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학창 시절 연습장 겉표지에 있던 시 한 편이 있었어. 박인환 님의 목마와 숙녀라는 시였는데, 그 시에 나오는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이 나왔어. 이 버지니아 울프라는 사람이 누구길래 시에 썼을까? 궁금했단다.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으니 어디 찾아볼 수도 없었어. 그런 궁금증 때문에 그 이름이 잊혀지질 않더구나. 그리고 중학교 때 숙제 중에 시화(詩畵)” 그리기가 있었어. 교과서에 나오는 시는 좀 그렇고, 남들이 모르는 시()를 골라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연습장 겉표지에 있던 박인환 님의 목마와 숙녀라는 시로 시화를 그렸단다. 그 시의 정확한 의미도 모르지만, 그냥 있어 보였어. 당시 아빠도 중딩이었잖니.^^ 그렇게 아빠한테 버지니아 울프는 낯선 시에 등장하는 이름으로 기억했단다. 시 제목이 목마와 숙녀이니, 시 제목 속의 숙녀 이름이 버지니아 울프였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야.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아빠가 책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나서 버지니아 울프가 유명한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자기만의 방>, <댈러웨이 부인> 등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말이야. 하지만 책 소개를 봤을 때 아빠 취향과 거리가 좀 있는 책들이라고 생각이 되어 펼쳐보지는 않았단다. 그런데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에 네 번째 책이 바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란 책이라서 읽게 되었단다. 아빠가 순서대로 읽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사실, 아빠가 예전에 민음사에 출간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샀어. 읽지 않고 모셔두고 있었지만 말이야. 그 때 기억으로는 그 책 두께가 꽤 되는 것으로 기억했는데, 이번에 읽은 이 책은 너무 얇았다. 그래서 민음사에서 나온 책을 찾아보니, 그 책에는 두 개의 작품이 실려 있더구나. , 그렇구나

이번에 지은이 버지니아 울프의 삶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 보았단다. 사진의 분위기와 달리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분이더구나.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생긴 정신질환으로 끝내는 안타깝게 자살을 하셨지만 살아 계시는 동안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고, 부조리한 세상, 특히 여성들의 불평등에 대해 소리를 내시던, 행동하는 지식인이셨단다.


1.

이 책의 제목만 알고 있을 때는 아빠는 이 책이 소설 책인 줄 알았단다. 그런데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과 소설>에 대한 강의를 한 것이란다. 때는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10년 정도 지난 때로, 어느 정도 사회가 안정이 되어가던 시기였어. 사회는 안정화되어 갔지만, 남녀불평등을 당연히 여기던 그런 시절이었단다. 그런 때에 <여성과 소설>을 강연하면서 버지니아 울프가 강조한 것은 여성들도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는 이야기를 한 것이란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자기만의 방은 정신적 여유 같은 상징적인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에 존재하는 공간으로서의 방을 이야기라는 것이라고 했어. 자기만의 공간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셰익스피어보다 훌륭한 여자 작가가 나올 것이라고 했단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유명한 소설가는 대부분 남자인 이유는 여자는 남자들에 비해서 자유롭지 않고, 자기만의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단다. 그의 말에 공감하게 되더구나. 그리고 여자에 대한 책도 여자 작가보다 남자 작가에 써낸 글들이 많았던 시절이란다. 심지어 아내를 때리는 것을 남성의 권리라고도 했어. 역사 속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극소수이고 말이야. 어떤 글쓰기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여자가 있어도, 그가 해야 하는 노동 때문에 그 능력을 꽃피울 수 없는 것이 당시 유럽 사회였단다. 유럽 사회뿐만 이겠니, 다른 곳은 더 심했겠지. 이런 불평등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순응하며 살았겠지만, 버지니아 울프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바꿔야 한다고 큰소리를 냈단다. 옳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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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무척 차분하다고 여겨지지만, 여자들도 남자들과 똑같이 느낀다. 남자 형제들처럼 재능을 위해 훈련이 필요하고 노력할 마당이 필요하다. 여자들도 남자들처럼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에, 지나치게 답답한 침체에 시달린다. 더 혜택을 누리는 동료 인간들이 여자는 푸딩을 만들고 양말을 뜨개질하고, 피아노를 치고 가방에 수나 놓아야 된다고 말한다면 편협하다. 관습이 여성에게 필요하다고 공언한 것 이상을 하거나 배우려는 여자들을 비난하거나 비웃는 것은 경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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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강연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런 사회를 가지기 위해 여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당부의 말도 남겼단다. 그것은 이런 남녀 불평등을 당연시 여기는 사람들에게 큰 깨우침을 주는 그런 말씀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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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155)

나는 여러분에게 책임을 기억하라, 더 숭고해지라, 더 영적이 되라고 당부해야 할 겁니다. 얼마나 많은 게 여러분에게 달려 있는지, 여러분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상기시켜야 마땅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권고들은 안전하게 남성들에게 맡겨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내가 구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달변으로 조언할 테고 사실 그래 왔습니다. 내 마음을 뒤져 봐도, 동반자가 되고 평등해지고 세상이 더 고양된 목적을 갖도록 영향을 미치는 데 대한 고귀한 정서가 없네요. 나도 모르게 간단하고 지루하게 말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자기다워지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이지요. 내가 고귀하게 들리게 말할 줄 안다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꿈을 꾸지 말라고 말하겠습니다.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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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강연을 옮겨 놓은 글이긴 하지만, 쉽게 읽히지는 않았단다. 1920년대 유럽 시대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도 있고, 강연에서 인용된 사람들을 잘 몰라서 더욱 그랬던 것 같아.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가 주장하려던 것은 확실히 이해를 했단다. 남자와 여성은 평등하다. 같은 자유를 누려야 한다. 오늘날은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남녀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단다. 그리고 그런 불평등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페미니즘이 있고 말이야. 그렇다 보니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페미니즘의 상징적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단다. 그래서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이 되었고,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 같구나.

오늘은 이렇게 간단히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한데 <우린 여성과 소설에 대한 강연을 요청했는데, 그것과 자기만의 방이 무슨 관련이 있나요?>라고 물을지 모르겠네요.

책의 끝 문장: 하지만 우리가 그녀를 위해 노력하면 그녀가 올 거라고, 그러니 가난하고 불확실한 처지더라도 노력하는 게 가치 있다고 분명히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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