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잘했지만, 충분히 잘하진
않았다.” 카이사르는 집합한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불리한
지형이었고 너희 모두 그것을 알고 있었다. 너희는 카이사르의 군대다.
다시 말해서 용기와 대담성만이 너희에게 기대하는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아, 물론 성벽의 높이나 까다로운 진지 방비 작업이나 끔찍한 산악 지형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내가 너희들을 전투에 내보낼 때는 목숨을 잃으라고 내보내는 것이 아니다! 나는 고작 내 군대가 영웅들로 이루어졌다고 세상에 알리기 위해 내 소중한 병사들과 심지어 더 소중한 백인대장들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죽은 영운은 아무 소용이 없다. 죽은
영웅은 화장되고 기려지고 잊힌다. 용맹과 열정은 칭찬할 만하지만, 군인의
삶에서 전부는 아니다. 그리고 카이사르의 군대에서는 더더욱 그렇지 않다. 카이사르의 군대에서는 규율과 자제가 다른 어떤 미덕 못지않게 높이 평가된다.
내 병사들은 생각을 해야 한다. 내 병사들은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정열이 제아무리 격렬해도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 용기보다는 차가운 머리와 명확한 사고가 전투에서 더 많은 승리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나를 슬프게 만들지 마라! 카이사르에게 눈물 흘릴 이유를 주지 마라!”
(149)
잠시 뒤 그는 한 손으로 눈물을 닦고 고개를 저었다. “너희 잘못이
아니었다, 제군들. 난 너희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다. 단지 슬픈 것뿐이다. 나는 대오로 들어갔을 때 같은 얼굴들을 보고
싶지, 더 이상 거기 없는 얼굴들을 찾아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너희는 내 사람들이다. 나는 너희 중 누구도 잃을 수 없다. 병사들을 잃느니 전쟁에 지는 편이 낫다. 그러나 우리는 어제 지지
않았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도 지지 않을 것이다. 어제 우리가
이긴 부분이 있다. 어제 베르킹게토릭스가 이긴 부분도 있다. 우리는
그의 진영을 흩어지게 만들었다. 그는 우리를 게르고비아 성벽에서 쫓아버렸다. 우리가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갈리아인들의 탁월한 용기 때문이 아니라 지독한 지형과 메아리 때문이었다. 나는 언제나 결과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왔고, 이건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다. 이 일로 바뀌는 건 없을 것이다. 내 군대에서 사라진
얼굴들이 있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그러니 어제 일을 생각할 때면 메아리를 탓해라. 그리고 내일에 대해 생각할 때는 어제의 교훈을 기억해라.”
(260)
“네, 절대 쉽지 않았죠. 어쩌면 그래서 더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저를…… 저를…… 그러니까,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이사르. 저한테 고함치고 싶을 때도 있으셨을
텐데, 단 한 번도 고함치지 않으셨어요. 수감브리족과의 일이
있었을 때조차 말입니다. 게다가 제 부족함을 들추지도 않으셨고요.”
“친애하는 퀸투스,” 카이사르는
최대한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고함칠 일이 뭐가 있었겠소? 당신은 한결같이 출중한 보좌관이었고, 난 당신이 끝까지 함께해줬으면
하고 바랐소.” 미소가 옅어졌고 시선이 갑자기 먼 곳을 향했다. “그
끝이 어찌됐든 말이오.”
(263)
“오히려 덜 두려워하는 것 같소.”
옅은 파란색 눈에 갑자기 고통, 슬픔, 격정이
어렸다. “어째서 인간이 현생 이상의 삶을 바라야 한단 말이오?” 카이사르가
물었다. “삶은 눈물의 계곡이자 끔찍한 힘겨루기 무대요. 우리는
일 보 전진할 때마다 만 보씩 밀려나는 꼴이오. 인생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오, 카트바드. 하지만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 대가 말이오! 그 누구도 날 이기지 못할 것이오.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 테니. 나는 나 자신을 믿고, 내 인생의 방향을 그렇게 정했오.”
(297)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을 찡그리며 뒷짐을 졌다. “나는 이 전쟁이
올해 안에 끝나기를 바라네. 내가 원하는 건 적대행위의 일시적 중단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일세. 이 회의소에 모인 사람들의 목숨보다 오래갈 평화, 그들의 자녀나
그 자녀의 자녀보다 더 오래갈 평화 말이야. 거기에 실패하면 게르만족이 득세할 것이고 갈리아의 역사는
완전히 달라질 걸세. 게르만족은 갈리아 정복만으로 만족하지 않을 테니,
우리가 사랑하는 이탈리아의 역사도 달라질 거야. 지난번 그들이 침략했을 때 로마는 가이우스
마리우스라는 인물을 내놓았네. 그리고 로마가 이번에, 이
장소에, 나를 내놓은 것은 게르만족이 다시는 침략을 꿈꾸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라고 믿고 있네. 우리의 자연적인 경계는 알프스 산맥이 아니라 장발의 갈리아일세. 우리의
세계가, 그리고 갈리아인의 세계가 번영하려면 게르만족이 절대 레누스 강을 넘어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해.”
(474)
“하지만 이런저런 다툼에 휘말려 우리가 중요한 걸 놓친 게 아닐까? 이 모든 일은 카이사르가 집정관 선거에 부재중 후보로 출마하는 걸 반대하면서 시작되지 않았나? 그는 부재중 후보 출마를 통해 임페리움을 유지하고 반역죄로 기소되는 걸 피하려 한 거 아닌가? 그렇다면 그가 그렇게 하도록 놔두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일리리쿰을
제외한 모든 속주를 빼앗는 걸세. 그가 가진 군단들도 전부 빼앗고! 그저
임페리움만 갖고 있게 해주고, 집정관 선거에 부재중 후보로 출하하게만 해주는 걸세!”
“아무것도 양보해줄 수 없어!” 폼페이우스는
으르렁거렸다.
“어떤 점에 있어선 카이사르의 하수인들이 하는 말이 맞네, 마그누스. 자네는 이제까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받아왔어. 그런데 왜 카이사르는 안 된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