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산행 2 - 제주에서 울릉도까지, 뭇 생명과 함께 걷는 남쪽 숲길 18곳 게으른 산행 2
우종영 지음 / 휴(休)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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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나무 의사 우종영님의 글은 참 담백하고 좋단다. 십여 년 전에 처음 그의 책을 읽고 좋았던 기억이 있다가, 한동안 그의 책을 읽지 않고 있다가 작년에 신간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라는 책을 오랜만에 읽었어. 그리고 우종영님의 책을 검색해봤더니, 아빠가 읽지 않은 책들이 더 있더구나. 이번에 그 중에 하나 <게으른 산행 2>를 읽었단다. 전작 <게으른 산행>은 오래 전에 읽었는데, 2권을 읽는데 너무 오래 걸렸구나. 1권에서는 경기도와 강원도에 있는 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고, 2권에서는 중남부 지역의 산들을 소개해준다고 하는구나.

작년부터 계속되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산을 찾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단다. 아빠도 산행을 좋아해서 가끔 산행을 간단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적은 이른 새벽이나 야간 산행을 가곤 하는데, 산은 어느 때 가도 참 좋은 것 같구나.

특히 요즘 같은 칼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칼바람 자체만으로 좋지만, 눈 덮인 풍경이 감탄을 절로 나게 한단다. 추위의 고통을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 눈 덮인 겨울 산행의 장점이 또 하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단다. 그것은 산과 나무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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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렇게 푹 쌓인 눈 위를 걸으니 옛날 산 친구 생각이 난다. 백두대간은 물론이고 전국의 명산을 두루 다녀본 후 그가 던진 한마디.

앞으론 눈 쌓인 겨울산만 다니련다.”

연유를 물으니, 눈이 쌓이면 나무뿌리를 밟지 않아도 되고 흙이 패지 않으니 나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덜하다는 얘기다. 미안한 마음 없이 나무의 진면목을 바라본다는 것, 겨울산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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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의 시작은 제주도 한라산부터 시작한단다. 아빠도 예전에 눈 잔뜩 덮인 한라산을 간 적이 있는데, 그 때의 모습은 정말 잊을 수가 없더구나. 새파란 하늘과 눈 덮인 한라산의 조화, 멀리 바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은 아빠의 영혼의 찌든 때를 날려버리는 기분이었어.

알면 보인다고, 산에 오르면서 나무들의 이름도 알면 더 멋진 산행이 되겠지만, 몰라도 좋단다. 곧게 뻗은 나무가 있으면 곧은 성품을 가진 나무겠거니 생각하고, 여기저기 가지를 친 나무가 있으면 푸근한 마음을 가진 나무겠거니 생각하고 말이야. 지은이 우종영님은 나무 의사답게 나무 이름들을 정말 많이 알고 있더구나. 이런 사람의 산행기에는 나무 이름 하나하나 불러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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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협곡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탐스럽게 생긴 담팔수가 나그네를 반기고, 구실잣밤나무, 종가시나무, 황칠나무, 참식나무, 조록나무, 아왜나무 같은 늘푸른나무들이 터널을 이룬다. 사이사이에는 예덕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멀구슬나무, 머귀나무, 때죽나무, 자귀나무, 단풍나무, 산벚나무, 굴피나무, 합다리나무, 꾸지나무, 곰의말채나무, 까마귀베개 같은 낙엽 지는 나무가 살고 있다. 숲 바닥에는 바람등취(후추등)이 바위를 뒤덮고, 맥문아재비가 보석같이 영롱한 열매를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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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대표적인 것이 한라산이지만, 수많은 오름들도 있단다. 예전에 읽은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서도 오름들에 대한 찬사가 있었는데, 우종영님도 오꼬메오름 등 여러 오름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단다. 다음에 제주도를 가게 되면 여러 오름들도 계획에 넣어봐야겠구나.

