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64)

니콜로 파가니니는 열세 살 어린 나이에 바이올린에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배우고, 그 후 자작 연습곡을 통해 새로운 연주 기법과 특수한 주법을 고안해 낸 작곡가다. 당연한 결과로 그가 만든 곡은 일반적인 운궁법으로 도저히 소화할 수 없었다고 한다. 또한 파가니니는 쇼맨십 기질도 다분해서, 연주회에서 일부러 현을 하나씩 끊어 나가다 마지막에 G현 하나만 가지고 곡을 완벽히 연주했다는 일화도 있다. 요컨대 타고난 곡예사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신의 기교를 따라하지 못하도록 모든 악보를 혼자 관리했다. 반주를 담당할 오케스트라에는 연주 직전에야 악보를 나눠 주었고, 연주회가 끝나자마자 회수했다. 파가니니는 오케스트라와의 연습 때도 솔로 연주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원들은 무대 위에서야 그의 솔로 파트를 들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해 후세에 와서 음악가들이 온갖 고생을 거듭해 오선지에 악보를 옮겼지만, 과연 파가니니의 오리지널에 얼마나 근접할까. 아마 이를 아는 사람은 파가니니 본인밖에 없을 것이다.


(108-109)

피가 끓고 가슴이 뛴다는 표현이 있는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하고 있으면 정말 혈액 온도가 올라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양팔의 근육이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소리를 내면 낼수록 이 악기가 생물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목소리를 충실히 실체화해 주는 연주자를 내내 찾아다녔다고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거짓이라 생각되면 개방현으로 모든 현을 켜 보면 된다. 단 하나의 음인데도 다양한 뉘앙스와 색채로 변화해 갔다. 이것이 생물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142)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다단조>. 협주곡 작가 라흐마니노프의 이름을 단숨에 휘날리게 한 손꼽는 명곡이며 러시아 낭만파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다. 멜로디가 섬세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한편, 피아노 솔로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오케스트라 파트에서도 고도의 연주 기교를 요구하는 난곡이기도 하다. 전편에 넘쳐흐르는 긴장감은 곡조 그 자체에서 오는 것과 함께 피아노 솔로를 포함한 연주자 전원의 긴장이 겹겹이 포개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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