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3)
하지만 율리아를 잃은 고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터였다. 카이사르는
크라수스와 달랐다. 돈은 카이사르의 목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존엄을 드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정무관 직의 사다리를 오르며 끊임없이 빚에 시달렸던 끔찍한 몇
년 동안 카이사르가 배운 교훈은 어느 일에서나 무형의 자산인 존엄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그의
존엄을 드높이는 것은 전부 그의 죽은 딸의 존엄을 드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카이사르는 위안을 느꼈다. 카이사르의 노력 덕분에, 그리고 타고난 본능에 따라 세상에 사랑을
불어넣은 율리아 자신의 선행 덕분에 세상은 율리아를 기억하게 되리라. 율리아가 카이사르의 딸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위대한 폼페이우스의 아내였기 때문도 아니다. 그리고
그는 개선장군이 되어 로마로 돌아갈 때 원로원이 율리아에게 허락해주지 않은 장례 경기대회를 직접 개최하리라. 앞서
다른 이유로 원로원에서 당당히 단언했듯이, 카이사르는 그네들의 고환을 군홧발로 전부 밟아 으깨버려서라도
반드시 자신의 뜻을 관철할 터였다.
(123)
“카트바드, 로마는 정책상
이민족의 신들이나 종교 관행을 무시하지 않소. 당신도 당신이 믿는 종교도 나나 로마에 아무 위협이 되지
않소. 하지만 한 가지는 제외요. 인신공양 관행만큼은 폐지되어야
하오. 사람들이 서로 죽이는 일은 세상 어디에서나 또 어느 민족 사이에서나 벌어지오. 하지만 우리 지중해 주변의 민족들은 절대로 신들을 기쁘게 하려고 사람을 죽여선 안 되오. 성별은 상관없소. 신들은 인신공양을 요구하지 않소. 만일 그렇게 믿는 신관이 있다면 그는 단단히 잘못 생각하는 거요.”
(174-175)
“리안논, 로마는 왕을
세우지 않소! 나 역시 로마에 왕이 서는 걸 동의하지 않고! 로마는
공화국이고 그 역사가 500년에 이르오! 나는 로마의 일인자가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로마의 왕이 되겠다는 뜻은 아니오. 왕정은 구시대의 유물이오. 심지어 당신네 갈리아인들도 깨닫고 있는 사실 아니오. 나라는 선거
제도를 통해 바뀌는 사람들이 운영해야 더욱 번영하는 거요.” 그가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최고의 인물이 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선거요. 때로는
최악의 인물이 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185-186)
카이사르가 단상의 맨 앞으로 걸어 나왔다. “무엇보다도 먼저, 베르킹게토릭스, 당신네 갈리안들은 외세의 존재를 인정해야 하오. 세계가 좁아지고 있소. 그리스인들과 페니키아인들이 지금 로마가 ‘우리의 바다’라고 부르는 지중해 주변에 흩어져 살던 때 이래로 줄곧
그래왔소. 그리고 그 자리에 로마가 나타났소. 사실 그리스는
단 한 번도 단일국가였던 적이 없소. 작은 도시국가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당신네 갈리아인처럼 계속 싸웠소. 나라가 결국 망할 때까지. 우리 로마도 처음에는 도시국가였지만, 우린 서서히 이탈리아 전체를
단일 국가의 일부로 받아들였소. 따라서 로마는 곧 이탈리아요. 하지만
로마의 이탈리아 지배는 왕의 1인 통치에 기대지 않소. 이탈리아가
로마의 정무관 선거에 참여하오. 전 이탈리아가 로마의 일에 참여하는 것이오. 또한 이탈리아는 로마에 군사를 제공하오. 로마가 곧 이탈리아니까. 그렇게 로마의 국력은 커지고 있소. 파두스 강 이남의 이탈리아 갈리아
역시 이제 이탈리아의 일부로서 로마의 정무관 선거에 참여하오. 파두스 강 이북의 이탈리아 갈리아도 곧
로마의 일부가 될 것이오. 내가 그렇게 만들겠다고 맹세했소. 나는
통일의 힘을 믿소. 나는 우리가 하나가 될 때 더욱 강성해진다고 믿소.
나는 장발의 갈리아를 우리 진정한 통일 국가의 일부로 만들겠소. 이것은 로마가 주는 선물이오. 게르만족은 당신들이 받고 싶은 선물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오. 장발의
갈리아가 게르만 족의 소유가 되면 모든 것이 거꾸로 될 거요. 게르만족은 통치 체계나 상업 체계, 그리고 당신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단일한 중앙 정부를 갖추지 못했으니까.”
(189)
“머릿수는 상관없소.” 카이사르는
이제 이 대화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 “로마에는 켈트족이나 벨가이족에게 없는 세 가지가 있소. 조직, 기술, 그리고
가진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200-201)
“아니.” 카이사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아니오. 로마라는
거대한 행렬의 한 부분일 뿐이오. 중요한 부분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소. 훗날 사람들이 가장 위대한 부분으로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전체의 일부일 뿐이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죽었을 때 마케도니아는 죽었소. 그의 나라는 그와 함께 사라졌소. 그는 스스로를 왕으로 생각했기에
그리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제국의 중심을 다른 곳으로 옮겼소.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나라가 위대했던
것은 오르기 알렉산드로스 대왕 때문이었소.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했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갔소. 그는 왕이었으니까, 베르킹게토릭스! 그는 자기 자신을 목적으로 착각했소. 그 목적이 결실을 거두려면
그는 영원히 살아야 했을 거요. 반면 나는 내 나라의 종복이오. 로마는
로마가 낳은 그 누구보다도 훨씬 위대하오. 내각 죽더라도 로마는 계속 다른 위대한 인물들을 낳을 것이오. 내가 떠날 때 로마는 내가 오기 전보다 더 세고 더 부유하고 더 강력해져 있을 것이오. 내 뒤에 올 자들은 내가 남김 업적을 활용하고 향상시킬 것이오. 민주주의에서는
바보와 현자가 늘 공전하지만, 전반적으로 왕가의 계보보다는 낫소. 위대한
왕이 하나 나오려면 보잘것없는 왕을 열 명은 거쳐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