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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에 유현준님의 책 두 권을 읽고 이야기해주었잖아. 그리고 그의
대표작 3권 중 나머지 한 권 <어디서 살 것인가>로 읽었단다. 이
책을 읽은 것은 최근 아빠가 집 짓기에 대한 관심이 좀 있었기 때문이야. 물론 직접 집을 짓겠다는 것은
아니고, 가능성 낮은 바램이라고 할까?^^ 그래서 대리만족이라고
할까? 유튜브에서 직접 집 지은 사람들의 영상들을 자꾸만 클릭하게 되네. 물론 이번에 읽은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는 우리가 사는 집에 국한된 내용만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건축에
관련된 책이니까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겠지, 하면서 책을 펼쳐 들었단다.
책 제목 <어디서
살 것인가>를 보고 문득 아빠가 그 동안 어디서 살았는가를 생각해 보았단다. 아빠는 태어나서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시골의 작은 집에서 살았단다. 작고 불편한 점도 많지만, 그래도 많은 추억이 만들어진 곳이고… 요즘도 아주 간혹 꿈에서 나오기도 한단다. 조그마한 마당도 있고, 텃밭도 있는… 요즘 아빠가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집의 형태가
아빠가 이미 어렸을 때 살아봤던 집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 고등학교 3학년 때 아파트로 들어가서 살게 되었지. 대학 1~2학년은 집에서 왔다 갔다 하기도 했지만, 한동안 학교 근처 선배네
집에서 얹혀 살기도 했는데, 그 작은 원룸도 아빠가 머물던 집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그리고 군대 생활할 때는 나라에서 지어준 집에서 지냈구나. 2년
여 군 생활 동안 3군데 거처를 옮겼던 기억이 있구나.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것도 아빠가 살았던 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다시 복학하고 나서는… 공부 좀 하겠다고 학교 근처에 친구랑
원룸에서 같이 지냈어… 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학기 중 아빠의 집이었지. 그리고 회사 들어 가서는 고등학교 친구 셋이 원룸에 2년 정도 기거하다가
회사 초근접 지역에 원룸을 잡고 지냈지. 그리고 결혼을 하고 나서야 다시 아파트로 들어갔고,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세 군데서 살았구나. 이렇게
생각해 보니,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꽤 여럿 집에서 지냈구나. 아빠의 기억력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각각 집에서 있었던 기억들, 추억들이라고 해야겠지? 하나 둘 떠오르는 것이 좋은 것들이 많구나. 그리고 세월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도 들었어… 그것도 아주 빠르게… 앞으로는 또 어떤 집에서 살게 될까?
1.
유현준님의 어디서 살 것인가는 한 개인이 또는 한 가족이 어디서
살 것인가는 가이드 해주는 것은 아니고, 우리 사회가 우리 나라가, 그러니까
좀더 큰 공동체가 더불어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까? 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이 바로 학교야. 너희들도 앞으로도
한창 다녀야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곳이 학교이니 아빠도 관심 있게 읽어보았단다. 그리고 지은이가 지적한 것처럼, 학교 건물이 교도소를 닮았다는 내용에
인정할 수밖에 없고, 교육 관계자들이 오히려 그런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에 씁쓸해지는구나. 동선을 최대한 줄이고, 관리를 위한 구조로 만들어진 학교 건물은
창의력을 없애는 구조라고 이야기하더구나. 학교 건물은 낮게 지어야 하고, 밖에 쉽게 나갈 수 있는 동선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했어. 그래야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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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다양한 형태와 높이의
천장과 다양한 모양의 교실 평면도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의 학교는 대형 건물보다는 스머프 마을 같은
느낌이 나야 한다. 운동장 주변의 담장을 허물고 가까이에 가게를 두어 주변의 감시를 통해 안전한 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방과 후 시민들이 운동장을 광장처럼 사용하고 마을 주민 전체가 아이들을 키우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학교 건축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의
학교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도전 정신이 없고 전체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는 국민만 양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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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몇몇 지은이가 구상한 학교의 도면을 책에 싣기도 했는데, 우리나라 공무원들께서는 그런 구조에 오케이를 해 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
…
이런 건물의 구조는 회사들의 건물인 사옥에도 영향을 준다고
했어. 직원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회사라고 하면, 넓고
낮은 구조가 좋다고 했단다. 그것이 어렵다고 하면, 건물
안에서도 자연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라고 했어. 아빠의 회사를 생각해 봤는데, 뭐 학교 건물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2.
점점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있단다. 그게 그저 사회현상인지 사회문제인지 아빠는 잘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그들을 위한 건축 양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고 했어. 그것은
단지 건축 양식만 바뀌면 되는 것이 아니고, 도시는 그런 이들을 위한 도시계획을 세워야 도시가 활성화가
되는 거야. 그런 것이 잘 되어 있는 도시로 뉴욕이 있다고 했어. 뉴욕에는 1인 가구가 많고 집이 좁아도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쉽게 공원 같은 자연을 만날
수 있고, 문화적인 혜택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어.