울릉도도 화산으로 만들어진 섬으로 봉우리가 하나 있단다. 성인봉이라고 부르는데, 산이 아니고 봉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아빠는 그 성인봉의 해발고지가 그리 높지 않은 줄 알았단다. 그런데 성인봉의 높이가 웬만한 산보다 높은 984미터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왜 산이란 이름이 아니고, 봉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그 이유는 산괴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 잘 이해는 가지 않더구나. 그냥 산이라고 하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산이 되었을 텐데 말이야. 제주도 하면 한라산, 울릉도 하면 성인산. 이렇게 말이야. 성인봉이라고 하니, 아빠처럼 잘못 알고 있는 이가 있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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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성인봉은 왜 산이 아니고 봉일까? 산의 격에서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이곳의 높이는 984미터이다. 1000미터에서 16미터 못 미치는 큰 산이다. 사방으로 갈래를 친 겹산인데다, 산이 험준하고 계곡도 깊다.

산과 봉()의 차이에 대해서는 설왕설래 말이 많지만, 일단 산이라고 하면 산괴를 떠받치고 있는 땅이 있어야 한다. 한라산은 한라산을 떠받치고 있는 넓은 대지가 있기에 산이며, 울릉도는 섬 자체가 산으로 떠받칠 땅이 없기에 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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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는 밤나무뿐만 아니라 너도밤나무도 많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고 하여 너희들에게도 이야기해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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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129)

옛날 울릉도에 사람이 처음 살기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다. 하루는 산신령이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산에 밤나무 100그루를 심으라고 하면서 만약 100그루를 심지 못하면 큰 재앙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을 사람들에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하루 만에 전부 심었다. 심은 밤나무에서는 싹도 나고 잘 자랐다.

어느 날 산신령이 찾아와서 그동안 심어놓은 밤나무를 확인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세어보아도 아흔아홉 그루밖에 되지 않았다. 산신령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여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여러 번 세어도 아흔아홉 그루밖에는 안 되는 밤나무가 그사이에 한 그루 더 생길 수는 없으니 마을 사람들은 이제 죽었구나하고 생각했다. 심기는 100그루를 심었지만 그사이 한 그루가 말라 죽은 것이었다. 그때 뜻밖에도 옆에 서 있던 조그만 나무 한 그루가 나도 밤나무입니다.”하고 외쳤다. 산신령은 다시 그 나무에게 밤나무가 맞는지 확인했다. 그 나무는 자기도 밤나무라고 주장했다. 그 뒤로 마을사람들은 이 나무를 너도밤나무라고 이름 붙여주고 잘 가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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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주도와 울릉도를 지나서는 계룡산을 시작으로 선운산, 백암산, 조계산, 두륜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와 주흘산을 시작으로 주왕산, 비슬산, 금정산, 지리산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산들을 소개하고 있단다. 저 아랫동네에 있는 산들은 거리가 있다 보니, 아빠도 많이 다녀보지는 못한 것 같구나. 지리산을 좋아해서 지리산만 여러 번 가보고 말이야. 이 책에 나와 있는 산들의 사진을 보니, 다들 멋지구나. 꼭 가봐야 할 산들 목록에 적어두어야겠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퍼센트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 그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쉽게 산에 갈 수가 있어서 좋구나. 작년에는 너희들과 두어 번 집 근처 산에 갔다 오기도 하고 말이야. 그리고 우리나라 산은 그렇게 많은데, 또 높은 산을 별로 없어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산들이 대부분이란다. 이런 조건을 갖춘 나라가 많지 않다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복 많은 사람들인 것 같구나.

산 이야기를 하니 또 산에 가고 싶구나. 이제는 안 가본 산들을 한번 가봐야겠구나. 그리고 올해는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산의 정기를 백 퍼센트 다 들이마시고 싶구나. 곧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PS:

책의 첫 문장 : 사람 이름이나 노래 제목, 책제목에 이르기까지 이름이란 당사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책의 끝 문장 : 계절은 어느 때고 좋으나 여름 집중호우 때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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