 혼자 맡기 부담스러운 시간대였단다. 역시나, 술 취한 젊은이들이 편의점에 와서 난동을 부렸어. 염여사가 당황하고 있는데, 그때 독고 씨가 나타나서 그 젊은이들을
한방에 정리해 주었단다. 그런 모습뿐만 아니라 독고 씨의 심성이 착하다는 걸 알고 있는 염여사는 독고에서
야간 시간대 편의점 일을 제안했단다. 단, 술을 끊어야 한다고
했어. 그렇게 독고 씨는 편의점 일을 하게 되었단다.
2.
시현이가 독고 씨의 편의점 일을 배우게 되었는데, 시현이가 편의점
일을 설명을 차분히 잘 해주기도 했지만, 독고 씨도 정말 열심히 배웠어. 남들보다 빨리 일을 익혀서 이젠 노숙자가 아닌 편의점 직원으로 열심히 일했단다. 독고 씨는 손님들에게도 싹싹하게 잘 해 주었어. 불량 청소년들한테도
잘 해주고, 동네 할머니들한테도 잘 해주어서 편의점 매출이 오르기도 했단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이 끝났음에도 퇴근하지 않고, 편의점 주변 청소를
하는 등 한참 동안 일을 도와주었어. 그리고 독고 씨는 시현에게 제안 하나를 했어. 자신에게 편의점 일과 장비 사용법 등을 유튜브에 올려보라고 제안했어. 그
제안을 솔깃하여 시현은 편의점 일하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단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 영상을 보고 자신의 편의점의 점장을 맡아달라고 연락이 왔어.. 시현은 이것이 자신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염여사에게 그만두겠다고 했고, 마음씨 착한 염여사는 진정으로 축하해주었단다. 그리고 당분간 편의점 일은 오여사와 독고 씨가 이교대로 하기로 했어.
독고 씨는 이 일을 좋아하고 오여사는 돈이 필요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단다. 오여사도
말썽쟁이 다 큰 아들이 있었어. 대기업을 다니다가 때려 치고 영화를 하다가 돈을 말아먹고 집에 처박혀
게임만 하는 그런 아들이었어. 이 이야기를 들은 독고 씨는 오여사에게 한가지 조언을 해주었어. 편지를 쓰고 아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한번 들어보라고 했어. 그
조언의 효과가 만점인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
…
오여사뿐만 아니라 독고 씨는 손님과도 정을 쌓았단다. 의료기기 영업
사원으로 일하는 경만 씨. 쌍둥이 딸들은 점점 커져 돈 쓸 일은 많아지고, 수입은 그대로고 나이 들어 체력도 떨어지고, 우울한 날들의 계속이로구나. 유일한 낙이 퇴근길 편의점에서 먹는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 그를
유심히 보던 독고 씨는 경만 씨에게 술을 끊고, 옥수수 수염차를 권했단다. 자신도 술을 끊고 옥수수 수염차를 먹는데 좋다고…
….
인경 씨는 30대 후반으로 연극 배우를 은퇴한 작가 지망생이었어. 어찌 어찌하여 등단을 했지만 이후 작품은 없었어. 편의점 앞 선배의
빌라에서 3개월만 빌려 생활하기로 했는데, 편의점 직원 독고
씨를 만나면서 그를 캐릭터로 한 희곡을 구상했단다.
…
3.
민식 씨는 앞서 소개한 적이 있는 염여사의 말썽쟁이 아들이었단다.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고, 이런저런 사업을 시도했지만 잘 안됐어. 이번에는
후배가 수제맥주 사업을 하자고 제안을 했는데, 수제맥주 사업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하고 그럴려면 편의점을
처분해야만 했어. 엄마를 설득해야 하지만, 엄마 말고 그의
일을 방해하는 독고 씨가 있었어. 독고 씨는 민식 씨가 하려는 일이 사기 당하기 딱 좋다고 생각을 했던
거야. 그러자 민식 씨는 독고 씨의 뒷조사를 시켰어. 그
일을 흥신소 곽이라는 사람이 했는데, 독고 씨가 어느날은 어떤 성형 외과에 들어갔다고 나오는 것이었어. 독고 씨가 다녀가고 나서 흥신소 곽은 성형 외과에 가보았더니, 독고
씨는 예전에 그 병원에서 의사를 했었던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실 그 즈음 독고 씨는 알코올로
지워졌던 기억을 하나 둘 되찾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 기억을 더듬어 자신이 일했던 곳을 알게 된 것이었어. 그래, 독고 씨는 성형외과 의사였던 거야. 독고 씨는 서서히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고, 이름도 알게 되고, 가족이 있다는 것도 기억하게 되었단다. 그가 다니던 병원에서 의료사고로
사람이 죽고 본인이 그런 것도 아닌데도 죄책감 때문에 술로 나날로 보내고, 가족에 소홀해지면서 집을
나가 노숙 생활을 하게 되고 기억까지 잃게 되었던 거야. 하지만 착한 본성까지는 변하지 못했던 것이지… 그 착한 본성을 염여사가 알아보고 도와주게 된 것이고…
기억을 되찾은 독고 씨는 의료사고 죽은 이가 잠들어 있는 추모 공원에 가서 진심으로 사과를 했단다. 그리고 편의점은 그만두고 새로운 신종 바이러스인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 대구로 의료 봉사를 가기로
했단다. 더불어 대구에는 아내와 딸이 있는데, 그들에게도
용서를 빌고 화해를 할 생각도 갖고 말이야…
…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시작에도 이야기했지만 참 따뜻한 소설이었어. 등장인물 모두 악한 사람들은 없고 마음씨 따뜻한 사람들만 나오고… 이런
사람들이 많으면 우리 사회는 더 따뜻한 사회가 될 것 같구나. 이 소설의 마지막에 독고 씨가 코로나가
유행한 대구로 의료봉사 가는 장면이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처음 생겼을 때 생각나는구나. 신천지라는 종교 단체 때문에 코로나가 대구와 경북 지역만 극성이던 시절… 그때만
해도 길어야 몇 달 고생하면 잠잠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2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코로나가 여전할 것이라
생각도 못했지. 이제 코로나가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이 되었어.
Jiny야, 좋은 책 추천해
주어 고마워~
PS:
책의 첫 문장: 염영숙 여사가 가방 암에 파우치가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기차는 평택 부근을 지나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눈물이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