그에 반해 서울도 1인
가구가 늘면서 집에 좁아지고 있는데, 갑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접근성이 좋은 공원이 적다는 거야. 대부분 공원이 차를 타고 가야 하고, 이 공원에서 저 공원으로 갈
때도 모두 차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한다는 거야. 그것이 뉴욕과 서울의 차이라고 하는데, 이미 기반시설이 다 자리를 잡고 있는데 그런 구조를 만드는 것은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좁은 집만 그런 건 아니란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잖아. 그렇다 보니 자기만의 공간이 만들기
쉽지 않다고 했어. 그래서 편의점, 카페, PC방, 자동차 등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주는 산업이 발달했다고 했어. 그것도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줄어들었지만 말이야. 문득 이런 코로나19 시대에는 어떤 건축의 형태가 필요할까? 이런 생각이 들더구나. 작년에 세컨드 주택 붐이 불기도 했다는데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니. 아파트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좀더 잘 극복하기 위해서 아파트 내부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어.
3.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아파트가 많은 걸까? 땅은 좁고 사람은 많아서라는 이유도 있고, 아파트 생활이 편해서라는
이유도 있을 거야. 그런데 그렇게 고층 아파트가 가능하게 된 이유가,
지은이는 보일러 보급 때문이라고 하더구나. 흔하디 흔한 보일러가 아파트 붐의 시작이라고
하다니, 지은이의 설명을 들어보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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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303)
이처럼 2층 양옥집은 보일러의 보급과 함께 생겨났다. 얼마 후 철근콘크리트와
보일러를 합쳐서 만든 아파트가 나타났다. 당시 아파트는 12층까지도
지어졌다. 고층 아파트가 부동산의 빅뱅을 일으킨 것이다. 역사
이래 하늘 아래 빈 공간은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건축 업자가 고층 건물을 지으면서 공중에다가
없던 부동산 자산을 만든 것이다. 조선 시대 경제 계급은 극소수의 지주와 대다수의 소작농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제한된 땅덩어리에 살던 우리에게 부동산은 일부 부유층의 소유였을 뿐이다. 그런데 아파트로 인해 부동산이 늘어났고 직장에서 일해서 아파트를 사면 누구나 부동산을 소유한 지주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되었다. 경제의 파이가 커지고 중산층이라는 계층이 생겼고, 근대화가 시작됐다. 모든 것은 보일러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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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현준님의 책을 읽다 보면 그가 공간을 중요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이 책에서도 결론은 공간이었어. 건축의 핵심은
공간이라고 말이야. 그리고 이 공간을 잘 만들어야. 그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화목하게 잘 살아간다고 했어. 우리도 앞으로 이 집에서, 이 공간에서 화목하게 잘 살아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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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제대로 설계된 공간은
갈등을 줄이고 그 안의 사람들을 더 화목하게 하고, 건물 안의 사람과 건물 주변의 사람 사이도 화목하게
하고, 사람과 자연 사이도 더 화목하게 한다. 좋은 건축은
화목하게 하는 건축이다. 물론 건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갈등을 조금이라도 더 해소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이 세상에는 화목하게 만드는 건축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건축은 건축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될 수 있다. 세상을 더 화목하게 하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건축을 조금씩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제대로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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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사람들은 건축물을 물질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끝 문장
: 우리를 화목하게 만드는 도시를 함께 만들어 보자.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이런 시설에서 12년을 보낸다면 그 아이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될까? 똑 같은 옷, 똑 같은 식판, 똑 같은 음식, 똑 같은 교실에 익숙한 채로 자라다 보니 자신과 조금과 달라도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왕따를 시킨다. 이런 공간에서 자라난 사람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평생 양계장에서 키워 놓고는 닭을 어느 날 갑자기 닭장에서 꺼내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아 보라고 한다면 어떻겠는가? 양계장 같은 학교에서 12년 동안 커 온 아이들에게 졸업한 다음에 창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닭으로 키우고 독수리처럼 날라고 하는 격이다. - P28
건축 리모델링은 재즈와 같다. 이름 모르는 과거의 어떤 건축가가 수십 년 전에 디자인한 건물 위해 현재의 건축가가 이어서 연주하는 것이 리모델링이다. 앞선 사람이 펼쳐 놓은 기본 멜로디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음을 펼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막연히 과거의 것을 따라만 가서도 안 된다. 제약 가운데서 자신의 개성을 펼쳐야 한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을 리모델링한 건축가는 백 년 전에 지어진 기차역의 구조에 덧대어 아름다운 미술관을 건축했다. 기차가 다니는 곳은 조각품 전시장으로 거듭났다. 군데군데 무거운 쇠로 만들어진 철길에서 모티브를 따온 디테일들도 보인다. 이 공간을 보면 두 명의 건축가의 연주하는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재즈 음악이 들리는 듯하다. - P158
영화 <블랙 팬서>는 겉으로는 블록버스터 히어로물이지만 스토리를 들여다보면 많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도시의 소외된 계층에 대한 이야기와 사회의 잠재적 위험이 만들어지는 방식 등 현재 미국 사회를 비판하고 자성하는 목소리가 담긴 영화다. 그중에서도 건축가인 필자의 마음에 가장 남는 이야기는 "벽과 다리"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속 주인공은 마지막에 "현명한 자는 다리를 놓고, 어리석은 자는 벽을 쌓는다"라고 말한다.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에 벽을 세우고 있는 트럼프한테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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